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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엘시티 이영복 게이트 ‘뇌관’… 박근혜 대통령, 정치판 확 바꾸나

엘시티 비리 의혹 ‘태풍의 눈’…유력 대권주자 포함 전ㆍ현직 의원 거론돼

박 대통령, 최순실ㆍ친박까지 쳐내고 새 정치판 짜기 시각도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60)씨의 국정 농단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이 전국적으로 들끓는 가운데 부산지역 최대 건설공사인 엘시티(LCT) 사업의 비리 의혹이 정국을 흔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엘시티 비리의혹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와 연루자 엄단을 지시하면서 ‘최순실 게이트’로 혼미스러운 상황에 또 다른 게이트성 대형사건이 정국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엘시티 게이트’ ‘이영복 게이트’ 로 불리는 엘시티 비리의혹은 부산 지역 여야 정치인과 관계, 법조계 인사들이 다수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수사 결과에 따라 정국 변화의 ‘태풍의 눈’이 될 것이란 해석도 분분하다.

때문에 야권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수사지시가 최순실 정국을 다른 게이트 사건으로 덮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부에선 엘시티 비리에 여야 유력한 대권 주자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어 사실 여부에 따라 정치권은 물론, 대선지형의 변화도 배제할 수 없다.

‘최순실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엘시티 비리 의혹 사건의 전말과 정치적 후폭풍을 추적했다.

박 대통령, 엘시티 수사 승부

검찰의 일반 수사 대상으로 여겨졌던 엘시티(LCT) 비리의혹이 ‘최순실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 지시를 하면서다.

박 대통령은 16일 해운대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인 이영복 회장의 비리의혹 사건과 관련, 철저한 수사와 함께 연루자 엄단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엘시티 비리사건에 대해 가능한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 연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복 회장은 500억여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사기)로 지명수배를 받아오다 지난 10일 서울에서 긴급 체포됐다.

박 대통의 엘시티 비리의혹 수사지시는 여러 억측과 야권의 반발을 가져왔다.

우선 국민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 나서 엘시티 사건에 대한 수사 지시를 내린 점이다.

청와대는 “엘시티 비리 의혹을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지어 정치공세가 거센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통령의 철저 수사 지시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권과 시민단체 등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박 대통령이 민심을 외면하고 뜬금없이 검찰 수사에 개입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정국을 엘시티 게이트 사건으로 덮으려는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니냐며 반발했다. 더욱이 박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15일 영수회담이 무산된 뒤 하루만에 엘시티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 지시를 했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 컸다.

추미애 대표는 “부패 권력의 최정점에 선 박 대통령이 무슨 자격으로 이 사건 수사를 지시할 수 있느냐”며 “박근혜 정부가 엘시티 사건을 이용해 반대 세력(야권)을 겁박하고, 본인이 몸통인 박근혜 게이트를 물타기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자신에 대한 수사는 검찰 방해를 하고 엘시티 수사만 철저히 하라고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대통령 자신에 대한 수사는 변호인을 통해 온 몸으로 막고, 엘시티 게이트만 철저히 수사하라는 것은 자기모순, 이중잣대”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계파와 개별적 이해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친박’ 지도부인 조원진 최고위원은 17일 “대통령이 대통령 직에 있지 않나”며 “불법으로 엄청나게 형성된 비자금이 있었다면 엄정한 수사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법이 정하는 내각의 수반으로 현 대통령이 수사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것은 부당하지 않다”며 “어떤 사건을 성역없이 철저하게 조사해 명명백백히 밝히고 그것을 국민에 알리는 것도 국민의 소리”라고 말했다.

반면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대다수 비주류는 불편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 시점에 엘시티 수사를 공개적으로 지시한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밝혔다.

비주류 지도부 격인 비상시국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대통령이 엘시티 수사에 관해 말하는 순간 특정한 방향 지금의 상황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으로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오히려 수사 방향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할 뿐이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비박계 유승민 의원은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수사하는 건 상식이고, 그 문제와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의 책임을 묻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물타기라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누가 떨고 있나…여야 정치권 ‘긴장’

박근혜 대통령이 엘시티 비리의혹 수사 지시와 관련해 ‘최순실 게이트 물타기’ ‘국면전환용’ 등 이런저런 비판과 억측이 나오고 있지만 정치권을 압박하는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실제 엘시티 사건 수사결과 정치인들 연루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최순실 정국’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청와대는 “대형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일뿐이라고 했지만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인 이영복 회장의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과 관련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비자금이 조성돼 여야 정치인과 공직자들에게 뇌물로 제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혀 정치권에 대한 수사를 예고했다.

이영복 회장을 잘 아는 인사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 다수가 다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회장은 1990년대 후반 ‘부산판 수서사건'으로 불리는부산 다대·만덕지구 택지전환 특혜의혹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당시 부산시가 임야 원형을 보존하기로 했던 다대지구를 택지난 해소 명목으로 일사분란하게 일반주거용지로 용도 변환해주자 정관계 특혜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이 혐의로 1999년 수배령이 떨어지자 이 회장은 도피했고, 2년여 만에 자수해 배임과 횡령 등 9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상당수 혐의가 무죄로 판결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풀려났다.

