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3 총선 이후 대선판도 요동쳐…與 잠룡 몰락, 野 차기 주자들 각축
반기문 총장 여권 주자로 급부상…재야 손학규 ‘다크호스’가능성 높아
새누리… 김무성 총선 참패 책임론, 오세훈ㆍ김문수 낙선으로 후퇴
유승민 부활로 도약, 당내 기반 약하고 친박 반발로 험로
더민주…문재인 잠룡 1순위, 당내 기반 탄탄하나 호남 완패 걸림돌
정세균 살아나 도전 채비, 김부겸 험지 승리로 대선주자 반열에
박원순 당내 교두보 마련, 안희정 충청에 측근 다수 포진
국민의당…안철수 독주 예상, 호남 맹주 돼‘대망론’에 힘 실려
천정배 대권 도전 표명, 정동영 출마 불투명
4ㆍ13 총선이 새누리당 참패와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의 선전으로 ‘여소야대’ 국면이 되면서 차기 대선주자들의 희비가 갈렸다.
여권의 유력주자였던 김무성 대표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대선주자 반열에서도 밀렸다. 여권의 잠룡으로 꼽혀 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낙선하면서 대권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의원이 부활해 주목받고 있지만 잠룡으론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처럼 여권에 대선주자가 부재하면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지, 또한 여권 후보로 나설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반면, 야권은 이번 총선 승리에 힘입어 잠룡이 다수 등장해 치열한 전쟁이 예상된다.
우선 총선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받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예상 밖 선전을 한 더민주의 문재인 전 대표가 자웅을 겨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줄곧 잡룡으로 꼽혀 온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정치1번지’ 종로에서 승리한 정세균 의원, 야당의 무덤인 TK(대구ㆍ경북)에서 살아 온 김부겸 의원, 문 전 대표를 대신할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대선주자 반열에 합류했다.
재야에서 머물고 있는 손학규 더민주 상임고문은 총선을 계기로 언제든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20대 총선 결과 정치판이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으로 3분된 가운데 이미 막이 오른 ‘잠룡들의 전쟁’에서 누가 비상할 지 살펴봤다.
새누리당… 대선주자 치명상, 반기문 급부상
새누리당은 4ㆍ13 총선에서 참패하고 원내 제1당의 입지까지 상실하면서 내년 12월 대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엇보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들이 무더기로 고배를 마시거나 심각한 내상을 입은 것이 치명적이다. 게다가 총선 패배 책임론을 놓고 당내 계파 간 충돌이 예상되고 있어 대선 전망은 더욱 어두운 상황이다.
한동안 여권 대선 후보 여론조사 1위 자리를 유지했던 김무성 대표는 6선의 반열에 올랐지만 총선 패배의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다만 김 대표는 김학용ㆍ김성태 의원 등 일부 측근 그룹이 생환하고 탈당 후 당선된 후보들이 복당할 경우 후일을 도모할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옥새 파동’에 대한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 주류 진영의 반감이 상당할 것이예상돼 김 대표가 대선주자로 전면에 나서기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해 줄곧 1위를 달리던 대선주자 지지율이 올해 들어 하락하기 시작해 4월 초엔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뒤지는 결과가 나온 여론의 변화도 김 대표에 악재다.
여권의 젊은 잠룡으로 꼽혀 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총선을 계기로 처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한 때 여권 잠룡 중 대선 주자 지지율 1위에 올라 총선에서 승리하면 단숨에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부상할 것이 예상됐지만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야권의 잠룡인 정세균 의원에게 패하면서 대권 꿈도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선거 패배가 확정된 13일 저녁 선거 사무실에서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여러 공약이 있었다”며 “직접 실천하는 것은 어려워졌지만, 당의 도움과 협조를 받아 공약을 실현하는 것이 나의 정치 일정일 것”이라며 정계 은퇴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재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역시 총선 패배로 대선주자 반열에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상대 후보가 야권 잠룡으로 급부상한 김부겸 의원이어서 김 전 지사의 총선 패배 내상은 훨씬 컸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유승민 의원은 4선에 성공했지만 잠룡으로 비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린다. 복당할 경우 대선주자들이 사라지거나 내상을 입은 상황에서 유 의원이 대권 도전에 나설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여론조사 결과 여권의 대선 후보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함께 탈당을 감행했던 조해진ㆍ류성걸ㆍ권은희 후보가 모두 낙선해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 무엇보다 공천 과정에서 등을 돌린 친박계의 압박이 유 의원의 대권행보를 가로막을 수 있다.
