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선 잠룡 중 누가 비상하나

與, 친박 외면ㆍ비박 공세, 野 맹공에 ‘潘 대망론’ 흔들

반기문,‘제3 지대 승부론’…안철수ㆍ손학규ㆍ김종인 합류?

2017년 차기 대선에 위기감이 팽배한 새누리당이 반기문 유엔총장에 보이던 ‘구애’의기가 식어가는 모양새다. 집권 여당의 중추인 친박(친박근혜)이 반 총장에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이는가 하면, 비박(비박근혜)계는 반 총장이 친박과 손잡고 새누리당에 입성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반 총장이 여권 후보로 나올 것을 대비해 벌써 맹공을 퍼붓고 있다.

여권에서 반 총장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고, 야권에서 반 총장에 대한 공세가 격화되면서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이 위협받고 있다. 실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반 총장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다른 후보와의 격차율도 줄어들고 있어 일각에선 ‘반기문 거품론’을 제기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반 총장이 차기 대선의 유력한 잠룡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또한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상당하다.

관건은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느냐와 그럴 경우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이냐이다. 그간반 총장이 차기 대선에 대해 밝힌 입장과 정치전문가, 반 총장 측근들에 따르면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하지만 반 총장이 여야 어느 쪽과 손을 잡을지, 아니면 새로운 ‘제3의길’을 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1년여 남은 대선 형국과 반 총장의 행보 가능성을 중심으로 2017년 대선을 짚어봤다.

‘반기문 대망론’ 이상기류

4ㆍ13 총선 참패와 함께 대선후보들이 몰락한 새누리당에서는 대안으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띄웠다. 특히 친박 진영은 노골적으로 반 기문 총장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정현 신임 대표는 대선후보 경선을 ‘슈퍼스타K’ 방식으로 하자며 반기문 총장에 유리한 방식을 제시했다가 비박 진영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비박 진영은 반 총장이라도 경선을 거쳐야 하며, 당내 여러 대선후보들과 경쟁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그런데 최근 친박 진영에 반기문 총장에 대한 구애를 거두는 듯한 이상기류가 감돌고 있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2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요즘 반기문(사진) 유엔 사무총장을 보면 걱정이 많다. 정치에선 문재인ㆍ안철수는 프로, 반 총장은 아마추어 아니냐”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 5월 반 총장의 방한 당시 “새누리당 대선주자 가운데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라고 선언하며 띄우기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충청권 재선인 친박계 김태흠 의원도 “반 총장이 국내 정치에서 리더십을 보여준 적이 있느냐. 검증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검증론’을 제기했다.

‘충청포럼’ 회장으로 누구보다 ‘반기문 대망론’을 띄우던 윤상현 의원은 “반 총장은 많은 후보 가운데 한 명”이라며 “‘반기문=친박 지지’라는 등식은 허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기란 단지 피부 껍질 두께밖에 안 되는 깊이(skin deep)’란 외국 속담이 있다”며 “반 총장은 정책과 후보 적합성을 놓고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에 대한 친박계 인사들의 태도 변화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한 친박계 의원은 “벌써부터 반 총장과 유착하는 모습을 보이면, 반 총장도 죽고 우리도 죽을 것”이라며 ‘전략적’ 행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반 총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며 반 총자에 대한 거리두기가 ‘실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반 총장의 문제’에 대해선 함구했다.

친이(친이명박)ㆍ비박 진영에선 노골적으로 반 총장을 비토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가진 행사 뒤 반 총장에 대해 “제발 언급들 좀 말아주기 바란다”며 “반 총장의 임기가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미국 언론에서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비판하고 모두가 국내 정치에 연결된 것이 옳지 못하다는 시각에서 비판 기사를 쓴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반 총장을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한 외국 언론을 인용한 것에 대해 비박계의 반 총장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비박계 남경필 경기지사는 21일 “반 총장이 지난 10년간 한국에 대해 고민했나”라며 반 총장의 대선후보 자격론을 거론했다.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반 총장의 영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새누리당이 친박ㆍ바ㅣ비박을 떠나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양상이다.

야권은 처음부터 반 총장에 대해 부정적 인 입장을 견지했다. 반 총장이 여권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야권은 반 총장이 대선 무대에 오르는 순간 철저한 검증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 한 중진 의원은 “반 총장에 대한 X파일 등 검증할 게 많다”며 “반 총장이 검증을 이겨낼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반기문 대권 도전 ‘제3의 길’ 가나

차기 대선과 관련한 반기문 총장의 행보를 보면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평가다. 하지만 반 총장이 출마시 어떤 행보를 해나갈지에 대해선 전망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일치되는 견해는 반 총장이 여권의 핵심인 친박을 배경으로 대선 후보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불리하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반 총장이 친박의 꽃가마를 타고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필패”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민 여론은 4ㆍ13 총선 때부터 친박에 등을 돌렸고,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부정적 여론이 높아 반 총장이 차기 대선에서 친박과 연대하는 것은 패배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대선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반 총장이나 야권에서 1위 지지율을 보이는 문재인 전 대표 모두 ‘현상황 대로’ 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대선에서 패배한다며 시대정신이 담긴 새로운 정치와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대권에 다가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정치 평론가는 “1992년 대선에서 호남의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충청의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연대해 정권창출한 것과 마찬가지로 충청의 반기문 총장과 호남의 국민의당이 손을 잡고 여기에 다른 세력(수도권, 영남 등)이 참여하면 대권에 다가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기 대선에서 반기문 총장을 중심으로 신DJP에 영남ㆍ수도권(알파) 세력이 합류할 경우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 총장의 향후 대선 행보와 관련해 다수의 정치전문가들은 “현실정치와 거리를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 총장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현정치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작용한 측면이 큰 만큼 현재 여야 정치권을 멀리하는 게 반 총장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선 “정치는 현실”이라며 국내 조직과 기반이 없는 반 총장이 대선을 치룰려면 여든, 야든 정치권과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반 총장이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기존 정치와는 다른 ‘제3의길’에서 대권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전문가는 “대선의 키는 국민이 쥐고 있다”며 “현재 여야의 조직력이 있더라도 국민(여론)을 이길 수 없디”고 말했다.

그는 반 총장이 기존 정치와는 다른 ‘제3의길’, 또는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치의 깃발을 들면 여야는 물론, 그밖의 여러 세력이 집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안철수 전 대표가 ‘제3세력’을 강조하고 김종필 전 총재를 만난 것이나 손학규 더민주 전 상임고문이 ‘국민공동체’를 주창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전 고문이 합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대선에서 ‘반기문-안철수 연합’ 가능성을 제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부에선 안철수ㆍ손학규 외, 김종인 더민주 의원의 참여까지 점친다. 나아가 여권내 친박ㆍ비박과는 다른 증도파, 더민주 반문(反문재인)파, 국민의당 등의 합류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연 반 총장이 내년 귀국 후 어떤 행보를 취하고 정치권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