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태블릿PC 압수수색 절차 위배했나…재판 영향 줄 수도

최순실 운명 결정지을 태블릿PC의 ‘무결성’ 증거 입증하기 곤란해

태블릿PC 보관자, ‘건물 관리인’으로 정의하면 ‘영장주의’ 위배 소지

최순실 디지털기기 증거능력 입증할 특검ㆍ헌재에 귀추 주목


‘비선실세’ 최순실(61ㆍ구속기소)을 세상에 드러낸 그의 ‘태블릿PC’의 입수경위 및 실소유주를 두고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이것이 최순실 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법적 증거능력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법조계 관계자들은 검찰이 ‘디지털 증거자료의 압수수색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해당 태블릿PC 그리고 최씨 자택 컴퓨터를 압수수색했고, 이는 적법절차(Due Process)에 어긋나 해당 압수수색물의 증거능력이 상실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간한국>의 취재 결과, 실제로 검찰이 최씨 소유로 결론 낸 디지털기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형사소송법 및 영장주의 위반의 소지가 있는 정황이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 위반 등 혐의를 좌지우지할 디지털 기기의 증거능력을 특별검사팀과 헌법재판소가 어떻게 입증할지에 대해서도 정치권과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의 조사와 JTBC의 보도 등에 따르면 최순실 씨는 ‘더블루케이’ 사무실을 비우면서 건물 관리인에 자신의 태블릿PC를 처분해 달라며 이를 건네고 간 것으로 밝혀졌다.

JTBC는 지난해 10월 20일 이 태블릿PC를 건물 관리인의 협조를 받아 입수했고,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외교·안보 자료 등 수백개의 청와대 문서 파일이 저장돼 있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문제의 태블릿PC를 JTBC로부터 확보해, 관련 파일들의 분석·수사에 들어갔다. 또 최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외장하드에서 공무상 기밀문건 119건 등 총 180건의 청와대 유출문건을 확보했다.

검찰은 해당 태블릿PC가 최씨의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가 지난 2012년부터 1년 간 독일과 제주도 등을 방문했을 때와 일치하는 위치 기록 및 친·인척과 찍은 사진 등이 PC에 저장돼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해당 태블릿PC를 압수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디지털기기 등 전자정보 압수할 때 이뤄져야 할 적법한 절차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태블릿PC 내용물의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입수부터 검찰 그리고 법원 등으로 넘어가는 전 과정에서 해당 PC 내에 있는 내용물에 부당한 수정이나 변경이 없었다는 ‘무결성’을 입증해야 한다.

디지털 증거의 위조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디지털 증거 수집 단계에서 법원제출 단계에까지의 ‘연계보관 로그’를 기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15년 7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의해 내려진 ‘디지털 증거자료의 압수수색’에 대한 판결 그리고 2015년 1월 16일 대법원 판례는 이런 주장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해당 판결의 내용에 따르면 전자정보가 담긴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을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이를 복제·탐색·출력하려 하는 경우, 형사소송법 제219조와 제121조의 규정에 따라 ‘피압수자나 그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만약 이들이 참여를 거부할 경우 신뢰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상당한 방법으로 압수수색이 이뤄져야 한다.

복제본 또는 저장매체에서 관련 정보를 복제·탐색·출력하는 과정 역시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과정에 포함된다. 때문에 그 일련의 과정에 피압수자 등의 참여기회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압수수색은 위법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피압수자 최씨 본인이나 그의 변호인 등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이뤄진 최씨의 태블릿PC 그리고 자택 컴퓨터의 압수수색은 해당 디지털기기의 증거능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주간한국>의 취재에 응해준 한 법률전문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아닌 검찰이 압수수색을 행할 때 필수적으로 숙지하는 ‘압수 대상 및 방법의 제한’ 내용만으로도 검찰이 최순실 씨의 태블릿PC 등을 압수 및 조사하는 과정에서 주요 사항을 누락해 이것이 증거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고 주장했다.


이 법률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검찰이 디지털기기를 압수수색할 때는 전 과정에서 압수물의 소유자인 피압수자 또는 그의 변호인 등이 입회한 상태에서 디지털기기의 ‘봉인 및 개봉’이 이뤄져야 한다.

