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주식 팔아 120억원 벌어… ‘부당거래 의혹’ 여론 악화에 사표 내

청와대, 사표 수리 막고 ‘철저한 진상 규명’우선 지시

넥슨 주식 저가 매입시 김정주 대표 등 관련자들 친한 대학 동문

주식 매입 관련 내부정보 인지 여부, 저가 매입, 권한 남용 등 쟁점

현직 검사장이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의 비상장 주식에 투자해 120억여원의 차익을 낸 ‘주식 대박’ 파문이 청와대까지 나서면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진경준(49)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은 2005년 넥슨 주식 1만주를 주당 4만원에 매입환 뒤 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인 작년 넥슨의 일본 상장 주식을 약 126억 원에 처분해 초기 투자금(4억원) 대비 12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이로 인해 ‘주식 대박’ 논란이 일자 진 검사장은 지난 2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진 검사장은 주식 매입과 매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나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사회적 파장이 일자 마침내 청와대가 나섰다. 청와대는 7일 진 검사장의 주식 특혜 매입 의혹과 관련, 진 검사장의 사표 수리를 보류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진 검사장의 주식 매입 경위와 매입 자금 출처, 직무 연관성 여부 등을 조사한 다음 그 결과에 따라 사표 수리 또는 검찰 수사 의뢰 등의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주식 대박’ 120억 논란의 전말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매입한 것은 2005년 6월이다. 당시 진 검사장과 함께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산 사람은 당시 컨설팅 업계 종사자인 박성준(48) 전 NXC 감사와 대기업 변호사였던 김상헌(53) 현 네이버 대표였다.

정보기술(IT)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감사가 2005년 진 검사장과 김 대표에게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사라고 추천한 것으로 알렸다. 이들에게 주식을 팔았던 사람은 전직 넥슨 미국 법인장인 이모씨로 2005년 미국 이민을 하면서 자신이 보유한 넥슨 주식을 진 검사장 등에게 주당 4만원에 1인당 1만주(4억원어치)씩 판 것으로 알려졌다.

진 검사장 등 3인이 사들인 주식(3만주)은 2005년 넥슨 전체 주식의 1%에 근접하는 적지 않은 양이었다. 당시 넥슨은 카트라이더 등 게임 흥행으로 인지도가 치솟으며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 사기가 매우 어려웠다. 게다가 넥슨 김정주 대표는 회사 지배력을 관리하고자 자사 주식을 사고팔 때 승인을 받도록 해 매물이 있어도 쉽게 살만한 주식은 아니었다. 당시 3인 그룹의 주식 매입을 주도한 박 전 감사는 2005년 넥슨 측의 승인을 받아 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전 감사의 역할과 김정주 대표의 승인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부당거래 의혹 3가지

진 검사장의 ‘주식 대박’ 논란과 관련한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진 검사장이 2005년 넥슨 비상장 주식 1만주를 취득할 때 넥슨 창업주 김정주 대표에게서 회사 내부 정보(미공개 정보)를 받아 투자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진 검사장과 김 대표가 서울대 86학번 동기로 매우 가까운 사이고, 진 검사장에게 주식을 판 사람과 주식을 사라고 권유한 사람이 모두 넥슨 전 임원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비상장 주식의 거래에 김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진 검사장이 회사 내부 정보를 알게 돼 투자를 했다면 법률적으로 주식 미공개 정보 이용과 관련한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지만 ‘공직자 윤리’ 차원에선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음은 진 검사장이 과연 제값을 주고 주식을 샀느냐 하는 것이다. 진 검사장은 넥슨 주식을 ‘1주(株)당 수만원’에 샀다고 했고, 진 검사장과 함께 주식을 산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1주당 4만원가량에 매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당시 넥슨 장외 주식이 사고 싶어도 사실상 사기 어려운 ‘품절 주식’으로 1주당 10만~15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또한 2005년도 넥슨의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순자산을 주식의 수로 나눠보면 주당 가치는 6만3065원이었다. 어느 경우든 진 검사장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될 만한 상황이다. 진 검사장이 실제 돈을 주고 산 게 맞는지, 돈을 주고 샀다면 자금 출처는 어디인지도 밝혀야 할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진 검사장은 “가지고 있던 돈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진 검사장이 언제든 기업 수사를 할 수 있는 검사 신분이면서 120억원이 넘는 거액 주식을 보유한 부분이다. 진 검사장은 2009~ 2010년 증권ㆍ조세 비리 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장을 지냈다. 만약 진 검사장이 김정주 회장과 관련한 ‘민원’ 해결 등에 나섰다는 정황이라도 나온다면 공직자윤리위 조사가 아니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이밖에 2011년 말 넥슨이 일본 증시에 상장될 당시 넥슨에 투자한 일반인 가운데 진 검사장이 두 번째로 많은 주식을 보유했던 것도 의혹을 증폭시킨다. 진 검사장은 2005년 박 전 감사, 김상헌 대표 등과 주식 3만주를 갖고 있던 이씨로부터 각각 주당 4만원에 1만주씩 구입한 뒤 넥슨재팬 주식과의 교환과 2011년 말 넥슨의 일본 증시 상장 직전 액면분할 등을 통해 85만3700주(0.23%)씩을 보유하게 됐다.

그런데 넥슨이 2011년 12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공개한 ‘신규 상장 신청을 위한 유가증권보고서’에는 넥슨재팬의 상위권 주주 50명의 이름이 나와 있는데 진 검사장은 박 전 감사, 김상헌 대표 등과 함께 지분율 0.23%로 일반인 주주 15명 중 둘째로 많다.

이와 관련해 2011년 말 넥슨이 일본 증시에 상장될 당시 넥슨에 투자한 일반인 가운데 진 검사장이 둘째로 많은 주식을 보유했던 것도 의혹을 증폭시킨다. 진 검사장은 2005년 박 전 감사, 김상헌 대표 등과 주식 3만주를 갖고 있던 이씨로부터 각각 주당 4만원에 1만주씩 구입한 뒤 넥슨재팬 주식과의 교환과 2011년 말 넥슨의 일본 증시 상장 직전 액면분할 등을 통해 85만3700주(0.23%)씩을 보유하게 됐다.

진 검사장이 넥슨의 핵심 임직원보다 많은 주식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 동기인 김정주 대표의 배려가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김정주 대표가 보유한 차명 주식을 진 검사장이 무상으로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진 검사장 거취는?

진 검사장은 자신이 얻은 120억원의 주식 차액에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지난 2일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 수리로 진 검사장에 대한 의혹이 무마될 듯했지만 여론이 악화되면서 보류됐다. 동시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검사장급 이상 공직자의 사표 수리는 현행법상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하다. 청와대는 진 검사장에 대한 사표 수리 대신 진상을 철저하게 밝힌 다음, 진상 조사 결과에 따라 법과 원칙대로 처리할 것임을 밝혔다. 이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진 검사장의 주식 매입 경위와 매입 자금 출처, 직무 연관성 여부 등을 조사한 다음 그 결과에 따라 사표 수리 또는 검찰 수사 의뢰 등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는 뜻이다. 공직자윤리위는 지난 6일 진 검사장에게 20여개 질문사항을 담아 소명요구서를 발송했다.

진 검사장이 어떤 답변을 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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