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권력 다툼 ‘우병우 스캔들’ 초래…파일 유출자 추적

“친박계 내부 갈등이 제 발등 찍었다” 권력 내홍 수면위로

구 친박 동반 몰락 조짐에 박근혜 위기론까지 솔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필요성 대두…국민 70% ‘신설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집권 4년차 여름휴가를 마치고 공식 업무 복귀하면서 국정운영 방향을 두고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닷새간 휴가에 들어간 박 대통령은 대체로 관저에 머물면서 주요 정책현안에 관한 보고서를 읽거나 참모진과 종종 통화하며 하반기 국정운영 방안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우병우 사퇴론’이 다시 불붙는 상황과 맞물려 기존의 정면돌파를 결심한 것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박 대통령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에 대한 특별감찰 이후 개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인사검증 실패 논란과 개인 의혹 등을 이유로 ‘우 수석에게 인사검증 역할을 계속 맡겨서는 안 된다’는 야권과 언론의 비판에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 “우 수석에게 대한 신뢰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말하자면 우 수석 논란과 관련해 우 수석 파일을 언론 등에 흘린 모종의 세력과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특별감찰팀이 우 수석의 비리를 규명하기보다 우 수석 파일이 외부로 전달되고 확산된 경로를 추적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청와대 움직임을 살펴보면 비리 의혹이 제기될 경우 인사조치를 하는 등 청와대는 비교적 신속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번처럼 느린 입장표명과 한 발 늦은 대응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청와대는 애초 우 수석의 문제를 알고 있었고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전혀 우 수석을 교체할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우 수석이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는 듯이 태연하게 행동하는 것도 이런 든든한 배경이 자리하고 있어서가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번 우 수석 논란을 두고 친박계 내부의 권력다툼이 낳은 결과물이라는 말도 나온다. 우 수석을 민정수석으로 내정하기 전 그에 대한 인사검증을 할 당시 작성됐던 파일을 누군가 고의적으로 유출했고, 이를 누군가 추가 조사해 언론사로 전달했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측근 보호 위해 눈ㆍ귀 막나

박 대통령은 최근 우 수석 논란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민생 현장을 찾아 조선업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경제 살리기와 국내관광 활성화에 매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정치적 논쟁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휴가 복귀 후에도 민생과 경제에 초점을 맞춘 현장 행보를 이어가면서 정책과 안보 챙기기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측근 보호를 위해 의도적으로 모르쇠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휴가 중에도 정무적 이슈보다는 정책 현안들을 주로 검토하고 해당 파트의 참모들과 더 많이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대통령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갈등에 대해 여러 대응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 배치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차질없이 추진하되 반발하는 지역 주민 설득에 주력할 전망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함에 따라 9월 중 여야 3당 대표와 정례회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여야 협치를 적극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개각, 사면과 관련해서 아직 특별히 추가 언급이 없지만 이런 조치를 후반기 국정운영의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국민적 여론을 감안해 일단 우 수석에 대해 특별감찰에 착수한 상태다. 청와대는 감찰 결과에 따라 우 수석을 조치할 계획이지만 이를 보는 시선은 양분된다. 일부에서는 “감찰 결과 특별히 문제 될 부분이 없다며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며 회의적 시각으로 보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일단 명분을 위해 특별감찰을 추진하고 이후 우 수석을 경질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우 수석에 대한 야권의 공격이 만만치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청와대는 일단 한 발 물러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 향후 국정운영을 위한 야권과의 협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감찰에 착수함에 따라 박 대통령이 이달초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새누리당 전당대회와 관련해 우 수석이 모종의 역할을 해야 할 부분이 있어 청와대가 전대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보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검찰에 고발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사전에 우 수석의 거취 문제를 정리할 수도 있다.

이 특별감찰관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진동 특별감찰관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법에서 정한 대로 (우 수석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우 수석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지난 주말”이라고 답했다.

이 특별감찰관이 조사에 착수한 우 수석 관련 의혹은 △처가 측의 법인을 이용해 재산을 축소 신고했는지 △진경준 검사장 승진 당시 인사검증을 소홀히 했는지 △의경으로 입대한 아들이 보직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는지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우 수석의 처가가 2011년 넥슨 측에 강남 부동산을 매각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는 현 직책에 임명된 이후의 비위만 조사할 수 있도록 한 법 규정에 따라 감찰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알맹이는 전부 빠진 형식적 감찰이라고 지적한다.

야권ㆍ시민단체 반발

우 수석 비리의혹과 관련해 참여연대는 최근 논평을 내고 “특별감찰도 검찰수사도 신뢰를 얻기 어려운 만큼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논평에서 참여연대는 “특별감찰제도의 한계로 의혹 규명에 한계가 있고 검찰수사 또한 우병우 수석이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 자리에 있는 한 제대로 된 수사를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특별감찰은 제기된 의혹 중 일부만 조사할 수 있으며 그것도 계좌 추적이나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권이 없어 우병우 수석이 모른다고 버틸 경우 달리 방법이 없다”며 “기소권이 없어 범죄 혐의를 확인한다 해도 다시 검찰 수사로 넘길 수밖에 없다. 아무런 성과 없이 검찰 수사만 지연될 것”이라며 특별감찰제의 실효성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이렇게 한계가 명확한 특별감찰을 지금 와서 진행하는 것은 우 수석에 대한 국민적 비판여론을 의식한 면피용 수사가 아닐 수 없다”라고 밝혔다.