이밖에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과 새누리당 수도권의 새 간판으로 떠오른 나경원 의원 등이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지만, 최 의원 역시 총선 패배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고, 나 의원은 아직 대선 후보로는 약세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정몽준 전 대표 등 중앙정치에서 벗어나 있던 인사들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대선주자로서 무게감이 떨어지고 당내 기반이 취약한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네 사람 모두 청와대 및 친박계와 껄끄러운 관계라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처럼 여권에 마땅한 대선주자가 부재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외부 수혈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에 올해 말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순위로 거론된다.
특히 친박 진영은 총선 전부터 반 총장 띄우기에 나선 터라 대선 국면이 본격화 되면 반 총장 영입에 더욱 공을 들일 것이 예상된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과 반 총장이 최근 잦은 만남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단계로 집권 여당과 반 총장의 결합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러나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지, 정치 경험 없이 험난한 대선 행로를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론이 나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총선 참패에다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 가능성으로 ‘만신창이’가 된 여권의 간판으로 반 총장이 나설지 미지수다. 한 정치평론가는 “반 총장이 여권과 손을 잡는 순간 대권은 물건너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총선은 여권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치적 심판이었는데 반 총장이 그런 여권의 후보로 나서면 그간의 위상에 따른 기대감은 한순간에 날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정치평론가는 “이번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킨 것은 중도층의 선택 때문”이라며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3지대론’을 언급했다. 이에 따르면 반 총장은 대선 주자로서 경쟁력이 충분한 만큼 현재의 여야도 아닌 제3지대에서 대선 출마를 하는 것이 훨씬 많은 지지를 얻을 것이라는 얘기다.
더민주… 후보 1위 문재인 험난, 잠룡들 기회 노려
더민주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주자 1순위로 꼽힌다. 문 전 대표는 총선에서 종래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에다 문재인계 후보들이 대거 당선돼 당내 기반이 탄탄하다. 대선주자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것도 대권 꿈을 부풀게 한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호남을 잃은 ‘절반의 승리’라는 평가는 문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문 전 대표는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배수진을 친 상태에서 호남 완패라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벌써부터 국민의당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14일 문 전 대표가 ‘호남이 지지하지 않으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한 데 대해 “국민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호남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며 기다리겠다”고 밝혀 총선에서 호남 완패의 책임을 지고 즉각적인 정계은퇴를 택하기보다 시간을 두면서 호남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더민주 안팎에서는 당이 수도권과 부산ㆍ경남에서 예상 밖 선전을 한 데는 문 전 대표의 역할이 있고, 대선 지지율 1위 후보가 정계를 은퇴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이냐는 반론도 상당하다. 향후 문 전 대표의 행보에 따라 대선 레이스가 순탄할지, 험로가 될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번 총선을 예상 밖 승리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판 샌더스’를 자처한 김 대표는 “더이상 킹메이커를 하지 않겠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어 대권 도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의 또다른 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측근들이 총선 출사표를 던졌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당초 10여명이 ‘박원순 키드’를 자처하며 총선에 도전했지만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권미혁 당 뉴파티위원장 등 2명이 금배지를 얻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측근 4명이 금배지를 달아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남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김종민 후보와 비서실장 출신인 조승래 후보가 각각 충남과 대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성과를 거뒀다. 