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정국 막후 권력 휘두른 핵심 김기춘·우병우 비리 정황 솔솔

검찰출신 ‘비선실세’ 사정라인 인사권 쥐고 기업 사정 총괄 의혹

최순실 게이트 최고 핵심 지목에도 검찰 솜방망이 처벌 수순밟나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비리의 공범으로 지목되면서 이를 둘러싼 법리적 해석이 분분하다.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종범(從犯)이고 최씨가 주범(主犯)으로 규정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과 그 배후에 있는 최씨 등 비선실세들의 이권을 위해 모든 범죄가 기획됐다는 의혹이 입증될 경우 ‘최순실 게이트’의 최고 핵심인 박 대통령은 종범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위법행위를 뒤에서 도우면서 권력을 남용하고 개인적 이익까지 도모한 비선실세들은 모두 주범으로 볼 수 있다. 이어 이 비선실세들의 위법적인 지시를 받고 실행하거나 이 위법적 지시를 인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이를 모른척한 이들은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최근 친박 핵심 인사들이나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저마다 최씨의 존재를 몰랐다거나 비리 행위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같은 처벌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법의 해석을 감안할 때 형사처벌의 가시권에 든 인물들을 꼽자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두 사람이다.

또 친박 인사들 중 청와대에서 핵심업무를 맡았던 최경환 의원도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경제부총리 시절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는지 또 그를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여러 기업연루 비리 의혹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등은 반드시 규명해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최 의원의 최순실 게이트 연루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심지어 여권에서 조차 최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 의원은 이에 대해 “최순실 게이트에 일절 개입한 바 없으며, 근거 없이 비리 의혹을 제기할 경우 법적 대응하겠다”는 강경 태도로 여론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 “검찰이 기업수사를 통해 친박 핵심인사들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일부 언론을 통해 최 의원 등 친박 실세들의 이름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어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박 대통령은 종범, 친박핵심은 공범

최근에는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국회의 책무”라고 강조하며 친박계 의원들의 탄핵 거부에 날선 비판을 가해 눈길을 끌었다.

남 지사는 지난 25일 아침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박 대통령 탄핵은 국회에 주어진 역사적, 헌법적 책무이고 국민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한을 회수할 마지막 방법”이라며 이같이 촉구했다.

그는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이 끝까지 국민과 맞서는 이상, 다른 선택지는 없다”며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각자의 이름을 걸고 양심과 상식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그간 정치적 범죄행위를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약속”이라며 서청원 의원에게 당장 정계 은퇴를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남 지사는 언론을 통해서도 친박계 의원들의 ‘탄핵 거부’ 정국을 지적했다.

그는 “이정현 대표와 서청원ㆍ최경환ㆍ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 중진들이 요즘 매일 회의를 열고 당내의 탄핵ㆍ탈당 움직임을 막느라 혈안이 돼 있다”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앞서 지난 22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서청원 의원이 탈당을 막으려고 전화를 걸어 회유와 협박을 하고 모욕을 줬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남 지사를 필두로 비박계 내부에서는 친박계 인사들이 ‘최순실 게이트’의 사실상 공범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하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야권은 친박 핵심인사들 중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이루고 난 다음으로 정치권의 친박 핵심을 겨냥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의 한 인사는 “이번 게이트와 관련해 친박 인사들에 대한 여러 첩보가 입수되고 있다.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검찰 고발 등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중간 발표 이후 정치권은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 공세를 강화함과 동시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검찰이 이들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특검을 통해 반드시 이 두 사람에 대한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야권은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 발표를 통해 이미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사란 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또 다른 ‘몸통’인 비선실세들에 대해 검찰 수사를 더욱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박 대통령 외에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사로 김기춘 전 실장과 우병우 전 수석을 주목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선택 관심집중

김기춘 전 실장과 우병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와 직간접적인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청와대의 기밀 유출이나 인사 관리를 직접 관장하는 자리에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여기까지 확산되는데 상당 부분 방조했거나 일조했을 것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박지원 위원장은 지난 21일 비대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내가 코끼리를 바늘로 찔러 죽이기 위해 죽을 때까지 찌르겠다고 했는데 136번을 찔러서 우병우는 물러갔다”며 “이제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라고 정조준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지난 19일 김 전 실장이 최순실의 존재를 모른다고 부인하자 “부두목 김기춘의 헌정 파괴 사건들이 이제 중심을 잡아간다”이라면서 “최순실은 구속됐고 부두목 김기춘이 밝혀지고 있는데 김기춘도 반드시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야권은 비선실세 수사 촉구에 힘을 합치고 있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에서 “김 전 실장은 ‘왕실장’,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국정농단을 주도했다”며 “우 전 수석도 다르지 않다. 김 전 실장의 뒤를 이어 검찰 조직을 권력의 주구로 만들었고 인사 전횡을 휘두르며 군림해온 사실상의 주역”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을 포함한 세 야당은 이날 최순실 국정조사에 대한 증인 채택에서 구속 중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차은택 피고인 외에 김기춘 전 실장과 우병우 전 수석을 포함시키는 데 합의했다.

야권이 두 사람을 집중 거명하자 새누리당 비박계에서도 두 사람에 대한 ‘엄정’ 수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친인척 국정농단을 막기 위해 검경 사정기관, 민정수석실, 정보기관 등 3~4중의 안전장치를 만들었는데 왜 감시시스템이 작동 안 되고 무력화됐느냐”며 “우 전 수석의 위세에 눌려 마냥 손 놓은 것 아니냐”고 비판한 바 있다.

정 원내대표는 “검찰은 이런 감시시스템을 무력화한 검찰 내 우병우 사단을 찾아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검찰이 하지 못한 부분을 국회가 특검, 국조를 통해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그는 “뒤늦게 박 대통령 주변을 전광석화처럼 파헤치는 검찰이 우 전 수석 앞에서는 왜 이렇게 비굴하게 작아지나”라며 “검찰은 우 전 수석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검찰에 일침을 날렸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