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자금 세탁, ‘정운호 리스트’ 등 검찰 이미 알고 있어

비밀 손에 쥔 면회인 A씨 첩보 입수하고도 조사 안해

검찰, 정운호 조사에서 연예인과 부적절한 관계도 확인

경기도 별장, 강남 한정식당 정ㆍ관ㆍ재계 로비 장소 활용

정운호 정ㆍ관ㆍ재계 로비 광범위…법조계 후폭풍 축소수사 조짐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을 비롯한 관가와 재계 인사들 중 누가 정 대표의 로비 범위에 포함됐는지를 두고 여러 추측과 정황이 쏟아지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정 대표는 전관 변호사와 브로커를 통해 ‘구명 로비’를 벌인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정 대표의 로비 사실을 뒷받침할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대한변호사협회, 국세청, 네이처리퍼블릭 등을 압수수색하고 정 대표 측근들을 차례로 불러들여 조사에 박자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서 검찰 수사를 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검찰이 정 대표의 해외도박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구명로비와 해외자금세탁, 성매매 혐의 등에 대해서도 일부 첩보를 입수하고도 수사를 확대하지 않고 사건을 축소했다는 말이 검찰 주변에서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검찰은 정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내용을 상당부분 인지하고 있었고, 올 초에도 정 대표를 다시 불러 롯데면세점 입점로비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 대표로부터 직접 관련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롯데면세점 입점로비와 성매매 등에 대해 검찰은 따로 조사하지 않는 등 정 대표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지 않았다. 이는 최근 정 대표가 수사협조를 조건으로 검찰이 형량을 낮춰 주는 식의 ‘사건축소 거래’를 했다는 주장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이런 점을 살펴보면 검찰은 정 대표의 최모 변호사 폭행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정 대표의 해외비자금세탁, 정ㆍ관ㆍ재계 로비의혹, 성매매 등에 알고도 묵인했다가 사건이 불거지자 부랴부랴 뒷수습을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단서 상당 부분 확보

검찰은 올해 초 롯데면세점 입점로비 의혹과 관련된 첩보를 입수하고 수감 중인 정 대표를 다시 불러 관련 내용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검찰은 해외도박자금과 관련 환치기 자금세탁, 성매매,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등에 대해 캐물었다. 당시 검찰은 최근 긴급체포된 한모씨와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등에 대한 구체적 사실일체를 확보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와 관련해 정 대표를 일체 배재한 체 롯데면세점의 비리 등만 따로 때어내 사건화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왜 정 대표의 추가 혐의를 캐지 않고 정 대표를 참고인 조사만 했는지 이유는 정확히 드러난 바 없다.

석연치 않은 대목은 이뿐만 아니다. 종편방송국의 한 검찰 출입 기자는 당시 이 같은 내용 일부를 입수하고 검찰 고위관계자에 사실확인을 요청했으나 해당 고위인사는 “전혀 모르는 일이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검찰 고위관계자는 검찰 수사라인 실무 책임자로 그가 정 대표에 대한 참고인소환 조사 사실을 진짜 몰랐는지, 알고도 모른 척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여러 정황상 정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은밀하게 진행됐으며 해당 조사내용도 검찰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다뤄졌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검찰 수사의 석연치 않은 대목은 이뿐만 아니다. 검찰은 정 대표의 핵심 최측근으로 그의 도박자금을 환치기 등으로 세탁해주고 국내외 도박장을 정 대표와 연결해준 A씨에 대해 여러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한국>이 관계부서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A씨는 수시로 정 대표를 면회하며 이른바 ‘옥바라지’를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 대표 주변인들과 검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 대표의 도박행각 뒤에는 A씨가 있다. 그가 정 대표의 도박 자금 조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이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인적사항을 확보하고 그가 정기적으로 정 대표를 면회하며 정 대표의 자금 관리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정 대표의 도박자금과 관련해 수사하면서 A씨를 제대로 조사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그의 존재를 모른척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검찰이 정 대표 자금 흐름을 파악할 수 없어 로비 의혹을 추적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 대표와 측근들만 가볍게 처벌하고 정ㆍ관ㆍ재계 전방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확대하지 않기 위해 ‘정운호 자금’ 용처를 들추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정 대표의 측근 A씨는 네이처리퍼블릭의 탈세와 정 대표의 횡령에 깊게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를 통해 분명히 추가 혐의를 들출 수도 있고 로비자금 조성과 용처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는데 검찰이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넘어간 것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교정당국을 통해 정 대표를 면회한 인물들에 대한 자료를 일체를 넘겨받았다. 아직 A씨에 대해 검찰은 밝히지 않고 이모씨 등에 대한 내용만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이를 두고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검찰이 A씨에 대한 내용을 덮고 이씨와 박모씨 등의 로비행위만 부각해 시선끌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다.

