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 권력형 기업비리 사건 대대적 수사 가능성

CJ그룹ㆍ한미약품ㆍ부영ㆍ삼표 등 거론 ‘재계 긴장’

친박 실세 A의원, B의원 비리 혐의 검찰 수사 검토 중 소문 무성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가운데 검찰의 다음 타깃을 두고 여러 관측이 무성하다.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더불어 미르재단 등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 수사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손대는 ‘기업수사’마다 허탕을 치는 수모를 당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함과 동시에 추가 기업수사를 성공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재계에서는 검찰의 기업수사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와 연결된 권력형 기업비리 수사에 화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과 정치권 주변에서도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의 다음 수사 대상으로 현 정권 실세인 A의원과 B의원 그리고 장차관급 인사들 3명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기업과 기관 그리고 재단 비리 등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사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특히 A의원의 경우 현 정권에서 경제정책과 관련해 일부 핵심 사안을 처리한 실세로, 특정 기업의 인사들과 모종의 뒷거래를 한 정황이 사정기관에 파악됐다는 소문이 정치권 등에 파다하다. 최근 이 인사의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이런 문제들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기업 수사’ 헛다리 비난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공허한 메아리로 결정되는 순간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 개혁과 더불어 수사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휘저어 놓기만 하고 정작 수확물은 아무것도 없는 수사는 혈세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수남 검찰 총장이 검찰을 지휘하면서 검찰에 큰 기대가 모아졌다. 하지만 이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검찰은 큰 수사를 할 때 마다 매번 ‘용두사미’로 마무리했다. 검찰이 '기업 수사'를 벌일 때마다 시작과 끝이 달라 크고 작은 논란이 불거졌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현 총리)을 배석시킨 가운데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며 부패와의 전쟁이 시작됐으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고 수사는 다급하게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총동원 됐던 농협ㆍ포스코ㆍKT&G에 대한 수사는 꼬리만 잡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반년을 넘긴 수사 기간에 비하면 초라한 실적이 아닐 수 없다. 5개월간 진행된 농협 수사는 최원병 당시 농협중앙회장을 겨냥했으나 한번 소환조사도 못해보고 끝났다.

또 8개월간 지속된 포스코 수사는 국민 기업 포스코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목표로 거창하게 출발했지만 정준양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뿐만 아니다. 10개월간 이어진 KT&G 수사에서 검찰은 민영진 전 사장을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했으나 법원은 1심에서 민 전 사장에게 무죄판결을 내리는 일이 발생해 검찰은 면을 구겼다.

검찰은 한미약품의 주가를 둘러싼 사전 정보 유출 등 불공정거래 조사를 시작으로 다시 명예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수일 내 검찰에 사건을 넘길 방침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지난 7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넘길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금융감독원은 최근 한미약품의 악재 및 호재 정보가 공시 전 광범위하게 흘러나왔다는 제보를 접수 받아 확인 중이다. 8500억원 규모의 계약 파기 악재 정보는 공시 전에 카카오톡을 통해 사전 유출됐다는 제보가 여럿 접수돼 관련 의혹을 파악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독일 제약사로부터 계약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오후 7시6분보다 13분 빠른 시간이다.

이와 함께 1조원 규모 표적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체결도 공시하기 열흘 전부터 몇몇 증권사 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달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진위 여부를 확인 중이다.

당국은 이 기간 주식을 매매해 차익을 챙긴 계좌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공매도 공시 결과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에 대해 대량으로 공매도 주문을 낸 기관은 외국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와 유비에스에이쥐 등 두 곳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 당사자가 아닌 공매도를 대행해 준 증권사일 가능성이 커 실제 공매도 주체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당국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기로 한 것도 공매도 세력을 확인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자조단도 압수수색영장 등을 발부 받아 강제권을 동원할 수 있지만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고 통상 발부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린다.

은행 등 금융권에 흉흉한 소문

롯데그룹에 대한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이어지자 일부 시중은행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반부패부는 각 기업의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첩보를 분석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금융권을 통한 기업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소식통은 “그룹 차원에서 조성되는 비자금은 주거래은행의 도움을 받아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롯데그룹의 경우 주거래은행이 신한은행이었다. 이 때문에 이 은행이 조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주거래은행은 일반적으로 해당 기업 본사 내 입주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필요에 따라 기업 여신도 해당 지점에서 진행하는 등 상생관계가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그룹의 요청 등에 의해 차명계좌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저축은행 비리가 불거진 때 사건 내용을 살펴보면 은행과 기업 간의 검은 거래는 이미 만연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 소식통은 또 “은행들 중 기업 총수에게 직접 와서 계좌를 만들라고 하는 은행은 없다”며 “은행들은 기업총수들과 로열패밀리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오지 않아도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CJ그룹이 불법 차명계좌를 만들어 비자금을 조성할 때도 주거래은행이었던 우리은행과 일부 증권사 직원들이 연루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신한은행도 검찰 수사에서 기업의 비자금 정황이 발견되면 금감원의 특별검사를 거쳐 직원과 기관에 대한 제재를 받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2010년에도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개설로 기관경고를 받은 바 있다.

또 최근 시민단체에 의해 추가 고발된 것도 신한은행의 위기를 부르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남기업 불법 대출 및 특혜 의혹과 관련해 한동우 현 신한금융지주회장, 주인종 전 신한은행 부행장이 시민단체들에 의해 배임혐의로 추가 고발됐다.

워크아웃을 세 번이나 했던 경남기업 특혜의 배후에는 서별관회의 등의 관치금융이 있었다는 의혹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신한은행의 경남기업 불법 대출 및 특혜 의혹과 관련해 한동우 현 신한금융지주회장, 주인종 전 신한은행 부행장을 배임혐의로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에 추가 고발했다.

