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ㆍ법원ㆍ경찰 유착ㆍ로비 추적…후폭풍 우려해 ‘축소’ 가능성도
‘검은 공생’ 드러날까…수사선 무혐의ㆍ구속되면 보석ㆍ재판은 선처 의혹
홍만표 변호사 로비 혐의 입증이 관건…최유정 변호사 로비 의혹 수사
검찰 다음은 법원, 경찰 수사…일부 로비 정황 포착, 실체 확인은 미지수
검찰 수사 소극적 행보 지적… ‘제 식구 감싸기’ 비판 무성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 로비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가 구속되고 부장판사 출신의 최유정 변호사(46ㆍ연수원 27기)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아 온 검찰ㆍ법원ㆍ경찰 등에 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단계에선 무혐의 처분을 해주고, 만약 구속된 상태라면 보석(보증금 납입조건 석방)을 적극 검토하며 법원 재판에서는 형량을 깎아주는 등 ‘선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칼끝이 ‘사법 정의’를 책임진 검찰 조직 스스로와 경찰, 법원까지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법조로비 커넥션에 대해 한 점 숨김없이 실체를 모두 밝힐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그동안 검찰이 정운호 게이트 수사에 소극적 행보를 해온 까닭이다.
여론의 관심이 비등하고 검찰의 행보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검찰이 법조 커넥션을 어디까지 들춰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운호 게이트’ 로비 의혹 3인방
검찰은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한 법조로비 수사에서 정운호 대표 외에 핵심 역할을 한 세 사람을 주목하고 있다. 홍만표 변호사와 최유정 변호사, 그리고 법조브로커 이민회(56)씨다.
홍 변호사와 정 대표는 지난 2일 각각 구속, 재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일 홍 변호사와 정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2일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모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홍 변호사와 정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지난 1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두 사람 모두 심사에 불출석함에 따라 법원은 서류만으로 심리를 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던 정 대표로부터 검찰 관계자 청탁 명목으로 수임료 3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11년 9월 지하철 매장 임대 사업과 관련, 서울메트로 관계자 등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정 대표 등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홍 변호사는 2011년 9월 이후 선임계를 내지 않는 ‘몰래 변론’이나 수임료 축소신고 등으로 10억여 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도 받고 있다.
정운호 대표는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을 확정 받았고 오는 5일 구속기간이 끝나 풀려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네이처리퍼블릭과 계열사 SK월드 등의 법인자금 142억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와 2012년 11월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의 1심 재판에서 거짓 증언한 혐의(위증)로 또 다시 구속 처분을 받게 됐다.
전방위 구명 로비 의혹으로 먼저 재판에 넘겨진 최유정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나가게 해주겠다”며 정 대표로부터 착수금 20억원, 성공보수 30억원 등 총 50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최 변호사는 정 대표 원정도박 사건 항소심 재판 도중 정 대표를 기소한 S부장검사를 찾아가 정 대표 관련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법조브로커 이민희씨는 홍 변호사의 D고교 후배로 정 대표를 소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정 대표 사건 항소심 L판장과 저녁을 먹었고 정 대표 관련 얘기를 나눴다. L부장판사는 이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법원에 사표를 제출했다.
법조로비 의혹 수사 검찰 제1 타깃
검찰은 정운호 대표와 홍만표 변호사, 이민희씨에 대한 신병이 확보되고 최유정 변호사를 언제든 소환할 수 있게 된 만큼 법조로비 의혹의 실체를 샅샅이 파헤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정 대표의 로비 의혹은 그가 수사를 받은 형사 사건을 둘러싸고 법조계의 부당한 청탁이나 금품거래가 오갔는지가 핵심이었다. 사법처리 수순에 따라 경찰, 검찰, 법원이 모두 의혹 대상으로 거론됐으며, 정 대표의 사업 확장 로비도 함께 불거졌다.
