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검찰’ 위기감 확산, 역풍 우려…‘법조비리’전방위 수사 확대 부담

“정 대표 법조로비 내가 다 알아 수사결과 보고 추가 폭로할 것”

브로커, 변호사들 다른 여러 수사에도 로비 정황, 위기에 몰린 검찰

검찰 내부회의 수사범위 조율, “뿌리째 캐내긴 힘들다” 역풍 우려

정운호, 최 변호사, 홍 변호사, 이모씨 등 직접관계자 수사에 집중방침

“검찰 수사 꼬리 자르고 외부로 관심 돌리기 주력할 것” 관측도


전관 변호사와 브로커를 동원한 정운호(51ㆍ복역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최유정(46ㆍ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를 전격 구속하고, 정 대표를 변호했던 검사장 출신 홍만표(57ㆍ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일 정 대표 등으로부터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불법 변론 활동을 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최 변호사를 구속 수감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최 변호사의 수사 기록과 증거자료를 토대로 서류 심사를 거쳐 “범죄사실의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검찰 안팎에선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를 놓고 여러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검찰 지휘부는 내부적으로 사건과 관련된 회의를 열고 수사 방향과 범위 등을 논의했다. 일단 일선 수사부의 조사내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 많지만 수사의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차별적인 수사확대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를 비롯해 최 변호사와 홍 변호사 그리고 브로커 이모씨 등에 대한 수사를 먼저 하고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는 부분은 추후 다시 검토해 확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검찰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검찰이 전관 법조로비 수사를 뿌리째 캐지 않고 꼬리자르기를 하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전관 법조로비를 수사한다는 것은 검찰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수사 대상 대부분이 법원 검찰과 선배, 후배로 엮여 있어 경우에 따라 검찰을 검찰이 수사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브로커 추악한 커넥션

검찰이 검사장 출신 전관인 홍만표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이렇다 할 구체적 단서를 잡지 못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고의로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의 구명로비를 한 브로커 이씨의 소개를 받아 정 대표와 알고 지냈다. <주간한국>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정 대표와 매우 가까운 관계였으며, 그의 구명을 위해 전방위로 뛴 인물이다. 정 대표는 자신의 신변과 관련해 중요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가장 먼저 홍 변호사와 상의할 정도였다고 한다.

검찰은 정 대표가 원정도박 혐의로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을 때 변론한 홍 변호사를 이르면 다음 주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홍 변호사는 변호사법 위반 및 탈세 혐의를 받고 있다.

정 대표와 홍 변호사의 관계를 두고 여러 소문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 대표와 홍 변호사와의 관계, 그리고 정 대표의 법조로비, 불법도박, 연예인과의 부적절한 관계 등 여러 비리 행각에 대해 잘 아는 한 인사가 주목을 끈다.

이 인사는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직접 나서서 검찰의 부실수사를 겨냥한 여러 증거를 폭로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일수도 있다.

정 대표와 홍 변호사의 관계에 대해 잘 아는 이 인물은 “홍 변호사가 정 대표를 위해 법조계에 역할을 해준 부분이 적지 않다”며 “최근 그를 두고 여러 소문이 많은데 그가 정 대표로부터 받은 돈은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천문학적”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 자세히 밝히긴 곤란하지만 홍 변호사와 최 변호사가 어떻게 정 대표의 사건을 맡았고 그동안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검찰이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검찰은 분명 자료를 손에 쥐고 밝히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검찰이 수사하는 것을 좀 더 지켜볼 계획이다.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진실을 은폐할 경우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정운호 법조로비 커넥션을 폭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정 대표는 특정 장소에서 로비를 했고 주요 인사들과 접촉을 했다. 홍 변호사도 이 장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홍 변호사는 정 대표가 정ㆍ관ㆍ재계 사람들을 만날 때 동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 대표와 홍 변호사가 누구를 어디서 어떻게 만나 무엇을 했는지 검찰이 스스로 밝히지 못하면 내가 직접 검찰의 추악한 커넥션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 브로커로 알려진 이모씨 외 다른 브로커 A씨와 정 대표의 도박 자금을 관리해온 B씨 그리고 정 대표와 친분이 있는 기업인과 도박 멤버들 그리고 문제 있는 연예인들의 명단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심지어 이씨의 행적과 그의 로비자금 용처를 소상히 알고 있는 인물들의 신원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을 통해 확보된 단서와 정황들에 대해 수사를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홍 변호사는 대표적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리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과 기획조정부장 등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 수사통이다. 홍 변호사는 검찰 내부 신망이 두터워 가까이 지내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홍 변호사는 검찰 관계자들을 자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로비 행각 범위 안에 검찰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홍 변호사가 정 대표의 여러 사건을 챙기며 ‘특별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정 대표의 로비 행각에도 연결됐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는데도 검찰이 그에 대한 혐의 입증에 유독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은 다소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3년 전 정 대표의 고문 역할과 함께 변호를 맡은 홍 변호사는 정 대표의 구명로비를 한 브로커 이씨의 소개를 받아 정 대표와 알게 된 뒤 친 형제처럼 지내며 여러 사건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추고 싶은 그들의 비밀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결국 홍 변호사를 정조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정 대표의 구명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 변호사의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의 금융계좌를 샅샅이 훑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변호사가 정 대표 등의 사건을 맡아 처리하는 과정에서 탈세나 부당한 명목의 수임료 거래 등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검찰은 또 홍 변호사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그가 정식 선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전화 변론’을 했거나 수임계약서와 달리 거액의 돈을 추가로 받았는지 등도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의 수사방향이 일단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 방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홍 변호사에 대한 수사 핵심인 탈세나 부당한 수임료에 대한 수사는 결과가 빤하다는 것이다. 결국 홍 변호사는 탈세를 한 적도 없고 부당한 수임료를 받은 흔적이 없어 무혐의 처리될 것이라는 게 검찰 주변의 관측이다. 그의 로비나 비밀장소에서 가진 은밀한 만남 등에 대한 실체는 “의혹일 뿐 사실관계 입증이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우선 홍 변호사가 세무관계에 매우 철저한 인물로 꼽힌다는 점이다. 그는 검찰 수사 기법을 잘 알고 있어 평소 세무문제를 매우 꼼꼼히 처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로비는 거의 현금을 사용하기 때문에 청탁과 함께 금품이 오갔는지 규명이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은밀한 만남들에 대해선 ‘평소 친분이 있어 만났을 뿐’이라고 하면 문제가 없다.

