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키맨’김기춘ㆍ우병우 수사 올인…특검, 김ㆍ우 방어벽 뚫을까

‘최순실 게이트’ 관련 정호성 녹취 파일 외 증거 더 있나

청와대 근무 ‘관계자들 진술’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49) 전 민정수석 비위 의혹을 정면으로 겨눌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정기관 주변에서 들리는 말을 들어보면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은 특검이 반드시 파헤쳐야 하는 대목으로 꼽힌다. 최순실 게이트 조사를 통해 드러날 또 하나의 핵심 이슈라는 이야기다.

김 전 실장은 정부 고위 공직자 인사에 개입하고 최씨 비리를 측면에서 지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우 전 수석은 현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묵인ㆍ방조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각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로 혐의에 대한 구체적 정황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두 사람을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으나 본격적인 수사는 특검에 넘겼다. 국정조사에서 김 전 실장의 위증이 드러나면서 김 전 실장에 대한 특검조사 요구는 더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그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우 전 수석에 대해서도 특검이 손 댈 것으로 관측된다. 우 전 수석은 김종 전 차관과 더불어 최순실 게이트와 직접 연결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날이 증폭되고 있어 특검 조사가 불가피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진상 규명 공 특검으로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께 당시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게 “1급 실ㆍ국장 6명의 일괄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의혹을 사고 있다. 표적이 된 이들은 모두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주무부처의 ‘비우호적’ 인사로 분류된 이들이다.

이에 김 전 실장이 재단 설립을 도울 목적으로 이들을 솎아내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거론된 인사 가운데 3명은 이후 공직을 떠났고 나머지는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

2013년 8월부터 작년 2월까지 ‘청와대 2인자’였던 그가 박 대통령 최측근으로 청와대를 안방처럼 들락거렸던 최씨의 존재와 전횡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7일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최씨와 일면식도 없다”는 대답을 되풀이했다. 최근 국조에서 그의 거짓말이 드러나면서 특검 조사 필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자신의 혐의를 피해가기 위해 거짓말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 전 실장은 한나라당 의원 시절이던 2006년 9월 유력 대선주자였던 박 대통령이 독일 아데나워재단 초청으로 벨기에와 독일을 방문할 때 수행원이었다. 당시 방문 현장에는 최씨와 그의 전 남편 정윤회씨도 있었다.

또 최씨가 단골로 다녔다는 차움의원 소개로 일본 차병원에서 면역세포 치료를 받았다. 정권 초기 최씨 소유 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해 측근들과 조각 등을 논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전 실장은 이러한 의혹을 국조 청문회에서 모두 부인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해서도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으로 있던 2014년 여름 최씨의 최측근이자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린 김 종(55ㆍ구속) 전 문체부 2차관을 감찰해 구체적인 비위 정황을 포착하고도 묵인한 의혹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임명된 이후 이듬해 2월 사정기관 업무를 총괄하는 민정수석 자리에 올랐다. 수석으로 있는 동안 그는 최씨와 연결된 여러 사안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 관계는 물론 최씨의 국정·이권 개입을 알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76) 삼남개발 회장과 최씨가 함께 골프라운딩을 하는 등 상당히 친밀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의혹에 힘을 더한다. 두 사람이 정권 초기부터 알고 지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 배경에 최씨의 입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우 전 수석이 변호사 시절 ‘몰래 변론’과 탈세를 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현재 특검팀은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계획에 대해서는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핵심요직에 머물면서 ‘최순실 게이트’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된 이상 이대로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 안팎에서 이들을 수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검찰을 장악하다시피 해온 두 사람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창과 방패 내부자들 싸움

검찰 내부에서도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에 대한 특검 수사는 벽이 두터울 것으로 내다본다. 두 사람은 해박한 법률 지식과 논리를 바탕으로 특검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두 사람은 검찰 내에서도 수사관련 지식에 밝아 발군의 수사력을 발휘했던 만큼 특검이 준비해야 할 카드가 쉽게 마련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특검 주변에서는 “특검이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의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 물증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하는 시각도 있다. 이미 상당한 물증이 확보됐다는 말도 들린다.

예컨대 최근 정호성(47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녹취록이 주목을 끈다. 최씨가 국무회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의 의제 등을 논의한 정황이 녹음파일에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국무회의와 청와대 핵심회의인 수석비서관회의 내용까지 보고를 받은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에 대한 조사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최씨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의 회의 의제 설정에까지 직접 관여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두 사람에 대한 법적 처벌은 거의 확정적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8일 “최순실과 정호성 두 사람 사이의 통화 녹취록을 일부 확인한 결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에 관한 통화내용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 최씨 등과의 대화가 담긴 ‘정호성 녹음파일’의 녹취 자료를 검찰로부터 건네받아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검팀은 최씨의 지시가 박 대통령에게 전달이 됐는지, 이후 회의에 실제로 반영이 됐는지 여부를 검찰이 확보한 여타 정황들과의 면밀히 비교 분석한 뒤 수사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이 정 전 비서관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폰에서 발견된 녹취 파일은 박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이 나눈 통화가 다수 녹음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특검팀 수사에 결정적 증거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최씨의 국정농단을 묵인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가운데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박영수 특검의 제1호 구속수사의 대상은 김기춘 전 실장”이라고 지목했다.

