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메기 전략’ 나선 차은택 수사… 제3의 인물이 해결 가능할까?

차은택, 일부 혐의는 인정… 박근혜ㆍ우병우에 ‘감싸기’ 돌입

‘판도라 상자’된 차은택, 인사개입ㆍ비선실세 관계에는 함구 가능성 높아

창조경제 관련 부처ㆍ추가위법 사항 조사 필요성 대두

지난 8일 밤 ‘문화계 황태자’이자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불렸던 차은택(47) 씨가 인천공항을 통해 전격 귀국했다. 차씨는 검찰에 체포돼 압송되기 전 취재진을 향해 겁을 먹고 울먹이는 얼굴로 “죄송하다”라며 답변이 끝날 때마다 거듭 고개를 조아렸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검찰 출석 때의 태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주간한국>도 현장에서 약 3분에 걸친 차씨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현재 심경과 중국에 체류했던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러나 차씨는 최순실과 우병우와의 관계 그리고 정치권 인사개입과 회사이권 관련 질문에는 답을 회피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자 떨리는 목소리가 격해지며 “(대통령을) 공식적 자리에서 몇 번 본 적은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 만남이나 독대는 전혀 없었다며 대통령에 대한 의혹에 대해 보다 강하게 부정했다.

차씨가 검찰 관계자들과 공항에서 빠져나가며 현장에 남은 기자들 사이에서는 차씨의 답변에 대해 “다 예상했던 시나리오”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또 향후 검찰조사에서 차씨가 ‘여럿이 죽을 수 있는’ 정부인사 개입과 비선실세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부정하겠지만, 자신과 함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선에서 모든 책임을 지는 흐름으로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차은택ㆍ안종범의 ‘총대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검찰 수사방향을 다각도로 확대하고 제3의 핵심인물에 대한 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은택씨는 8일 귀국 후 검찰에 압송돼 밤샘 조사를 받았다. 이후 검찰은 지난 10일 오전 차씨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경가법상 횡령과 공동강요죄로 차씨는 이 부분에 대해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서 차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광고회사 아프리카픽쳐스에서 회삿돈 7억여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했고,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를 인수한 한 중소 광고업체에 지분 80%를 넘기라며 회유ㆍ강요했다는 의혹이 모두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차씨를 둘러싼 본격적인 수사는 이제부터다. 그를 둘러싼 ‘회사이권 챙기기’와 ‘인사개입’ 그리고 ‘최순실 등 비선실세들과의 국정농단’ 등의 의혹이 다수 남아 있고, 구속 이후 검찰이 추가로 조사해야 할 혐의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주목해볼 점은 8일 공항 현장에서 흘러나왔던 향후 차씨의 검찰수사에 대한 기자들의 예측이 맞아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검찰수사에서 순순히 자백한 것으로 알려진 회사 자금 횡령혐의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자신이 책임지면 그만이었다. 또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혐의에 대해 시인했을지라도 이에 얽혀 있는 이들은 차씨 자신과 함께 안종범 전 수석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이미 구속된’ 인물들뿐이다.

차씨는 검찰에 도착한 뒤 박 대통령과 우병우 전 수석과의 관계는 여전히 부인했지만, 안종범 전 수석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다”라며 안 전 수석과의 관계를 인정했다.

야당 한 관계자는 “아마도 차은택은 최순실 사건이 드러난 후에도 외국에 한 달 이상 머물면서 입국 시점에 대해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라며 “개인 횡령과 이미 ‘갈 때까지 간’ 인물들과의 공동강요에 대해서만 시인하고 나머지 파장이 커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핵심인물 감싸기 전략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차씨 측은 검찰 조사에서 비선실세들과의 관계와 정부 이권사업 개입 등 각종 핵심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의 변호를 맡은 김 모 변호사는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차씨가) 우 전 수석과는 모르는 사이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독대한 적이 없다고 검찰에 진술했다”며 “(우병우 전 수석은) 본인이 모른다고 하며 본적도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는 차씨가 자신이 대통령과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녔다는 주변사람들의 증언과는 상반되고 해명이었다. 또 최근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이 한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가 미르재단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자 차씨가 우병우 전 수석의 명함을 보여주며 “우병우 수석이 뒤를 봐주고 있어 걱정하지 말라”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이 역시 차씨 측의 해명과 대비되고 있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차씨의 문화계 인사개입 의혹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른 주제로 말을 돌렸고, 최순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수사에서 밝혀질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차은택, ‘꼬리자르기식’ 대응 가능성 높아

