공천 갈등으로 세력교체 요구 커…비박계 인사들 사정기관 조사 예고

관가 핵심요직 인사교체 등 대대적 물갈이 … ‘진실한 사람들’ 어디로?

친박 중 총선 당선자, 공천 탈락자들에 어떤 역할 주어질지 주목

비박계에 대한 사정기관 조사 등 전방위 압박 가능성도 제기돼

4ㆍ13 총선 이후 청와대 움직임을 두고 정치권에서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이 친이계 등 비박계 인사들에 대한 사정작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총선을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총선 직전까지 갈등을 반복해 온 것과 관련, 친박계 내부에서 당 대표 교체 등 세력교체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내 주도 세력 교체작업이 추진됨과 동시에 비박계 인사들에 대한 사정기관 조사 등 전방위 압박이 있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또 청와대가 관직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총선 이후 고배를 마신 이들 또는 살아 돌아온 이들에게 청와대가 중요 보직이나 임무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다음 수 준비 중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오후 6박 8일간의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및 멕시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3월 한 달 동안 정점으로 치닫던 당 내부 갈등이 한풀 꺾이는 시점인 지난달 30일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떠났다. 박 대통령은 출국한 다음날인 31일 워싱턴 D.C에서 미ㆍ중ㆍ일 정상과 릴레이 정상회담을 가졌고,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해 북핵문제 등에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이후 멕시코로 이동, 엔리케 페나 니에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갖고 한-멕시코 FTA 관련 협의 개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회의를 올해 4분기 중 개최키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귀국 후 당분간 외부행사 없이 순방 후속조치 등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으나 귀국 직후 행보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쉴 틈도 없이 곧바로 지원을 위해 총선 현장으로 달려 나간 것이다. 이는 총선과 거리를 두겠다는 당초 입장을 바꾼 것이어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귀국 후 총선과는 별도로 창조경제ㆍ민생 행보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청와대는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귀국 다음날인 지난 7일 일정을 비우고 순방기간 동안의 국정현안을 보고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청와대 관계자는 총선이 있는 다음 주까지 “박 대통령은 경제, 민생, 일자리, 안보 등을 우선적으로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번 순방에서 거둔 창조경제 성과를 알리고, 성과확산을 독려하기 위해 곧바로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경제활성화를 위해 현장을 방문하고 여러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박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경제인들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순방 기간 중 미국과 멕시코에서 열린 1:1 상담회에서 마린테크노(전남), 아이리시스(인천), 에코힐링(충북) 등 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창조경제 부문에서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행보를 예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특히 창조경제센터에서 제품 개발, 크라우드펀딩에 의한 자금 조달, 1:1 비즈니스상담회를 통한 해외진출이라는 ‘창조경제 선순환’ 모델을 구축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한층 들뜬 분위기다.

지난 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1:1 상담회에서 특히 전남창조경제센터 입주기업인 마린테크노는 전담기업인 GS그룹의 지원을 받아 시제품을 만들고, 8000만원 규모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생산시설을 갖춘 후, 이번 1:1 비즈니스 상담회를 통해 현지 바이어와 향후 5년간 20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 해외 첫 진출의 성과를 창출했다.

멕시코에선 충북센터 보육기업으로 허브를 가공한 천연 스킨케어 제품을 생산하는 에코힐링이 4일 열린 상담회를 통해 멕시코에 진출한 CJ 홈쇼핑 채널(CJ IMC)에 입점하기로 하고 1만달러 샘플계약을 맺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연말 “추경 효과가 떨어지고 개별 소비세 인하가 연말에 종료돼 1분기 소비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기업들이 투자 결정을 기피해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높다”며 강력한 내수 진작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의 경제ㆍ민생 행보 홍보에 대해 ‘순수 행보’임을 강조하며 정치적 해석에 대해 경계했다. 이처럼 총선과 거리를 두며 창조경제활동에 주력하는 듯 했던 청와대가 갑자기 방향을 바꿨다. 박 대통령이 정치적 행보를 과감히 결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행보가 향후 당내 권력지형 변화와 관련있는 것 아니냐”고 추측한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 대통령의 국내 첫 일정은 창조경제를 위한 현장 순회가 아니라 4ㆍ13 총선 격전지 방문이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총선관련 보고를 받은 박 대통령은 고민 끝에 총선현장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청와대는 이를 두고 ‘경제 살리기 행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야당 등 정치권의 시각은 냉랭하다. 야권과 비박계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노골적인 총선 개입이라고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행보 ‘물갈이’ 포석

표면적으로 보면 박 대통령의 행보는 창조경제를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8일 오전 충북 청주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전북 전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잇달아 방문해 창조경제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충북 센터 고용존 통합 발대식에 참석, 고용존이 청년 고용의 든든한 디딤돌이 돼 달라고 격려했다. 이어 곧바로 전주의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로 이동해 전담 기업과 보육 기업 간 상생모델 구축을 통해 창조경제를 구현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은 데 이어 3월 10일과 16일에도 각각 대구와 부산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했다. 이어 같은 달 18일과 22일에도 ‘창조경제 행보’를 내세우며 각각 충남 아산과 판교를 방문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사실상 간접지원유세라는 비난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으로 여당의 4ㆍ13 총선 판세가 낙관적이지 않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일부에서는 ‘선거의 여왕’인 박 대통령이 총선 격전지를 중심으로 방문하는 것은 사실상 ‘총선 개입’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았다. 무엇보다 지난 대구와 부산 방문은 진박(眞朴ㆍ진실한 친박) 후보 지원을 노골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야권은 그동안 박 대통령의 여권 표밭 지역 방문에 대해 총선 개입이라고 비판해왔다.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이뤄진 지역 방문을 놓고 정치권의 비판은 격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방 현장 행보 자체가 총선 표심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야권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부분은 박 대통령의 충북지역 방문이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충북지역 방문 당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선거가 5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박 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또다시 지방순회를 재개했다”며 “선거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지방순회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충북센터가 위치한 청주 4개 선거구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고, 캐스팅 보트 지역이자 총선 표심의 지표인 ‘충청 중원’ 장악을 위해 여야가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청주 방문을 놓고 야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박 대통령의 방문 그 자체로 정치적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야권의 주장이다.

