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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북한, 트럼프 당선에 '의외'로 신중 …향후 북미관계는?

  • 도널드 트럼프(좌)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 사진=뉴욕타임스
[이정현 기자] 북한 정책의 80%는 미국을 향한다. 북한의 국방·외교 정책은 물론이고 교육, 문화 정책에서도 소위 ‘미제(미국 제국주의)와의 투쟁’이 바탕에 깔려 있다. 6·25전쟁을 거쳐 지금까지 북한의 정체성은 미국으로부터의 생존의식으로 지탱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런 북한이 상대할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주 당선됐다. 트럼프는 경선기간 동안 ‘미국 우선주의’와 ‘신 고립주의’를 내세운 외교 정책을 주창했다. 동맹국에 대한 지원을 축소해야 한다거나 무역장벽을 낮춘 게 미국의 경제를 침체시켰다는 그의 주장에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일본 아베 총리는 대선 전 미국을 방문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만 만나고 오는 바람에 트럼프의 당선을 바라지 않는 것 아니냐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북한은 지난 6월 ‘조선의 오늘’에 재중동포학자 한영묵의 기고글 형식으로 트럼프 당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 글에서는 “트럼프가 내뱉은 막말 공약에는 긍정할 측면이 적지 않다”며 “미국민이 선택해야 할 후보는 우둔한 힐러리보다 조선과 직접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북한 정권이 내심 차기 정부에서는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가 고수한 ‘전략적 인내’ 대신 북미대화가 실행되길 바라며, 이를 위해 트럼프가 적임자라고 판단한 속내가 읽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경선 과정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충분히 대화에 나설 수 있다면서 “그가 미국에 온다면 회의탁자에서 햄버거를 함께 먹으며 더 나은 핵협상을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실제로 당선이 되자 북한의 반응은 매우 자제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정권에 기대를 보이거나 친선의지를 보이는 언급도 없을뿐더러 기본적인 당선 사실조차 18일 현재까지 보도하지 않고 있다.

대신 북한은 지난 10일 노동신문을 통해 ‘미국의 대조선 제재압살 책동은 파산을 면할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으로 “핵포기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닷새 뒤 발표한 ‘동방의 핵강국은 자기의 위용을 더욱 떨쳐갈 것이다’라는 글에서는 “미국이 감히 우리에게 덤벼든다면 우리는 핵으로 단호히 쳐갈길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자료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같은 북한의 이례적 대응을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 내에서도 파격적이었던만큼 북한도 뒤늦게 탐색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정을 하기도 한다. ‘미국통’ 최선희의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은 장일훈 유엔주재 북한대사와 함께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미국민간전문가들과 트랙2(민간채널) 대화를 시작했다.

미국측에서는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 연구원과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버트 아인혼 수석연구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38노스는 위성을 이용한 북한 핵활동 감시로 유명한 곳으로, 통상적으로 북한 대표단과 대면 접촉을 자주 하는 민간 단체가 아니다.

따라서 북한이 해당 단체와 대화를 통해 차기 행정부에 대한 정보를 얻는 시도를 한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현재 미국정부는 이번 만남에 대한 의미 부여를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내년 1월 20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트럼프는 백악관에 정식 입성한다. 이 날까지 대북정책의 운명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외교 문외한’으로 불릴 정도로 준비가 안 됐다는 혹평을 받았던 그의 외교안보 정책은 인사과정에서 더 구체화될 것이다.

다만 트럼프가 경선과정에서 한 발언이 그대로 대북정책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집권당이 변한다고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 핵을 용인할 국가가 아니다”라며 “오바마도 경선과정에서는 적대국 지도자들을 다 만날 수 있다고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햄버거 한 번 먹겠다’고 한 발언에는 김정은을 제대로 된 국가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북미관계는 김정은의 태도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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