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인허가 등 특혜 의혹…MB정권-롯데 ‘검은 커넥션’ 주시

검찰, 롯데 수사 자금 추적 본격화… MB 정권 핵심 실세 겨냥 tyle="font-size:12px"> MB 대학 동기 장경작 전 롯데호텔 사장 ‘막후 역할’ 주목

대통령인수위 핵심 인사들 소공동 롯데호텔 이용 ‘작은 청와대’소문

신격호 움직인 로비자금과 롯데 띄운 여권실세 누가 떨고 있나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정치권과 재계가 수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가(家) 비자금 등 여러 비리 의혹과 관련,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총수일가와 정ㆍ관계 인사들에 대해 칼을 겨눌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역대 정권과 롯데그룹 간의 긴밀했던 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롯데는 국내 최고층(123층) 빌딩인 제2롯데월드 인허가, 면세사업 확대, 맥주 사업 진출 등 이명박 정권 당시 많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던 제2롯데월드 건설은 사업추진 때마다 서울공항 비행안전성 논란 등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논란이 일어 번번히 무산됐다.

롯데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추진했지만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 군 당국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돼 사실상 불가능한 사업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롯데는 결국 이 사업의 인허가를 받아내기에 이른다.

2009년 정부는 서울공항 동편활주로 방향을 3도 변경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 제2롯데월드 건축을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제2롯데월드의 용적률과 건폐율도 상향 조정돼 층고는 112층에서 123층으로 오히려 높아졌다.

롯데그룹이 면세점 사업을 확대하게 된 배경에도 정권의 특혜 논란이 나온다.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호텔롯데의 AK글로벌 면세점 인수를 독과점 논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조건 없이 승인했다. 당시 시내 면세점 기준 롯데의 시장 점유율은 52.3%(소공점·잠실점 합산), AK는 4.7%로 점유율 합계가 57.0%가 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롯데 점유율이 37.2%로 2위, AK는 13.9%로 3위여서 결합 후 점유율이 51.1%가 돼 당시 1위인 신라(38.3%)를 제치고 롯데가 1위 사업자가 되는 상황이었다.

롯데는 2012년 3월 국세청으로부터 주류 제조업 허가를 받고 맥주 제조 사업에 진출했다. 정부가 그 직전인 2011년 맥주 제조 면허를 위한 저장시설 기준을 1850㎘에서 100㎘ 이상으로 완화해 진입 장벽을 낮췄기에 가능했던 일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역시 특혜 논란이 일었다.

롯데그룹 특혜 의혹 막후 인물

이명박 정부 당시 롯데는 그야말로 최대수해 기업으로 꼽힌다. 그만큼 급성장했다는 이야기인데 이처럼 롯데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권과 롯데의 모종의 커넥션에서 비롯된 특혜가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최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독대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정권과 롯데의 밀월관계에 대한 의혹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9월 추석연휴 기간에 신 총괄회장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는 것이다.

이 만남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이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시절인 이때는 이미 대세가 이 전 대통령으로 완전히 쏠린 시점이었다. 이 만남은 당시 철저한 보안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때 대선정국을 흔들었던 BBK사건에 가려져 정치권에서도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다. 대선이 끝나고 제2롯데월드 건설에 대해 정부가 인허가를 내주면서 이때의 밀월에 대한 내용이 사정기관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당시 검찰 등 사정기관 안팎에서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과거 인수위의 이상득 전 의원 등이 롯데와 은밀한 만남을 가졌으며,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9월 24일 추석 전날 롯데호텔 32층 스위트룸에 투숙했다”는 말이 돌았다.

또 이 전 대통령이 롯데호텔에 머물 때 신 총괄회장을 만나 양측의 협력관계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신 총괄회장 집무실은 당시 롯데호텔 34층이었다. 이 만남을 주선한 인물에 대해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었다는 말도 있고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61학번 동기인 장경작 당시 롯데호텔 사장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당시 천 회장이 자리를 주선했는지 여부는 잘 모른다. 분명한 것은 장경작씨가 이 전 대통령과 신 총괄회장의 만남에 핵심역할을 한 것”이라며 “롯데는 2005년 당시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가 대통령이 유력하다보고 장경작씨를 롯데호텔 사장으로 영입했고 이후 장경작씨에게 이 전 대통령과 롯데의 협력임무를 전적으로 맡겼다. 이 같은 작업은 롯데그룹 내에서 매우 치밀하게 진행된 것으로 장경작의 롯데행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때인 2005년 2월 1일 언론인터뷰를 통해 제2롯데월드에 대한 첫 찬성 발언을 내놓은지 사흘 뒤인 2월 4일 장씨는 호텔롯데 대표에 취임했다.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 2월, 장씨는 호텔롯데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1년여 만에 롯데는 정부로부터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를 받았다.