안 지사 선거 캠프의 대변인을 지낸 박완주 의원은 충남 천안을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캠프 총괄특보를 맡았던 정재호 후보도 경기 고양을에서 당선됐다. 안 지사는 측근들이 정치적 고향인 충남뿐만 아니라 대전과 경기까지 영역을 넓혀, 대권가도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대선 레이스 도중 하차할 경우 안 지사가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부겸 전 의원은 더민주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31년 만에 금배지를 달아 일약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더구나 여권 잠룡인 김문수 전 지사를 꺾고 승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경기도 군포에서 세 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한 김 전 의원은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새누리당 아성에서 세번 도전 끝에 4선 의원이 됐다는 점에서 야권 대권 주자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일부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을 뒤로하고 야권 험지인 부산에서 성공해 대통령에 된 것에 김 전 의원을 비유하기도 한다. 그만큼 대권 주자로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손학규 더민주 상임고문은 이번 총선의 보이지 않는 승리자라는 평이 따른다. 손 고문은 정계를 은퇴한 상황이지만 자신이 측면 지원한 손학규계 의원들이 줄줄이 당선되면서 현실정치 재개에 대비한 세력을 확보했다. 4선을 달성한 조정식(경기 시흥을)ㆍ양승조(충남 천안병) 의원과 3선의 이찬열(경기 수원갑)ㆍ이춘석(전북 익산갑) 의원, 재선 김민기(경기 용인을)ㆍ이개호(전남 담양ㆍ함평ㆍ영광ㆍ장성)ㆍ전혜숙(서울 광진갑) 의원을 비롯해 강훈식(충남 아산을)ㆍ고용진(서울 노원갑)ㆍ김병욱(경기 분당을)ㆍ박찬대(인천 연수갑)ㆍ어기구(충남 당진)ㆍ임종성(경기 광주을) 당선자가 첫 금배지를 달았다.
직계는 아니지만 재선에 성공한 이언주(경기 광명을)ㆍ전현희(서울 강남을) 의원 등이 이번 총선 과정에서 손학규 고문의 지지를 얻으며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행보다. 공천 과정에 손 고문계 인사들이 대거 후보에 오른 것과 관련해 일각에선 김 대표가 총선 후 손 고문과 대권을 도모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손 고문과 김 대표가 손잡고 대선에 나선다면 더민주의 대선 후보는 문재인-손학규 간 2파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 고문위 총선 후 행보가 더묵 주목받는 이유다.
국민의당…안철수 독주에 천정배ㆍ정동영 도전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4ㆍ13 총선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키면서 당을 승리로 이끄는 데 성공함으로써 대권 도전에 ‘청신호’가 켜졌다.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13일 더민주를 탈당할 때만 해도 야권분열의 책임론에 시달렸지만
독자노선을 고수해 리더십은 물론 자신의 ‘새정치’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야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광주와 호남 지역에서 절대 지지를 확보하면서 대권 가도에 날개를 달게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 대표가 야권의 중추인 호남의 맹주가 된 점은 향후 문재인 전 대표와의 야권 후보 대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전했다는 평이 따른다.
국민의당이 지역구 의석수는 더민주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지만 정당득표율에서 더민주를 제친 것은 ‘안철수 대세론’에 힘을 실어줄 확실한 지표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국민의당이 충청권, 영남권 등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한 것은 ‘안철수 대망론’에 걸림돌이다. 호남의 몰표는 야권 대선 주자로서는 든든한 배경이지만 ‘호남 자민련’이라는 비판에 시달릴 수도 있다.
안 대표와 대권을 놓고 경쟁할 후보로는 천정배 공동대표가 꼽힌다. 천 대표는 ‘뉴 DJ론’을 설파하며 정치적 보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천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 천정배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너무도 많다. 더 큰 힘을 주면 더 큰 성과를 내겠다”며 대선 레이스에 나설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번 총선에서 재기한 정동영 전 의원도 대선 레이스에 나설 수 있는 잠룡이다. 다만 본인의 의지가 관건이다.