검찰은 정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실제로 검사나 판사를 상대로 ‘로비’가 있었는지, 실제 성사됐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우선 홍만표 변호사 등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의 영향력 행사를 확인하는 게 관건으로 꼽힌다. 이는 현직 검사 등의 도움 없이는 한해 100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리는 등 과도한 ‘전관예우’가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검찰은 지난해 정 대표의 원정도박 수사 당시 회삿돈 횡령 부분은 포함하지 않고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도박 혐의로만 기소했다. 개인 돈으로 도박했다는 정 대표 측 주장이 받아들여져 회사에 대한 별도의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가 정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에는 법인 자금을 빼돌려 140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가 적용돼 지난해 수사 때 ‘봐주기 기소’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정 대표가 100억원대 도박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을 때도 검찰 관계자에게 사건 청탁을 하겠다며 3억원을 받아 간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대표로부터 “홍 변호사가 당시 검찰 고위 관계자인 B씨와의 친분을 언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정 대표가 2014년 11월과 지난해 2월 총 2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분을 받을 당시 변호인이 홍 변호사였다는 점에서 그가 후배 검사들에게 외압을 행사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정 대표의 도박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했고 통화 내역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사들이 정 대표를 변호했던 홍 변호사로부터 청탁을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대상은 정 대표 관련 수사나 재판에 관여했던 부장검사 3명과 주임검사 3명이다.
홍 변호사는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한 로비와 후배 검사들에 대한 외압 의혹에 대해 일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올해 1월 항소심 재판에서 정 대표의 보석 청구에 대해 법원이 적절히 판단해달라는 의미의 ‘적의처리’ 의견을 내고, 2심 구형량을 1심보다 줄인 의혹과 관련해 최유정 변호사 역할이 의심받고 있다.
공판2부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정 대표 측이 지난 1월 보석 청구를 하자 ‘적의처리’ 의견을 냈다. 어떤 결론도 괜찮으니 법원이 적절히 판단해 달라는 의미다. 1심의 형이 낮다며 항소한 상황에서 이례적인 결정이라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이때는 최 변호사가 정 대표에게 보석을 약속하고 수임료 50억원(30억원 추후 반환)을 받은 직후였다.
검찰이 6명의 검사를 비롯해 함께 일했던 수사관 등 총 10여 명의 통화 내역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정 대표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J부장검사가 최 변호사와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J부장검사는 정 대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S부장검사와 협의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한다. 앞서 S부장검사도 최 변호사와 두 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 두 사람도 연수원 동기다. 하지만 이들은 최 변호사와의 유착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 부장검사의 금융거래내역도 확인할 계획이다.
법원, 경찰로 수사 확대 … ‘결실’은 미지수
정운호 게이트에는 검찰뿐만 아니라 법원 고위직 인사와 경찰 관계자들이 연루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 내부 수사가 일단락되는 대로 법원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민희씨나 최 변호사 등의 통화 내역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검찰 내부에 대한 수사를 먼저 진행하고 있다”면서 ‘다음 타깃’은 법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럴 경우 법조브로커 이민희씨를 만난 L부장판사와 최유정 변호사와 대학 동문으로 최 변호사의 로비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지방법원의 K판사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장 L부장판사는 작년 12월 이민희씨와 만나 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L부장판사에게 사건 관련 얘기를 하는 등 ‘선처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L부장판사는 이튿날 자신에게 정 대표의 재판이 배당된 사실을 알고 법원에 회피 신청을 했지만, 부적절한 만남 아니냐는 의혹이 잦아들지 않자 사의를 표명했다. 대법원이 이 판사의 사의를 수리하지 않고 있는 것은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진다.
K판사는 최유정 변호사가 로비를 시도한 부장 검사와 연수원 동기로 간접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검찰 수사를 받기 전 경찰에서도 여러 번 도박 관련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때문에 경찰도 로비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서울지방경찰청은 2014년 정 대표를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했지만,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여기에 검찰 조사에서 정 대표가 경찰에게서 화장품 매장 임대나 지분 투자 등의 제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사업 로비에 연루된 경찰 인사가 드러날 수도 있다.