또 이명박 정권 인수위원회가 롯데호텔에 자리잡은 것을 두고도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산실, 즉 인수위 진짜 핵심업무를 처리한 곳은 롯데호텔 31층이었다. 부처 조각과 청와대 비서진 등 인선과 국정 구상을 했던 롯데호텔은 당시 ‘작은 청와대’라고까지 불렸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곳은 당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상득 전 의원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과 별도로 소공동 롯데호텔을 주요 인사 접견 등에 자주 이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한 사람이 더 추가된다면 바로 장경작씨다. 장씨는 이곳에서 이상득 전 의원과도 만나 제2롯데월드 사업에 대한 현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신 총괄회장의 메신저역할을 했던 셈이다.

장씨는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2008년 롯데그룹 호텔부문 총괄사장에 올라 2010년까지 롯데의 당면 현안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지휘했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이 장경작씨를 앞세워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야당인 민주당에선 이를 두고 ‘친구 게이트’라고 비난했다.

장씨는 2010년 롯데를 나와 현대아산 대표 등을 거쳐 2014년 1월 1일, 이 전 대통령이 2009년 사재 330억원을 출연해 만든 장학재단인 ‘청계재단’ 감사로 자리를 옮겨 재직 중이다.

MB, 롯데에 반대한 군부숙청

롯데는 MB정권 5년간 자산은 43조원에서 96조원(현재 103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계열사는 46개에서 79개(현재 93개)로 크게 늘었다. 이 같은 성장 뒤에 이명박 정권의 특혜가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렇게 보는 것은 야권도 마찬가지다. 야권에서는 ‘재벌 특혜’ ‘정치권 금품 로비’ 등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 비리 수사가 기업비리 수사로 끝나지 않고 여권의 전 정권 실세로까지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야권은 목소리를 높인다.

제2롯데월드로 불린 롯데월드타워는 신 총괄회장의 필생의 사업으로 롯데는 1987년 사업부지 매입과 1990년 사업계획서 제출로 추진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국방부 등의 반대 등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됐다. 전략적으로 매우 불합리하다는 것이 군부의 판단이었고 그동안 이를 청와대가 받아들인 것이다.

2008년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사업은 정권의 힘에 의해 독단적 형태로 진행됐다. 비행 안전 등 안보문제로 반대했던 김은기 공군참모총장 당시 공군참모총장은 경질됐고 성남 서울공항 동편활주로 각도는 3도 변경됐다.

건축제한 등 시민 재산권 침해를 우려한 성남 시민들과 야당의 반발은 묵살됐다. 하지만 정부는 결국 2009년 3월 롯데가 비행안전 조치 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제2롯데월드 건축을 허가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6년 참여정부에서 서울시장을 하던 시절 제2롯데월드 사업에 대해 줄곧 찬성 입장을 고수해왔다.

롯데타워 신축허가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동안 매 정부에서 거부돼 왔던 사업이다. 롯데는 허가를 받기 위해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상당한 로비와 설득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사적인 이유로 허가는 문턱에서 좌절됐다.

이처럼 제2롯데월드 건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업이었는데도 장경작씨의 역할 때문인지 롯데는 결국 성공시켰다. 이에 일부에서는 2011년 11월 경 제2롯데월드 신축 반대 소송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소송은 결국 원고측의 패소로 마무리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는 당시 김모씨 등 7명이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 허가를 취소해달라”며 송파구청을 상대로 낸 건축허가사항 변경허가처분 취소소송(2011구합38292)에서 각하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낼 때는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이익이 있어야 한다”며 “김씨 등이 침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은 공익보호의 결과를 국민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일반적이고 간접적인 이익이기 때문에 행정소송을 낼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또 “김씨 등의 주소는 인천과 부산 등으로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 주민이 아니기 때문에 환경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 등은 롯데건설이 송파구에 건설 중인 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에 대해 “성남전술항공기지에 진출입하는 전술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주고, 건물과 전술항공기가 충돌할 위험이 있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 소송의 결과는 김씨 등이 신축 건물과 관련된 직접 당사자이거나 직접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송의 이유가 없다는 취지에서 내려진 판단이다. 따라서 직접 관계된 원고가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롯데월드타워와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를 살펴보면 이렇다. 아직까지도 국방부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 적지 않다. 특히 공군은 사업 인허가 직전까지도 강하게 반발을 한 바 있다. 바로 성남비행장 때문이다.

성남비행장은 김포비행장과 함께 북한으로 향하는 서부전선 최북단에 위치한 비행장이다. 또 유사시 대통령, 정부요인 탈출을 비롯해 서부지역 항공교통을 유지하는데 중추적인 시설이므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MB정부는 허가를 내 주면서 활주로 구조를 조금 바꾸면 별 문제는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활주로를 약간 옆으로 비틀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은 이 주장에 대해서도 어림없는 수준이라도 반발했다.