장민우 기자
반기문 총장 여권 주자로 급부상…재야 손학규 ‘다크호스’가능성 높아
새누리… 김무성 총선 참패 책임론, 오세훈ㆍ김문수 낙선으로 후퇴
유승민 부활로 도약, 당내 기반 약하고 친박 반발로 험로
더민주…문재인 잠룡 1순위, 당내 기반 탄탄하나 호남 완패 걸림돌
정세균 살아나 도전 채비, 김부겸 험지 승리로 대선주자 반열에
박원순 당내 교두보 마련, 안희정 충청에 측근 다수 포진
국민의당…안철수 독주 예상, 호남 맹주 돼‘대망론’에 힘 실려
천정배 대권 도전 표명, 정동영 출마 불투명
4ㆍ13 총선이 새누리당 참패와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의 선전으로 ‘여소야대’ 국면이 되면서 차기 대선주자들의 희비가 갈렸다.
여권의 유력주자였던 김무성 대표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대선주자 반열에서도 밀렸다. 여권의 잠룡으로 꼽혀 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낙선하면서 대권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의원이 부활해 주목받고 있지만 잠룡으론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처럼 여권에 대선주자가 부재하면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지, 또한 여권 후보로 나설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반면, 야권은 이번 총선 승리에 힘입어 잠룡이 다수 등장해 치열한 전쟁이 예상된다.
우선 총선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받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예상 밖 선전을 한 더민주의 문재인 전 대표가 자웅을 겨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줄곧 잡룡으로 꼽혀 온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정치1번지’ 종로에서 승리한 정세균 의원, 야당의 무덤인 TK(대구ㆍ경북)에서 살아 온 김부겸 의원, 문 전 대표를 대신할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대선주자 반열에 합류했다.
재야에서 머물고 있는 손학규 더민주 상임고문은 총선을 계기로 언제든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20대 총선 결과 정치판이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으로 3분된 가운데 이미 막이 오른 ‘잠룡들의 전쟁’에서 누가 비상할 지 살펴봤다.
새누리당… 대선주자 치명상, 반기문 급부상
새누리당은 4ㆍ13 총선에서 참패하고 원내 제1당의 입지까지 상실하면서 내년 12월 대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엇보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들이 무더기로 고배를 마시거나 심각한 내상을 입은 것이 치명적이다. 게다가 총선 패배 책임론을 놓고 당내 계파 간 충돌이 예상되고 있어 대선 전망은 더욱 어두운 상황이다.
한동안 여권 대선 후보 여론조사 1위 자리를 유지했던 김무성 대표는 6선의 반열에 올랐지만 총선 패배의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다만 김 대표는 김학용ㆍ김성태 의원 등 일부 측근 그룹이 생환하고 탈당 후 당선된 후보들이 복당할 경우 후일을 도모할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옥새 파동’에 대한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 주류 진영의 반감이 상당할 것이예상돼 김 대표가 대선주자로 전면에 나서기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해 줄곧 1위를 달리던 대선주자 지지율이 올해 들어 하락하기 시작해 4월 초엔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뒤지는 결과가 나온 여론의 변화도 김 대표에 악재다.
여권의 젊은 잠룡으로 꼽혀 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총선을 계기로 처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한 때 여권 잠룡 중 대선 주자 지지율 1위에 올라 총선에서 승리하면 단숨에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부상할 것이 예상됐지만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야권의 잠룡인 정세균 의원에게 패하면서 대권 꿈도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선거 패배가 확정된 13일 저녁 선거 사무실에서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여러 공약이 있었다”며 “직접 실천하는 것은 어려워졌지만, 당의 도움과 협조를 받아 공약을 실현하는 것이 나의 정치 일정일 것”이라며 정계 은퇴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재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역시 총선 패배로 대선주자 반열에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상대 후보가 야권 잠룡으로 급부상한 김부겸 의원이어서 김 전 지사의 총선 패배 내상은 훨씬 컸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유승민 의원은 4선에 성공했지만 잠룡으로 비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린다. 복당할 경우 대선주자들이 사라지거나 내상을 입은 상황에서 유 의원이 대권 도전에 나설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여론조사 결과 여권의 대선 후보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함께 탈당을 감행했던 조해진ㆍ류성걸ㆍ권은희 후보가 모두 낙선해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 무엇보다 공천 과정에서 등을 돌린 친박계의 압박이 유 의원의 대권행보를 가로막을 수 있다.