또 참여연대는 “우병우 민정수석 사태는 권력과 검찰로부터 독립된 수사 기구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의 필요성을 다시금 확인시켜 줬다”며 “검사의 인사권을 쥔 권력의 핵심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기란 불가능하며, 이러한 논란 때문에 착수된 것으로 보이는 특별감찰 또한 제도상의 한계로 진상을 규명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에서는 감찰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운 감찰구조라고 지적한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에 착수하면서 앞으로의 활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특별감찰관은 ‘정권 실세인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법대로 하겠다”고 말했지만 실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대 법대 81학번인 이 특별감찰관은 작년 3월 사상 첫 특별감찰관으로 지명됐다. 당시는 우 수석이 민정비서관에서 민정수석으로 승진한 지 한 달가량 된 시점이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책임지는 자리다.

사법연수원 한 기수 ‘후배’인 우 수석과는 1992년 대구지검 경주지청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이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 체제에서 인사검증이 된 인물이라는 점도 주목을 끈다. 때문에 그가 거꾸로 우 수석을 감찰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위기론’ 정치권 확산

이와 함께 최근 우 수석과 관련된 파일뿐만 아니라 친박 핵심과 청와대 실세들에 대한 파일이 조금씩 시중에 돌고 있어 이와 관련된 여러 소문이 무성하다. 우 수석에 대한 비리 파일은 총선 이후 5월경 본격적으로 나돈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여권 내부에서는 “우 수석에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는 말과 함께 “우 수석이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은 사람이어서 곧 고름이 터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뿐만 아니라 최경환 윤상현 서청원 의원 등에 대해서도 여러 말이 나왔다. 이들에 대한 의혹들은 아직도 끊임없이 정치권에 돌고 있다. 최 의원은 공적자금투입과 낙하산 인사 개입 그리고 공천 개입 등에 대한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공적자금과 관련해 지난 5월 경부터 “최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에 출전할 경우 그와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이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최경환 윤상현 서청원 원 등을 겨냥하고 있는 세력이 파일을 쥐고 있다”는 소리가 사정기관 주변에도 무성히 돌았다.

최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새누리당 전당대회 이후 당권 향배가 양분되는 구조를 가질 경우 친박계 인사에 대한 비리파일 공개가 정권 말까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파다하게 정치권에 돌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미 “정권 핵심 A씨와 기업인 B씨의 유착관계가 머지 않아 문제될 것”이라거나 “최경환 의원과 가까운 모 인사에 대한 언론 추적이 이뤄지고 있다. 상당한 내용을 확보한 상황이며 해당 언론사가 보도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등등 불안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여권의 대권주자 만들기 물밑작업이 전대 이후 더 치열하게 본격화 될 전망임에 따라 박근혜 정권 관련 인사들이 비리 의혹으로 줄줄이 발 묶여 결국 현 정권이 올해 말경부터 본격적인 식물정권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와 함께 청와대의 관용적 태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우 수석에 대한 특별감찰 착수에도 불구하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우 수석을 물러나게 할 순 없다”는 청와대의 입장엔 변함이 없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우 수석이 사퇴할 경우 자칫 스스로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 수석 관련 의혹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의혹 자체가 정국경색을 초래하고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한편 우 수석을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민 10명중 7명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수처 신설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공수처 신설에 찬성한다(매우 찬성 38.8%, 찬성하는 편 30.3%)’는 의견이 69.1%로, ‘공수처 신설에 반대한다(매우 반대 6.6%, 반대하는 편 9.8%)’는 의견(16.4%)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잘 모름’은 14.5%로 나타났다.

지지정당별로는 정의당 지지층(찬성 87.4% vs 반대 8.6%)에서 찬성 의견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더민주 지지층(78.5% vs 14.8%), 국민의당 지지층(67.9% vs 18.3%), 새누리당 지지층(63.0% vs 24.7%) 순으로 조사됐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찬성 81.9% vs 반대 10.8%)에서 찬성 의견이 가장 높았고, 이어 중도층(77.1% vs 15.0%), 보수층(64.5% vs 23.2%)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찬성 78.5% vs 반대 10.7%)에서 찬성 의견이 가장 높았고, 이어 대구·경북(72.9% vs 14.8%), 부산·경남·울산(69.8% vs 19.1%), 수도권(68.3% vs 16.8%), 대전·충청·세종(63.7% vs 14.5%)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찬성 78.6% vs 반대 6.7%)에서 찬성 의견이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68.2% vs 26.7%), 60대 이상(67.6% vs 20.7%), 20대(65.1% vs 5.9%), 50대(65.0% vs 21.3%) 순으로 높았다.

이번 조사는 7월 26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15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86%)와 유선전화(14%) 임의전화걸기(RDD) 스마트폰앱 조사 및 자동응답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했고, 2016년 6월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가중치 부여를 통해 통계 보정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p다.



윤지환기자 musasi@ham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