활주로를 3도 기울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안전 확보가 어렵다. 기상악화를 비롯한 돌발 상황에서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주변 어느 정도 영역은 고도제한이 불가피하다. 높이가 555m 나 되는 거대한 마천루가 비행장 진입로상에 세워진다면 비행장 이용에 큰 지장과 위험이 발생한다. 위치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높이를 200미터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과 재력이 흔든 안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2 롯데월드가 생김으로써 발생되는 문제는 크게 성남비행장이 갖는 전략적 측면, 그리고 이용에 있어서 생기는 직접적인 기능적 측면 둘로 나눠볼 수 있다. MB정부 실세들을 비롯해 찬성론자들은 타워건설로 비행이 아예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들었다. 말하자면 고도제한은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연방항공청의 경고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당시 한국 건교부(현 국토부) 항공안전본부는 제2 롯데 초고층 신축 허용 가능성 검토를 위해 항공 선진국인 미국연방항공청(AFS-420 소속) 항공 안전 특별 전문가 3명을 초빙했다.

이들은 2003년 10월23일 한국 군용기에 탑승해 성남공항 ㅅ자형 활주로 중 주 활주로(서편)를 이륙해 제2 롯데월드 상공을 비행한 뒤 다시 같은 활주로로 착륙하는 절차(ILS RWY20)를 밟았다.

성남공군비행장 서편 활주로를 통해 비행 실험한 미국연방항공청은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연방항공청 전문가들의 현지 실사 후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성남공항 서편 주 활주로를 북쪽 방향에서 남쪽으로 착륙하는 군용기의 비정밀 접근(VOR/DME RWY 20) 과정에서 최종 접근 코스는 건축 예정인 제2 롯데월드 빌딩을 포함하게 된다. 활주로에서부터 호텔까지 짧은 거리는 착륙 때 현재의 ‘최저 강하고도’까지 강하를 허용하기 위한 단계 강하 픽스(Step Down Fix)의 설정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절차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초고층 호텔이 착륙 시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면 항공기 접근 각도를 현행보다 5도 가량 틀어야 한다.”

이 대목은 국방부가 내놓은 ‘(서편 활주로는 그대로 두고) 동편 활주로 3도 변경으로 충분히 안전하다’는 주장이 권력자들과 기업의 ‘위험한 장난’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의 전문 기술진은 항공기가 이륙할 때 장애물 회피 구역을 벗어나 비교적 안전하다는 서편 활주로에 대해서조차 착륙 각도를 변경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편 활주로(190도)는 서편 주 활주로(200도)보다 10도나 제2롯데 초고층 방향으로 기울어 있으니 그 위험성이 훨씬 높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국방부는 ‘서편 주 활주로는 현재 상태로 그냥 두고 동편 보조 활주로만 3도가량 손대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국방부의 이 같은 주장이 과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펼쳤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라는 데 있다.

국방부는 지금까지 타워건설을 결사반대했으나 MB정부 들어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국방부가 개별 기업인 롯데를 돕기 위해 얼마나 무리수를 쓰고 있는지를 그대로 대변한다.

또 미국 항공 안전 자문단의 보고서에는 제2 롯데가 들어서면 현재 국방부가 가만 둬도 안전하다며 활주로 각도 변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서편 주 활주로조차 착륙 항공기의 일직선 운용은 불가능하고, 25도 이상 선회해 들어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현직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을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다.

한 조종사는 “착륙 시 최종 접근 경로를 25도 이상 오프셋해야 한다면 구름을 뚫고 내려올 때 활주로 연결선과 맞추기가 어려워 사고 위험이 높다. 그 위험을 피하려다 보면 조종사는 마지막 착륙 과정에서 포기하고 급상승해 선회 비행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 충돌 위험 또한 높다”라고 염려했다.

결국 항공 선진국인 미국연방항공청이 참여정부 당시 성남공항과 제2 롯데 신축 부지 사이를 직접 비행해보고 내린 결론은 ‘항공 안전을 위협하는 인공적인 위험시설물’이라는 것이다. 현재 200도 각도인 서편 활주로조차 제2 롯데가 들어설 경우 비정밀 착륙 시 비행안전에 위험하므로 5도 이상 틀어 접근해 들어와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측 조사 결론이다.

그러나 MB 정부 들어 국방부는 별다른 전문 기관 조사나 항공 안전 영향평가도 거치지 않고 서편 활주로는 그냥 둔 채, 현재 각도 190도인 동편 활주로를 3도 틀어 193도로 바꾸면 제2 롯데월드를 신축하더라도 다른 계기 장비를 보강하므로 성남공항의 비행 안전이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으로 제2 롯데월드 신축을 적극 추진했던 이종석전 차장은 ‘노무현 정권이 제2 롯데월드 건설을 포기해야만 했던 이유’를 소상히 밝혔다.