더욱이 검찰은 네이처리퍼블릭의 서울지하철 매장 재계약 과정에 홍만표 변호사가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2011년 말 지하철 매장 재계약과 관련해 네이처리퍼블릭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던 서울메트로의 고위관계자 K씨와 홍 변호사가 만난 사실을 파악하고 K 씨를 불러 홍 변호사의 로비 여부를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의 부탁을 받기 전 K 씨를 알지 못했지만 로비 명목의 돈을 받은 후 학연과 지연을 활용해 K씨를 만났고, 정 대표의 매장 재계약 문제에 대한 협상을 유도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서울메트로 외에도 홍 변호사가 정 대표로부터 돈을 받고 비슷한 수법으로 사업로비 청탁을 위해 서울시 고위관계자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한계론 나와… “용두사미 될 것”비판도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된 여러 로비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실체 확인’이 어느 정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홍만표, 최유정 변호사 등 관련 인물의 진술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두 사람 모두 청탁 용도의 수임료 거래에 대해서는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게다가 수사 당사자인 검찰의 소극적 행보도 법조로비 수사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정운호 게이트에 검사와 수사관이 연루된 정황이 나오고 있어 검찰이 난감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운호 대표가 로비의 거점으로 삼은 서울 강남의 B레스토랑에 대해 검찰이 괌심조차 두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정 대표 주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B레스토랑에는 청와대 모 전 수석을 비롯해 홍 변호를 비롯한 법조계 인사, 심지어 유명 연예인들도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한 인사는 “B레스토랑 근처에는 CCTV가 많아, 이를 추적하면 이곳을 이용한 유력 인사들의 신원은 금방 파악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검찰이 아직 이 장소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심지어 최근 검찰 주변에서 “이곳을 드나들었던 이들 법조계 인사들 중 김수남 검찰 총장과 가까운 인사도 포함돼 있다”며 “현재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 현직 검찰 인사, 법조계 인사들이 정 대표를 도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녹록치 않은 한 배경이다.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선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즉 법조계 전현직 인사에 대한 수사는 피해가거나 경미한 처벌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따라 홍만표 변호사의 경우 로비보다는 탈세에 수사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있고, 최유정 변호사는 엄벌을 피해가거나 악화된 여론으로 처벌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정운호 대표와 이민희씨가 ‘희생양’이 돼 중형을 받을 수 있지만 이들이 ‘입’을 열 경우 검찰이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어 경미한 처벌로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장민호 기자
‘검은 공생’ 드러날까…수사선 무혐의ㆍ구속되면 보석ㆍ재판은 선처 의혹
홍만표 변호사 로비 혐의 입증이 관건…최유정 변호사 로비 의혹 수사
검찰 다음은 법원, 경찰 수사…일부 로비 정황 포착, 실체 확인은 미지수
검찰 수사 소극적 행보 지적… ‘제 식구 감싸기’ 비판 무성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 로비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가 구속되고 부장판사 출신의 최유정 변호사(46ㆍ연수원 27기)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아 온 검찰ㆍ법원ㆍ경찰 등에 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단계에선 무혐의 처분을 해주고, 만약 구속된 상태라면 보석(보증금 납입조건 석방)을 적극 검토하며 법원 재판에서는 형량을 깎아주는 등 ‘선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칼끝이 ‘사법 정의’를 책임진 검찰 조직 스스로와 경찰, 법원까지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법조로비 커넥션에 대해 한 점 숨김없이 실체를 모두 밝힐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그동안 검찰이 정운호 게이트 수사에 소극적 행보를 해온 까닭이다.
여론의 관심이 비등하고 검찰의 행보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검찰이 법조 커넥션을 어디까지 들춰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운호 게이트’ 로비 의혹 3인방
검찰은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한 법조로비 수사에서 정운호 대표 외에 핵심 역할을 한 세 사람을 주목하고 있다. 홍만표 변호사와 최유정 변호사, 그리고 법조브로커 이민회(56)씨다.
홍 변호사와 정 대표는 지난 2일 각각 구속, 재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일 홍 변호사와 정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2일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모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홍 변호사와 정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지난 1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두 사람 모두 심사에 불출석함에 따라 법원은 서류만으로 심리를 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던 정 대표로부터 검찰 관계자 청탁 명목으로 수임료 3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11년 9월 지하철 매장 임대 사업과 관련, 서울메트로 관계자 등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정 대표 등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홍 변호사는 2011년 9월 이후 선임계를 내지 않는 ‘몰래 변론’이나 수임료 축소신고 등으로 10억여 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도 받고 있다.
