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 수사 재시동… 부영, 삼표 등 겨냥된 내막

롯데수사 실패 후 비자금 보다 정ㆍ경 유착 비리에 집중

‘롯데수사’에서 대참패를 본 검찰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이 김수남 검찰총장 취임 후 처음 이뤄진 대기업 수사였으나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면서 검찰이 추가로 기업수사를 추진할지 아니면 방향전환을 할지를 두고 정재계에서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환부만 도려내지 않고, 저인망식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검찰이 기업수사에서 비자금 등 수사보다 정경유착에 대한 비리 수사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19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과 신격호 총괄회장(94) 등 총수일가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4개월 넘게 진행된 그룹에 대한 전방위 사정(司正)을 마무리했다.

검찰은 지난 6월 10일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인 정책본부와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등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롯데의 비자금 조성과 각종 횡령ㆍ배임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롯데 수사’에 3차장 산하 특수4부, 첨단범죄수사부, 방위사업수사부 등 3개 부서 검사 20여명을 투입했다. 압수수색에 투입된 검사와 수사관만 200여명이 넘었다.

하지만 신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을 직접 지시했다는 혐의를 입증하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검찰은 신 회장에게 175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에 최근 검찰 내부에서 무리한 수사확대는 지양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방식의 수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 주변에선 검찰이 정경유착 비리를 통해 불신을 털어내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법조인 비리가 연루된 사건을 추가로 조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자성의 움직임을 보임과 동시에 수사실적으로 올리는 것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 있다. 야권이 최근 제기한 의혹으로 “전직 검찰총장이 특정 기업에 대한 수사 무마 대가로 20억원의 자문료를 받았고 세금도 내지 않았다”는 주장을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야권은 고액 자문료와 탈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 7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검찰이 모 회사를 압수수색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는) 전직 검찰총장이 수사를 무마해주고 해당 회사에서 자문료 20억원을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모 회사는 (전직 검찰총장에게) 20억원의 자문료를 지급했다고 신고했다지만 전직 검찰총장이 속한 로펌은 이를 신고하지 않아 양측이 마찰을 빚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수사를 받은 기업과 연루된 사건의 주임 검사는 최근 ‘동창 스폰서’ 문제로 구속된 김형준 검사였다”며 “전직 검찰총장 이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직 확인된 것은 없지만 이 사건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고 했다.

최근에는 부영건설과 삼표에 대해 검찰이 다시 수사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부영은 탈세로 국세청이 고발한 것 이외에 회장 등 오너일가의 비리를 추가로 수사할 계획이다.

삼표도 검찰이 추가 수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삼표는 지난번 수사에서 미처 다 조사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 추가로 수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영건설의 경우 검찰은 탈세 혐의 외 부동산 투기를 비롯해 비자금 조성에 의한 횡령ㆍ배임 정황을 포착하고 구체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미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증거와 관계자 진술 등을 일부 확보하고 추가 확인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삼표는 지난 철피아(철도마피아) 수사 때 한차례 홍역을 치렀지만 검찰은 다시 삼표를 정조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부에서 수사했던 내용과 맥락은 같지만 다른 줄기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철피아 수사 때 삼표의 일부 비리 의혹을 조사하기는 했으나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배임 혐의는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지나간 부분이 있다”며 “최근 삼표 관련 첩보가 계속 입수되고 있어 구체적인 수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철피아 수사 때 삼표 회장 개인비리 보다 업무상 위법행위를 중심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당시 포착된 개인비리 정황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이외에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수사도 마지막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사팀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당시 옥시 측에 불리한 유해성 실험 결과의 은폐ㆍ축소ㆍ조작을 주도한 핵심 인물로 검찰의 의심을 받고 있는 거라브 제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ㆍ현 RB코리아) 전 대표(47)의 범죄인 인도 절차를 조율 중이다.

이와 함께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및 산하 기관 등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심사 및 제품 관리를 담당한 유관 부처의 전직 장관급 인사들의 대면조사도 준비 중이다.

롯데수사팀은 신동빈 회장(61)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롯데수사팀 관계자는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신 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나 롯데 비리 사건 처리는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9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채널 재승인을 위한 정관계 로비를 주도한 것으로 의심받는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56), 270억원대 소송 사기 의혹에 연루된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65) 등에 대한 신병처리도 신 회장과 함께 결정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지난달 29일 대우조선이 수조원대 회계 비리를 저지를 당시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또한 대우조선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박수환 게이트’에 대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특수단은 지난달 조현준 효성 사장(48)을 불러 2013년 효성가 ‘형제의 난’ 당시 동생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47)을 도와 소송을 주도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58ㆍ여ㆍ구속기소) 관련 내용을 조사했다.

국감 이후 사정정국이 다시 한 번 재계를 얼어붙게 만들 조짐이다.

윤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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