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비리수사 MB라인 정면 겨냥에 ‘친이계 반란’조짐

새누리당 전당대회 앞두고 친박-친이 양계파 신경전 최고조

비박계 당권 장악 땐 청와대 위기…검찰 당권 향배 주목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이명박(MB)정권 비리를 정면으로 겨냥할 조짐을 보이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의 칼날이 ‘MB정권 실세’로 향하자 정치권 주변에서 “친이계 인사들에 압박이 본격화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새누리당 전당대회라는 빅이벤트를 앞두고 친이계 인사들에까지 수사를 확대할지는 미지수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비리가 전 정권과 깊이 연관된 부분이 많은 점을 감안할 때 수사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 내부에서 “검찰의 수사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당권 장악이 필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찰 안팎에서도 “검찰이 친이계 인사들 수사를 놓고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 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섣불리 수사를 확대할 경우 비박계가 당권을 장악할 경우 검찰에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역풍’이란 다름 아닌 검찰개혁이다. 야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검찰 개혁에 여권이 힘을 실어 검찰의 권력을 대폭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검찰에 있어 대우조선해양 수사는 힘의 균형을 조율하는 중요한 균형추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개 속에 갇힌 검찰 수사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김기동 검사장)은 지난 2일 강만수 전 행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강 전 행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MB정권 당시 강 전 행장 윗선 지시라인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강 전 행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이 두터운 만큼 지난 정권 때 친이계 핵심 실세들이 강 전 행장의 주요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전 행장은 소망교회에서 이 전 대통령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을 바탕으로 MB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통령 경제특보까지 올라 MB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강 전 행장은 2011~2013년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을 지냈다.

최근 경영비리 등으로 구속기소된 남상태(2006~2012년), 고재호(2012~2015년) 전 대우조선 사장과 재임시기가 두루 겹친다. 이에 검찰이 강 전 행장 재임시절에 발생한 대우조선 비리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것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장 무게가 실리는 것은 “MB정부 때 대우조선해양에 핵심 역할을 한 강 전 행장을 조사함으로써 윗선 개입 정황을 추적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은 일단 강 전 행장의 개인비리 의혹 추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강 전 행장 의혹과 관련해 대우조선과 거래를 했던 W건설사와 바이오업체 B사 사무실도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켰다. 조선해양회사인 대우조선이 업종 관련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이들 회사에 사실상의 특혜를 준 배경에 강 전 행장의 입김이 작용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 압수수색 이유다.

검찰에 따르면 대우조선이 수십억원대 하도급을 준 정황이 포착된 W사 대표는 강 전 행장과 종친이고, 지분투자한 B사는 강 전 행장의 지인들이 주주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과 관련해 강 전 행장 전임자였던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산은행장 겸) 역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리먼브라더스 출신인 그는 남 전 사장이 연임에 성공했던 2008~2011년 산은 회장을 지냈다.

무엇보다 민 전 회장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 중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측근(SDJ코퍼레이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행장 시절 포스코-성진지오텍의 수상한 인수합병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최근 검찰에 고발됐다.

하지만 현재 검찰의 수사방향과 폭을 감안할 때 수사를 너무 멀리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검찰의 수사여건 상 강 전 행장 재임기간 앞뒤 1년에서 2년 정도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나머지는 필요에 따라 추적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대우조선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 이미 남 전 사장 연임 과정을 두고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이재오 전 의원 등 MB정권 실세들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이번 검찰 수사에서 이 부분도 드러날지 주목되고 있다.

로비 창구로 지목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구속되며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가 밝혀지는 듯 했으나 검찰의 수사결과는 제기된 의혹과 달랐다. 검찰은 천 회장을 개인비리로만 기소했고 남 전 사장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았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남 사장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등의 폭로가 있었지만 검찰은 묵인했다.

