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ㆍ경제 병진’ 위협, 전쟁날 수도… ‘영세중립국’북핵 무력화 해법

김정은 체제, 핵ㆍ미사일로 ‘경제 갑질’…거부하면 전쟁도 불사

남북 영세중립국안 유엔 상정, 총회 의제 통과되면 주민투표 실시

유엔 총회 상정만으로 북한의 전쟁 도발 억제…NGO단체 역할 나서

한반도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세계에서 신(新)민족고립주의 확산으로 유일 분단국인 한반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서다.

북한은 4차 핵실험(수소탄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을 앞세워 핵보유국을 자처하면서 ‘핵ㆍ경제 병진’ 노선으로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을 향해선 핵으로 맞설 것을 주장하고 남한에 대해서는 ‘휴전 상태’임을 강조하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북한이 막강한 핵과 미사일을 보유함에 따라 미국이 예전처럼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한반도 상황은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실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 대화나 경협의 전제로 ‘비핵화’를 고집하면서 ‘강(强) 대 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도 한반도 전쟁(국지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한다. 북한은 공공연히 가공할 무기로 남한을 공격하겠다고 협박하면서 한반도가 아직 전쟁 중이라는 것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불안한 상황이고 이전과는 비교가 안되는 핵ㆍ미사일을 보유한 만큼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이나 남북 접경지역에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그러한 북한의 공격에 대응할 군사력을 보유하지 못했고, 미국 또한 만일의 한반도 사태에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화약고와 같은 한반도 상황에 실효성 있는 대처 방안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남북을 ‘영세중립국’으로 하는 제안이 현실적인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세중립국안(案)’의 가장 큰 특징은 남북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으로 이를 유엔에 상정해 남북 주민의 투표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유엔에 상정한 것만으로 북한의 핵ㆍ미사일을 제어하는 강력한 장치가 될 수 있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 이후 한반도 위기와 ‘영세중립국’ 해결 방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봤다.

김정은 체제 ‘북한의 대변화’ 가 의미하는 것

“남북관계는 당 대회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달라지게 됐다.”

지난 5월 초, 36년만에 열린 북한의 7차 노동당 대회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이 전한 말이다.

국내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7차 노동당 대회에 대해 성과없는 대회, 심지어 실패한 대회라고 혹평했지만 베이징 소식통은 전혀 다른 평가를 했다.

소식통은 “7차 당 대회는 김일성ㆍ김정일 시대와는 다른 ‘김정은 시대’를 열었다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며 “북한의 대변화가 예고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당 대회 이전 남북관계는 끝까지 협상의 여지를 폭넓게 남겨 뒀지만 이후에는 핵(수소탄)과 미사일로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무력행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7차 당 대회의 핵심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천명한 ‘핵ㆍ경제 병진 노선’의 골자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 그렇게 변한 데는 4차 핵실험(수소탄 실험) 성공과, 장거리ㆍ특수 미사일 개발 진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유엔을 비롯한 세계의 제재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핵ㆍ미사일 개발에 전력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해 들어 북한은 1월 6일 4차 핵실험 후 ‘첫 수소탄 시험 성공’을 주장했고, 2월 7일에는 장거리 로켓(미사일) ‘광명성호’를 발사했다. 그외 북한은 사거리 200km, 300km 신형 방사포 발사에 성공해 우리 정부와 미국을 놀라게 했다.

최근에는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무수단(북한명 ‘화성-10’)의 시험발사 성공으로 미국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는 후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수소탄까지 보유한 우리 공화국은 정의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해 나가는 책임있는 핵보유국으로 위용을 떨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시대에 북한핵(수소탄)은 김일성ㆍ김정일 시대의 자위수단을 넘어 세계를 상대로 ‘갑질’을 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이에 따라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우리 정부에 대화보다는 무력을 앞세울 가능성이 높고, 남북관계 또한 대결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핵ㆍ경제 병진 노선’의 제1 타깃은 한국

김정은 위원장은 7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핵ㆍ경제 병진 노선’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 “제국주의의 핵위험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다”고 했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김정은의 ‘핵ㆍ경제 병진’은 김정일 시대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무서운 노림수가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ㆍ경제 병진’을 강조한 것은 이전 김정일 시대 핵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과 전혀 다른 의미라고 해석했다. 즉,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핵을 무기로 세계를 향해 ‘경제 갑질’을 하겠다는 것으로 북한이 요구하는 경제 지원 등에 응하지 않을 경우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북한의 핵ㆍ경제 병진 노선의 제1 타깃은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소식통은 앞으로 북한은 박근혜 정부에 ‘경제’와 관련한 대화나 지원 요청을 하는 대신 일방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이 최근 남북한 군사회담 개최를 요구한 이면에 ‘노림수’가 있다. 즉, 실제 남북 간에 군사회담이 개최되면 ‘회담’은 없고 일방적인 요구나 협박만 있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만일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서해교전과 같은 무력도발이나 군사분계선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핵ㆍ미사일에 주한미군 무력화(無力化)

현재 북한의 전쟁 도발 가능성을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한국의 방위력보다는 미국의 군사력이다. 미국 또한 그들의 고도화된 군사력으로 북한의 전쟁 시도를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그런데 북한이 4차 핵실험으로 비록 소규모이지만 수소탄 실험에 성공하고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함으로써 미국의 대북한 억지력에 큰 구멍이 생겼다.

