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배후 미스터리 투성…검찰 수사 둘러싼 정치권 줄다리기

야권 “이번에 박근혜 정부 끝장낼 각오로 파헤칠 것”

최순실씨 ‘비선 실세’ 의혹 등 확산, 국정감사 최대 이슈로

시민단체가지난달 29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재단 설립과 운영 모금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면서 정권 ‘비선 실세’로 지목된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검찰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롯데 수사 실패로 부담을 안고 있는 검찰은 현 정권 실세를 겨냥한 수사를 해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투기자본감시센터(대표 윤영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에 최씨와 안 수석, 미르와 K스포츠의 대표 및 이사들을 뇌물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취지의 고발장을 냈다. 이 단체는 800억원대 자금을 모아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한 전국경제인연합의 허창수 회장과 이승철 상근부회장, 62개 출연 기업 대표도 배임 등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고발장에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이 전경련에 요구해 모금하고 미르 인사에 관여했고, 최순실은 K스포츠 인사에 관여한 사실이 명백해 안종범과 최순실이 두 재단의 관리자이며 모금 당사자”라고 주장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ㆍ60)씨에 대한 여러 의혹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추가로 제기되고 있다.

야권은 이 의혹 규명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국정감사 최대 이슈 부상

시민단체는 전경련이 조직적으로 거액을 모아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한 것은 원샷법 관철, 세금 감면 등 특혜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일련의 모금 과정을 뇌물 공여 행위로 봐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종범 수석은 지난달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제기한 자신의 모금 개입 의혹과 관련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기업들의 미르재단 모금 과정에 전혀 개입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장 내용을 검토해 보고 어디에서 수사하는 게 적절할지 검토해 배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응도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같은달 30일 청와대와 대통령 비선 실세가 재단 설립과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를 10월 중 해산하고 신규 ‘통합재단’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전경련은 이날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해산하고 문화ㆍ체육사업을 아우르는 문화체육재단의 신규 설립을 경제계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날 자료를 통해 “최근 두 재단의 운영 상황을 자체 진단한 결과, 두 재단의 문화ㆍ체육 사업 간에 공통 부분이 많고 조직구조, 경상비용 등의 측면에서 분리운영에 따른 각종 비효율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기존 재단을 해산하고 문화와 체육을 아우르는 750억 원 규모의 새로운 통합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이 내세우는 신설 문화체육재단의 기본 취지는 경영 효율성 제고, 책임성 확보, 사업역량 제고, 투명성 강화 등 총 4가지다.

전경련은 통합재단에 경제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책임성을 확보하고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인근 지역으로 사무실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경련은 논란이 된 이사 선임 등에 대해서는 공신력 있는 기관ㆍ단체들로부터 이사 후보를 추천받아 선임키로 했다. 또 명망 있는 문화ㆍ체육계 인사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고 매년 상·하반기에 신설법인에 대해 외부 회계법인을 통한 경영감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다음달 중 기존 2개 재단 해산과 함께 새로운 재단 설립을 위한 법적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신속한 통합작업을 통해 조직 안정화를 도모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경제계는 그동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등 다양한 문화ㆍ체육행사를 지원해 온 바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野) 3당은 즉각적으로 이에 대해 반발했다. 전경련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잘못을 가리기 위한 꼼수일 뿐”이라며 “두 재단을 영구 해체하는 것은 물론 그와 별도로 특혜 의혹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민주 금태섭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문제 제기에 답해야 할 청와대는 뒤로 숨고, 전경련이 의혹을 덮고 수습하는 것”이라며 “밝힐 것은 밝히고 잘못은 잘못대로 사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금 대변인은 “한 언론사에 보도된 대기업 내부 문건을 보면 미르재단 성격과 관련해 정부와 재계가 주관하는 법인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대표 상위 19개 그룹이 참여하고 매출액 기준으로 출연금을 배정한다고 나와있다”면서 “자발적 모금은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도 논평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던 당당함은 어디로 가고 왜 두 재단을 해체하느냐”며 “새누리당 국정감사 파행이 두 재단 조사를 막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을 확인시켜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재단은 영구해체가 답이다. 대기업에서 뜯어낸 출자금도 모두 돌려줘야 한다”며 “국민의당은 두 재단 해체 여부와 상관없이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미르재단이 설립허가를 받기도 전에 등기 신청을 했다는 새로운 의혹이 야권에서 추가로 제기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과 이용주 법률위원장, 교육문화체육위원회 간사인 송기석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미르재단의 등기신청서를 공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민주 정성호 의원도 같은 내용의 자료를 대법원에서 제출받아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미르재단의 설립이 승인된 것은 지난해 10월 27일이지만 법원에 등기 신청 수수료를 납부한 것은 이보다 하루 전날인 것으로 기록돼 있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미 설립이 날 것을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순서를 앞질러 절차를 밟은 것”이라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석연치 않은 개입 정황들

국민의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최순실씨가 비선실세로 설립과정에 개입했다는 미르재단 의혹과 관련, 10월 26일에 맞춰 재단이 설립되도록 ‘거대한 권력’이 움직였다고 지난달 31일 밝혀 주목을 끌었다. 10월 26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일이다.