이들 단체들은 “부당한 대출이 이뤄지도록 행사했다는 김진수 전 금감원 국장은 기소하면서도, 그에 따라 불법·부실 대출을 해준 신한은행 최고위층을 무혐의한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다”면서 “또, 최근 ‘서별관회의’에서 경남기업에 대한 부당한 대출도 논의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상 대우조선해양 사건처럼 경남기업에 대해서도 불법 지원했을 가능성 더 커졌다”면서 추가 고발 이유를 밝혔다.

앞서 이들 단체가 지난해 5월 신한은행의 경남기업과 고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과의 유착 및 불법 대출 의혹 문제와 관련하여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은 항고까지 기각한 바 있다. 이들 단체는 이 사건은 경남기업과 성완종 대주주에게는 큰 특혜를 주고 신한은행에는 큰 손해를 끼친 사건이라는 이유로 현 신한금융지주 한동우 회장 등을 직권을 남용한 혐의 등으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김진수 전 부원장보를 제외한 5인 모두를 무혐의 처분했다.

참여연대는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 주인종 여신그룹 부행장과 최수현 전 금융감독원장, 조영재 전 부원장, 김진수 전 부원장보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현재 이 사건은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가 대검에 재항고를 제기한 상태에서 계류 중이다.

권력 정면 겨냥으로 명예회복

검찰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비리 의혹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우 수석 처가와 넥슨코리아의 강남 땅 거래에 관여했던 부동산 중개업자 두 명을 지난 6일 뒤늦게 소환조사 했다.

일단 검찰은 우 수석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서울 강남에서 S부동산을 운영한 채모씨와 J부동산 대표 김모씨를 이날 조사했다. 채씨는 우 수석 처가의 강남역 인근 땅 매도에 잠시 관여했다가 배제된 인물로, 최근 일부 언론에 “거래를 중개한 김씨가 ‘진경준(49ㆍ구속기소) 검사가 두세 번 전화를 해 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는 “진 전 검사장이 뭐가 답답해서 저한테 전화했겠느냐”며 부인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김씨에 대해선 이미 참고인 조사를 했으나, 채씨 소환은 처음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진 전 검사장을 언급하지도 않았고, 채씨의 존재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이들을 상대로 우 수석 처가 땅 매매 과정에서 진 전 검사장이 김씨에게 접촉해 온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진술이 엇갈리는 두 사람의 대질신문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땅 거래를 둘러싼 넥슨의 ‘특혜 매입’ 의혹 및 진 전 검사장의 거래 알선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향은 결국 채씨와 김씨 중에서 어느 쪽의 진술이 더 신빙성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주변에선 “검찰이 우 수석에 대한 수사를 권력형 비리 수사로 확대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야권의 검찰 개혁론을 의식해 현재 권력에 대한 비리 수사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 수석이 검찰 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라는 점과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검찰이 쉽게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검찰은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지난 6월에 이어 최근 대우조선해양 본사를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지난달 30일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본사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들을 분석 중이라고 지난 3일 밝혔다.

이번 2차 압수수색은 특수단이 수사과정에서 고재호 전 사장(61)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발견했기 때문에 추가 자료 확보를 위한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 전 사장은 5조원대 회계사기(분식회계)와 21조원대 사기대출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아울러 특수단은 대우조선해양의 외부 감사를 담당했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안진)의 회계사 여러 명을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회계비리를 알고도 묵인했는지 조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4099억원과 4711억원의 흑자를 봤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15년 5월 정성립 사장이 취임한 뒤 지난해 5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이후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자 안진은 지난해 적자 중 2조원을 2013년과 2014년에 나눠 반영해야 한다며 대우조선해양에 정정을 요구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이를 받아들여 2013년 7784억원, 2014년 7429억원, 2015년 2조93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정정공시했다. 적정하다고 의견을 냈던 2013년과 2014년의 재무제표에 대해 안진회계법인 스스로 문제가 있었던 것을 인정한 것이다. 특수단은 회계사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안진의 전ㆍ현직 대표들도 소환할 계획이다.

검찰이 CJ를 다시 재수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최근 상당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 동향에 밝은 한 인사는 “검찰이 CJ에 대한 재수사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많이 돌고 있다”며 “또 검찰이 전직 검찰을 동원해 수사무마 로비를 했다는 말까지 퍼지고 있어 칼날이 다시 CJ총수 일가를 겨눌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의 움직임을 보면 심상치 않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5일 케이블 방송 사업자 CJ헬로비전이 200억원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매입해 매출을 부풀린 혐의를 잡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헬로비전본사를 압수수색했다.

CJ헬로비전은 2013년부터 2014년 사이에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통신설비를 공급하거나 태양광 발전사업에 참여한 것처럼 가장해 230억원어치 허위 세금계산서를 업체에 발급하거나 발급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경찰은 CJ헬로비전 소속 지역방송이 용역 물품 지급계약 과정에서 비용을 과다 계상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매출액을 부풀린 정황을 확인하고 이 과정에 CJ헬로비전 본사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CJ헬로비전 본사에 수사관 17명을 보내 기업 영업 관련 계획서와 실적 자료, 회계자료 등 증거를 확보했다. 압수수색 후 압수물 분석이 끝나면 본사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CJ헬로비전 측은 이에 대해 “회사 차원의 조직적 지시나 매출 부풀리기, 탈세 등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결코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 안팎에서는 부영과 삼표가 다음 수사 대상이라는 말이 파다하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국세청의 부영 고발 사건은 이미 특수부로 사건이 넘어와 있고 삼표도 지난 수사 자료와 추가된 첩보를 다시 정리해 수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