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권 도전 가시화… ‘반풍’에 대선판 ‘출렁’, ‘잠룡 전쟁’ 본격화

반기문 ‘대권 경쟁력’ 최고, 걸림돌도 많아… ‘제3지대 출마’유력

대선 1년 6개월 앞두고 대권 도전 시사 …‘반기문 대망론’구체화

위기의 여권 환영… 친박 ‘반기문 띄우기’, 비박 “경선 거쳐야”

야권 경계, 비판… “‘검증’ 필요해”, “유엔 총장 임무 전력해야”

1년 넘게 대선후보 지지율 1위 달려…국내 기반 취약, ‘경제’약점 지적도

정계개편 후 대권 방향 정할 듯… ‘제3지대’서 새정치 모토로 세력화 유력

‘반기문 바람’ 정치권 강타

마침내 ‘반풍’(潘風, 반기문 바람)이 대선 국면에 휘몰아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공개적으로 ‘대권의지’를 드러내면서다.

반 총장의 대권 도전 시사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반기문 대망론’ ‘충청 대망론’이 본격화한 양상이다. 이는 반 총장이 차기 대선의 경쟁력 있는 잠룡인데 따른 것으로 기존 대선지형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반 총장은 차기 대선후보 관련 여론조사에서 계속 선두를 유지해 실제 출마할 경우 대권에 가장 가까운 주자로 꼽혔다. 그런 반 총장이 대권 도전에 나선다면 4ㆍ13 총선 후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권 잠룡들이 독주하는 대선판도는 확 바뀔 가능성이 높다.

반 총장의 대권 발언에 여야의 입장과 대선후보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4ㆍ13 총선 참패에다 대선후보들이 큰 내상을 입어 대선이 불리한 여권은 반 총장에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반면, 야권은 대권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듯 못마땅한 표정으로 잔뜩 경계하고 있다.

반 총장의 대선 출마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그는 차기 대선의 ‘상수(常數)’가 됐다. 반 총장의 향후 대권 행보에 따라 2017년 19대 대선판이 결정되는 셈이다.

하지만 반 총장이 여야 어느 후보로 나설지, 어떤 대선 레이스를 펼칠지는 아직 안갯속이다. 대권의 불씨를 지핀 ‘반풍’의 행로를 짚어봤다.

반기문, ‘대망론’ 불씨 지펴

반기문 총장이 확 변했다. 차기 대선에 ‘침묵’과 ‘거리두기’로 일관하던 반 총장이 태도를 돌변해 대놓고 대권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것도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국내 무대에서.

반 총장은 25일 제주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임원진과의 간담회에서 ‘반기문 대망론’과 관련해 “지금까지는 유엔 패스포트(여권)를 갖고 있었지만, (총장 임기가 끝나는)내년 1월1일이 오면 이제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고민과 결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대통령을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지만, 자생적으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제가 인생을 헛되게 살진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는 것이란 생각에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대권 도전 의사를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반 총장이 차기 대선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물론, 출마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반기문 대망론'이 꾸준히 있었지만 반 총장은 이에 대응하지 않고 침묵을 지켜왔었다. 게다가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도 빼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국내 정치 현안에는 언급을 극도로 자제했었다.

그런 반 총장이 이번에 '반기문 대망론'에 스스로 적극 화답했다. 심지어 여러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국내 정치를 비판하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 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국가 통합을 위해 자기 자신과 모든 것을 버리겠다고 솔선수범하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며 반 총장 스스로 ‘통합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의중을 은연중 드러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유엔 사무총장 신분으로 “부적절하고 성급한 발언”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계산된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즉, 반 총장이 자신의 대권 출마설에 애매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불투명성’을 제거하고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대권 도전)를 보냈다는 것이다.

아울러 올해 12월 임기가 끝난 뒤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면 물리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대선을 1년 6개월을 앞둔 시점에 대권 도전 뜻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25일 반 총장의 ‘대권 발언’은 내용이나 시점에서 19대 대선 출마에 무게를 뒀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반 총장의 대권 경쟁력, 19대 대선의 ‘상수’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가 정치권을 강타한 것은 그의 ‘대권 경쟁력’ 때문이다. 반 총장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음에도 차기 대선후보 관련 여론조사에서 몇 년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 총장은 이미 19대 대선의 ‘상수’인 셈이다.

