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 출마 방식 관건… 제3지대 통합후보 바람직

비박, 국민의당 연대 가능…더민주 ‘경계’분위기

반 총장 친박에 부정적… ‘제3지대’독자 노선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임기종료를 열흘 남기고 대권도전 의지를 피력하면서 새누리당의 분열과 맞물려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반기문 총장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그의 ‘선택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이나 비박과 함께 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국민의당과 손잡을 것이라는 전망, 더불어민주당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과 ‘제3지대’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견해 등 다양한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반 총장이 차기 대선의 최대 변수라는 점에서 그의 행보에 따라 대선구도도 크게 달라질 것이 예상된다. 내년 초 귀국 이후 본격화될 반 총장의 대권행보를 짚어봤다.

반기문 총장은 21일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몸 사리지 않을 것”이라거나 “한 몸 불살라서 노력할 용의”라고 하는 등 사실상 대선 출마 의사를 적극적으로 나타냈다.

내년 1월 중순 귀국하겠다고 밝힌 반 총장은 “어떤 계층과도 시간ㆍ장소 가리지 않고 만나겠다”면서 자신이 ‘국가 리더십의 요체’로 꼽은 국민의 염원과 고충을 들을 예정이라고 했다.

반 총장이 차기 대선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이렇게 명확하게 밝힌 적이 없는 만큼 그의 대선 출마는 확실시되고 있다.

관건은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가 여부다. 반 총장은 최근 몇 년 간 대선 주자 지지율조사에서 줄곧 선두권을 유지해왔다. 그만큼 매우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라는 점에서 여야 입장에 따라 러브콜과 함께 경계 분위기도 상당하다.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놓고 견해가 분분하다.

우선 새누리당에서 집단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선언한 비박(비박근혜)계 탈당파와의 연대 가능성이 점쳐진다. 새누리당에서는 오는 27일 탈당을 결행하겠다는 의원 35명에 더해 반 총장의 귀국에 맞춰 추가 탈당하겠다는 의원이 적지 않다. 특히 충청권 의원들의 결행이 주목된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 ‘친박 새누리당’으로 ‘보수의 대반격’은 어렵다고 본다”며 “반 총장은 세계를 가장 넓은 시야로 본 한국인이고, 기성 정치인과 달리 정치에 변혁을 가져올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해 반 총장과 함께할 뜻을 내비쳤다.

탈당파인 정병국 의원과 탈당을 결심한 권성동 의원은 반 총장이 대권에 뜻을 갖고 보수의 가치를 지향한다면 친박 중심의 당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에 둥지를 틀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반 총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지만, 여기에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정통 보수층의 지지율이 반영된 것”이라며 “반 총장이 막상 현실 정치에 발을 들이려면 새누리당 지지층을 결코 도외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 총장이 여권, 특히 친박 중심의 새누리당과는 거리를 두려하는 것으로 전해고 있다.

반 총장이 ‘제3지대’에서 출마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 분위기를 감안해 기존 정치를 탈피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제3지대’에서 대권 행보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반 총장이 국내 정치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제3지대론’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야권은 내부 사정에 따라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 총장의 대선 출마에 부정적이다. 대체적으로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이나 새 정치세력 등장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전 대표의 출마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반 총장의 출마가 대선 구도를 흔들고, 나아가 집권 가능성도 점쳐지기 때문이다.

추미애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반 사무총장의 “국가발전에 한 몸 불사르겠다”는 언급을 거론, “조국의 촛불민심 앞에서 함부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부패의 기득권 연장인 친박세력의 ‘반기문 대망론’에 손들어주면서 의기양양했던 분 아니냐”고 비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여권의 분당을 계기로 일각에서 이런저런 이합집산 예측이 나오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제3지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며 우회적으로 반 총장의 대선 출마에 일침을 가했다.

더민주내 소수파인 반문(반문재인)계는 반 총장의 대선 출마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실제 합류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당은 반 총장의 대선 출마에 대체적으로 우호적이다.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반 총장이 박근혜 리더십에 국민이 배신당했다고 얘기한 것을 보면 한국 정치를 제대로 진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와 같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반 총장이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으로 가지 않고 국민의당에 굉장한 흥미를 갖고 매력을 느낀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제 입장을 묻길래 우리 당으로 반 총장이 와서 강한 경선을 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 총장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국민의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며 ‘독자노선’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한 정치평론가는 “탄핵정국을 통해 ‘국민의 힘’을 보여준 만큼 이는 어느 정당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며 “반 총장이 굳이 기존 정치세력과 연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정치 전문가들은 반 총장이 ‘제3지대’에서 통합의 정치력을 보여주는 것이 필승 카드라고 전망한다. 즉, 기존 정당에서 탈피해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정치적 결사체를 결성하면 여야 정치권은 물론, 비정치 세력도 합류해 대선의 대세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당파성이 옅은 중립적이며 무게 있는 정치인들, 가령 김종인, 손학규, 정운찬등이 상징적으로 합류하면 여야를 불문하고 많은 인사들이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전문가는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계, 안철수 전 대표를 포함한 국민의당, 더민주의 반문 세력의 합류도 예상된다. 설령 경선 절차를 밟더라도 본선 경쟁력을 감안해 반 총장에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 총장이 그러한 통합세력의 후보로 출마하게 되면 세대ㆍ이념적 통합과 지역(충청+호남+영남+수도권) 통합도 가능해 대선 승리도 낙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대권행에 몸을 실은 반 총장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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