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 전 대표, 회사설립 초창기 건물에 최순실ㆍ청안건설 연관성

FX기어 초창기 건물, 신사동 640-1번지 ‘최순실 건물’과 상당히 인접해

FX기어 건물주, ‘이영복 최측근’으로 최순실과 압구정 건물주 모임 가능성

이창환 전 대표, 각종 정부 사업 맡으며 승승장구… ‘아버지 특혜’ 의혹도

FX기어 “수주 사업은 회사 기술력 때문, 투명하고 공정한 공모를 통해 얻어”

엘시티 이영복 회장이 구속되면서 그의 아들인 이창환 에프엑스(FX)기어 전 대표가 주목을 받고 있다. FX기어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의 각종 사업을 수주하면서 이창환 전 대표가 ‘비선실세’ 최순실과 친목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자신의 아버지를 통해 ‘창조경제의 수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FX기어 측은 각종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며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FX기어의 등기사항일부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이 전 대표는 최근 대표직에서 물러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한국>은 일부 언론의 의혹 제기가 이창환 전 대표 개인 및 FX기어의 명예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이 회사의 이전 주소를 통해 최순실 그리고 청안건설과 연관이 있다는 제보를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이 전 대표가 FX기어 설립 초창기 대표로 있으면서 회사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주를 통해 그 연관성에 대해 풀어볼 수 있었다.

FX기어는 지난 2004년 5월에 설립해 이창환씨가 대표를 맡게 된 시기는 다음해 2월이었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개발 그리고 유통업을 목적으로 하며 납입자본금 약 5000만원의 소기업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FX기어는 설립 2년이 되지 않아 자본금을 2배로 불리면서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주간한국>은 FX기어가 자본금을 급격히 올리는 동시에 소재지를 옮긴 점에 주목, 회사 성장과 함께 했던 설립 당시 건물을 살펴봤다.

FX기어의 설립 당시 건물은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로 42길 인근에 위치하고 있었다.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에서 내려 이곳을 향해 가면서 본지는 낯익은 한 건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위 ‘최순실 빌딩’으로 알려진 강남구 신사동 640-1번지 건물이었다.

FX기어의 본래 건물은 최순실의 빌딩에서 도보로 약 30초가 채 걸리지 않았고, 직선거리로는 10미터 이상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최순실은 지난 2003년 8월에 신사동 640-1번지 건물을 매입, FX기어의 설립 시기 그리고 이창환 씨가 이 회사의 대표로 취임한 시기와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에 <주간한국>은 FX기어의 설립 당시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해봤다. 그리고 해당 건물의 소유자명에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과 엘시티 비리 관련 취재를 3차례 이상 해오며 여러 번 접한 적이 있는 홍 모씨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홍씨는 지난 1997년 9월 이 건물을 매입했다.

홍씨는 이영복 회장의 측근 인물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홍씨가 이영복 회장의 숨겨진 부인 또는 내연녀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이런 소문은 허위로 이 회장의 부인은 박 모씨로 홍씨는 단순히 사업상 관계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분명한 점은 홍씨와 이 회장이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다.

<주간한국>의 취재에 응해준 익명의 제보자는 “홍씨가 자신의 명의로 가지고 있는 부동산은 꽤 상당한데, FX기어가 있던 건물이 있던 신사동 건물뿐만 아니라 청담동과 자양동에 고급 아파트 그리고 얼마 전 모 방송사의 시사고발 프로에서도 이영복 회장 관련 방송을 하며 잠깐 비췄던 성북구 선잠로에 개인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며 “다수의 부동산을 가진 것만 보더라도 자산가인 것이 분명하며, 압구정이나 논현동에는 소위 ‘건물주 모임’이 활성화돼 있고 기존 언론보도 등을 통해 보면 최순실 역시 그런 모임에 속해 있었다고 하니 바로 옆 건물주인 최순실과 홍씨가 절대로 모를 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최순실이 이영복 회장의 계모임에 가입한 시기가 2013년으로 밝혀져서 다들 이때부터 두 사람이 알게 됐다고 하지만 홍씨가 최순실과 건물주 모임 등을 통해 알고 있었다면, 이영복 회장과 최순실이 본래부터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높다”며 “홍씨는 이영복 회장과 상당한 관계에 있고, 이창환 전 대표의 FX기어가 홍씨의 건물에서 사업을 확장해 나갔던 것도 이런 연결고리의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홍씨는 이영복 회장 그리고 그의 청안건설 및 관계사와 상당한 인연이 있었다. 지난 2005년 롯데건설과 도급계약을 체결하며 부산 다대동에 롯데캐슬 몰운대아파트의 시행을 맡은 신부국건업은 이영복 회장이 지분의 절반가량을 보유하며 사실상 이 회장이 실소유자인 회사로 알려져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말까지 신부국건업의 주요 주주로 회사 지분의 20%를 가지고 있던 안 모씨는 홍씨가 소유한 청담동 집의 전세권을 설정해준 인물이라는 사실을 홍씨 소유이자 FX기어의 설립 시기 사무실이 있던 압구정로 42길 건물의 등기부등본에 명시된 주소를 통해 밝혀낼 수 있었다.

제보자는 이 홍씨 소유의 압구정로 42길 건물의 등기부등본에 주목을 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곳에는 홍씨와 이영복 회장이 연관돼 있다는 정황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본 결과 홍씨는 이 건물을 소유하면서 수차례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이는 쉽게 말해 한 채무자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위해 보증을 서줄 곳이 필요했고, 홍씨가 이 채무자의 보증인으로 나서며 자신의 압구정로 건물을 담보로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씨가 근저당을 설정한 지난 2010년 9월과 2012년 4월의 채무자는 각각 제이피홀딩스와 PFV와 맥서러씨였다. 이들은 당시 K모 저축은행에서 40억원과 78억원을 각각 대출하며 담보로 홍씨의 해당 건물을 설정했다.