국민의당은 미르재단의 법인 설립 허가 과정을 시간대별로 분석하며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일인 10월 26일에 맞춰 법인 설립을 허가하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과 당내 율사 출신, 이용주ㆍ송기석 의원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

김 의장은 “국민의당이 확보한 법원등기서류 신청자료에 따르면 미르재단은 모든 것을 10월26일 탄생에 맞추려고 했다”며 “(재단의 )가짜 출생에 아직 출생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출생신고서가 발부되고 등기가 이뤄졌다”고 했다.

이어 “주무부서는 가짜 정관 허위회의록을 검토하지도 않고 행정을 동원했으며 공무원은 출장대기해 모든 일을 하루만에 일사천리로 진행하고자 했다. 거대한 권력의 기획조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또 “다시 말하면 거대한 외부의 힘에 의한 지시나 기획없이 불가능한 일이 회의록 작성 모금 뿐 아니라 법원 재단 인허가 과정, 등기신청 과정에서도 드러났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 의장은 “2015년10월25일 18개 기업의 50개 관련회사 임직원들에게 26일 오전 10시 팔레스호텔에 모이라는 소집령이 내려진다. 휴일이다”며 “아시다시피 전경련은 회원사가 왕이고 전경련 임직원은 그들의 지시나 의견개진에 따라 움직이면 되지 해당 재벌들의 주요임직원으로 하여금 오라 가할 위치 아니다”고 했다.

그는 “(전경련이)출연에 대한 약정을 해 달라며 각 법인의 그 중요한 인감들을 다 가지고 오라고 한다”며 “그래서 26일 오전 10시 팔레스호텔에서 쭉 돌아가며 만들어진 회의록 정관에 법인인감 도장을 찍는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당의 브리핑 내용을 종합하면 미르 재단 설립 허가를 위해 공무원들이 이례적으로 출장을 갔고, 저녁에는 일 처리 안하는데 저녁 8시부터 전자결재라는 방법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법인설립등기신청서를 보면 최초작성일시가 2015년 10월 26일 19시35분으로 나와 있으며, 이는 재단이 설립도 안됐는데 등기신청서를 미리 저녁 7시35분에 작성을 해 뒀다는 것이라고 국민의당은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또 등기수수료 표에도 26일 저녁 8시10분께 허가 나지 않았음에도 이미 등기 수수료 2만5000원 상당을 납부가 된 상태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또 허가 과정에서, 필수서류인 주무관청 법인설립허가증도 등기 당시에 제대로 제출하지 못했다는 의혹 역시 제기했다.

송기석 의원은 “미르에 대한 법인설립허가증은 기재가 불분명하다”며 “설립허가증 관련해서 원본반환 표시가 없고 허가증 기재내용에 보면 미르에 대해서는 등기자체가 27일 오후 4시23분에 이뤄졌지만 그 때까지 주무관청이 문체부의 설립허가증이 없었던 게 아닌가”라고 했다.

한편 한국갤럽이 9월 다섯째 주(27~29일)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 결과 지난주에 비해 1%포인트가 하락한 30%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30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직무를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 부정평가는 전주와 같은 56%였고 15%는 의견을 유보했다(어느 쪽도 아님 4%, 모름·응답거절 11%). 한국갤럽은 북한의 5차 핵실험 등 ‘안보정국’에 힘입어 33%까지 반등한 지지율이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증폭으로 다시 떨어지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4월 총선 이후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29~34%, 부정률은 52~58% 범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각 세대별 긍정/부정률은 20대가 10%/69%, 30대 11%/74%, 40대 22%/65%, 50대 40%/49%, 60대 이상 58%/28%다.

정당지지도는 새누리당이 지난주보다 2%포인트 떨어진 31%, 더불어민주당은 1%포인트 하락한 24%를 기록했고 국민의당은 2%포인트 상승해 12%를 나타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7~29일 3일간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로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이며 응답률은 20%다(총 통화 4,919명 중 1,004명 응답 완료)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