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영호남 화합 대통령’ 화두로 ‘영남돌파론’ ‘독자노선’추진

‘충청 연대론’ 대신 ‘동진 전략’ 강화

安 대표, 4ㆍ13 총선 최대 승리자…대권 행보에 탄력붙어

국민의당, 1ㆍ2당 좌우하는 제3당으로 우뚝…안 대표 정치 중심에

차기 대선 야권의 영남 한계 넘어 ‘영호남 통합 대통령’ 추구

4ㆍ13 총선이 ‘여소야대(與小野大)’, ‘3당체제’라는 새로운 정치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차기 대선주자들의 대권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대 총선이 여권 참패, 야권 선전 내지 돌풍이라는 결과에 따라 여당 대선주자들이 추락한 상황에서 야권 후보들의 선두권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가 양강체제를 이루고 있다.

최근 차기 대선후보 관련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는 지지율 1ㆍ2위를 다투며 대부분의 지역에서 오차 범위내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가장 두드러진 약진을 한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 따라 차기 대선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 대표는 차기 대선의 상수이자 대권에 근접한 후보로 평가받는다. 일각에선 대선지형의‘확장성’ 측면에서 안 대표를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기도 한다.

총선 이후 전개되고 있는 대선 흐름이 안 대표에 유리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당 안팎에선 ‘대권’ 고지를 향한 방안을 놓고 이견이 충돌하고 있다.

‘정권교체’를 화두로 대권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안 대표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안 대표 본격적인 대권행보 이어가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겠다.”

안철수 대표는 4ㆍ13 총선 이후 처음으로 ‘녹색돌풍’의 발원지인 광주를 찾아 정권교체와 대권도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안 대표는 17일 광주 5ㆍ18 국립묘지를 방문한 뒤 “국민의당이 정권교체의 큰 그릇이 될 것”이라며 “박근혜 정권과 낡은 기득권 정치, 패권정치에 반대하는 모든 합리적 개혁세력을 모아 2017년 정권교체의 초석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호남이)국민의당을 정권교체의 도구로 선택했다”면서 야권의 최대 주주인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주인’임을 내비쳐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와의 야권 주도권 경쟁에서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날 안 대표는 “여러 명의 대통령 후보가 경쟁하는 판을 만들겠다.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 험하고 고통스러워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헤쳐나가겠다”며 대권 경쟁에서 독자노선을 내비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 대표는 대권도전의 기반을 마련한 호남을 방문한데 이어 자신의 고향인 부산을 방문해 PK(부산ㆍ경남) 지역에 대한 대권행보를 이어갔다.

안 대표는 19일 부산 중구를 찾아 대선 결선투표제에 대해 언급하는 등 대권도전의 뜻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이후 TK(대구ㆍ경북) 중심인 대구를 방문해 “대구에서는 더민주보다도 훨씬 더 많은 지지를 보내주셨다. 대구ㆍ경북 모두 정당 지지로 제2당이 됐다”며 영남에서 국민의당이 선전과 더민주에 비교 우위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안 대표의 총선 후 행보는 야권의 토대인 호남을 다지고 영남을 방문해 '동진(東進) 전략' 을 펴는 등 전적으로 ‘대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소야대, 3당체제 속 안 대표 비중 높아져

이번 20대 총선은 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선전 속에 ‘여소야대’ , ‘3당체제’라는 정치지형을 형성했다.

총선 결과(지역구+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으로 더민주가 원내 제1당이 됐고, 새누리당은 전체 의석의 과반에 턱없이 모자랐다.

여소야대는 20년, 3당체제는 16년만의 일로 이미 막이 오른 차기 19대 대선 경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당은 총선에서 대패한데다 대선주자들이 낙선하거나 깊은 상처를 입어 대선 레이스에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대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장외 후보들이 더 주목받고 있다.

야권은 총선 승리에 따라 대선주자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제1당이 된 더민주의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김부겸 당선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천정배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잠룡들의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의 야권 후보로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를 가장 유력하게 꼽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ㆍ2위를 다투는 양상이 차기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단 총선에서 제1당이 된 더민주의 문 전 대표가 유리한 상황이지만 비록 3당임에도 야권의 최대 기반인 호남을 장악한 안 대표의 경쟁력도 상당하다는 평이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여소야대, 3당체제라는 정치지형이 문 전 대표와 안 대표 중 누구에게 유리한가에 대해 견해가 갈린다.

