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삼성 은밀한 밀월 관계 밝힐 결정타는 ‘이것’

사정기관 주변 떠도는 흉흉한 소문 혐의 입증 끝났다

특검 박 대통령의 ‘특별한 지시와 요구’ 핵심증거 확보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그룹을 정조준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6일 삼성그룹에 대한 본격수사에 돌입했다.

재계에서는 특검이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법처리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그룹 회장 승계 작업도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특검은 양자의 뇌물죄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어 삼성그룹 내부에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특검팀은 “오늘 오후 2시 임대기(61) 제일기획 사장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임 사장을 상대로 삼성전자가 현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38ㆍ구속 기소)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에 거액을 후원하게 된 경위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삼성전자가 2015년 10월∼2016년 3월 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파악하고 관련 자료를 특검에 넘겼다. 검찰은 최씨와 장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에게 압력을 넣어 삼성전자의 후원을 끌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전자의 영재센터 후원이 2015년 7월 청와대가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을 움직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에 필수적이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해준 데 대한 대가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박 대통령-삼성 위험한 동침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해 삼성그룹을 도와주고 그 대가로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지면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검팀은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의 다른 축인 청와대-보건복지부-국민연금 라인에 대한 수사는 상당 부분 진행한 상태다.

지난달 31일 구속된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하는 데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또 특검팀이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을 공개 소환하자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그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의 신호탄이라고 분석한다.

삼성은 영재센터 후원 외에도 2015년 8월 최씨의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는 등 최씨 일가를 다방면으로 도와준 의혹이 있다. 이에 특검팀은 삼성이 최씨 일가를 조직적으로 지원한 의혹과 관련 청와대의 요구가 있었는지 여부를 캐는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특검팀은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그룹 핵심 수뇌부를 줄소환해 퍼즐맞추기 작업을 본격화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업이 끝나면 곧바로 이 부회장을 소환 조사해 혐의 입증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검팀이 물증 확보를 위해 강제수사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25일 단독 면담에서 어떤 말을 주고 받았는지 규명하는 게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푸는 핵심이다. 면담 당일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 기록에는 박 대통령이 영재센터 후원을 요구했음을 시사하는 문구가 적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회장이 면담 직후 최씨 일가 지원을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삼성의 최씨 일가 지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대가성으로 확인될 경우 제3자 뇌물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특검팀이 제3자 뇌물수수 의혹에 초점을 맞춰 이 부회장에 칼끝을 겨누자 삼성그룹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분주한 분위기다.

삼성은 일단 “특검이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면서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 동향에 밝은 법조계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은 최씨 일가에 대한 삼성의 지원이 권력의 압박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논리를 새우고 있다.

동시에 삼성은 ‘내부자들’에 철저한 입단속 지침을 내려놓고 불리한 자료는 모두 폐기하는 등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 내부는 그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이미 여러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청와대와 삼성 관계자들의 추가진술만 확보하면 혐의입증에는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진술도 상당부분 증거들의 신뢰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다량 확보했기 때문에 절차상 필요한 것일 뿐이라는 말도 들린다.

특검“수사 조만간 끝난다” 자신감

일단 최씨의 비선실세 의혹으로부터 촉발된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특검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삼성합병 의혹 수사는 이르면 내주께 최절정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특검팀은 박상진 사장을 필두로 장충기-최지성-이재용으로 수사가 이어지면서 결국 삼성이 백기투항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아직 밝히지 않은 결적정인 증거와 증언이 소환자들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전격 소환이 이뤄질 경우 박 대통령과 삼성그룹 간 제3자 뇌물수수 의혹 수사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015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중대 행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한 대가로 삼성그룹이 박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인 최씨 일가를 지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증거자료를 수집해왔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찬성한 이후 8일 만에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청와대로 불러 독대하면서 “임기 중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이 담긴 ‘청와대 말씀자료’도 확보했다.

삼성 측이 “박 대통령과 안종범 전 수석 등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의 집요한 압박에 못 이겨 최씨를 지원하게 됐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특검팀은 지원행위가 그룹의 이권을 위한 뇌물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만큼 단단한 증거가 있다는 이야기다.

특검팀의 이러한 자신감은 최씨 일가가 수혜자로 연루된 박 대통령과 삼성의 뇌물사건 수사를 이달 말 종료하기로 방침을 정한 부분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간을 오래 끌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검이 뇌물죄 혐의로 최씨를 추가 기소하고 삼성 임원들을 재판에 넘기면 박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뇌물죄 수사를 전담하는 윤석열 수석검사팀(수사4팀)은 최씨의 조카 장씨를 수시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최근 심경에 변화가 생긴 장씨는 최씨와 삼성 간 ‘검은 커넥션’에 대해 적극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그동안의 수사를 바탕으로 삼성 임원들을 줄소환해 구속할 피의자는 서둘러 신병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법처리 수위를 두고 “특검은 ‘구속기소’외 다른 방향은 일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표정관리 중인 삼성의 속내

삼성은 대외적으로 특검의 내부 동향정보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자칫 움직임이 노출될 경우 역정보 수집 등 특검으로부터 역공을 당할 우려가 커 대부분의 대외활동이 위축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검팀도 삼성 관계자와 비공식 접촉을 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일 수 있어 삼성의 직간접적인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삼성은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박영수 특검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을 변호사들로 섭외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수 특검 임명 직후 특별검사보 섭외와 입주 시설 마련에 도움을 준 고검장 출신 변호사를 접촉했다는 말도 법조계에 파다하다.

그러나 삼성그룹 주변에서는 특검에 대한 이번 삼성의 대응을 두고 여러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뇌물죄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공갈ㆍ강요죄의 피해자 논리로 대응하는 부분이 지적되고 있다. 삼성그룹 법무실과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이 같은 전력을 바탕으로 법적 대응 논리를 마련 중이다.

특검팀이 대가성 뇌물죄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다고 가정할 경우 삼성이 주장하는 ‘딱한 처지’ 논리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삼성 내부에서는 청와대와 삼성이 서로 주고받은 게 있다하더라도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백 등 명백한 증거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 같다”라며 “하지만 청와대가 삼성에 위협적인 압박을 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청와대가 도와줄 것을 기대한 삼성이 자발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나올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특검팀은 이미 청와대가 위협적인 압박을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삼성이 능동적으로 움직였다는 여러 근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우리는 삼성을 협박한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미 청와대 인사들 중 일부가 삼성의 협력의사 표시 시점에 대해 특검에 자백하고 증거자료를 넘겼다는 말도 특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특검이 뇌물사건을 처리하면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으로 정리한 5가지 사안 중 뇌물죄 관련 부분에 대한 규명이 마무리 될 경우 탄핵의 무게는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도 사실상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검팀은 문화체육관광부 간부에 대한 부당한 인사 조치가 블랙리스트와도 연관돼 있음을 확인하고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0) 문체부 장관 등 윗선 개입 여부 등 규명 작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검팀은 최근 “문체부 인사 조치의 부당성을 조사하다가 이러한 인사 조치가 단순히 이뤄진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며 “여기에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등이 연루됐음을 알게 됐다. 여러 관련자 진술과 확보한 증거 자료를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문체부 전ㆍ현직 고위 인사들과 청와대 인사를 폭넓게 조사해 온 특검은 조만간 조 장관과 김 전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국가정보원이 블랙리스트 작성ㆍ관리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문건을 입수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