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단초 태블릿PC 주인ㆍ입수 논란…정윤회ㆍ고영태 관련설

JTBCㆍ검찰 “태블릿PC 주인은 최순실”vs 최씨 “내것 아냐, 사용법 몰라”

태블릿PC 공개 과정 ‘정윤회 복수설’ ‘고영태 음모설’ …당사자 ‘부인’

‘최순실 쓰나미’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씨의 ‘국정농단’ 정황이 국내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삼키며 한국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최순실 파동’의 단초는 JTBC가 열었다. JTBC는 10월 24일 최씨가 쓰던 사무실을 비우면서 건물 관리인에게 처분해달라며 두고 간 태블릿PC에서 44개의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해 파일 200여개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취임 후 최씨에게 일부 자료들에 대한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고 관련 의혹을 부분적으로 시인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울렸고, 파문의 장본인인 최순실씨가 구속되는 상황까지 이르렀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자칫 헌정중단 사태까지 올 수 있는 상황에서 ‘최순실 파문’은 여러 의혹을 낳고 있다. 가장 큰 의문은 ‘최순실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된 태블릿PC에 관한 것이다. 과연 태블릿PC가 최씨의 것이 맞는지, 최씨가 실제 국가 기밀 문건을 다뤘는지, 그리고 테블릿PC와 문건이 어떻게 세상에 알려졌는지 등 미스터리가 한 둘이 아니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판도라를 연 태블릿PC 관련 의혹을 추적했다.

태블릿PC 주인은 최순실?…또는 누구?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봤고 수정까지 했다는 보도는 ‘충격’ 자체였다.

JTBC는 10월 24일 최 씨의 사무실 중 한 곳에서 입수한 컴퓨터를 통해 최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문 등 공식 연설과 국무회의 발언, 대선 유세문과 당선 소감문 등의 원고 44건을 사전에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최 씨 의혹이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용해 ‘호가호위’한 개인 비리를 훨씬 넘어 국정을 농단한 충격적인 사건이다.

때문에 연설문 등을 최 씨에게 건네준 장본인이 누구이며, 태블릿PC의 실제 주인이 최씨가 맞는지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가장 큰 의문은 최씨 문제 파장이 컸던 만큼 국정 관련 문건이 담긴 태블릿PC의 주인이 누구냐 하는 것이었다.

JTBC는 최씨의 태블릿PC가 맞다고 밝혔지만 당사자인 최씨는 부인했다. 태블릿PC의 주인이 최씨라면 일반 여성이 국정을 농단했다는 초유의 사태가 될 것이고, 다른 주인이 있다면 그에 준하는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는 사안이다.

현재까지 정황은 최씨가 태블릿PC의 주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JTBC는 태블릿PC를 입수ㆍ분석해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외교ㆍ안보 자료 등 청와대 문서를 미리 받아봤다고 보도했고 박 대통령도 이를 일부 시인했다.

최씨의 비선실세ㆍ국정개입 의혹을 파헤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태블릿PC가 최씨의 것이 맞으며, 최씨가 사무실에 방치해 두고 장기간 쓰지 않은 것’이라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씨의 ‘셀카’ 사진과 친인척 사진을 다수 발견된 점 등에 미루어 해당 기기가 김한수 청와대 선임행정관에 의해 2012년 6월 처음 개통됐고 이후 2014년 3월까지 최씨가 사용했다고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최씨는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최씨는 10월 말 독일에서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태블릿 PC로 VIP보고서를 사전에 받아봤다는 주장이 있다”고 질문하자 “나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 내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도 문제의 태블릿PC를 직접 보고도 여전히 ‘내 것이 아니다, (누구 것인지)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블릿PC 주인 논란은 JTBC 취재진이 태블릿PC를 입수한 경위를 밝히지 않고, 검찰 또한 그러한 경위를 확인하지 못하면서 의문으로 남아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태블릿PC의 실제 주인이 박근혜 정부의 또 다른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62)씨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태블릿PC에 담긴 문건이 최순실씨와 정윤회씨가 이혼한 때인 2014년 3월 이후의 것이 없다는 점에서 정씨가 사용하던 것을 이혼하면서 남겨두었는데 최씨가 보관해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씨의 ‘셀카’ 사진도 최씨와 정씨가 부부였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두 번째는 태블릿PC에 담긴 국정 관련 문건을 최씨가 수정할 만한 식견이 없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 비서실장 역할을 하며 대부분의 문건을 다룬 정씨가 국정 문건을 수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국정 문건을 태블릿PC로 보낸 당사자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으로 추정되면서 정씨가 태블릿PC의 주인이라는 설에 무게가 실렸다.

