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예정대로’, 내실 위한 소폭 교체… ‘위기 돌파’공통, 성장 동력에 초점

‘최순실 사태’변수로 등장… 인사 시기, 관련 계열사에 일정 영향

실적 저조에 따라 보상ㆍ문책 인사 병행될 듯… ‘경영 위기’해법은 제작각

3세 경영 전환 기업은 ‘안착’ 관심…파격 발탁인사 적을 듯

연말 대기업 인사 시즌이 어깁없이 다가왔지만 최순실 사태 후폭풍으로 시계(視界)가 안갯속이다.

일부 대기업이 인사를 단행했지만 소폭에 그쳤고,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최순실 청문회’에 불려나갈 예정이어서 전체적으로 인사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사 규모 또한 아직 알 수 없지만 대다수 기업들이 실적 악화에 따라 작년과는 다른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국 상황과 트럼프 리스크 등 대내외 여건이 불투명함에 따라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소폭 인사로 조직을 정비하면서 안정을 꾀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예년과 같은 급격한 세대교체와 파격 발탁 인사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연말, 연초 사장단ㆍ임원진 인사를 점검해봤다.

최순실 사태 관련 대기업 인사 ‘불투명’

재계 1위 삼성그룹은 ‘비상’이 걸렸다. 국정 농단과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의 모녀에게 수십억원을 건넨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사장단과 고위 임원이 검찰의 조사와 수사를 받거나 받을 위기에 처했다.

특히 삼성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최순실과의 관련성이 두드러져 최대 현안인 이재용 체제 정착에 빨간불이 켜져 인사 문제는 거론할 상황이 아니다. 한마디로 이사는 ‘시계 제로’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인사는 일정 기간 늦춰지거나 소폭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매년 12월 첫째주에 사장단 인사, 그다음 주에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를 실시해왔다. 지난해에는 사장 승진 6명 등 15명이 사장단 인사 대상이었고 2014년에는 11명, 그 이전 4년간은 16~18명 수준이었다.

삼성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검찰의 타깃이 된 상황으로 회사 안팎에서 나돌고 있는 ‘축소설’이 현실화될 수 있는 분위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후 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건상 대규모 인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이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거나 회장직으로 당장 승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삼성에 충격을 준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사태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주목된다. 하지만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규명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무선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도 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단종사태를 계기로 업무 프로세스를 조정하고 품질관리조직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할 여지가 있다. 무선사업부 임원 20% 감축설 등이 꾸준히 나돌고 있지만 현실화될지는 불투명하다.

반면 세계 최대 전장(電裝) 기업 하만(HARMAN) 인수 이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장사업팀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수 상장과 함께 바이오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이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권 회장은 물론, 사장단ㆍ임원 인사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권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 ▦광고계열사 포레카 매각 당시 외압 ▦2014년 회장 선임 당시 최순실 개입 여부 등을 두고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

권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나게 돼 연임 여부가 관건이고 임원 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다소 애매한 상황이다.

권 회장의 거취가 검찰 조사 결과에 달린 양상인데 연임을 위해서는 오는 12월까지 의사를 밝혀야 한다.

일각에서는 검찰 조사만으로 권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물 건너갔고, 황은영 사장이 후임 회장으로 유력하다는 말이 돌고 있다.

현대家 실적 저조로 인사 변화 클 듯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은 예년처럼 12월 말 정기 인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와 내수시장 위축에 따른 실적 저조로 임원으로 승진하는 인원 수는 예년에 비해 줄어들 전망이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지난달부터 51개 계열사 소속 전체 임원 1000여명의 급여를 10% 삭감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상황이다.

작년엔 전년 대비 65명 줄어든 368명 규모의 임원승진 인사를 단행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친환경차 사업 또는 IT(정보기술)와 관련한 연구개발(R&D) 부문과 지난해 론칭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부문의 임원 승진 비중은 그다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극심한 수주 감소에 따른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 지난달 17일 세대교체 성격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당시 인사에서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2선으로 물러났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신에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현대미포조선 강환구 사장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 ‘투톱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15일 이사회를 열어 전기전자와 건설장비 등 비(非) 조선 사업 부문을 모두 분사시키는 후속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조선ㆍ해양ㆍ엔진 등 선박 건조와 직접 관련 있는 사업을 하나로 묶고, 나머지 비조선 사업 부문을 각각 떼어내 총 6개의 독립회사로 운영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LGㆍGS ‘안정 체제’ 유지하며 기업 발전에 초점

LG는 작년 11월 말 5대 그룹 중 맨 처음 인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올해는 최순실 사태 등의 여파로 인사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는 3인 대표 체제 (조성진 H&A사업본부장, 조준호 MC사업본부장, 정도현 CFO)가 구성 1년 밖에 지나지 않아 변동없이 유지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G5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조준호 MC사업본부장 교체설이 나오고 있으나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오랜 측근에다 당초 ‘미션’이었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가 있어 계속 유지할 것이란 반론이 우세하다.