문 전 대표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측은 더민주가 제1당에다 전국정당의 면모를 갖춘 것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이는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완패한 약점을 상쇄하고도 남으며, 향후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최대 힘을 발휘할 것으로 평가한다.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이 호남을 석권하다시피했지만 1996년 15대 총선에서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50석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후 다음선거에서 17석으로 줄어들며 사실상 정치권 주류에서 밀려난 것처럼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안 대표에 승산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여소야대, 3당체제에서 정치나 국정이 더민주보다 국민의당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 안 대표가 정치 중심에서 여론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본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1당인 새누리당도 단독 과반에 실패한 만큼 국민의당 도움 없이는 법안을 뜻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며 “3당 체제에서는 자연스럽게 국민의당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특히 안 대표가 야권의 기반이자 중심인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대권의최대 발판이라는 평이다. 야권 후보 간 경쟁에서 최대 강점이고, 호남을 상실한 더민주가 1당이라는 것은 대선에서 무의미하다는 혹평도 뒤따른다.

국민의당이 3당이지만 비례대표 정당지지율은 26.74%를 기록해 제1정당인 더민주의 25.54%보다 높았다. 특히 당선자를 2명밖에 내지 못한 서울에서 28.3%를 얻어 더민주(25.93%)를 제쳤고, 대구에서도 17.42%를 얻어 더민주(16.30%)를 따돌렸다.

이는 차기 대선 경쟁에서 안 대표가 문 전 대표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국민의당이 전국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을 확실하게 차지했다”면서 “호남에 사는 사람들과 서울·수도권으로 이주한 호남 출신 사람들 사이에는 정신적 연대가 있다. 이는 확장성도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호남 자민련’ 논란과 관련해 국민의당과 전문가들은 “자민련과 국민의당은 다르다”고 말한다. 총선에서 자민련과 국민의당이 각각 기반인 충청과 호남에서 선전하고 제3당으로서 돌풍을 일으킨 것은 유사하지만 두가지 점에서 결정적 차이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첫째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자민련 돌풍을 일으킨 김종필 총재와 이번 20대 총선에서 녹색바람을 일으킨 안철수 대표와의 차이다. 김 총재는 충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지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적었다. 반면 안 대표는 차기 대선의 유력한 주자로 당의 전국정당화와 표의 확장성 측면에서 김 총재보다 우월하다. 다시말해 국민의당이 ‘호남 자민련’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다.

둘째는 자민련과 김 총재가 기반한 충청권과 국민의당 및 안 대표가 대표성을 갖게 된 호남은 정치적 비중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즉, 대선에서 야권 후보의 경우 충청은 대권에서 주요 변수이지만 호남은 지지를 얻지 못하면 대선후보도, 대권도 차지할 수 없는 ‘상수’라는 점이다.

문 전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두 차례나 호남을 방문하는 등 등돌린 민심을 잡기 위해 전력한 것이나 “호남에서 지지 거두면 정치 은퇴, 대선 불출마 하겠다”고 한 것은 그만큼 대선에서 호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율 교수는 “지지 기반인 충청권 외에서는 세력 확장에 실패한 자민련과 달리 국민의당은 호남을 발판삼아 전국 정당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영남돌파론’ ‘영호남 대통령’ 프로젝트

최근 국민의당 안팎에서는 총선을 통해 호남의 지지를 분명하게 확인한 만큼 차기 대선에서 표의 확장을 위해 어느 세력과 연대할 것인가를 놓고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당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호남 정치인들은 ‘충청’을 대선의 파트너로 삼으려는 경향을보이고 있다. 반면,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대선 승리를 위해‘영남’과의 연대를 강조한다.

호남 정치인들이 충청과의 연대를 주장하는 데는 ‘영남한계론’과 ‘영남포위론’이라는 논리와 전략이 근저에 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호남의 한 중진은 “15대 대선의 ‘DJP 연합(김대중+김종필)’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야권은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에 맞서 호남을 대표하는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DJ)와 충청의 상징인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JP)가 손잡고 승리를 일궜다. 정치공학적으로 ‘호남+지역’이 영남의 일방적 지지를 받은 이회창 후보를 꺽은 것이다.

호남 정치인들은 차기 대선에서도 호남과 충청이 손잡고 새누리당이 기반하는 영남을 포위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른바 ‘영남포위론’으로 이는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이 영남에서 지지세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영남한계론’과 맥락이 닿아 있다.