비자금 루트 판도라 상자 되나

정 대표는 연예인과 부적절한 행각을 일삼은데도 적지 않은 돈을 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에게 연예인을 소개한 인물은 연예계에 몸담은 적 있는 J씨로 알려졌다. J씨와 정 대표는 매우 가까운 관계로 J씨가 지금까지 정 대표에 연결해 준 여자 연예인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측근들에 따르면 정 대표는 구속되기 전에도 미모의 여자 연예인과 은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에 긴급체포된 한씨도 정 대표의 연예인과의 관계에 대해 “그 행각에 대해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이야기를 하자면 끝도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체포되기 전 <주간한국>과 만난 자리에서 “정 대표는 청담동의 한 룸살롱에서 재계인사들과 함께 밤새워 도박을 하곤 했다”며 “이 자리에서 하룻밤에 수십억 원씩 날리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 여자연예인들이 동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한씨는 “연예인과의 은밀한 관계와 관련해 왜 정 대표가 한 번도 문제가 되지 않는지 잘 생각해봐야 할 일”이라며 “그는 별장으로 호텔로 연예인들과 어울린 게 한 번 두 번도 아니고 쓴 돈도 엄청나다. 그런 부분에 대해 검찰에서 수사를 하게 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톱스타급 연예인들 중 정 대표와 은밀한 관계를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이들을 보면 발라드 가수 B씨, 댄스가수 C양, 영화배우 겸 탤런트 D양 등이 있다.

정 대표 수사와 관련, 세간의 관심은 정 대표가 로비를 벌인 정치권과 관가 인물이 누구인가 하는 부분에 쏠려 있다.

정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최근 교도소에 수감 중인 정 대표의 접견 기록과 관련 녹취록을 최근 교정당국으로부터 넘겨받아 자료를 분석 중이다.

정 대표가 지난해 10월 구속된 이후부터 최근까지 만난 변호사와 접견 일시 등을 기록한 내역뿐 아니라 일반접견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녹취록도 입수됐다. 수사나 재판을 받는 수형자를 변호인이 접견하는 경우 녹취가 금지되지만 가족이나 지인 등이 일반접견 형식으로 수형자를 만나서 나눈 대화는 관련법에 따라 녹취된다.

특히 사건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브로커 이모씨가 수배자 신세가 되기 전에 정 대표를 만나 각종 형사사건 처리 문제를 논의한 녹취록과 접견기록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실제로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을 배당받은 임모 부장판사와 저녁식사 자리에서 접촉하며 구명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이 분석 중인 접견자료에는 전날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부장판사 출신 최모 변호사와 관련된 최근 기록도 있다.

최 변호사는 과도한 수임료을 받고 현직 판사 등을 상대로 ‘전화변론’ 등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 자료에는 최 변호사와 ‘긴밀한 관계’라고 주장한 이모씨가 최근 정 대표를 접견한 내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착수금만 20억원에 달하는 수임료를 받아갔지만 보석 청구가 기각되는 등 사건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수임료 반환 문제로 정 대표와 갈등을 빚었다. 최 변호사는 교도소 접견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정 대표를 경찰에 고소했는데, 지난달 15일 최 변호사를 대신해 사건을 접수시킨 사람이 이씨였다.

최 변호사 측은 정 대표가 접견에서 재판 문제 외에도 네이처리퍼블릭을 운영하면서 벌인 각종 로비 활동을 폭로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최 변호사는 그 내용이 60여차례에 걸쳐 녹취돼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법조비리 외부로 돌리는 검찰

법조계에서는 “변호사가 의뢰인의 정보를 폭로형식으로 유출한 것도 심각한 문제인데 의뢰인과의 대화를 녹음해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와 함께 검찰이 또 다른 브로커 한모씨를 체포해 진위를 확인 중인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도 최 변호사가 정 대표를 접견한 과정에서 언급된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씨는 정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고 군 관계자 등에게 로비해 특정 물품을 군에 납품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함께 정 대표의 변호인들과 주변 인사들의 금융계좌도 추적해 입출금 내역 등 의심스런 자금 흐름을 살피고 있다.

