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지지율 하락세…여권 후보로 날까?

여권, 총선 참패와 대선후보 낙선ㆍ상처로 대권 난망

반기문 총장에 러브콜, 일각에선 “경선 거쳐야”

반 총장 지지율 총선 전후해 하락세…文 에 뒤지기도

“타 대선주자와 차별과 여권과 거리 둬야”… ‘제3의 정치’요구돼

‘반기문 대망론’성공 여부 본인에 달려…방한 행보 주목

4ㆍ13 총선 이후 정치권의 관심이 차기 대선으로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출마 여부와 당선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번 20대 총선 결과 여권의 대선 후보들이 대부분 낙선하거나 깊은 상처를 입어 마땅한 차기 주자들이 보이지 않는 것도 반기문 총장에 대한 관심을 높여준다.

차기 대선과 관련해 여권뿐만 아니라 야권, 나아가 여야를 떠나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치를 도모하는 진영도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가 상당하다.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총선 이후 차기 대선후보로 반 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예전 같지 않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반기문 대망론’에 대한 회의론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자칫 반 총장의 대망론이 약화되거나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기문 대망론에 대한 기대와 회의가 교차하는 가운데 반 총장의 행보가 궁극적으로 어디로 향할지 짚어봤다.

여권, 반기문에 러브콜, 경선 주장도

4ㆍ13 총선 결과 새누리당은 제2당으로 전락하는 참패에다 차기 대선 후보들이 큰 상처를 입으면서 대선 밑그림이 불투명하게 됐다. 잠룡으로 꼽혀 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는 낙선했고, 여권에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려 온 김무성 전 대표는 공천 파동과 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으로 당장 대권 행보가 어렵게 됐다.

친박(친박근혜) 진영 일각에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살아오면 차기 후보로 밀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오 전 시장이 낙선하고 재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차기 대선후보 경쟁에서 뒤처지게 됐다.

비박 쪽에서는 최대 기대주인 김무성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차기 대선의 유력주자로 꼽았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낙선했고, 김 전 대표는 ‘상처뿐인 영광’에도 못미쳤다.

김 전 지사를 이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야권의 대선후보로 급부상하면서 김 전 지사는 더욱 초라하게 대선 레이스에서 이탈되거나 한참 멀어졌다.

김 전 대표는 총선 참패로 당선의 빛이 바랬다. 대권 행보는커녕 당 안팎 비판부터 추스러야 할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김무성계 의원들이 상당수 생환하고 ‘공천 학살’에서 살아온 비박들이 김 전 대표에 우호적이어서 재기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김 전 대표는 여권에서는 1위이나 야권의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에는 크게 뒤지고,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와도 격차가 벌어져 대권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권 주자로 최근 부상하고 있는 무소속 유승민 의원은 공천파동을 거치며 잠룡 대열에 합류했지만 복당 문제가 남아있고, 여권 후보로 대선에 나서기엔 경쟁력과 무게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여권 사정이 이렇다보니 당 안팎에서 반기문 총장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친박 진영에서는 노골적으로 반 총장 띄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충청권 정치인들은 친박, 비박을 떠나 차기 대선에 ‘반기문 카드’가 최적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비박계를 중심으로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경선을 거쳐야 한다”며 제동을 거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일각에선 “반 총장의 인기엔 허수가 있다”며 “대선이 본격화돼 반 총장에 대한 검증이 들어가면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전 같지 않은 반 총장 지지율

여권에서 경쟁력 있는 차기 대선후보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반기문 총장에 대한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예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지난 1년 간 대선후보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뱐 총장은 줄곧 지지율 1위를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이다가 4ㆍ13 총선을 전후해 지지율 1위 자리를 빼앗기거나 차순위 후보와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의 차기 대선후보에 관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21.8%의 지지율로 2위인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16.1%)에 앞섰다. 그러나 1년 전과 비교해 반 총장(27.4%)은 줄고, 문 전 대표(15.2%)는 상승해 지지율 차이가 12.2% 포인트에서 5.7%포인트로 크게 좁혀졌다.

총선이 끝난 후 실시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문 전 대표가 반 총장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4월 정례 차기 대선주자 양자대결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은 각각 42.8%, 42.3%를 기록했다. 두 사람의 격차는 불과 0.5%포인트로 초박빙이었다. 잘모름은 14.9%로 집계됐다.

또한 양자 대결시 유권자가 가장 많은 수도권에서 반 총장은 문 전 대표에 뒤졌다. 서울에서 문 전 대표는 42.8%를, 반 총장은 35.4%를 기록했고, 경기ㆍ인천에서는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이 각각 47.0%, 42.5%로 조사됐다.

반 총장과 안철수 대표의 양자대결에서는 반 총장이 41.0%를 기록해 32.3%를 얻은 안 대표를 8.7%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모름은 26.7%였다.

이와 관련 한 정치평론가는 “4ㆍ13 총선이 사실상 차기 대선의 서막이라는 점에서 대선 경쟁이 본격화함에 따라 유권자인 국민이 대선 후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며 “정치권이 혼탁할 땐 장외에 있는 반 총장이 돋보였지만 총선이라는 정화 과정을 거쳐 정치권이 다소 투명해지면서 현실 대선후보들이 더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 총장의 지지율은 국내 정치권과 대선후보들의 행보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반 총장 방한, 반전 전기 될까

반 총장은 비정부기구(NGO) 회의 참석차 다음달 한국을 방문한다. 외교부 관계자 및 소식통 등에 따르면 반 총장은 다음달 제주에서 열리는 한 포럼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경북 경주시에서 개최하는 유엔 NGO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서울과 음성군도 방문할 예정이다.

4ㆍ13 총선 이후 반 총장의 행보가 주목받는 가운데 3년 만에 고향인 충북 음성군 방문은 ‘반기문 대망론’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반 총장은 2011년, 2013년 방한 당시에는 고향을 찾았다. 하지만 2014년 6ㆍ4 지방선거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력 대권 주자로 부각되고 대망론이 확산되자 지난해 방한 당시에는 공식 업무만 본 뒤 출국했다.

따라서 반 총장이 총선 이후 처음이자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충청은 물론, 일반 민심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정치권에서도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반 총장은 그간 대선 관련 질문에 일관되게 ‘침묵’을 유지했다. 내달 한국 방문과 고향을 찾을 때도 대선과는 거리를 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반 총장을 잘 아는 인사들은 “깊이 흐르는 물은 소리가 없다”며 반 총장이 대선에 관심이 있지만 표출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정치권에서는 총선 직후라 각 당 간판인 문재인ㆍ안철수ㆍ김무성 등이 회자되고 이에 따라 대선후보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반 총장이 다시 주목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특히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에 있고, 국제 정치ㆍ경제의 변화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도 반 총장의 위상을 높여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학교수인 한 정치평론가는 반 총장이 대권을 생각한다면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른 대선후보들과 차이 나는 특장점을 부각하고, 여권과의 차별화도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는 반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데는 여권 후보라는 인식이 작용한 측면이 있다며 여권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박 대통령과는 국가, 국제 관계에서 접촉이 불가피하겠지만 대선과 관련해선 가급적 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다른 정치 평론가는 반 총장이 충청권이라는 기반과 보수 성향의 영남권의 지지를 받으면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여론조사와는 무관하게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평가한다. 그는 “반 총장이 현재의 여도 야도 아닌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과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대선에서 승산이 높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방한이 대선 레이스가 서서히 달궈지는 시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볼일이다.

장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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