김 전 실장이 전날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최씨에 대해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하자 박 원내대표는 김 전 실장을 비난하며 특검의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총을 열고 “김 전 실장을 구속수사해 검찰이 (비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게이트 비밀 손에 쥔 실장

검찰과 정치권 일부에서 “김 전 실장이 특검의 본격적인 수사를 앞두고 철통 방어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비서실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입건된 피의자지만 단 한 차례의 조사도 받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그가 불리한 부분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는 전략을 세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영수 특검은 김 전 실장 수사를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표현하면서 “그분 논리가 보통이 아니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만큼 특검 수사에서 김 전 실장이 어떤 진술을 하는지가 이번 최순실 사태의 실체를 규명하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은 최씨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과 같이 “모른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최씨 관련 각종 비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김 전 실장은 최씨 측근 차은택(47ㆍ구속 기소)씨를 만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 차은택이라는 사람을 만나보고 문화 융성에 대한 여러 의지를 알아보라고 해서 만났다”며 지시에 따른 것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씨와 차씨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특검이 이들과 김 전 실장이 공모했는지 등을 조사할 것에 대비하는 답변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특검은 청문회 진술을 토대로 김 전 실장을 비롯한 주요 수사 대상자의 입장을 미리 파악하고 주요 인물 간 진술의 모순 등을 파고들 전망이다.

또 국회 청문회의 증인 출석요구서나 동행명령장을 수령하지 않기 위해 도피 중이라는 의혹을 산 우 전 수석은 비선 실세들의 국정 농단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직무유기)뿐 아니라 검찰 수사에 개입하고, 처가의 강남역 부동산 거래에 개입해 뇌물을 수수했으며, 가족 회사를 통해 탈세한 혐의 등으로도 고발ㆍ수사의뢰됐다. 그가 검찰의 인사권을 쥔 민정수석 신분을 활용해 수사를 회피하면서 ‘법률 미꾸라지 같다’는 비판도 나왔다.

우 전 수석이 특검 수사를 앞두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김 전 실장과 같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향후 특검 수사에서도 우 전 수석은 각종 의혹들에 대해 같은 입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 전 수석과 관련한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우 전 수석이 최씨의 국정농단을 묵인ㆍ방조했다는 의혹이 있다.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도 수사대상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변호사활동을 하며 수임료를 축소해 탈세했거나 이른바 ‘몰래변론’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계좌추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을 횡령하고 의경으로 복무중인 아들이 보직변경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최근 이 의혹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이 최씨등과 골프를 쳤다는 폭로에 대해 “내가 한 일이 아니고 주변에서 한 일인데 왜 뭔가 엄청난 것처럼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상식 밖의 변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은 시간이 갈수록 국정농단 사태에 깊게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국내 정보수집 담당 국장이 최씨 관련 정보를 우 전 수석에게 직접 보고한 정황이 포착돼 감찰 중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에는 구속기소된 차씨의 변호인이 “최씨와 차씨 등이 우 전 수석의 장모와 골프를 치면서 ‘차씨를 지원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폭로하면서 우 전 수석이 최씨의 국정농단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메모’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법처리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형사소송법 조항에 따라 김 전 민정수석의 ‘업무메모’가 증거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메모’가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김 전 민정수석의 업무메모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전교조와 언론은 탄압하도록 지시하는 내용 등도 조목조목 기록돼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전 비서실장이 사법부 소속 법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지시한 내용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 전 민정수석의 ‘업무메모’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김 전 민정수석이 굳이 개인의 업무수첩에 허위를 개입시킬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유를 찾기도 어렵다. 또 해당 ‘업무메모’가 김 전 민정수석의 개인수첩인 만큼 ‘임의성’도 인정될 수 있다.

또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메모’에 기재돼 있는 김 전 실장의 발언과 지시사항 가운데 다수가 현행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김 전 비서실장의 문제적 지시사항과 발언 등을 꼼꼼히 기재한 김 전 민정수석의 ‘업무메모’는 사실상 김 전 비서실장의 ‘범죄일람표’와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이 내용을 뒷받침하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추가 폭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원이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메모‘를 ’증거‘로 받아들일 경우 김 전 비서실장에 대한 사법처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