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과 후 방향성 없는 패닉…박 대통령 공허한 개각 추진 비판론

입각한 친박 인사들 청와대 탈출 시점 놓고 눈치만

입각 둘러싼 위기감 ‘청와대=죽음의 늪’ 쇄신도 난맥상

새누리당 동반침몰 위기감 “세월호에서 탈출해야” 주장도

목숨 바쳐 불길 뛰어들 사람 없어 무능한 인재들만 득실

‘최순실 게이트’로 정권 말 최대 위기에 빠진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 후속조치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등 일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개각 등 민심달래기용 쇄신안을 조속히 내놓을 것으로 관측하지만 쇄신안 마련이 쉽지 않아 어떤 후속 조치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과 분노가 나라 전체를 뒤덮고 있는데다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가 나날이 거세지고 있어 제대로 된 쇄신안이 나올지 미지수다. 일단 ‘최순실 게이트’로 신뢰도와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성실히 따르는 이들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다급한 청와대 쇄신안 통할까

여야 정치권은 ‘연설문 유출’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만한 후속 조치가 없을 경우 국정조사나 특별검사(특검)를 도입해야 한다고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여권은 박 대통령의 탈당과 청와대 인적쇄신,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청와대는 아직 이에 대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히는 등 ‘무거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새누리당 내 비박계는 집요하게 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전날 김용태 의원에 이어 지난 26일 나경원ㆍ이종구 의원이 가세해 박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하고 나섰다. 쇄신안은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일 뿐 적절한 처신이 아니라는 게 비박계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특검도입을 주장하며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해 박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국민적 대통령 하야 요구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시점에 당에 불똥이 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나 의원도 “탈당을 통해 박 대통령이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거들었다.

여권 친박계에서 조차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지 않으면 안된다”고 위기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재 청와대 주변과 정치권에 안팎에서는 ‘사과 후속조치’로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인적쇄신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조차 우 수석 자신에 의혹뿐 아니라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을 사실상 동조 혹은 방치해온 것으로 의심되고 있어 우 수석의 사퇴가 급선무라는 인식이 정치권뿐 아니라 청와대 내부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지난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감사 기관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출석을 거부한 우 수석에 대한 고발 안건을 의결하는 등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어 우 수석 교체는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청와대 권력 실세인 ‘문고리 3인방’에 대한 향후 거취도 주목을 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국민사과에서 자신이 직접 일부 의혹을 인정했다. 이에 연설문 등 기밀문건 유출 등 책임을 지고 ‘문고리 3인방’이 퇴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취임 후 일정기간 동안 최씨와 일부 자료들에 대한 의견을 나눈적 있다”고 시인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이 유출 의혹을 인정한 것은 유출 경로에 포함된 당사자들의 교체를 시사한 것 아니냐”고 관측한다.

여권의 한 인사는 “최순실에게 문건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는 부속실의 정호성ㆍ안봉근 비서관 등에 대한 교체가 추진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자신의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팔다리를 잘라내서라도 목숨을 건져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순실 연설문 수정 의혹’에 대해 “그 말씀을 들었을 때 정상적 사람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겠나. 기사를 봤을 때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언급한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도 야권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야권은 이 실장이 국감에서 위증을 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구설에 오르고 있는 거의 모든 인사들을 교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추측도 나온다.

잘못 책임 떠넘기기 비판도

청와대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을 우롱한 모든 이들을 쳐내지 않으면 국민적 분노가 조금도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이 최순실 파문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전면 개각을 통해 민심 수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을 공언해 정치권의 주목을 끈 바 있다. 이에 박 대통령이 황 총리를 내세워 ‘개헌’을 추진, 하야 요구를 옆으로 비켜가게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거국 중립내각 하에서 총리가 개헌을 추진하고 박 대통령은 안보·경제 위기 관리에 주력한다면 여ㆍ야당이 개헌추진을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지만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쉽게 추슬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개헌추진 과정에서 여당이 대통령의 역할을 대폭 축소하는 안을 도출해 사실상 권력을 내려놓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국민적 타협을 도모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정치권 일부에서 “박 대통령이 개헌추진을 위해 쇄신안에 총리 교체도 포함하는 것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야당의 협조가 없는 국무총리 교체는 박 대통령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을 총리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일단 국민적 퇴진요구, 여권의 탈당, 거국 중립개각 등 박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안은 모두 권력의 약화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야권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청와대는 하야 요구가 번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권력약화를 감수하더라도 어떤 것이든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표면적으로 권력을 내려놓더라도 간접적인 지배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의 한 인사는 “청와대가 권력을 내려놓더라도 차기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여권이 ‘정권재창출’에 유리한 쪽으로 개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개각에 필요한 여러 절차를 두고 박 대통령과 여권이 야당과 마찰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청와대와 여권 동향에 밝은 소식통들이 전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일단 청와대와 여권이 권력을 내려놓는 대국민선언을 발표한 뒤 개각을 추진하는 시나리오가 청와대에서 마련되고 있다고 한다”며 “이후 들끓는 민심이 잠잠해지면 개각 방향을 놓고 표면적으로는 권력분산이지만 실질적인 권력을 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떠나는 친박 다급한 청와대

이와 관련,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28일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인한 내각 및 청와대 비서진의 총사퇴 요구가 비등한 데 대해 “현재 인사시스템상으론 약간의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한 점을 감안해 양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이날 2017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적쇄신이란 것은 결국 지금 있는 사람보다 훨씬 유능하고 참신한 새로운 사람이 와서 국민 여러분들의 실망감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김 수석은 야당이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주장하는 데 대해 “그런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미 박근혜 대통령께 많이 보고를 드렸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김 수석은 “대통령 지시사항은 외부로 공식 공개되기 전에 미리 말씀드리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어서 밝히지 못하는 점에 양해 바란다”고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여당이 요구한 인적쇄신 차원에서 빠르면 다음주께 청와대 참모진을 일부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급격한 민심 이반의 심각성을 고려해 박 대통령이 조기에 결단을 내리고 인적쇄신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적절한 인사를 찾기 힘들어 고심하고 있다는 게 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인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거듭 대국민사과를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참모진 개편시 최씨에게 국정 자료를 사전에 넘겨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호성 부속비서관이 교체 대상에 포함될 지 주목된다.

직무상 최씨 등 측근들의 비리를 감독할 책임이 있는 우 수석과 미르ㆍK스포츠재단 모금 외압 의혹에 휘말린 안종범 수석 등의 거취는 이미 정해졌다는 말이 파다하다. 현재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 등은 스스로 물러날 뜻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순실 비선실세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 퇴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부적절하고 서툰 언행이 당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비박(비박근혜)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8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앞서 이 대표가 최씨의 대통령 연설문 수정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그런 인식을 가진 분들이 모셨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 의원은 “그분(이 대표)이 정무수석도 하고 홍보수석도 했던 것 아닌가. 최측근 아니었나”라며 “그런 인식을 가지고 대통령을 보좌를 했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이런 결과가 온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또 정 의원은 “당이 지금보다도 더 어려운 상황이 있을까”라며 “이것보다 더 어렵지 않았던 상황에서도 과거에 비대위를 많이 꾸렸다”고 비대위 체제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타깝지만 이정현 대표는 리더십을 상실했다”며 “이 대표는 당과 국가를 위해 물러나는 것이 맞다”며 “위기탈출의 출발은 당대표 사퇴”라고 이 대표의 퇴진을 주장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