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수사 올인, ‘사실상 실패’ 끝나…신동빈 회생 ‘위기의 검찰’ 망신살

권력 수사에 약하고 공과 연결 수사에 강하다 비난 봇물

신 회장 구속영장 기각 다음 타깃 찾기에 기대시선 없어

우병우 수사는 대국민 기만극 검찰개혁 절대적 필요성 제기

특수부 반부패부 등 핵심부서 이미지반등 해법 놓고 고민

롯데그룹 비리 의혹에 올인했던 검찰수사가 사실상 실패로 마무리되는 상황이 전개되자 검찰의 수사역량을 놓고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아울러 제식구 감싸기, 권력비호, 부정부패 등 검찰의 치부가 드러나면서 검찰개혁요구도 한계수치에 이르렀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롯데 수사와 진경준 검사장 그리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용두사미형으로 흘러감에 따라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 “검찰이 비난여론을 상쇄시키기 위해 다음 수사 타깃을 물색 중”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기대시선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검찰 수사에 더 이상 기대할 것 내용이 없다는 회의적인 여론만 더 확대되고 있다.

롯데 수사와 관련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가 애초부터 시선 끌기용으로 진행된 것으로 여러 부분에서 무리수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롯데에 대한 의혹은 많았지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내용이 특별히 없었는데도 ‘정운호 게이트’에서 촉발된 신영자씨 수사를 타고 무리하게 들어갔다는 것이다.

고개 숙인 검찰 미소짓는 롯데

롯데 수사의 정점으로 기대를 모았던 신동빈(61)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이 지난달 29일 법원에서 기각됨에 따라 롯데그룹 수사를 둘러싼 비난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일단 검찰-롯데 싸움에서 롯데가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안팎에서 제기된 정ㆍ관계 로비 의혹은 이대로 묻혀버린 채 끝날 공산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신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거쳐 이날 새벽 “현재까지 수사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회장은 총수 일가에 500여억원대 급여를 부당 지급하고 롯데시네마 매점 독점 운영권을 줘 770억원대의 이익을 안겨주는 등 총 175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오너 일가가 가로챈 이익이 1280여억원에 이를 정도로 사안이 중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를 따른 신 회장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롯데 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영장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 내부에서 “신 회장은 부친인 신 총괄회장의 뜻대로 움직인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사실상 공동경영을 해 왔으며 실질적으로는 신 회장이 집행 책임자 역할을 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는데도 이같이 판단한 법원의 결정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검찰 주변에서도 영장 기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나온다. 비리 의혹과 관련해 롯데 정책본부 임원들의 진술과 내부 문서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됐음에도 총수의 책임이 없다는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영장 기각은 향후 대기업 비리 수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결국 신격호 총괄회장이나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다른 비리 관련자들과 함께 일괄 불구속 기소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겨냥했던 전 정권 ‘로비 수사’도 사실상 진전이 어렵게 됐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를 비롯해 이명박(MB)정부 시절 수많은 특혜를 누린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검찰 주변에서는 김영삼정부 때부터 추진했으나 번번이 가로막혔던 제2롯데월드가 전 정권에 갑자기 허가를 받아낸 부분에 대해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지난 6월 검찰이 롯데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착수했을 때부터 롯데의 비자금 규모와 MB정부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를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없던 이야기가 돼 버렸다. 신 회장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로비 의혹 규명도 어려워졌다.

분위기 반전 기회 만드나

검찰은 법원 판단에 당혹 내지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경영비리에 연루된 재벌 총수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례는 많지 않다. 근래 들어선 2013년 횡령 및 법인세 포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조석래(81) 효성그룹 회장 정도가 언급된다. 조 회장은 영장 기각 후 불구속 기소됐다.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검찰의 영장 재청구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따라 검찰이 신 회장을 배후로 의심하는 롯데케미칼의 270억원대 소송 사기와 200억원대 통행세 비자금 의혹도 미완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홈쇼핑의 9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정ㆍ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 규명도 쉽지 않게 됐다. 롯데홈쇼핑 수사는 지난 7월 강현구 사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이미 동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검찰은 신 회장을 구속한 뒤 강 사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다시 수사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최악의 상황을 맞은 만큼 모두 손을 털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수사의 최대 현안인 총수 일가 비자금 부분도 규명되지 못한 채 끝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에서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정황을 찾아낸 실적도 무용지물이 됐다. 총수 일가는 물론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와의 관련성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신 회장의 구속영장 범죄사실에도 비자금 부분은 빠졌다.