이밖에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과 새누리당 수도권의 새 간판으로 떠오른 나경원 의원 등이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지만, 최 의원 역시 총선 패배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고, 나 의원은 아직 대선 후보로는 약세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정몽준 전 대표 등 중앙정치에서 벗어나 있던 인사들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대선주자로서 무게감이 떨어지고 당내 기반이 취약한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네 사람 모두 청와대 및 친박계와 껄끄러운 관계라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처럼 여권에 마땅한 대선주자가 부재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외부 수혈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에 올해 말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순위로 거론된다.
특히 친박 진영은 총선 전부터 반 총장 띄우기에 나선 터라 대선 국면이 본격화 되면 반 총장 영입에 더욱 공을 들일 것이 예상된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과 반 총장이 최근 잦은 만남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단계로 집권 여당과 반 총장의 결합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러나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지, 정치 경험 없이 험난한 대선 행로를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론이 나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총선 참패에다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 가능성으로 ‘만신창이’가 된 여권의 간판으로 반 총장이 나설지 미지수다. 한 정치평론가는 “반 총장이 여권과 손을 잡는 순간 대권은 물건너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총선은 여권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치적 심판이었는데 반 총장이 그런 여권의 후보로 나서면 그간의 위상에 따른 기대감은 한순간에 날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정치평론가는 “이번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킨 것은 중도층의 선택 때문”이라며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3지대론’을 언급했다. 이에 따르면 반 총장은 대선 주자로서 경쟁력이 충분한 만큼 현재의 여야도 아닌 제3지대에서 대선 출마를 하는 것이 훨씬 많은 지지를 얻을 것이라는 얘기다.
더민주… 후보 1위 문재인 험난, 잠룡들 기회 노려
더민주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주자 1순위로 꼽힌다. 문 전 대표는 총선에서 종래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에다 문재인계 후보들이 대거 당선돼 당내 기반이 탄탄하다. 대선주자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것도 대권 꿈을 부풀게 한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호남을 잃은 ‘절반의 승리’라는 평가는 문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문 전 대표는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배수진을 친 상태에서 호남 완패라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벌써부터 국민의당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14일 문 전 대표가 ‘호남이 지지하지 않으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한 데 대해 “국민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호남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며 기다리겠다”고 밝혀 총선에서 호남 완패의 책임을 지고 즉각적인 정계은퇴를 택하기보다 시간을 두면서 호남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더민주 안팎에서는 당이 수도권과 부산ㆍ경남에서 예상 밖 선전을 한 데는 문 전 대표의 역할이 있고, 대선 지지율 1위 후보가 정계를 은퇴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이냐는 반론도 상당하다. 향후 문 전 대표의 행보에 따라 대선 레이스가 순탄할지, 험로가 될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번 총선을 예상 밖 승리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판 샌더스’를 자처한 김 대표는 “더이상 킹메이커를 하지 않겠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어 대권 도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의 또다른 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측근들이 총선 출사표를 던졌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당초 10여명이 ‘박원순 키드’를 자처하며 총선에 도전했지만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권미혁 당 뉴파티위원장 등 2명이 금배지를 얻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측근 4명이 금배지를 달아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남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김종민 후보와 비서실장 출신인 조승래 후보가 각각 충남과 대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성과를 거뒀다. 