작년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했는데 올해도 부회장 승진자가 나올지 관심이다.

GS그룹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12월초에 정기 임원 인사가 있을 전망이나 최순실 사태 여파가 변수다. 대기업이 전경련을 통해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낸 것이 문제가 되고 있어 전경련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어서다.

GS그룹에서는 허 회장이 최순실 사태와 직접 관련이 없는 만큼 12월 인사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GS그룹은 조직 안정에 방점을 맞춰 인사를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그 기조를 유지하는 인사를 단행하고, 조직 변화도 최소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GS그룹은 지난해 인사에서 GS에너지ㆍGS리테일ㆍGS파워ㆍGS EPS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을 교체하는 등 총 46명을 이동시키며 40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특히 올해 초부터 허창수 회장과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 허태수 GS홈쇼핑[028150] 부회장,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으로 이어지는 3세 경영 시대에 들어간 만큼, 조직 안정을 추구하면서 미래 먹거리 창출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이끌 방향으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SKㆍ한화 조직 내실화와 ‘미래 성장’에 중점

SK그룹은 예년과 같이 12월 중순에 인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면세점 허가와 관련해 최순실 연루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인사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SK그룹은 지난달 연례 CE0 세미나에서 최태원 회장이 ‘변화와 혁신’ 메시지를 강하게 주문한 이후 실적이 부진하거나 사업 추진이 더딘 계열사를 중심으로 큰 폭의 인사이동이 예견됐으나 최근 시국이 어수선한 데다 내실을 다질 시기라는 점 등을 감안해 변화 대신 안정을 택하면서 소폭 인사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조직 개편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SK그룹 고유의 수펙스추구협의회 중심의 집단경영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인사가 계열사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계속 자리를 유지할지, 만약 교체된다면 부회장 중 누가 의장직에 오를지가 관심이다.

또 가습기 살균제 사망 피해 사건과 연관된 SK케미칼 김철ㆍ한병로 공동대표의 거취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한화그룹은 10월초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 중 처음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경영기획실장으로서 그룹 전체 살림을 짜고 미래성장의 큰 그림을 그려온 금춘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태양광, 화학, 방산 등 주요 사업부문의 대규모 인수합병 이후 성공적인 PMI(합병후 기업통합) 작업을 통해 그룹의 조기 안정화와 성장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룹 경영기획실 법무팀장인 조현일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고, ㈜한화 무역부문 대표이사에는 한화케미칼 경영진단팀장 이민석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이동했다.

롯데ㆍ한진 ‘위기’ 속 돌파구 모색

그룹 총수가 ‘외풍’에 시달리고 있는 롯데와 한진은 종래 조직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롯데는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 등으로 신사업을 펼치기보다는 일단 정상 궤도를 유지하는 쪽으로 인사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큰 폭의 인사나 물갈이는 없을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신동빈 회장이 내놓은 그룹 쇄신안에 따라 ‘정책본부 기능 개선과 축소’를 추진하고 있지만 여건상 연말 인사를 먼저 하고 조직 개편은 내년 초에나 결론을 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고(故) 이인원 부회장 자리를 비워두고 정책본부 운영은 황각규 사장이, 대외협력 업무는 소진세 사장이 각각 나눠 맡는 현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한진룹은 최근 각종 이슈에 휘말려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예년처럼 12월 말 정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들은 올해 일부 인사이동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정기 인사에서는 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은 올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맡은 데 이어 4월에는 계열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조 회장의 둘째 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지난 7월 진에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한 달 뒤에는 진에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한진관광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처럼 3세 경영을 위한 준비 작업이 비교적 최근 이뤄진 만큼 이번 인사에서는 큰 변화 없이 핵심 계열사에 안착해 경영 보폭을 조금씩 넓히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장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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