또 전북 창조경제센터가 있는 전주는 야권의 텃밭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이곳에서는 농림식품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 후보가 새누리당의 ‘유일한 전북 한석’을 챙기기 위해 야당 후보들과 접전을 펼치고 있는 지역이다.

청와대는 야권의 공격에 대해 오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야권의 비판에 대해 “창조경제 독려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선거 시국이지만 정상적으로 국정운영을 하는 것일 뿐 정치적 행보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새판짜기 인물구성 고민

유흥수 주일본 대사가 최근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면서 통상 3년의 공관장 임기가 끝나가는 주미, 주유엔 대사와 더불어 관가에 대한 후속 인사가 있을지 관심을 끈다.

유 대사는 지난 6일 악화일로에 있던 한일관계를 회복할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을 다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최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사는 한일관계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갈등으로 삐거덕거리던 지난 2014년 8월 부임했다. 만 80세를 앞둔 고령인 데다 한일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간의 첫 정상회담에 이은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에서의 두번째 정상회담 등으로 한일관계 복원의 토대가 어느 정도 마련됐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유 대사의 사의 표명과 관련, 박 대통령은 후임을 인선하고 내정자의 아그레망(주재국 동의) 절차를 거치면서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배정된 김승희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후임으로 손문기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을 임명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손문기 신임 처장은 25년여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근무하며 식품안전국장과 소비자위해예방국장, 농축수산물안전국장 등 주요보직을 두루 역임한 식품안전분야의 전문가”라고 인선 이유를 설명했다.

김승희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0대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출마 11번을 배정받았다. 이에 향후 김 전 처장이 박근혜 정부에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번 총선에 당선 여부와는 별도로 공천장을 거머쥔 인사들은 일부 낙선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다시 중용될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천을 받지 못한 이들 중에도 일부는 다시 관가로 복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박근혜정부 장관 출신들은 대다수가 공천을 받았다. 정치인 출신 장관의 약진에 따른 것이다.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인천 연수을에서 비례대표인 민현주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확정지었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실 차장도 차례로 대구 중ㆍ남구와 세종시에서 본선에 진출했다.

서울 도봉을에선 김선동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단수 추천됐으며, 주광덕 전 정무비서관도 경기 남양주병에서 박상대 전 남양주시의원과 결선 끝에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강원 속초시ㆍ고성군ㆍ양양군에선 이양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경선에서 이겨 본선행을 결정지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역임한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전남 순천시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3선에 도전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 최경환 의원(경북 경산)은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지었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출신 황우여 의원은 지역구을 옮겨 인천 서구을에서 출마했다.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 유기준 의원(부산 서구·동구)과 여성가족부 장관 출신 김희정 의원(부산 연제),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구갑),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부산 기장군)도 공천을 확정지었다.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대구 달성)과 정성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경기 파주갑)도 공천을 받았다.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천을 받지 못한 이들도 총선 이후 청와대 새판짜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청와대 참모 출신들이 그들이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윤두현 전 홍보수석은 탈박(脫박근혜)한 이혜훈(서초갑) 전 의원과 유승민계인 김상훈(대구 서구) 의원에 각각 밀리며 낙천했다. 윤창번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은 서울 강남병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여성 우선 추천 지역 결정으로 최종 경합에 들지 못하고 뜻을 접어야 했다.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은 서울 중ㆍ성동을 경선에서 지상욱 새누리당 중구당협위원장에게 패했다. 전광삼ㆍ최상화 전 춘추관장도 각각 경북 영양ㆍ영덕ㆍ봉화ㆍ울진, 경남 사천ㆍ남해ㆍ하동 경선에서 낙마했다.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최형두 전 국회 대변인은 경기 의왕·과천에서 본선 진출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으나 결선 여론조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 또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결선 투표 결과 송태영 새누리당 중앙연수원 부원장에게 패했다.

대구 ‘진박 6인방’ 중 한 명인 하춘수(대구 북구갑) 전 대구은행장도 현역의원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영섭·남호균 전 청와대 행정관 역시 각각 경남 진주을과 대구 달서병 경선에서 탈락했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역임한 주호영ㆍ김재원ㆍ윤상현 의원도 모두 낙천했다. 주 의원은 지역인 대구 수성을이 여성 우선 추천 지역으로 선정돼 낙천했고, 김 의원은 경북 상주ㆍ군위ㆍ청송ㆍ의성에서 김종태 의원과 한 여론조사 경선에서 밀려 탈락했다. 윤 의원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한 취중 발언 녹취록 파문으로 논란 끝에 컷오프됐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