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서 ‘비선 논란’ 확산…박근혜 정부 임기말 ‘태풍의 눈’

“靑 비선 실세 최순실 맞다” 주장 나와… “박 대통령과 수시로 접촉”

최씨, 재계 관심 사안 관여 의혹도 제기돼…일부 언론 최씨 막후 역할 추적

청와대 “최씨 관련 언론과 정치권 주장은 사실 아냐, 사회 혼란 야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동시에 이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추가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ㆍ60)씨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야권은 이 의혹 규명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올해 국정감사 최대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최씨와 관련된 논란이 확산되자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말기현상’으로 보고 있다.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정치권에서 ‘비선논란’으로 빠르게 확산되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 의혹에 대해 “언급할 가치도 없다”며 일축해 왔지만 사태가 심화되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 적극적인 대응을 강구중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비상시기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는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근거와 증언이 하나둘씩 계속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여권 내부에서조차 “진실을 규명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지 않으면 당 전체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측근뿐만 아니라 친박 핵심 실세들에 대한 의혹들도 줄줄이 제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최순실 의혹 朴정부 직격탄

<주간한국>은 2014년 12월 제3555호에서 정윤회 문건 유출 관련 보도 기사를 통해 청와대 비선 실세 A씨에 대해 보도한 적 있다. 당시 기사에 언급된 A씨는 박 대통령과 특수관계인 인물이다. 이 인물은 박 대통령과 혈연으로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순실씨는 그와 함께 박 대통령을 움직이는 비선라인 중 한명으로 꼽힌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과거 박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한 직후 <주간한국>과의 전화통화에서 “최순실은 박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비선 중 한명인데, 두 사람의 인연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미스터리한 말을 남긴 바 있다.