차은택씨는 ‘비선모임’의 동료인 최순실의 비호 아래 각종 이권을 좌지우지하며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여기에는 차씨가 검찰에서 일부 혐의를 시인한 자신의 회사 이권 챙기기, 정부인사 전횡 및 이권사업 개입, 비선실세들과의 관계 등이 있다.

그는 실소유 회사의 자금 횡령과 광고사 지분 강탈 시도 혐의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권을 앞세워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광고를 아프리카픽쳐스가 무더기로 수주하도록 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어 측근이 운영하는 더플레이그라운드가 KT와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의 광고를 대량으로 수주하는데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더플레이그라운드는 설립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인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당시 각종 문화사업을 따냈고, 미르·K스포츠 재단과 함께 ‘K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차씨 소유의 유령회사로 지목된 엔박스에디트는 정부예산 3억여원이 들어간 늘품 체조 동영상을 제작했다. 이 체조는 박 대통령이 시연에 직접 참여했으며 한국스포츠개발원이 2년간 준비한 ‘코리아체조’를 제치고 국민체조로 채택되는 특혜를 받았다. 검찰은 이미 지난 1일 이들 3개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완료했다.

일각에서는 차씨가 향후 검찰조사에서 회사 이권 챙기기에 관한 일부 의혹에 대해 반쪽 진실만을 밝히며 ‘꼬리자르기식’로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차씨가 아프리카픽쳐스의 실소유주에 대해 최순실이 아닌 자신이라고 밝혔지만, 아프리카픽쳐스 등에서 수주한 광고의 경우 차씨 개인의 순수한 기술력과 영업능력만으로 따냈다고 하기에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 광고들의 대부분은 정부정책과 관련된 것으로 정부 인사들의 결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차씨 회사들이 이를 수주했다는 것에 대해 설명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차씨가 정부인사 개입을 통해 곳곳에 심어놓은 ‘문화계 인맥’을 동원해 해당 이권을 얻었다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더욱 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야당 관계자는 “만약 차은택이 자신과 관련된 3개사가 얻은 혜택과 인맥개입에 대해 사실을 말한다면, 문화계 인맥들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정부 관계자들이 줄줄이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총대메기 전략’에 제3의 인물, 수사방향 전환으로 핵심의혹 해결 가능할까

<주간한국> 제2651호 ‘최순실 게이트 핵심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의 국정농단 의혹’ 제목의 기사대로 차씨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임명된 뒤 자신의 핵심인맥을 소위 ‘문화계 요직’에 앉히는데 입김을 넣었고, 이후 다양한 이권을 챙겨왔다.

차씨가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 되자마자 자신의 홍익대대학원 시절 ‘다소 부족했던’ 석사논문의 심사위원이자 지도교수였던 김종덕씨가 지난 2014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임명됐다. 또 얼마 뒤 그의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차씨의 광고계 선배로 알려진 송성각씨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으로 올랐다. 이어 차씨가 지난해부터 다니기 시작한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의 김형수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 미르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현재 김종덕 전 장관은 차씨의 인사개입 문제와는 별도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압력을 넣는 등의 혐의를 받아 검찰소환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수 교수는 이미 검찰조사를 받았고, 송성각 전 원장은 차씨의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에 관여해 구속된 상태다.