국민의당 중진 정치인은 “대선은 총선과 다르다. 지역이 확연하게 갈려 차기 대선에서도 영남은 일방적으로 여당 후보를 밀 것”이라며 “그럴바엔 충청을 확실하게 챙기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에서 충청권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영남보다 충청에 올인(all-in)하는 것이 전략적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국민의당 사람들은 영남에서 지지세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 대표의 측근으로 전략통인 한 인사는 “영남이 여당 후보에 기운 것은 맞지만 일정 부분 표심을 바꾸면 배 이상의 효과가 있다”며 “안 대표가 영남(부산) 출신인 만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의 근거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1997년 15대 대선과 문재인 전 대표가 야권 후보(민주통합당)로 출마한 2012년 18대 대선에서 확보한 영남표를 비교했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TK인 대구에서 12.5%, 경북에서 13.6%의 득표율을 보였다.. PK인 부산에서는 15.2%, 경남 11.0%, 울산 15.4%였다.

이에 반해 문재인 전 대표는 18대 대선에서 대구 19.5%, 경북 18.6%로 DJ보다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문 전 대표 고향인 PK에서는 부산 39.9%, 경남 36.3%, 울산 39.8%로 득표율이 상당히 높았다.

안 대표의 측근 인사는 “안 대표가 부산 출신이고 젊은데다 중도ㆍ보수 노선이어서 영남에서 문 전 대표보다 높은 득표율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여당 텃밭인 TK 지역에서 국민의당 득표가 더민주를 앞선 것이나 PK에서 더민주에 불과 5% 정도 뒤진 것은 대선에서 안 대표의 표 확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영남돌파론’을 강조했다.

또 다른 안 대표의 측근 인사는 “15대 대선에서 DJP연대 효과는 당시 이인제 후보가 여당 표를 잠식한 측면이 크다”며 “충청과의 연대보다는 영남에서 지지세를 높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15대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40.36% 득표율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38.7%)를 약 40만표 차이로 이겼다. 당시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는 19.2%의 득표율을 보였다. 여당 이회창 후보의 표를 상당 부분 이인제 후보가 가져간 결과였다.

안 대표 측이 차기 대선과 관련해 ‘영남돌파론’ ‘동진전략’을 내세우는 데는 최초의 ‘영호남 대통령’이라는 ‘명분’내지 ‘화두’가 크게 자리한다.

앞서 안 대표의 측근 전략통은 “망국적인 지역갈등은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해소하지 못했는데 만일 안 대표가 호남을 기반해 영남에서 지지를 받는‘영호남 대통령’을 화두로 내세우면 상당한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역주의 청산’과 ‘영호남 화합’이라는 모토는 안 대표의 핵심 대선 전략이 될 것이라고 측근은 전했다.

‘독자 노선’으로 정면승부 거나

안 대표는 총선 전 더민주와의 재통합, 후보 간 연대 문제로 당 안팎으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았다.

당에서는 천정배 대표, 김한길 의원 등을 중심으로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더민주와의 후보 간 연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특히 수도권 출마자들과 지지자들은 안 대표에 후보 연대를 주장하며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당 밖애서는 더민주 김종인 대표를 비롯해 야권 인사들이 새누리당의 싹쓸이를 막기 위해 당대 당, 후보 간 연대가 필수적이라며 안 대표를 압박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독자 노선’을 주장했다. 더민주와의 통합론을 일축하고 후보 간 연대도 반대했다. 선거 막판 야권 후보 간 연대에 일정 부분 양보를 했지만 국민의당 간판으로 선거를 치룬다는 원칙을 고수다. 안 대표 자신의 얼굴로 총선에 임한다는 각오를 보였으며 전국을 순회하며 후보를 지원했다.

결국 안 대표의 선택과 결정이 옳았다는 선거 결과를 가져왔다. 안 대표가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자, 진정한 승리자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총선 후 차기 대선이 본격 시작되면서 당 안팎에선 벌써 야권 연대 내지 통합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차기 대선에서도 국민의당 ‘독자 노선’을 피력했다.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19대 대선을 치루겠다는 것으로 지난 대선 때와 같은 양보나 중도 하차는 없을 것이라는 각오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신생 정당으로 약소한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수도권에서 상당한 득표를 하고 호남을 장악한 것은 안 대표의 전략이 승리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차기 대선을 앞두고 당을 정비하고 유력한 후보를 낸다면 당뿐만 아니라 안 대표 개인도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총선과 그 이후의 흐름을 보면 안 대표가 독자 노선을 고수하는 것이 대선에서 유리하고 문 전대표와의 경쟁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장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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