2003년 말부터 2004년 초 사이에 노 대통령은 매주 열리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때마다 고용 문제를 고민하면서 제2 롯데월드 초고층 신축을 허용하면 일자리 2만8000개가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종석 전 차장은 대통령 뜻을 적극 받들어 롯데에 초고층 건물을 짓도록 허용해주는 방향으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이고 군용 공항에 관한 문제이므로 민간 전문가 대신 공군 기술전문 장교 2명을 불러 초고층 건축 허용이 가능한 쪽으로 모든 기술을 검토하게 했다.

하지만 그들은 종합 검토한 결과 국가 안보 문제와 항공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했고, 그대로 대통령께 보고를 올렸다. 노 대통령은 ‘무척 아쉽지만 중대 국가 안보가 걸리니 초고층 허용은 접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의 한계 드러날 수도

서울지방국세청이 롯데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자 “롯데가 이명박 정부 시절 최대 수혜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사가 검찰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추측이 적지 않았다.

검찰 주변에서도 여러 전망이 나돌고 있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 총수일가가 전 정권 비리와 관련해 검찰 등 사정기관으로부터 전방위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롯데에 대한 여러 관측이 제기된 것은 2013년 초부터다. 검찰 뿐 아니라 공정위와 국세청 등 사정기관 전반에 걸쳐 롯데그룹에 대한 조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재계에서는 “곧 모 기업이 수사를 받을 것”이라거나 “곧 국세청뿐 아니라 검찰과 공정위 등 사정기관 전반에 걸쳐 롯데그룹에 대한 조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확산됐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검찰은 롯데에 대한 구체적인 범죄첩보와 정황증거 등을 입수하지 못해 롯데 수사는 지지부진 했었다. 그런 검찰이 ‘정운호 게이트’로 롯데면세점이 불거지자 사건을 롯데그룹 전반으로 확대한 것은 물타기를 위한 무리수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운호 게이트’에서 드러나는 법조비리를 덮기 위해 롯데그룹으로 수사를 확대해 결국 용두사미형 수사가 될 것이라는 소리다. 일각에서는 MB정권 비리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롯데수사가 정치권과 관가 수사로 옮겨와 결국 롯데그룹 자체에 대한 수사는 흐지부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MB정부 때 잠실 제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 의혹을 비롯해 부산롯데타운 신축허가, 맥주사업 진출, AK글로벌(현 롯데DF글로벌) 면세점 지분 인수, 경남 김해관광유통단지 추가 개발 등 특혜의혹이 제기된 사업도 적지 않다.

MB정부 때 불가능해 보였던 인허가가 나자 정치권에서는 롯데 타워를 둘러싼 여러 소문이 나돌았다. 롯데타워 인허가 과정에서 정치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으며, 다음 정권에서 이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야권에서 나왔다.

2008년 10월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제2롯데월드 건설을 둘러싸고 "안보를 포기한 특혜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이 나오는 등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최인기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수조원에 이를 수십만명의 건축제한으로 인한 재산피해와 서울공항 활주로 이전비 600~800억원을 국민에 떠넘기면서까지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해 주고자 하는 저의가 정경유착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따졌다.

최 의원은 "공군이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 협의에 안 나서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뒤늦게 협의에 나선 뒤 허용 명분이 필요하니까 활주로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며 "서울시는 공군과의 협의만 끝나면 건축위원회를 열어 건축허가를 내 줄 계획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시는 애초부터 중앙정부 결정에 따른다고 밝혔다”며 “행정협의 조정을 통해서 국토해양부와 국방부가 방㎱?정하면 도시계획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때 국회 국방위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도 제2롯데월드는 논란이 됐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료를 내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재벌에게 제2롯데월드 건립을 허용해주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안보불감증이 불러일으킨 안보게이트”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서종표 의원도 “세 차례 정부가 교체되는 14년 동안 국가 영공 방위를 위해 금지됐던 것을 이명박정부 출범 6개월 만에 긍정적 재검토를 표명한 것은 국가 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롯데는 이 전 대통령의 취임일인 2008년 2월 25~26일 이례적으로 모든 중앙일간지에 취임 축하 광고를 냈다.

이 덕분인지 롯데그룹은 MB정권에서 회사규모가 초대형급으로 불어났다. MB정부 5년 간 자산은 43조원에서 96조원(현재 103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고, 계열사도 46개에서 79개(현재 93개)로 급증했다. 재계순위도 5위로 뛰어올랐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