정운호 대표는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을 확정 받았고 오는 5일 구속기간이 끝나 풀려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네이처리퍼블릭과 계열사 SK월드 등의 법인자금 142억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와 2012년 11월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의 1심 재판에서 거짓 증언한 혐의(위증)로 또 다시 구속 처분을 받게 됐다.
전방위 구명 로비 의혹으로 먼저 재판에 넘겨진 최유정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나가게 해주겠다”며 정 대표로부터 착수금 20억원, 성공보수 30억원 등 총 50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최 변호사는 정 대표 원정도박 사건 항소심 재판 도중 정 대표를 기소한 S부장검사를 찾아가 정 대표 관련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법조브로커 이민희씨는 홍 변호사의 D고교 후배로 정 대표를 소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정 대표 사건 항소심 L판장과 저녁을 먹었고 정 대표 관련 얘기를 나눴다. L부장판사는 이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법원에 사표를 제출했다.
법조로비 의혹 수사 검찰 제1 타깃
검찰은 정운호 대표와 홍만표 변호사, 이민희씨에 대한 신병이 확보되고 최유정 변호사를 언제든 소환할 수 있게 된 만큼 법조로비 의혹의 실체를 샅샅이 파헤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정 대표의 로비 의혹은 그가 수사를 받은 형사 사건을 둘러싸고 법조계의 부당한 청탁이나 금품거래가 오갔는지가 핵심이었다. 사법처리 수순에 따라 경찰, 검찰, 법원이 모두 의혹 대상으로 거론됐으며, 정 대표의 사업 확장 로비도 함께 불거졌다.
검찰은 정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실제로 검사나 판사를 상대로 ‘로비’가 있었는지, 실제 성사됐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우선 홍만표 변호사 등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의 영향력 행사를 확인하는 게 관건으로 꼽힌다. 이는 현직 검사 등의 도움 없이는 한해 100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리는 등 과도한 ‘전관예우’가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검찰은 지난해 정 대표의 원정도박 수사 당시 회삿돈 횡령 부분은 포함하지 않고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도박 혐의로만 기소했다. 개인 돈으로 도박했다는 정 대표 측 주장이 받아들여져 회사에 대한 별도의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가 정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에는 법인 자금을 빼돌려 140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가 적용돼 지난해 수사 때 ‘봐주기 기소’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정 대표가 100억원대 도박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을 때도 검찰 관계자에게 사건 청탁을 하겠다며 3억원을 받아 간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대표로부터 “홍 변호사가 당시 검찰 고위 관계자인 B씨와의 친분을 언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정 대표가 2014년 11월과 지난해 2월 총 2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분을 받을 당시 변호인이 홍 변호사였다는 점에서 그가 후배 검사들에게 외압을 행사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정 대표의 도박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했고 통화 내역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사들이 정 대표를 변호했던 홍 변호사로부터 청탁을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대상은 정 대표 관련 수사나 재판에 관여했던 부장검사 3명과 주임검사 3명이다.
홍 변호사는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한 로비와 후배 검사들에 대한 외압 의혹에 대해 일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올해 1월 항소심 재판에서 정 대표의 보석 청구에 대해 법원이 적절히 판단해달라는 의미의 ‘적의처리’ 의견을 내고, 2심 구형량을 1심보다 줄인 의혹과 관련해 최유정 변호사 역할이 의심받고 있다.
공판2부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정 대표 측이 지난 1월 보석 청구를 하자 ‘적의처리’ 의견을 냈다. 어떤 결론도 괜찮으니 법원이 적절히 판단해 달라는 의미다. 1심의 형이 낮다며 항소한 상황에서 이례적인 결정이라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이때는 최 변호사가 정 대표에게 보석을 약속하고 수임료 50억원(30억원 추후 반환)을 받은 직후였다.
검찰이 6명의 검사를 비롯해 함께 일했던 수사관 등 총 10여 명의 통화 내역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정 대표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J부장검사가 최 변호사와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J부장검사는 정 대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S부장검사와 협의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한다. 앞서 S부장검사도 최 변호사와 두 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 두 사람도 연수원 동기다. 하지만 이들은 최 변호사와의 유착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 부장검사의 금융거래내역도 확인할 계획이다.
