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분식회계 등 단서 포착…MB정권 실세 개입 여부 추적

새누리당 당대표 선출 앞두고 정치권 특검 회오리 조짐

친박-친이 전 정권 대대적 수사 놓고 미묘한 신경전

야권 “검찰 수사 못 믿겠다” 특검 요구 노림수 뒷말 무성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은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 관련사와 대주주인 산업은행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김기동 특별수사단장(검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공적 자금이 투입됐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사실상의 공기업으로 비리 단서가 다수 발견됐다”고 수사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특별수사단은 남상태 전 사장과 고재호 전 사장 등 전직 경영진이 2조원 넘는 분식 회계를 통해 회사의 부실을 감춰왔으며, 그 과정에 산업은행ㆍ안진회계법인 관계자들이 가담한 단서를 잡았다고 밝혀 향후 수사에 의한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수사 과정에서 그 실체가 조금씩 드러남에 따라 검찰 수사가 정치권을 겨냥하게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의 실세들과 더불어 현 정권의 실세가 대우조선해양지원에 어느 정도 개입됐는지도 검찰이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에 대한 수사가 수면위로 부상할 경우 여권에 메가톤급 폭풍이 불 수도 있다”는 말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검찰의 속뜻

검찰은 지난달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을 출국 금지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분식 회계 규모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별수사단은 또 대우조선해양 전직 경영진이 해양 플랜트 수주와 부실 회사를 비싸게 사들이는 등의 방식으로 회사에 2조7000억원 넘는 손실을 끼친 혐의와 지인들에게 사업상 특혜를 주고 대가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특별수사단은 대우조선해양이 자체 감사를 벌여 작년 9월과 올 1월 전직 경영진을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과 창원지검에 낸 진정 사건도 넘겨받아 수사한다. 정치권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수사의 핵심이 결국 정권의 힘으로 조달된 자금인 만큼 당시 자금을 움직인 정치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정부의 대우조선 지원 과정에서 정ㆍ관계 인사들이 부적절한 개입을 했는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특히 홍기택 전 산업은행회장이 지난해 4조2000억원 추가 지원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의 결정이라고 폭로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ㆍ관계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특검 요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검찰 내부에 없지 않다.

이에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우조선해양까지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기업이 과거 MB정부 시절 수혜를 받은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사정기관 주변에서 “검찰이 MB정부 인사를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사정에 대한 내용을 이미 검토했으며 이번 수사를 통해 지난 정권 인사에 대한 조사 계획과 시나리오도 구성해 놓은 것 같다”는 추측성 소문이 나돌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비리의혹에 대해 검찰이 조사를 시작하는 것과 롯데 수사는 우연한 제보로 시작된 게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은 이미 올 초부터 롯데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특히 MB정부 당시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역임한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까지 검찰이 수사할 것이라는 말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롯데의 경우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인 제2롯데월드를 완수하기 위해 MB정부 당시 인허가 과정에서 정치권을 대상으로 금품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과거 이명박 정부 초 검찰 내부에선 “신 총괄회장의 배려로 이명박 정권 인수위가 롯데호텔에 차려지고 수시로 신 총괄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이 접촉했다”는 첩보가 돌았던 게 사실이다.

청와대가 검찰을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나름의 배경이 있다. 청와대는 현재 불거지고 있는 해운과 조선업종 부실 문제가 MB정권부터 축적된 결과로 판단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서라도 당시 정권 인사들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 “MB정권 인사들을 조사 대상에 포함해도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전 의원은 20대 국회 입성에 실패했고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공천을 받지 못했다. 20대 국회에 있는 친이계 의원들도 색깔이 옅어졌기 때문에 이중으로 숙청작업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부패 커넥션

검찰의 1차 수사 대상은 이 회사의 분식회계와 과거 경영진의 비리다. 2013년부터 2년간 공시한 분식회계 규모만 2조4000억원에 달하고, 해외 호텔 사업으로 400억 대의 손실을 내는 등 부실경영이 명백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또 남상태ㆍ고재호 전 사장 등이 사실상 이명박 전 대통령 인맥인 만큼, 과거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부실 감독 외에도 지난해 4조원 대 자금지원 과정도 들여다볼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정치권 수사에 대한 일부의 관측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검찰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경영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정부 개입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수사 범위가 정관계 등으로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야권의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특수단은 일단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한 수사 범위를 ‘분식회계 의혹과 경영진의 회사 운영, 경영관련 비리’로 설정했으며 관련 단서를 상당 분량 확보했다. 지난해 국감에서 강기정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들이 미청구공사대금을 손실로 반영하지 않은 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부풀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10년 오만 선상호텔 사업을 추진하다 3년 만에 접는 과정에서 3450만달러(한화 400억원 상당) 손실을 입힌 의혹도 제기돼 있다.

특수단 관계자는 “앞으로 분식회계 의혹과 경영진의 회사 운영, 경영 관련 비리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 회계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주요 수사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특수단이 선언한 대로 대우조선해양을 분식회계와 경영 비리 의혹 수사에 그칠 경우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홍 전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자금 지원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청와대,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라며 “애초 시장원리가 끼여들 여지가 없었으며 산은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야권에서는 벌써 특검도입 요구가 나오고 있다.

홍 전 회장 주장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박근혜정부 인사를 포함한 친박 관료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으로 진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0월 유상증자와 신규대출 방식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대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야권의 한 인사는 “대우조선해양 지원자금 가운데 2조원대에 달하는 자금이 정권 실세의 지원으로 흘러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 정권 실세는 현재 새누리당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한 명인데 이 인물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지 여부를 보고 특검 요구 등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대우조선해양 지원 결정이 국책은행(산은)의 의견을 묻지 않고 협의 없이 진행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히고 있어 진실게임이 전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로서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부적절한 개입이 존재했지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자금지원에 연루된 인사로 거론되는 이들을 살펴보면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이다.

일부에서는 벌써 특수단이 정권눈치보기를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관계로 수사를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일단 새누리당 당대표 선출이라는 중요 과제가 남아 있고 이 전쟁에서 친박이 당권 장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정ㆍ관계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더구나 최경환 의원의 당 대표로 유력시 되고 있어 수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편 검찰은 지난 2010년 대우조선해양을 수사하면서 협력사였던 임천공업이 천신일 세중나무여행 회장에게 47억원의 비자금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이자 대통령의 친구였던 천 회장은 같은해 12월 알선수재 혐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윤지환기자 musasi@hsankoo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