또 정 대표의 전방위 로비 과정에서 법조브로커로 알려진 건설업자 이모씨의 역할을 두고 여러 소문들이 무성하다.

일단 검찰은 이씨를 지난 1월 지명수배하고 출국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정 대표가 지하철역 내 매장 확장과 관련, 서울메트로 직원 등을 상대로 벌인 로비활동 과정에도 개입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도박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던 당시 일부 경찰관이 사건무마 대가로 정 대표에게 매장을 요구했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씨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정 대표가 100억대 도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재판부의 L 부장판사를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29일 정 대표 사건 청탁을 목적으로 L 부장판사와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측은 L 부장판사가 정 대표의 항소심 사건이 배당된 사실을 모르고 식사 자리에 참석했으며 배당 사실을 알고 바로 재배당을 요청해 다른 재판부로 사건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또 정 대표가 검사장 출신 H 변호사를 동원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의혹에서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말 필리핀 정킷방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되기 전인 2014년 검찰은 마카오 도박 혐의로 정 대표를 수사했으나 정 대표는 2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정 대표의 변호인단에는 검사장 출신이자 이씨와 고교동문인 H 변호사가 포함됐다.

정 대표의 법조계 로비 의혹에 이씨가 깊숙이 개입한 정확이 드러나면서 검찰이 이씨 수사를 계기로 정씨에 관한 법조 비리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검찰이 법조비리 수사를 정치권과 국세청 등 관가로 확대해 물타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틀새 20곳 가까이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일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조윤리협의회, 서울지방국세청, 관할세무서 등 총 4곳을 압수수색했다.

정 대표는 검경 수사무마와 사업 확장을 목적으로 브로커 여러명을 통해 각계 인사를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전날 서울 서초구의 최 변호사 사무실과 관할 세무서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수임 관련 기록과 세무자료를 확보했다. 이어 이뤄진 이날 압수수색은 수사무마 로비 의혹에 연루된 검사장 출신 H변호사와 최 변호사의 수임 자료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이뤄졌다.

검찰은 정 대표가 도박 혐의로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H 변호사와 최 변호사가 부당한 압력이나 로비를 벌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에서 로비 의혹이 불거진 두 변호사의 전체 사건 수임 내역과 사무장 명단, 인적사항 등을 확보한 뒤 브로커 개입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또 이날 최 변호사와 H 변호사의 수임내역 등과 수임료 관련 탈세 여부를 추가 확인하기 위해 이들의 관할 세무서에서 세무자료도 건네받았다. H 변호사 사무실은 전날 압수수색 대상에선 제외됐었다.

정 대표는 2012년 마카오 도박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경찰은 2014년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도 무혐의 처분했다. H 변호사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검사장 출신이란 점을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 대표 비리 한씨 입 열까

정 대표는 2005년 100억대 필리핀 정킷방 도박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1심에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항소심에서 부장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를 선임하고 보석 조건으로 20억원의 수임료를 줬다. 최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사법연수원 동기인 부장검사를 찾아가 구형량을 낮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검찰은 지난해 정 대표의 100억대 도박혐의를 수사한 뒤 회삿돈 횡령 혐의는 제외한 채 상습도박 혐의만 적용해 재판에 넘겨 그 배경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보이지 않는 로비의 힘이 일정부분에 작용한 것은 부인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향후 법조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은 정 대표가 회사 자금을 빼돌려 변호사 수임료 수십억원과 로비 자금으로 썼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번 수사를 전개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군납비리 의혹도 불거지고 있어 정 대표의 로비 의혹이 어디까지 미칠지 관측이 무성하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정운호 대표에게서 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알선수재)로 브로커 한씨를 지난 5일 구속했는데, 한씨는 정 대표와 그동안 커미션 미납 문제로 고소고발을 제기해 소송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이미 수개월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 검찰이 왜 이제 와 급급하게 한씨의 신병을 구속했는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검찰에 따르면 한씨는 군대 내 매장에서 네이처리퍼블릭의 화장품 판매를 할 수 있도록 군 관계자에게 청탁하겠다는 명목으로 정 대표로부터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정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과정에서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20억원을 건넸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한씨에 따르면 그는 2012년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매장 운영에 관한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면세점 내 점포 위치 조정이나 제품 진열, 재고 관리 등을 도와주고 점포 수익의 3∼4%를 수수료로 받는 내용과 함께 네이처리퍼블릭이 영업 이익의 일부를 커미션 명목으로 롯데면세점측에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2014년 7월 한씨 측과 거래를 중단하고 ○○사와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다. ○○사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장남 장모씨가 운영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한씨와의 계약 체결과 해지, ○○사와의 신규 거래 과정에서 정 대표가 롯데 측에 로비를 벌였다는 게 한씨 측의 주장이다.