그는 “최순실의 태블릿PC는 전자정보의 압수수색에서 지켜야 할 사항들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이 저장매체의 입수와 조사 전 과정에서 최순실의 혐의사실과 무관한 정보가 임의로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재판부가 디지털 포렌식 등의 감정절차를 통해 해당 태블릿PC를 보관 중이라고 하지만, 이 기기의 저장 파일이 ‘오염’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입수경위를 명확히 밝히지 못한다면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JTBC가 입수한 최씨의 태블릿PC를 ‘무단반출’로 판단했다. 만약 이것이 증거의 입수 경위에 있어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형사소송법 308조 2항에서 제시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의 원칙에도 위배될 수밖에 없다.

이에 새누리당은 이 태블릿PC의 입수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또 최씨 측 및 정호성 전 비서관의 변호인들도 이 태블릿PC의 입수경위 등 증거능력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최씨의 변호인 측은 지난달 19일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태블릿PC 감정과 검찰의 태블릿PC 입수 경위를 공개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건의 증인이 많고, 유무죄 심리가 급하다는 이유로 해당 요청에 대한 결정을 보류하며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법원 측의 결정은 태블릿PC 등에 대한 증거능력을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이 디지털기기의 증거능력 문제가 향후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특검 및 헌법재판소를 향한 전략으로도 작용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순실의 태블릿PC 압수수색, ‘영장주의’ 위반 가능성도

지난해 검찰은 롯데그룹의 비자금 의혹 수사를 위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그 과정에서 사무용 컴퓨터와 서버 등 디지털 증거물을 다수 확보했다.

당시 수사팀은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 센터에 증거 자료를 보내 디지털 증거물의 추출을 맡겼지만, 디지털 증거 자료의 압수수색 요건을 갖추기 위해 해당 작업에 상당수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언급한 같은 해 7월 16일 내려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수사기관은 피압수자 측에 적정한 참여권 등을 보장하지 않으면, 압수한 디지털 자료를 증거로 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압수수색 전체도 취소되며,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도 증거로 쓸 수 없게 됐다.

법원이 디지털 증거 능력을 인정함에 있어서 보다 엄격한 판단을 내리는 만큼, 검찰 측도 적법한 절차를 지키기 위해 롯데그룹 측 변호사의 입회 하에 모든 디지털 파일을 장시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시 검찰 측이 피압수자 측의 참여권 보장만큼 더욱 신경 써서 확인했던 부분은 ‘압수한 디지털 증거와 영장 적시 내용’이었다.

압수한 디지털 증거에서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범죄 혐의에 대한 자료를 발견했다면, 즉시 법원에서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압수 대상 및 방법의 제한’에서도 제시하고 있는 ‘복제한 저장매체에 대해서는,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출력 또는 복사해야 한다’는 규정과 같은 맥락이다.

법률소비자연맹의 관계자는 “만약 법원으로부터 발부 받은 압수수색 영장에서 죄명이 ‘공문서 유출’이라고 적시한다면, 디지털기기를 압수수색할 때 공문서 유출과 관련된 자료만 북제 및 출력 등의 수집이 가능하다”며 “만약 이 디지털기기를 압수수색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문서 유출 외에 횡령과 배임이 의심되는 자료를 발견했다고 할지라도, 이 횡령과 배임에 대한 자료를 복제 또는 출력해 증거로 쓰기 위해서는 이에 해당하는 영장을 법원에서 따로 발부받아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최씨 자택에서 압수수색한 컴퓨터의 경우 그 과정 상 영장 적시내용에 따른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씨의 태블릿PC는 형사소송법 상 영장주의를 어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18조에서는 ‘사법경찰관은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 규정을 위반해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아닌 자로부터 제출 받은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경우 그 압수물 및 압수물을 찍은 사진은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최씨 태블릿PC를 입수한 JTBC 측이 소지자 또는 보관자로서 검찰 측에 이 기기를 임의로 제출해도 영장 없이 압수가 가능하다는 점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 태블릿PC의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JTBC가 아닌, 최씨가 사무실을 비우면서 이 기기를 전달한 건물 관리인이라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씨가 이 태블릿PC를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며 소유자와 소지자, 보관자가 명확하지 않은 채, 검찰이 영장도 없이 이를 JTBC로부터 제출받은 만큼 해당 디지털기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설명이다.

법률소비자연맹 측은 “최순실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재판은 법과 명확한 증거와 원칙에 따라서만 이뤄져야 한다”며 “독수독과 원칙을 위배하지 않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법원과 특검, 헌법재판소가 최순실의 태블릿PC 등 디지털기기의 증거능력을 명백히 입증해야만 하고, 많은 국민들이 디지털 증거자료의 압수수색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최씨는 지난해 10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독일에서 자신의 측근 김모씨 등 5명에게 ‘더블루케이 컴퓨터 5대 모두 폐기하라’며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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