JTBC는 문제의 태블릿PC 속 문서들을 작성ㆍ수정한 사람으로 소위 ‘가신 3인방’ 중 한사람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지목했다.

JTBC는 “최씨에게 사전 유출된 국무회의 발언 자료의 작성자 아이디 ‘narelo’였다며, 이는 정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낼 때부터 현재까지 사용 중인 아이디”라고 전했다.

또 “정 비서관이 마지막으로 수정해 최씨에게 넘겨진 국무회의 모두발언 원고의 최초 작성자가 아이디 ‘iccho’이며, 바로 기획재정부 과장의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호성 비서관은 정씨를 통해 박 대통령을 보좌했으며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도 정씨와 끊임없이 연락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태블릿PC가 정씨 것이라는 주장은 ‘최순실 사태’가 정씨의 복수라는 소문과 맞물려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여러 정황상 최씨의 것이 맞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순실 판도라’ 어떻게 열렸나

‘최순실 사태’의 최대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는 태블릿PC에 담긴 국정 관련 문건이 어떻게 세상에 공개됐느냐 하는 점이다.

최씨의 국정농단을 처음 보도한 JTBC는 태블릿PC를 입수한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검찰도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JTBC는 태블릿PC 입수 경위와 관련해 최씨가 사용한 사무실을 비우면서 건물 관리인에게 처분해 달라고 두고 간 것을 취재진이 확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독일에서 집을 옮기면서 해당 태블릿PC를 경비원에게 버리라고 줬는데, 경비원이 이를 쓰레기통에 버린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확한 경위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블릿PC를 JTBC가 확보하고 그 안의 국정 문건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정윤회씨와 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 더블루K 전 상무가 유력한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정윤회씨의 경우 최씨와 이혼한 뒤 박 대통령과의 관계도 멀어지면서 최씨에게 복수하기 위해 언론에 흘렸다는 ‘복수설’이 제기됐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10월 28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언론과의 통화에서 “정윤회 씨가 배후 아니겠느냐”며 정씨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문제의 태블릿PC에 담긴 자료가 정 씨와 최 씨가 이혼하기 전인 2014년 정도까지 수정되거나 작성된 점을 볼 때 정 씨가 배후로 의심된다”며 “박 대통령도 이번 사건의 배후에 정 씨가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겠지만 정 씨가 얼마나 더 많은 자료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최태민의 의붓아들이었던 조순제 씨가 최태민의 구국봉사단 등을 도맡아 실권을 잡고 있다가 권력 서열에서 밀려나자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 당시 박 대통령과 최태민 관계에 대해 폭로에 나섰던 것과 정 씨가 최순실을 겨냥하고 나선 게 같은 맥락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력투쟁에서 밀린 정씨가 한번 칼을 빼들었으면 끝까지 가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여권 관계자는 “아직 최순실과의 재산 분할 등 이혼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씨가 지금처럼 이른바 복수전에 나서긴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윤회씨도 자신이 이번 사건의 배후에 있다는 소문에 대해 “정말 황당하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영태 더블루K 전 상무는 최순실씨가 직접 거론하면서 의심을 받고 있다. 최씨는 한 지인을 통해 “태블릿 PC를 K스포츠재단 고영태 전 상무가 들고 다니던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조차 잘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와 고 전 상무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최씨가 전 남편과 이혼한 뒤 알고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고씨는 지난 1일 1박2일간 검찰수사를 받고 나오면서 최순실씨를 어떻게 알게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빌로밀로’ 가방을 만들던 2012년 말 최씨를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고씨는 논란이 되고 있는 태블릿PC에 대해서는 자신의 것이 아니며, 최씨가 해당 PC를 사용하는 것을 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고씨가 태블릿PC를 JTBC에 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고씨를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고씨가 한 때 최씨와 매우 가깝게 지냈지만 그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에 불만을 가졌었다고 한다. 최씨가 고씨의 능력을 저평가하고 다른 측근 인사들과는 달리 하찮은 일만 시키는 것에 대해 종종 화를 냈다고 했다.

일부에선 최순실씨의 의상실 영상 녹화를 고씨가 했다는 소문이 나오면서 태블릿PC와 고씨와의 관련설을 제기한다. 일종의 ‘음모설’로 고씨가 자신을 무시한 최씨에게 분풀이하기 위해, 또는 최씨와 모종의 거래를 노리고 외부에 공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태블릿PC가 누구 손에 의해 언론에 전해지고 누가 그 역할을 했는 지에 대해 수사를 하고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순실 판도라’를 과연 누가, 왜 열었는지, 그리고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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