또 한씨는 “정 대표는 별도의 계좌를 통해 신영자 이사장 측에 커미션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폭로했다.

한씨 측은 군 납품이나 면세점 운영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정 대표가 로비 활동을 위해 네이처리퍼블릭 고위직을 주겠다거나 회사의 납품관련 하청을 주겠다고 한씨에게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가 롯데면세점 입점로비 중간 브로커 역할을 한 것은 이 때문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한씨가 2011년 초ㆍ중학교 동기인 이모 전 국방부 차관을 통해 군대 내 매장 관리를 맡는 박모 국군복지단장(당시 육군 소장)과 만나 네이처리퍼블릭 제품의 군 납품 문제를 논의하고, 복지단장의 친구인 변호사를 로비에 동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실제로 군 관계자에 대한 납품 로비가 성사됐는지, 이를 대가로 금품 거래가 오갔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정 대표 로비가 법조 비리 사건을 들출 수도 있다는 점과 정 대표의 로비 대상이 정관계 고위인사라는 점에서 사건이 용두사미형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정 대표가 고용한 전관 변호사ㆍ브로커들이 현직 판ㆍ검사에 구명 로비를 했는지, 이들 간에 ‘뒷거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규명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일단 정 회장이 도박자금 등을 조성하기 위해 현금 세탁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 자금 중 어느 정도가 로비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규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금으로 돈을 건넬 경우 규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수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검찰이 검사장 출신 ‘거물급’ 전관 변호사와 현직 부장판사들이 로비리스트에 올라 있는데, 이 들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H변호사의 과거 수임 자료를 확보했다. 또 관할 세무서를 압수수색해 H변호사의 세금 신고 내역을 파악하고, 계좌 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주변 자금 흐름을 쫓고 있지만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는 말이 벌써부터 돌고 있다.

일단 H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없었다. ‘제 식구 감싸기’란 지적이 나오자 검찰은 “아직 의혹이 범죄단서 수준으로 넘어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검찰이 H변호사 수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런 부분들 때문이다. 검찰의 대대적 압수수색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에서 H변호사만 사무실 자료를 은닉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H변호사는 정 대표의 핵심 브로커 이씨와는 고교 동문으로 친분이 있는 사이다. H변호사와 더불어 정 대표의 ‘로비 스캔들’을 촉발한 최 변호사가 구형량 감형 등을 부탁했다는 S부장검사의 관계도 예사롭지 않다. 최 변호사와 S부장검사는 대학 동문이자 연수원 동기이다.

현직 판사에 대한 검찰 조사는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브로커 이씨와 저녁식사를 한 L부장판사, 정 대표가 평소 ‘형님’으로 불렀다는 수도권 법원의 K부장판사 등이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금품 수수’ 등의 범죄 혐의를 포착하지 못한다면 법원이 압수수색·계좌추적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사자들이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이 경우 참고인 조사도 강제로는 불가능하다.

100억원대 해외원정 도박 혐의로 수감중인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구치소에서 여성 변호사를 폭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최 변호사는 서울구치소에서 정 대표를 접견하던 중 폭행 당했다며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한 바 있다.

고소장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지난달 12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착수금 반환 문제를 논의하러 찾아 온 최 변호사에게 욕설을 하며 손목을 비틀어 주저앉히고, 의자 쪽으로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감금폭행치상)를 받고 있다. 손목 연골 부위를 다친 최 변호사는 같은달 15일 고소장과 함께 전치 3주의 상해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정 대표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던 최 변호사는 올해 3월 정 대표 측 요청으로 사임했다.

정 대표는 2013년 3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마카오와 필리핀 마닐라의 카지노에서 100억원대 원정 도박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지난 8일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 받았다. 그는 최 변호사와의 사건이 있기 직전, 구치소 교도관들을 향해 막말을 퍼붓고 몸을 밀치는 등 소란을 피워 독방 2주의 징계를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