법원, 경찰로 수사 확대 … ‘결실’은 미지수
정운호 게이트에는 검찰뿐만 아니라 법원 고위직 인사와 경찰 관계자들이 연루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 내부 수사가 일단락되는 대로 법원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민희씨나 최 변호사 등의 통화 내역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검찰 내부에 대한 수사를 먼저 진행하고 있다”면서 ‘다음 타깃’은 법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럴 경우 법조브로커 이민희씨를 만난 L부장판사와 최유정 변호사와 대학 동문으로 최 변호사의 로비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지방법원의 K판사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장 L부장판사는 작년 12월 이민희씨와 만나 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L부장판사에게 사건 관련 얘기를 하는 등 ‘선처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L부장판사는 이튿날 자신에게 정 대표의 재판이 배당된 사실을 알고 법원에 회피 신청을 했지만, 부적절한 만남 아니냐는 의혹이 잦아들지 않자 사의를 표명했다. 대법원이 이 판사의 사의를 수리하지 않고 있는 것은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진다.
K판사는 최유정 변호사가 로비를 시도한 부장 검사와 연수원 동기로 간접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검찰 수사를 받기 전 경찰에서도 여러 번 도박 관련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때문에 경찰도 로비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서울지방경찰청은 2014년 정 대표를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했지만,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여기에 검찰 조사에서 정 대표가 경찰에게서 화장품 매장 임대나 지분 투자 등의 제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사업 로비에 연루된 경찰 인사가 드러날 수도 있다.
더욱이 검찰은 네이처리퍼블릭의 서울지하철 매장 재계약 과정에 홍만표 변호사가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2011년 말 지하철 매장 재계약과 관련해 네이처리퍼블릭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던 서울메트로의 고위관계자 K씨와 홍 변호사가 만난 사실을 파악하고 K 씨를 불러 홍 변호사의 로비 여부를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의 부탁을 받기 전 K 씨를 알지 못했지만 로비 명목의 돈을 받은 후 학연과 지연을 활용해 K씨를 만났고, 정 대표의 매장 재계약 문제에 대한 협상을 유도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서울메트로 외에도 홍 변호사가 정 대표로부터 돈을 받고 비슷한 수법으로 사업로비 청탁을 위해 서울시 고위관계자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한계론 나와… “용두사미 될 것”비판도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된 여러 로비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실체 확인’이 어느 정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홍만표, 최유정 변호사 등 관련 인물의 진술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두 사람 모두 청탁 용도의 수임료 거래에 대해서는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게다가 수사 당사자인 검찰의 소극적 행보도 법조로비 수사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정운호 게이트에 검사와 수사관이 연루된 정황이 나오고 있어 검찰이 난감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운호 대표가 로비의 거점으로 삼은 서울 강남의 B레스토랑에 대해 검찰이 괌심조차 두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정 대표 주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B레스토랑에는 청와대 모 전 수석을 비롯해 홍 변호를 비롯한 법조계 인사, 심지어 유명 연예인들도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한 인사는 “B레스토랑 근처에는 CCTV가 많아, 이를 추적하면 이곳을 이용한 유력 인사들의 신원은 금방 파악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검찰이 아직 이 장소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심지어 최근 검찰 주변에서 “이곳을 드나들었던 이들 법조계 인사들 중 김수남 검찰 총장과 가까운 인사도 포함돼 있다”며 “현재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 현직 검찰 인사, 법조계 인사들이 정 대표를 도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녹록치 않은 한 배경이다.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선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즉 법조계 전현직 인사에 대한 수사는 피해가거나 경미한 처벌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따라 홍만표 변호사의 경우 로비보다는 탈세에 수사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있고, 최유정 변호사는 엄벌을 피해가거나 악화된 여론으로 처벌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정운호 대표와 이민희씨가 ‘희생양’이 돼 중형을 받을 수 있지만 이들이 ‘입’을 열 경우 검찰이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어 경미한 처벌로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장민호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