사실 이 제이피홀딩스 PFV와 맥서러씨는 이영복 회장 그리고 그의 아들인 이창환 FX기어 전 대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회사다.

제이피홀딩스 PFV는 <주간한국>의 수차례 보도에서 언급됐지만, 일각에서 ‘제2의 엘시티’ 또는 ‘서울 엘시티’로도 부르고 있는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의 시행사로 참여한 회사다. 이영복 회장의 청안건설은 이들 제이피홀딩스의 지분을 28% 보유하고 있고, 이창환 전 대표도 이곳의 지분을 상당수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이피홀딩스는 서울시 논현동에 위치한 청안건설의 서울 사무실과 같은 곳에 위치하며 사실 상 이영복 회장이 소유주와 같은 역할을 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또 청안건설의 관계사로 알려진 맥서러씨는 통신공사업과 정보통신기기 납품 등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맥서러씨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창환 전 대표는 지난 2007년부터 이 회사의 지분율을 75% 이상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로서 2014년 말까지도 이 규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안건설과 이창환 전 대표는 맥서러씨를 위한 상당한 규모의 지급보증을 서고 있는 상태였다.

특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이피홀딩스의 경우 홍씨와의 담보 및 지급보증 관계가 명시돼있지 않아 대출금을 상환 것으로 보였지만, 맥서러씨는 2014년 말까지도 홍씨와 78억원의 부동산 제공 내용이 있어 당시까지 상환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

‘억울할 수 있는’ FX기어, ‘특혜의혹’의 화살은 이창환 전 대표에게

이영복 회장이 엘시티 비리로 구속되고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그의 아들인 이창환 전 대표의 FX기어 역시 일부 언론으로부터 사업특혜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이창환 전 대표가 지난 2013년 말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창조경제 문화운동 추진위원회 선임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이런 새로운 명함을 달면서 FX기어 역시 상당한 이득을 봤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FX기어는 이 전 대표가 창조경제 문화운동 추진위원회 선임위원으로 뽑힌 뒤 지난해 매출이 약 75억원을 기록하며 2013년 매출의 2배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1월 FX기어의 발행주식 수는 직전 변경시기보다 약 3배 이상 증가하면서 자본금의 규모 역시 크게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FX기어가 과거 수주한 일부 사업이 미래부의 지원을 통한 정부 콘텐츠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나며 사업 특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FX기어는 올해 1월, 미래부가 후원 그리고 한국전파진흥협회가 주최한 VR(가상현실)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기념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업체로 선정됐다. 또 8월에는 미래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콘텐츠 제작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돼 VR 다큐멘터리 ‘나는 독도다’를 제작했다.

지난 10월 서울 상암동 DMC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코리아 VR 페스티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FX기어 부스를 방문해 이창환 전 대표와 VR 사업관련 대화 시간을 가지면서 FX기어는 대통령 및 관련 부처 등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때문에 언론에서는 FX기어에 대해 ‘창조경제의 수혜자’라는 단어를 붙여가며 이창환 전 대표가 아버지 이영복 회장을 통해 그와 계모임을 한 것으로 알려진 최순실로부터 그 수혜를 받았다는 연관성을 찾는데 주력하기도 했다.

이에 FX기어 측은 각 수주 사업은 회사가 보유한 뛰어난 기술력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공모를 통해 얻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각종 의혹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또 이 전 대표 역시 쓸데없는 의혹들로 회사와 주주들에 피해를 줄 수 있어 최근 자진해 대표직을 사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한국>의 취재결과 FX기어는 미래부에서 주관하는 사업만으로 규모를 확대해나간 것은 아니었다. 또 FX기어의 관계사 대부분이 이들의 기술력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며 사업 협력을 맺은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FX기어는 지난 2014년에만 큰 규모의 정부 부처 주관사업을 맡으며 내실을 다졌다. 이 시기 FX기어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주관했던 해외기술전시회 참가 지원 사업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맞춤형 해외진출 컨설팅 지원 사업에 참여했다. 또 코트라(KOTRA) 집중육성기업에 선정되며 그해 10월 미래부로부터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FX기어는 사내 매출과 자본금 규모가 비약적으로 오른 2015년 삼성전자 혁신기술기업협의회의 모바일용 그래픽 엔진 개발을 위한 협력사로 선정되며 약 10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혁신기술기업협의회는 기존에 삼성전자와 거래가 없던 중ㆍ소규모의 회사를 대상으로 협력사 기준을 선정했고, 신기술 개발 공모제를 통해 우수한 독자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평가를 통해 뽑았기 때문에 특혜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지난 8월에는 YG 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소속 그룹 빅뱅의 데뷔 10주년 전시행사에도 참여하며 다방면에서 발을 넓혀왔다.

일각에서는 FX기어를 향한 특혜가 아닌 이창환 전 대표에 대한 특혜는 여전한 의혹으로 남아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간한국>의 FX기어의 각종 사업에 대해 알아봐준 야당 관계자는 “이창환씨가 대표로 있던 시절 미래부와 문체부, 한국 콘텐츠 진흥원, 코트라 등 정부 부처가 주관한 사업이 상당히 많고 미래부 산하의 창조경제문화운동 추진위원회 선임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은 이영복의 아들이기 때문에 더욱 큰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창환이라는 개인의 능력과 FX기어라는 회사의 기술력이 뛰어나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점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창환씨의 회사가 해운대 엘시티에서도 사업 영역이 있었고 여러 일감을 아버지로부터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FX기어가 아닌 이창환 개인의 특혜에 집중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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