올해 초 많은 언론들이 실시한 신년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1위를 나타냈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27.4%)은 여야 잠룡인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15.2%),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10.6%), 박원순 서울시장(10.3%),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9.9%) 등을 큰 격차로 앞섰다.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반기문(23.3%). 안철수(13.7%) 김무성(12.4%) 문재인(11.3%) 박원순(10.3%)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는 반기문(23.8%) 문재인(12.4%) 김무성(11.5%) 안철수(10.6%) 박원순(10.2%) 순이었다.

최근 데일리한국이 창간 2주년을 기념해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 총장은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현역 정치인들을 모두 제치고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 총장이 25.4% 지지율로 1위에 올랐고 이어 문재인 전 대표 16.6%, 안철수 대표14.0%의 지지율을 보였다. 여권에선 오세훈 전 시장이 6.2% 지지율로 4위, 김무성 전 대표는 3.0% 지지율로 6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차기 대선후보 관련 여론의 추이는 반 총장의 대선 경쟁력을 말해준다. 여론조사결과대로라면 반 총장은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까운 잠룡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반 총장의 최대 장점으로 유엔 사무총장 출신이라는 대중적 인지도와 충청 출신이라는 점, 기존 정치에 몸담지 않은 통합형 지도자라는 것을 꼽는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대중적인 인지도와 호감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 반 총장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충청권 인물로서 중도적 성향, 현재 정치권에 몸담고 있지 않아 외연 확장 및 통합능력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반 총장에 대해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고,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경제 이슈에 취약하며, 대선이라는 전장터에서 반 총장에 대한 인기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대선 경쟁력에 회의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대통령선거는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세력이 있고, 국민과 접촉해 가치(이념)를 공유해야 하는데 반 총장은 외교 외에 어느 것 하나 없이 ‘이미지’만 있다”며 “정치적 부분에 검증이 안된 점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연구소 본부장은 반 총장이 여권 후보로 출마한다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반 총장이 다른 대선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장ㆍ단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장점이 더 많아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평가한다. 한 정치평론가는 “반 총장이 국내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고 검증이 안된데다 경제에 문외한이라고 하지만 국내 정치 연계가 반 총장에 큰 힘이 돼 줄지는 알 수 없다”며 “오히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더 큰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 총장에 관한한 검증도 크게 문제될 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이슈가 문제라고 하는데 글로벌 경제시대에 세계대통령이라는 경륜이 상당 부분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권의 뜨거운 러브콜, 야권의 냉담한 경계

반 총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상당한 가운데 25일 반 총장의 대권 도전 시사는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반 총장의 대권 행보에 여야는 극명하게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이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띤 4ㆍ13 총선 결과와 직결돼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여권은 제1당 자리를 내준 참패에다 차기 주자들이 크고 작은 내상을 입어 변변한 후보가 부재한 상황이다.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주자였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총선 패배에 따른 책임으로 뒷전에 물러나 잠행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치1번지 서울 종로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본에게 패해 잠룡으로 재기가 불투명하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여당의 정치 텃밭인 대구에서 김부겸 더민주 후보에게 패해 대선은커녕 정치 재개도 불확실하다.

무소속 후보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은 당 복귀가 쉽지 않고 친박(친박근혜)의 반발 등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 ‘구원 투수’로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거론되지만 현재 지자체장인데다 대선 후보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이렇듯 마땅한 대선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력한 잠룡인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는 여권에 ‘희망의 빛’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친박 진영과 충청권 출신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반 총장에 러브콜을 보내며 ‘반기문 띄우기’에 나섰다.

친박계 중진인 홍문종 의원은 “반기문 총장을 모셔오는 것은 새누리당이나 대한민국을 위해서 좋은 선택이 아니냐”면서 “반 총장은 대선의 상수”라고 말했다.