결론적으로 홍 변호사가 정 대표의 로비자금을 운용한 흔적을 잡기 위해서는 세무관계에서 문제점이 잡히거나 사무실 등에서 뭉칫돈이 나오거나 누군가 증언을 해야 하는데, 검찰은 홍 변호사와 정 대표의 관계를 이미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그에 대한 수사를 늦게 착수했다.

그 근거로 수년전 정 대표의 원정도박에 대한 첩보가 처음 생산될 무렵 위기감을 느낀 정 대표는 홍 변호사를 내세웠다. 이때 홍 변호사의 검찰 관계자 접촉과 무마를 위한 로비 활동에 대한 첩보가 검찰 내부에서 돌아 외부로 흘러나왔다. 당시 홍 변호사를 접촉한 검사는 C검사와 현재 검찰 고위인사인 D검사 등이다.

그런 검찰이 정 대표의 검찰 로비에 대해 몰랐을 리 만무한데도 검찰은 마치 홍 변호사와 정 대표의 로비 의혹을 처음 접한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검찰이 정상적으로 움직였다면 정 대표를 수사할 때 이미 홍 변호사도 법조 무마로비 시도 혐의로 조사를 받았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홍 변호사에 대한 수사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정 대표가 해외 원정도박 외 비자금 조성, 탈세, 연예인과의 부정한 관계 등에 대해 처벌 받아야 했지만 순순히 검찰 수사에 응했다는 이유로 가벼운 해외도박혐의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은 전관의 눈부신(?)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운호-최 변호사 무슨 관계?

정 대표가 그토록 의지하던 홍 변호사가 아닌 최 변호사에 사건을 맡긴 부분에 대해서도 여러 추측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왜 정 대표가 거액의 수임료를 쓰면서 대형로펌이 아니라 굳이 개인변호사를 선임했는지를 두고 추측이 무성하다. 일부에서는 “로비를 위해 특별히 누군가로부터 소개를 받은 것 아니겠냐”고 추측한다.

최 변호사와 관련, ‘정운호 게이트’ 사건으로 법조로비 의혹이 제기된 이후 법조인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변호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도 포기하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정 대표와 이숨투자자문 실질대표인 송모(40ㆍ복역중)씨로부터 재판부와의 교제나 청탁 목적으로 각각 50억원씩 총 100억원대의 부당한 수임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작년 10월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된 정 대표의 항소심 사건을 맡아 “보석 또는 집행유예로 나올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50억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하지만 보석 청구가 기각된 데 이어 항소심도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하자 착수금 명목인 20억원만 챙기고 나머지는 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최 변호사는 항소심 구형량을 줄이고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서울중앙지검 S부장검사를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1300억원대 투자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씨 사건에선 정식 선임계를 내지 않고 ‘전화 변론’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송씨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3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송씨는 작년 8월에도 인베스트 투자 사기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최 변호사가 변론을 맡은 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아 석방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최 변호사가 재판부를 상대로 부당한 청탁을 했는지도 살피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