청와대 동향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씨는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박 대통령과 거의 같이 살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코디역할을 도맡아 항상 곁을 지켰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청와대 일부 관계자들은 최씨가 박 대통령의 코디네이터인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한 청와대 소식통은 “청와대에는 1부속실과 2부속실이 있는데 1부속실은 대통령이, 2부속실은 영부인이 사용한다. 박 대통령은 두 개를 모두 이용했으며 2부속실에서 주로 저녁 11시에서 2시 사이에 최씨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최씨에 대해 “사회사업과 재계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라며 “재벌 사면 등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과 의견을 나눴다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박근혜 정부 때 모 기업이 사업규모와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물밑지원이 있었고 이 덕분에 이 기업은 다른 기업에 비해 상당한 수익을 냈다”며 “재계 일부에서 이 회사가 이렇게 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최씨의 역할이 있었다는 말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권 초기 최씨가 그야말로 박 대통령의 스타일리스트를 자처해 순수하게 그 일만 했는지 아니면 이를 빙자한 비선 역할을 했는지 여러 추측과 소문이 분분한 가운데 정윤회씨와 최씨의 이혼도 다시 세간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이혼이 권력투쟁에서 파생된 결과물 아니냐고 추측한다. 박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이혼이라는 수단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청와대는 비선실세나 최씨와의 관계 등에 대해 일절 부인하고 있지만 최씨가 청와대를 안방드나들 듯 했다는 얘기가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혈연도 아니고 공식적으로 청와대 업무를 수행하는 관계자도 아닌 그저 일반인인 최씨가 어떻게 왜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었는지 규명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무조건 ‘사실무근’이라 말하는 청와대의 주장엔 의구심이 제기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박 대통령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불러 공무원 두 명에 대해 인사조치할 것을 지시한 적 있다. 이 두 공무원은 승마협회 내부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이들이고, 이 보고서에는 협회와 정윤회씨 양쪽이 문제를 야기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정윤회-최순실의 딸이 승마를 하는 것 때문에 불거진 문제였는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장관을 불러 공무원 두 명을 손보라고 지시하고 이틀 후 이들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됐는지 다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의 말을 듣고 그렇게 한 것일까 생각해볼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국의 대통령이 공무원에 대해 인사조치를 요구하며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이는 누군가 박 대통령에게 해당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강력히 요청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야권의 맹공 통할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번 의혹을 최대한 확대해 정권교체로 연결시키겠다는 각오다. 야권은 경우에 따라 최씨가 박근혜 정권에 결정타를 날릴 수 있는 핵폭탄이 될 것으로 보고 공세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민주는 지난 21일 두 재단의 법인 설립 및 모금 과정과 최순실씨의 재단 운영 관여 의혹 등을 파헤치기 위한 당내 TF를 구성키로 했다. 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뿐 아니라 운영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도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기로 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의혹이 해명되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야권은 여러 정황 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이번 의혹과 관련,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는 야권의 문제제기를 국감을 앞둔 일방적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정면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야권이 증거 없이 무책임한 공세를 펴는 것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언급할 만한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한겨레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고 두 재단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출연금을 받아냈다고 보도했다. 특히 최씨는 자신의 측근을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 앉혔고 안 정책조정수석은 두 재단의 자금 마련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살펴보면 문체부의 재단설립 허용과정에서부터 대기업의 자금지원에 이르기까지 의심스러운 구석이 하나둘이 아니다. 이 재단에 대기업들이 8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출연한 것과 그 과정이 여러 면에서 석연치 않다. 민간재단 설립에 청와대 수석, 비선실세, 문체부가 총동원된 형국인 것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안 수석과 최씨가 이 자금 조성에 개입돼 있는 것 아니냐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일고의 가치 없다고 일축하기엔 논란이 너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야권의 공세수위는 점점 높아만지고 있는데다 새누리당이 이를 감쌀 명분이 없어 야권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시점에 잘못 거들고 나섰다가 동반침몰할 수도 있어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은 미르 등에 대해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를 대비해 만든 일해재단과 다를 바 없는 권력형 비리”라며 국정조사 실시와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는 이번 국감의 최대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야당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및 최씨 비선실세 논란을 이번 국감의 최대 이슈로 부각한다는 방침이다. 야당 의원들은 최씨, 안 수석,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물론 재단 관계자와 출연금을 낸 대기업 임원들의 국감 증인채택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정치공세적 증인채택 요구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다. 절차적 문제없이 전경련이 주도한 재단설립에 청와대와 비선실세 개입 운운하는 것은 전형적인 정권흔들기라고 맞대응하고 있다.

이 의혹과 관련, 여야의 팽팽한 대치 기류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감에서 야권이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또 차기 대권경쟁이 서서히 본격화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한 여야의 전면전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당은 새누리당이 끝내 증인채택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교문위 국감 보이콧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재단법인 미르는 국내 16개 주요 그룹들이 문화강국 기반 마련을 목표로 약 49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문화재단이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16개 주요 그룹은 2015년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서 문화강국 허브 구축을 위한 재단법인 ‘미르’ 현판식을 개최했다. ‘미르’ 설립에 참여한 이들 주요 그룹들은 총 486억원의 출연금을 조성했다.

문화재단 ‘미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기반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한류를 넘어 음식ㆍ의류ㆍ화장품ㆍ라이프스타일 등 신(新) 한류 확산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문화교류 확산 △문화창조기업 육성 및 해외동반 진출 △한국 전통문화 가치 확산과 브랜드화 등의 사업을 주축으로, 경제분야에서의 ‘코리아 프리미엄’을 달성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이밖에 재단 ‘미르’는 앞으로 △해외 각국과 상호 문화교류를 위한 공동 페스티벌 개최 △문화거리 조성 및 랜드마크 추진 △청소년 문화교류 촉진 등을 통해 글로벌 문화교류 확산을 위한 기반 조성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통합 벤처단지 조성, 문화콘텐츠 창작자 발굴지원, 콘텐츠 박람회 등 문화창조기업 육성과 해외 동반진출 지원체계 구축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창조경제 맞춤형 재단인 듯 한 느낌을 주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