충청 출신의 친박계 중진인 정우택 의원(청주 상당)은 “여권 잠룡으로 분류돼 온 반 총장이 그 같은 의미심장한 발언(대권)을 했다는 건 새누리당으로선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특히 충청 대망론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큰 소나무가 생긴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비박계 충청권 중진인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충남 홍성)은 “반기문 총장은 성장과 발전 등 보수적 가치를 상당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으로 새누리당의 성향이 아닌가 보고 있다”며 “아직 결심도 안 섰는데 (야당에서) 견제를 많이 하는 걸로 봐서는 우리 당에 (대선후보로) 오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잠룡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경험과 경륜이 풍부하신 반 총장이 그렇게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해준 것은 여러 모로 국민께 희망을 드린 것”이라며 “국민의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확고한 국가관과 경륜을 갖춘 반 총장은 국민적인 지지도 받고 있다”며 “반 총장 같은 유망한 분이 당으로 와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게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권은 반 총장의 대권 도전 시사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4ㆍ13 총선 승리로 여소야대 구도가 됐고, 대선후보들 간 경쟁에서도 크게 앞서고 있어 내년 12월 대선 승리를 예상하고 상황에서 반 총장의 대선무대 등장은 야권의 꿈을 날려버릴 수 있는 초대형 악재다. 반 총장이 야권 후보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야권은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을 무력화시키거나 약화시키기 위해 공세 모드를 취하고 있다.

더민주 정장선 총무본부장은 26일, “최종 결정은 반 총장이 할 문제”라면서도 “유엔 사무총장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자리인데, 임기 중에 국내 정치의 중심에 끼어드는 것이 시기적으로 옳은가”라고 반문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26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반 총장이 방한해 대권도전 시사발언까지 하면서 나라가 좀 어수선하다”고 지적했다.

안민석 의원은 “반 총장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야 한다. 총장을 만든 장본인이 노 전 대통령이지 않나”라며 “본인이 대권에 대한 의지가 있으니 이런 인간적 도리를 차마 못 하는 것”이라고 인신 공격성 비판을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6일 “국회 정서도 있고 유엔 총장 임기가 남아있는데, 설사 계획을 했더라도 당사국인 한국에 들어와 이렇게 강한 톤의 대권 출마 시사를 하는 발언은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했다.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 사안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도 “드릴 말씀이 없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문ㆍ안 양측은 반 총장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반 총장의 입지만 넓혀준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반기문의 선택, ‘또 다른 전쟁’?

반 총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어느 당 후보로 출마하느냐가 초미의 관심가가 되고 있다.

현재 여야의 정치구도와 대선 국면을 고려할 때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4ㆍ13 총선 후 여권 대선후보들이 전멸하다시피해 무주공산에 가까운 반면, 야권은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당선자 등 쟁쟁한 후보들이 넘친다.

반 총장의 중도ㆍ보수적 정치 성향과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등으로 인해 여권 후보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여권내 친박-비박 간 힘겨루기가 여전하고, 반 총장 출마에 대해 미묘한 시각차가 있어 반 총장이 궁극적으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친박이 반 총장 영입과 후보론에 적극적인 반면, 비박은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환영하면서도 ‘경선’을 주장하는 등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26일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한데 대해 “총장 재임 기간에는 그 정도로밖에 말할 수가 없을 거다. (두고) 봅시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30일 관훈클럽 토론에서 반 총장을 거론하며 “반 총장께서 그런(대권) 생각이 있다면 자기 정체성에 맞는 정당을 골라 당당하게 선언하시고 활동하시기 바라고, 새누리당은 환영한다”고 언급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대선 채비를 하고 있는 김 전 대표 측은 반 총장이 여권 후보로 출마한다면 ‘경선’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친이(친이명박)계 김영우 의원은 “특정 계파(친박)의 도움만 받아서 나오면 필패 ”라며 “혁신이 중요한데 반 총장이 당 쇄신의 대체재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힌 비박계 남경필 경기지사는 “대통령을 하려면 삶과 죽음을 가르겠다는 결기와 각오로 작두날에 올라야 하는데 과연 반 총장이 그럴 수 있겠느냐”며 강한 회의를 나타냈다.

이렇듯 새누리당 친박이 ‘반기문 띄우기’, ‘후보 추대’ 에 전력하는 반면, 비박은 반 총장이더라도 무임승차는 안되며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칫 반 총장이 여권 친박-비박 간 힘겨루기에 상처를 입거나 희생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비박에서 용이하게 (당 대선후보 자리를) 넘겨주지는 않기 때문에 앞으로 ‘반기문 목장의 혈투’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4ㆍ13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고 참패한 것도 반 총장이 여권 후보로 나서는 것에 걸림돌이다. 일각에선 반 총장이 여권 친박의 대변자로 대선에 출마할 경우 패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4ㆍ13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는 친박 패권을 청산하라는 것으로, 반 총장이 친박의 추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면 큰 단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반 총장 지지율이 지난해에 비해 떨어지고 있고 야권 후보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은 반 총장이 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며 “이것은 반 총장이 여당 후보로 나설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여권 후보로 출마하지 않을 수 있고, 출마하더라도 현재 새누리당 후보로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계개편 가시화, 반기문 ‘제3지대 출마론’

반 총장이 19대 대선 출마에 의지를 보였지만 향후 대권행보와 궁극적인 출마 형태는 안갯속이다.