안 지사 선거 캠프의 대변인을 지낸 박완주 의원은 충남 천안을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캠프 총괄특보를 맡았던 정재호 후보도 경기 고양을에서 당선됐다. 안 지사는 측근들이 정치적 고향인 충남뿐만 아니라 대전과 경기까지 영역을 넓혀, 대권가도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대선 레이스 도중 하차할 경우 안 지사가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부겸 전 의원은 더민주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31년 만에 금배지를 달아 일약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더구나 여권 잠룡인 김문수 전 지사를 꺾고 승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경기도 군포에서 세 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한 김 전 의원은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새누리당 아성에서 세번 도전 끝에 4선 의원이 됐다는 점에서 야권 대권 주자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일부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을 뒤로하고 야권 험지인 부산에서 성공해 대통령에 된 것에 김 전 의원을 비유하기도 한다. 그만큼 대권 주자로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손학규 더민주 상임고문은 이번 총선의 보이지 않는 승리자라는 평이 따른다. 손 고문은 정계를 은퇴한 상황이지만 자신이 측면 지원한 손학규계 의원들이 줄줄이 당선되면서 현실정치 재개에 대비한 세력을 확보했다. 4선을 달성한 조정식(경기 시흥을)ㆍ양승조(충남 천안병) 의원과 3선의 이찬열(경기 수원갑)ㆍ이춘석(전북 익산갑) 의원, 재선 김민기(경기 용인을)ㆍ이개호(전남 담양ㆍ함평ㆍ영광ㆍ장성)ㆍ전혜숙(서울 광진갑) 의원을 비롯해 강훈식(충남 아산을)ㆍ고용진(서울 노원갑)ㆍ김병욱(경기 분당을)ㆍ박찬대(인천 연수갑)ㆍ어기구(충남 당진)ㆍ임종성(경기 광주을) 당선자가 첫 금배지를 달았다.
직계는 아니지만 재선에 성공한 이언주(경기 광명을)ㆍ전현희(서울 강남을) 의원 등이 이번 총선 과정에서 손학규 고문의 지지를 얻으며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행보다. 공천 과정에 손 고문계 인사들이 대거 후보에 오른 것과 관련해 일각에선 김 대표가 총선 후 손 고문과 대권을 도모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손 고문과 김 대표가 손잡고 대선에 나선다면 더민주의 대선 후보는 문재인-손학규 간 2파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 고문위 총선 후 행보가 더묵 주목받는 이유다.
국민의당…안철수 독주에 천정배ㆍ정동영 도전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4ㆍ13 총선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키면서 당을 승리로 이끄는 데 성공함으로써 대권 도전에 ‘청신호’가 켜졌다.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13일 더민주를 탈당할 때만 해도 야권분열의 책임론에 시달렸지만
독자노선을 고수해 리더십은 물론 자신의 ‘새정치’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야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광주와 호남 지역에서 절대 지지를 확보하면서 대권 가도에 날개를 달게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 대표가 야권의 중추인 호남의 맹주가 된 점은 향후 문재인 전 대표와의 야권 후보 대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전했다는 평이 따른다.
국민의당이 지역구 의석수는 더민주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지만 정당득표율에서 더민주를 제친 것은 ‘안철수 대세론’에 힘을 실어줄 확실한 지표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국민의당이 충청권, 영남권 등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한 것은 ‘안철수 대망론’에 걸림돌이다. 호남의 몰표는 야권 대선 주자로서는 든든한 배경이지만 ‘호남 자민련’이라는 비판에 시달릴 수도 있다.
안 대표와 대권을 놓고 경쟁할 후보로는 천정배 공동대표가 꼽힌다. 천 대표는 ‘뉴 DJ론’을 설파하며 정치적 보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천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 천정배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너무도 많다. 더 큰 힘을 주면 더 큰 성과를 내겠다”며 대선 레이스에 나설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번 총선에서 재기한 정동영 전 의원도 대선 레이스에 나설 수 있는 잠룡이다. 다만 본인의 의지가 관건이다.
장민우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