그룹 2인자로 수사의 핵심키로 꼽혔던 이인원 정책본부장의 극단적인 선택과 신 회장의 신병 확보가 비자금 규모와 용처 파악의 필요조건으로 꼽혔지만 둘 다 실패해 수사는 미완의 종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께 신 회장을 비롯해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등 총수 일가를 일괄해 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종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각에선 신 회장 영장 기각을 계기로 검찰의 치밀하지 못한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검찰의 무력한 수사를 두고 일부에서는 정운호발 법조비리와 진경준 전 검사장의 주식 매매 의혹을 덮기 위해 검찰이 서둘러 ‘롯데 수사’라는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고 의혹에 찬 시선을 던지고 있다.

수사팀은 초기 ‘여러 달에 걸쳐 충분하게 내사를 거쳤다’고 했으나 수사 과정을 보면 저인망식 수사에도 불구하고 건진 물증은 진술과 자료 일부뿐이다. 롯데 측의 조직적인 증거인멸과 계열사 대표들의 ‘신 회장 감싸기’ 진술, 일본 롯데 측의 자료 제출 거부로 수사팀은 벽에 부딪혔다.

이와 함께 우병우ㆍ이석수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우병우(49) 민정수석 처가 부동산 고가 매입과 관련, 뚜렷한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밝혀 검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진경준(49ㆍ구속기소) 전 검사장이 해당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우 수석과 넥슨코리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다는 의혹 역시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지지부진 수사에 검찰개혁론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넥슨의 우 수석 처가 땅 매입과 관련 사실상 참고인은 모두 조사했다. 기존 보도됐던 내용 이외에 특별히 의미있는 진술은 없었다”며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넥슨은 2011년 3월 우 수석 처가가 보유 중이던 강남구 역삼동 825-20번지 등 일대 토지 4필지(3371.8㎡·1020평)와 건물을 1300여억원을 들여 사들였다. 넥슨은 이 과정에서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지급해 우 수석 등에게 이득을 안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진 전 검사장은 처가 땅 매각을 고민하고 있던 우 수석에게 김정주 NXC 대표를 소개해줬다는 의혹을 샀다.

특별수사팀은 이들의 혐의점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특별수사팀은 넥슨의 우 수석 처가 땅 고가 매입 과정을 정상적인 거래라고 보고 관련 의혹을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를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언론사와 기자는 우 수석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상태다.

특별수사팀은 우 수석 아들의 ‘의경 특혜 보직’ 의혹과 관련해선 이상철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을 다음주 소환조사키로 했다. 이 차장에 대한 조사 이후 우 수석 아들의 소환 조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우 수석의 아들은 지난해 7월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에서 소위 '꽃보직'으로 통하는 서울경찰청 운전병으로 전출됐고, 이는 당시 경비부장이었던 이 차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휴가 등 근무 여건에 대한 특혜 논란도 빚어졌다.

이석수(53)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은 관련 언론사들의 비협조로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최초 유출 의혹을 보도한 MBC의 경우 관련 자료 일부를 수사팀에 제출한 상태다.

특별수사팀은 “MBC가 입수했다고 보도한 자료를 제출받았다. 해당 자료가 조선일보 자료와 동일한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우병우-이석수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우 수석의 처가와 넥슨 간 부동산 거래 의혹과 관련해 진 전 검사장을 같은 달 28일 오후 2시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진 전 검사장은 서울대 86학번 동창인 김정주(48) NXC(넥슨 지주사) 회장을 평소 친분이 있는 우 수석에게 소개해주고 양측의 부동산 거래를 주선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우 수석 처가는 거액의 상속세 납부 등을 위해 서울 강남역 부근에 보유한 3371㎡(약 1020평) 규모의 토지를 내놓았지만 2년 넘게 팔지 못하다가 2011년 3월에서야 1325억원을 받고 넥슨코리아에 넘겼다.

당시 경기도 판교에 신사옥을 건립 중이었던 넥슨은 우 수석 처가로부터 사들인 강남역 토지에도 사옥을 짓겠다고 밝혔다.

슨코리아는 이듬해 1월 바로 옆 땅 134㎡(약 40평)를 100억원에 추가 매입했다. 그러나 그해 7월 두 토지를 합쳐 1505억원에 부동산 개발업체에 되팔고 강남역 사옥 건설을 전면 백지화했다. 1년4개월 만에 사옥 건설 계획을 접자 넥슨이 우 수석 처가로부터 애초 땅을 사들인 과정 자체가 석연치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넥슨이 부동산을 되팔아 차익을 거두긴 했지만 각종 세금과 거래비용을 고려하면 사실상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져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여기에 애초 우 수석 처가가 1100억원대에 땅을 내놓았다는 부동산 업자의 광고 글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넥슨코리아가 높은 값에 땅을 사주는 식으로 우 수석 처가에 경제적 이익을 안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넥슨코리아가 사실상 우 수석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김 회장을 배임 및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 7월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