전문가들은 4ㆍ13 총선 결과 여소야대 정치구도가 형성되고 여야 모두 크고 작은 내홍에 휩싸이면서 정계개편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어 반 총장이 이를 지켜본 뒤 최종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즉, 대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이 일어나 여야 모두 큰 변화가 생길 것이고 이에 따라 반 총장이 대선 향방을 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은 당 주류가 비박에서 친박으로 바뀐 뒤 양측 간의 갈등이 ‘루비콘 강’을 건넌 모양새다. 지난 17일 친박의 집단 보이콧으로 전국위원회가 무산된 것은 친박ㆍ비박 간 갈등이 이미 ‘한계선’을 넘은 것을 보여주는 예로 ‘한지붕 두 가족’이 언제든 결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야권도 갈등 양상이 심상치 않아 분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민주는 친노ㆍ친문(친문재인) 세력이 당을 장악하고, 문재인 전 대표를 대선후보로 밀면서 비주류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반)노 그룹과 중도 성향의 의원들은 범친노그룹의 독주를 못마땅해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8∼9월로 예정된 더민주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잡을 경우 반문세력의 탈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한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 측과 당내 다수를 이루는 호남세력 간 갈등이 분화로 치달을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안 대표의 ‘연정론’에 대해 박지원 원내대표 등 호남 세력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또한 연대 대상을 PK(부산ㆍ경남)로 하느냐 충청과 손을 잡을 것인가를 놓고도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대선이 임박하면 안철수계와 호남세력 간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26일 '새한국의 비? 창립기념식에서 밝힌 '빅 텐트론' 은 중도세력을 결집한다는 구상으로 이는 정계개편을 뜻한다.

120여 명의 발기인에는 새누리당 비주류 중진인 정병국ㆍ정두원 의원과 최근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에서 사퇴한 김용태 의원, 유승민 의원 측근인 조해진ㆍ권은희ㆍ류성걸 의원 등이 참여했다. 야권에서도 더민주 진영 의원과 우윤근 의원,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은 고문단에 포함됐다. 새누리당 친박계나 더민주 친노친문 세력을 제외한 정치권 각계 인사들이 두루 참여한 셈이다.

이런 움직임은 여당발 정계개편론과 맞물려 정의화 국회의장과의 제4지대 신당론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손학규 더민주 전 상임고문의 행보도 정계개편과 연결돼 해석된다. 손 전 고문은 지난 18일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이번 총선의 결과를 깊이 새겨 ‘새 판’을 짜는 데 앞장서 나갈 뜻을 다짐하고자 한다”며 사실상 정계에 복귀했다. 그가 말한 ‘새 판 짜기’는 곧 정계개편이다.

정치권에서는 정계개편과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탈당해 국민의당과 합류하거나 ‘제3지대’에 합류하는 경우, 더민주 반쪽이 나가서 국민의당과 연대하는 경우, 반대로 국민의당 반쪽이 더민주로 가는 경우 등이 그 예들이다.

호남 국민의당이 영남 TK(대구ㆍ경북), PK(부산ㆍ경남)와 손을 잡는 영ㆍ호남 결합, 충청과 연대하는 신DJP(1997년 새천년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자민련 김종필 총재) 연합도 거론된다.

여권에선 반 총장의 충청과 여권의 정치 기반인 영남이 연대하는 충청ㆍ영남 결합의 정계개편이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의 대권 행보와 관련해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의 여야 후보로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신 기존 정치와는 크게 다른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나오고 있다. 반 총장이 제3지대에서 대선 출마의 깃발을 들 경우 여야 정치권 인사는 물론, 시민단체, 일반 국민 등 광범위한 세력들이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새누리당 중도 인사와 더민주 비노 실용그룹, 국민의당 안철수계와 비정치적 시민단체가 우선 꼽힌다.

일각에서는 반 총장과 연정론을 주장한 안철수 대표가 손을 잡을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그룹, 손학규 세력의 합류 가능성도 점쳐진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반풍’이 어느 세력을 쓸어내고 어떤 세력과 손잡고 대권 고지에 이를지 그 진로에 국내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윤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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