당시 부산시 고위 관료와 정치권 인사들이 이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고 용도변경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얘기가 파다했지만, 실제 처벌받은 인사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특히 김영삼 정부 시절 정치인과 이후 민주계 인사들, 그중에서도 부산지역 정치인들이 다수 거론됐다. 실제 2002년 3월 김운환(민주당 해운대ㆍ기장갑지구당 위원장)전 국회의원은 1994년 다대지구 자연녹지 42만2천여㎡를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되도록 도와주는 조건으로 이영복 동방주택 사장으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전 의원 구속은 빙산의 일각이고 거물 정치인을 포함해 대다수 인사가 빠졌다는 말이 돌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인 P씨, K씨, 또다른 K씨, J씨 등 부산지역 정치인들이 거론됐다. 이중에는 현재 정치를 하고 있는 K씨, P씨, S씨 등도 포함됐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의 엘시티 비리의혹 수사 지시에 즉각 반응을 보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엘시티 비리의혹에 박 대통령 최측근 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건설사가 수주를 할 때는 건설사에서 시장조사와 타당성 조사를 해서 수주심의를 회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한다고 한다. 그런데 엘시티는 포스코 건설에서 10일 만에 채무보증이 이뤄져서 전광석화처럼 작업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스코에 그러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은 대통령과 가장 가깝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정치인이 개입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에 대해 함구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K씨, H씨 등이 거론됐다.

여야 유력 대선주자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17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자신들이 엘시티 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는 소문을 퍼뜨린 사람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김 전 대표가 엘시티 측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글을 올린 네티즌을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형사 고소했다. 앞서 김 대표는 엘시티 비리에 정치인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압박받을 사람은 압박받는 것이고, 압박받을 이유가 없는 사람은 압박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표도 17일 엘시티 비리 의혹 사건에 자신이 연루됐다는 내용을 유포한 관련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전날 인터넷에서 문 전 대표가 570억원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된 엘시티 시행사 청안건설 이영복 회장의 로비 대상에 포함됐다는 글이 급속히 퍼지면서다.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이영복 회장에 대한 수사 초기부터 로비 의혹 당사자로 지목됐다. 현 전 수석은 이 회장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친분을 유지했으며, 이 회장이 도주해 공개수배된 동안에도 여러 번 만났다는 목격담이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선 현 전 정무수석이 청와대 정무수석에서 물러난 것도 엘시티 비리 건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현 전 수석은 세간의 의혹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부산지역 관계.재계 인사들이 이 회장의 비리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도시공사는 엘시티 사업 지역 부지를 시세보다 낮게 매각한 혐의를 받고 있고, 부산시청은 도시계획변경, 주거시설 허용 등의 특혜를 줬다. 해운대구청은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엘시티 사업계획을 승인했으며, 해운대대구의회는 사업대상 지역을 확장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했고, BNK부산은행은 허위용역계약으로 320억원을 허위대출했다.

당시 부산시, 해운대구청, 해운대구의회 인사들 중에는 현재 고위 관료로 재직하거나 국회의원을 지냈거나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엘시티 비리 수사에 따라 한바탕 홍역을 치룰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새 정치판 짜나

박근혜 대통령이 엘시티 비리의혹 수사 지시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최순실 정국 돌파, 또는 국면전환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굳이 검찰 수사 사건에 직접 나선 것을 두고 새로운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현재의 정치판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라는 최순실씨를 포함해 친박이든 비박이든 여권 인사라도 문제가 있으면 모두 쳐내 새로운 정치판을 짜려한다는 풀이다. 이 비리 인사 척결 과정에 야권 인사들이 포함돼 있으면 새 정치판 구상이 훨씬 탄력있고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엘시티 비리의혹 수사와 관련해 대상 정치인들 대부분은 부산지역 인사들로 이곳은 친박계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수가가 진행되면 친박 인사들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의 한 측근인사는 “대통령이 이번 최순실 사태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또 한번 ‘배신의 정치’를 절감하면서 종래 가까운 인사들이라도 과감하게 쳐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디”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성난 민심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국정에 복귀한데는 새 정치판을 짜기 위한 고려가 적잖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임기를 다 채우는 것보다 제대로 된 국정에 최선을 다하고 다음 대권주자에 권한을 이양하려는 생각도 갖고 있다. 따라서 현재 논의중인 개헌론이 탄력을 받으면 이에 따라 조기 대선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또한 박 대통령은 친박에 대한 의지도 더 이상 집착하지 않을 것이고 측근은 말했다. 박 대통령이 상당히 마음을 비웠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촛불 민심’ 과 반대 행보를 하는 것과 사뭇 다른 해석이다.

과연 박 대통령의 본심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알 수 없지만 성난 민심의 강도와 지속 여부가 판가름나는 올해 말이 국정운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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