대우조선-산은-MB 연결고리

또 산은은 거액의 분식회계 등 대우조선 경영진들의 비리 경영을 방조했거나 묵인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더불어 산은이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어 검찰이 산은비리 의혹까지 수사를 대폭 확대할 조짐도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수사를 무리하게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함께 정황증거와 의혹만 무성한 비리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요란한 빈 수레’가 될 수도 있어 ‘하명을 바탕으로 한 정치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검찰이 조사하고 있는 핵심인물들 대부분이 구체적 진술을 아끼고 있을 뿐 아니라 오래된 사안인 탓에 자료 확보도 쉽지 않고 지난 정권이 끝나면서 파기되거나 사라진 증거들이 많아 전형적인 용두사미형 수사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 회사 경영진을 넘어 MB 핵심 실세에 이미 칼끝이 닿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산은과 MB정부와의 유착 의혹이 적지 않았던 만큼 산은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곧 MB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으로 그동안 대우조선의 경영에 깊이 관여를 해왔다. 그동안의 대우조선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살펴보면 공교롭다. 2009년부터 김유훈 전 산은 재무본부장, 김갑중 전 산은 재무본부장, 김열중 전 산은 부행장 등 산은 출신 인사들이 이 핵심 요직을 차례로 차지했다. 대우조선에 대한 수사 초기부터 산은 수사는 필수적일 것이란 관측이 많았던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검찰은 대우조선이 대규모 부실을 숨긴 채 수천억원대의 성과급을 받아간 데에 강 전 회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전 정권 실세의 입김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이 근무하던 2012년부터 경영목표 평가 기준이 매년 하향된 부분을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산은은 고 전 사장과 강 전 회장이 함께 일했던 2012년부터 평가기준을 내려 성과급 지급을 크게 늘렸다.

이와 함께 검찰이 MB라인을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화되면서 여권 내부 분위기는 미묘하게 흐르고 있다. 무엇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와 비박계 간의 신경전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동시에 친이계를 압박하는 검찰에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는 ‘검찰개혁’으로 맞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어 검찰과 정치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친이계 좌장으로 꼽히는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은 ‘신당 창당’이라는 시한폭탄을 점화했다. 또 새누리당 내 대표적인 친이계 출신인 정병국 의원은 오는 8ㆍ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해 연일 ‘친박 패권’을 맹비난하며 비박계의 대표주자로 나섰다.

친이계 등 비박계는 청와대와 친박에 대한 공격수위를 높임과 동시에 검찰 개혁을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대선을 1년 5개월여 앞둔 시점에 나타나는 ‘권력 지각변동 현상’이 본격화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현 정권와 여권 그리고 검찰로 연결되는 권력분화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새로 탄생할 권력을 놓고 긴장과 견제의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권 장악=신 권력 ‘말기 현상’

비박계 내부에서는 강 전 행장의 검찰 수사를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강 전 행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을 지내는 등 전 정권의 경제정책의 최고 핵심이다. 이 전 대통령과는 서울시장부터 인연을 맺어온 ‘최측근’이기 때문에 그의 모든 결정과 행동 뒤에는 MB라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 정권 때 친이계 라인의 굵직한 비리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돈을 주무른 핵심인물일 뿐만 아니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결정으로 막대한 자금을 움직인 정황이 적지 않아서다.

최근 친이계 성향 인사로 꼽히는 비박계 인사들이 청와대와 친박계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 이면에서 검찰 움직임에 대한 불만이 서려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패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친이계 성향의 비박계 인사들이다. 이들은 현재도 여권을 대표하는 인사들이고 향후 당권 운용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권 핵심이다.

예컨대 당권주자인 정병국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미디어홍보본부장을 맡았고,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지냈다. 또 다른 비박계 후보인 주호영 의원 역시 친이계 출신으로 꼽힌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친이계 출신이며,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는 정병국 의원과 가까운 당내의 대표적인 소장파 출신이다. 내년 1월을 목표로 신당 창당 작업에 들어간 이재오 의원도 대표적 친이계다. 그는 친박계가 주도한 공천파동 과정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선, 친박계에 대한 복수의 칼을 갈고 있다.

이처럼 친이계를 중심으로 결집현상을 보이는 비박계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아 검찰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비박계는 친박계와 당권경쟁을 벌이는 한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신설 등 검찰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수남 검찰총장도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재임 중이던 때에 검찰개혁이 추진될 경우 ‘검찰을 지키지 못한 총장’이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퇴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검찰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전개되면서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당권 향배를 지켜보고 수사범위를 결정할 것이라는 말이 파다하다. 이에 청와대는 검찰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하게 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 차기 당 대표에 도전하는 비박계 후보 정병국ㆍ주호영 의원이 단일화에 합의한 데 대해 친박계는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친박계는 이번 단일화 결정의 배후에 비주류 핵심인 김무성 전 대표가 있다고 주장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정기관 주변에서 “정권 실세가 최근 검찰에 대우조선해양 등 지난 정권 비리 수사와 친이계 수사확대에 속도를 내 줄 것을 독촉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비주류 단일화 후보 지지'를 공개 천명한 김 전 대표의 발언을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당 차원의 징계절차를 요구까지 나오고 있어 향후 새누리당 내분 사태가 주목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