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향후 거취 격랑 속으로… 與 분당, 野 분열 가속화

탄핵안 압도적 가결로 친박계 몰락 위기… 박 대통령 거취 주목

與 주도권 싸움 분당 가능성…비상대책위 구성할지 여부도 관심

혼돈의 새누리당 ‘복잡한 정치셈법’, 민심 회복할 아이템 찾기 고민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정국에 대한 대처방안 등을 참모들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차분히 상황에 대응한다는 입장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이 정국혼란을 우려해 담화나 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한 입장을 밝히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탄핵안 결과에 대한 박 대통령의 추가 담화가 있을 수 있다고 관측한다.

박 대통령은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지만 퇴진 없이 헌법재판소 심판을 통해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 담화를 통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요청한 ‘내년 4월 퇴진’ 수용 의사를 밝힐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탄핵안 가결 이후를 준비해온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직무 정지에 따른 후속조치를 준비 중이다. 일단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서 청와대 비서실과 총리실의 업무 협조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실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상황을 참고한 권한대행 매뉴얼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는 매주 월요일 대통령 주재로 열리던 수석비서관회의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바꿨고, 노 대통령에게 관련보고가 이뤄졌다. 회의 결과를 고건 총리에게도 보고했다.

야권은 청와대 조직 축소를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업무와 인원 변화에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가 되더라도 기본 업무는 유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버티기 노림수

지난 6일 3자 회동(이정현·정진석)에서 박 대통령은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며 “가결되면 그 결과를 받아들여서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밝혀 국민적 공분을 샀다. 퇴진이라는 국민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결국 박 대통령은 최대한 버티면서 상황반전을 도모해 보겠다는 뜻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탄핵안 가결 즉시 박 대통령 직무는 정지돼 헌재 결정을 기다리는 절차만 남았다. 박 대통령에게 내년 4월 퇴진 6월 조기 대선이라는 새누리당의 당론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헌재의 결정에 따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앞서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정한 ‘질서있는 퇴진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제는 사실상 이 당론이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여당이 쪼개지면서 친박계는 괴멸될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헌재에서 탄핵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새누리당 내 친박계의 몰락은 정해진 수순이고 이로 인한 당 내 주도권 싸움이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이 버티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따로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자발적 퇴진이든 탄핵이든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친박의 몰락과 더불어 보수정권 재창출도 힘들어진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조기 퇴진할 경우 최순실 게이트 뿐만 아니라 친박 인사들을 넘어 여러비리 의혹과 관련해 자신에 대한 직접 검찰수사가 전개될 수도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박 대통령이 친박의원들 뿐만 아니라 비박의원들에게 ‘질서 있는 퇴진’을 호소했으나 통하지 않은 것과 관련,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에 더 이상의 협력 메시지는 전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친박 핵심들만 따로 만나 향후 계획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위민관(비서동)을 수시로 방문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핵심 참모들과 정국 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탄핵안 국회 통과에 따라 법적 대응을 통해 탄핵심판 절차를 밟아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순실 의혹 규명을 위해서도 법리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다만 법리투쟁인 만큼 여러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 프레임 안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박 대통령이 촛불민심의 하야 요구를 일축하고 임기 끝까지 가겠다고 정면대응하는 방안을 세웠을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현재 촛불정국으로 번진 민심과 정국대혼란이 대통령의 퇴진없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기는 사실상 불가능 해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이 자발적 질서있는 퇴진을 위한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청와대가 어떻게든 안정된 퇴진을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움직일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청와대가 4월 퇴진을 다시 한 번 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혼돈의 새누리당 해법찾기

‘최순실 게이트’로 새누리당이 극심한 내분을 겪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새누리당의 위기와 그에 대한 박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어서다. 비박계는 연일 친박계를 향해 사태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친박계는 두터운 방어막을 치고 주도권 사수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의 그동안 투톱으로서 당을 이끌던 이정현 당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달 중순부터 각각 지도부 최고위, 원내 지도부 회의를 따로 갖고 정국 수습방안을 논의해 왔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태다.