차씨의 검찰조사 결과에 따라 ‘차은택의 문화인맥’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부 등 차씨의 문화사업에 엮여 있는 정치권 인물들도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차씨 인맥들을 고위공직자리에 앉혔다는 사실보다 차씨 본인이 지난해 4월 1급 고위공무원에 준하는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에 올랐다는 점은 차씨가 정부인사 개입 혐의 등에 대해 부인할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차씨의 이 직책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창조경제 사업에서 비롯한 것으로 최순실 등의 비선실세 인물들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힘을 빌렸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차씨가 인사 및 이권 개입과 비선실세와의 관계에 대해 입을 다문다면, 우병우 전 수석을 살리는 대신 안종범 전 수석과 총대를 함께 메는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그가 취재진들의 질문에 “우병우는 모르고 안종범은 조금 알고 있다”라고 밝힌 점도 결국 검찰에 “안종범에 대해서만 말하겠다”라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차씨의 검찰에 대한 진술 역시 안 전 수석과 자신과 엮인 부분에만 맞춰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과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차씨의 혐의 부인이 계속되고 총대메기ㆍ꼬리자르기 전략으로 일관한다면, 현재의 의혹들 대부분이 의혹에서 머물며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제3의 인물을 통한 정황과 증거 확보로 대응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 3의 인물들은 차은택의 문화사업 및 문화계 인맥과 연관된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닌 미래창조과학부 등 창조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부처 및 단체에서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래부는 창조경제 사업의 컨트롤타워로 불리며 ‘창조경제기획국’을 두고 있다. 물론 창조경제기획관과 차씨가 맡았던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은 각각 상위 부처가 미래부와 문체부로 다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 사업 추진에 있어 여러 정책 계획과 수립에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차씨는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활동했다. 때문에 창조경제기획국 등 창조경제 사업을 다루는 기관들이 차씨의 문화사업 추진 과정에 있어서의 벌어졌던 추가적 위법행위와 그가 특혜를 받으며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부분에 대해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 차씨에 대한 의혹과 혐의를 직권남용과 배임 그리고 횡령에서 학력위조 등 다른 혐의로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미래부로부터 넘겨받은 ‘문화창조융합본부 민간 본부장 후보자 추천서’에 따르면 차씨의 주요학력이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과 전공(석사)’으로 올라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한국>의 지난 보도대로 차씨는 동국대대학원을 지난 97년부터 2000년까지 다녔지만, 재학 중 해당 학과가 없어지며 수료단계에 머물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차씨가 추천서에 동국대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딴 것처럼 기재했다면 엄연히 허위학력을 통한 임명이 분명했다.

이외에도 차씨는 여러 기관ㆍ단체를 거쳤고, 그 자리를 얻기 위해 오갔던 차씨의 추천서와 이력서에는 또 다른 허위학력 기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차씨에 대한 수사 중 그의 허위학력을 묵인하거나 은폐하려 했던 이들이 있다면 이를 지시한 또 다른 책임자를 찾고, 그가 부인할 수 있는 각종 혐의들에 대한 조사에 다른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주장이다.

차은택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밀라노 엑스포를 다녀온 후기글을 올렸다. 그는 당시 엑스포 일본관에서 전시품보다 자신을 주목시켰던 것이 ‘스폰서 그룹’이라고 말하며 국가의 문화사업에 많은 스폰서 기업이 있는 일본이 부럽다고 고백했다. 특히 그는 국가와 기업이 하나로 똘똘 뭉쳐 문화제국주의를 건설해야 한다면서 우리 기업들의 후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 53개의 대기업으로부터 각종 후원금을 뜯어낸 미르·K스포츠재단의 핵심인물 차씨는 당시의 글이 과연 애국심에서 나왔던 것인지 아니면 온갖 불법으로 얼룩진 ‘차은택의 문화제국’을 만들기 위한 포부를 밝힌 것인지 현재 심판대 위에 놓여 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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