과거 한국전쟁(6ㆍ25 전쟁)이 발발하는데 ‘애치슨 선언’이 큰 빌미가 된 적이 있다.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딘 애치슨은 1950년 1월 12일 미국의 동북아시아에 대한 극동방위선을 의미하는 ‘애치슨 라인(Acheson line)’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미국의 방위선에서 사실상 제외했다. 이는 남침을 계획하고 있던 북한에 결정적 호재로 작용했다.

한국에는 수천 명의 주한미군과 미군기지, 첨단 무기들이 배치돼 있지만 북한이 핵ㆍ미사일을 보유함으로써 사실상 무력화됐다.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하고 미국 본토를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다 해도 즉각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 한반도(한국)보다 자국의 안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간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있지만 유사시 (미군) 자동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협의하는 정도여서 구속력이 없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도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이 직접 참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자국민 수천∼수만 명을 살상할 수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위력을 알기 때문이다.

이는 남북 간 전쟁이 발발할 경우 군사력을 비교할 때 남한의 피해가 훨씬 클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북한의 군사력 균형에 금이 간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다. 북한은 핵실험 후 8일 만에 핵무기를 개발해 보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2009년 5월 2차 핵실험 한 달여 만에 우라늄 농축을 시작해 올해 최초로 수소탄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가공할 만한 다양한 미사일은 국내 군사력으로는 방어하기 어렵다. 지난 8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북핵 해법으로서의 ‘영세중립국’

북한이 막강한 핵.미사일을 갖게 되면서 한국은 물론 미국도 북한을 달리 보게 됐다. 북한은 핵ㆍ미사일을 앞세워 우리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있고 거부하면 무력행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7차 노동당대회에서 미국을 향해 “시대착오적인 대조선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여야 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조선에서 침략군대와 전쟁장비들을 철수시켜야 한다”며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은 지난달 23일 중국을 방문해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무수단(북한명 ‘화성-10')의 시험발사에 대해 “우리의 (핵탄두) 운반수단이 명백히 성공했다”면서 “이제는 우리가 미국이 어떤 핵전쟁을 강요해도 당당히 상대해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최근 박근혜 정부를 향해 “한반도는 ‘준 전쟁 상태’에 있다”며 언제든 전쟁이 다시 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하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 정부의 군사력이나 심지어 미국의 방어력으로도 북한의 전쟁 도발을 막는 게 쉽지 않다.

이에 대한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남북을 영세중립국으로 하는 방안이 설득력있게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이는 ‘영세중립국안(案)’을 유엔에 상정해 남북 주민의 투표로 영세중립국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10여년전부터 남북한과 러시아 3국을 중심축으로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통일을 모색해온 해외동포지원사업단(대표 장백산)에서 꾸준하게 제기해왔다.

기존의 학계나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한 영세중립국 통일 방안이 ‘이론’에 머물거나 사례 중심의 분석론에 치우쳤다면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의 영세중립국론은 남북관계 변화와 한반도 주변국의 이해관계까지 고려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평가받는다.

장백산 대표는 “10여년전엔 남북, 그리고 러시아의 민간이 중심이 돼 경협을 매개로 남북통일을 추진해왔는데 김정은 체제에서 장성택 등 합리주의자들이 제거되면서 보다 실효성있는 통일 방안을 강구했다”며 “김정은 체제가 핵과 미사일을 강화하고 핵ㆍ경제 병진 노선을 선언하면서 유엔을 통한 영세중립국 통일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장 한반도에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경협에 앞서 군사적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한 방안이 필요했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장 대표는 “유엔에서 다뤄지는 영세중립국 방안의 가장 큰 특징은 남북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으로 북한의 핵ㆍ미사일을 제어하는 강력한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영세중립국안이 유엔에 상정되고 총회에서 의제로 다뤄지면 북한도 전쟁 도발을 할 수 없다. 사실상 핵ㆍ미사일 같은 무력행사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이 제시한 영세중립국안은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 국민, 나아가 전 세계 해외동포들이 서명을 해 유엔에 상정하는 방식을 취한다. 일단 유엔에 상정되면 최소한 북한의 전쟁 발발 시도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북한이 핵ㆍ미사일을 무력화하는 영세중립국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지만 유엔 총회에서 의제로 채택되고 통과가 되면 북한에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그리고 실제 북한 주민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되면 북한의 당과 군이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엔이, 회원국이 강도 높은 북한 압박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세중립국안은 남북통일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한반도 주변 4강도 수용할 수 있는 것이어서 현실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17일 대남단체인 민족화해협의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박근혜가 아니더라도 우리와 손잡고 나갈 대화의 상대는 얼마든지 있다”고 밝혔다.

더 이상 남한 당국(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대화나 경협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북한의 그 같은 입장 표명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그래도 한민족인 남한과 미래를 도모하려 했으나 오로지 ‘비핵화’만 말하는 남한과 더 이상 상대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소식통은 “북한은 남한 대신 유엔을 상대해 문제를 풀어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13일 유엔 사무국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한반도 정세 완화와 통일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연석회의 참가자 일동’ 명의의 공개서한은 “(반기문) 사무총장을 비롯한 유엔 사무국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세계 최대의 관심이 쏠려 있는 조선반도(한반도) 정세완화와 통일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으로써 유엔 역사에 의미 있는 한 페지(페이지)를 새겨놓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기문 총장은 임기내 방북을 공언했고, 남북관계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싶다는 의중을 밝힌 바 있다.

앞서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이 제시한 영세중립국안은 유엔에서 다룰 의제다. 이 방안이 반총장이 언급한 ‘남북관계의 의미있는 성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