비박계를 포함해 비주류가 중심이 된 비상시국회의도 탄핵안 통과 이후 당 해체를 위한 수순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되면 물러나겠다며 조기 전대론을 들고 나왔던 이 대표는 여권 공동대응과 협력만 내세우고 있을 뿐 비박계의 사퇴요구에 거부입장을 재차 분명히 하고 있어 친박 비박의 분열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월에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해 당 혁신을 일임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힌 만큼 이제는 모두가 단합하자”고 호소한 바 있다. 이어 “국정이 안정되고 중립내각이 출범되면 12월 20일 전이라도 사퇴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는 시점에 이르면서 철저히 청와대의 움직임에 코드를 맞추고 있어 당을 사유화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비주류 측의 즉각 사퇴 요구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가질 수는 있지만 당 수습을 위해 여러 의견을 거쳐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한 사안”이라며 “정답이 없다면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게 최선”이라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비주류 진영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 진영은 비상시국회의를 ‘비상시국준비위원회’로 격상시켜 향후 4선 이상의 중진과 전국 광역단체장이 참여하는 대표자 회의를 이어가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현 당 지도부 체제를 거부하고 별도의 새 체제를 꾸림으로써 독자적인 당 해체 수순에 돌입하겠다는 의도다.

이처럼 계파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진석 원내대표가 독자행보에 나서 시선을 끈다. 그가 친박 주류는 물론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와도 거리를 두면서 또 다른 세력화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유력 대권주자인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대선구도에 핵심 ‘키맨' 역할을 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고 추측한다.

최근에는 새누리당이 당 분열을 막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주류 친박계 원유철·정우택·홍문종 의원, 비주류 김재경·나경원·주호영 의원이 모인 새누리당 6인 중진협의체는 김형오·박관용·정의화 전 국회의장, 조순형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등 4명의 1차 비대위원장 후보를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협의체는 지난 주말 당사자들에게 비대위원장 수락 의사를 타진하고, 당내 초선, 재선 의원 등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협의체는 주말 취합한 의견을 바탕으로 이날 4명의 후보군을 더 간추려 당 지도부에 추천할 계획이다. 1명의 단독 후보를 비대위원장으로 건의할 것인지 4명의 후보 모두를 당 지도부에 제안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진협의체가 제안한 4명의 후보군 외에도 당내에서 유승민, 김무성 의원 등이 비대위원장감으로 거론되고 있어 중진협의회가 비대위원장 추가 후보를 논의할 것인지도 관심이 모아진다.하지만 새누리당에 대한 민심이 최악인 시점에 외부인사가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3ㆍ6ㆍ8월 조기대선 시나리오 여ㆍ야 내분+당권 쟁탈전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의 선택 오리무중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과는 별도로 정치권에서는 ‘조기 대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 정권이 그 수명을 다했다고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탄핵이 되든 안 되든 박 대통령의 조기퇴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내년 봄에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점차 더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조기대선이 현실화 될 경우 정치권에 대혼란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조기대선은 준비기간이 두 달 뿐이어서 각 당의 내부 경선 룰 논의 시간도 촉박하고 선거운동 기간도 사실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선 후 두 달간의 기간을 거치는 인수위원회가 없어 대선 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치권에서 “여야 대권잠룡들은 조기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이미 움직이고 있다”며 사실상 조기대선정국에 돌입했다고 보는 시각이다.

현행 헌법 제68조에는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명시돼 있다.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4월 말 퇴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렇게 될 경우 내년 3·6·8월이 꼽히지만 현재 유력한 시나리오는 6월 말이 조기 대선 유력시점이다. 이때 조기대선이 실시될 경우 각 정당은 내년 1월부터 내부 대선 경선 룰을 논의한 뒤 2월 말부터 경선에 돌입,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는 모든 일정을 마쳐야 한다. 각 정당의 후보자 등록은 6월 6일∼7일 이틀간(선거일 전 24일) 이뤄진다. 공식 선거운동은 현실적으로 6월 한 달이다.

탄핵 소추안 가결 뒤 박 대통령이 1월 퇴진 등 조기 하야를 선택한다면, 봄(3월) 대선도 가능하다.

8월 대선 시나리오도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정국 공백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탄핵 소추안의 헌법재판소 심판 기간 최대치(180일·단 훈시규정)와 60일 후 대선을 치러야 하는 법규를 감안할 때 총 기간이 8개월 정도 소요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일부 진영은 8월 조기대선에 찬성하고 있다. 차기 대선을 최대한 늦추는 시간 벌기를 통해 재집권 시나리오를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의 변수는 ‘개헌’이다. 야권 다수가 ‘황교안 불가론’에 동조하고 있어 총리 교체 논의가 개헌론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 차기 대선 과정에서 개헌론과 반개헌론이 마찰을 일으키면서 대혼란을 빗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탄핵안의 국회를 통과로 헌법재판소는 6개월(180일) 이내에 탄핵심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

결국 헌재가 최대한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최소한 내년 6월엔 선고를 내려야 한다. 인용결정시 박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인 8월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윤지환 기자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