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장기파행’ 재향군인회 회장선거 실시하라 판결

박승춘 보훈처장 향군회 선거 파행 배후 책임론 부상

‘특정세력 향군회장 만들기’ 보훈처장 선거개입 의혹

1년 넘게 회장을 뽑지 못하고 선거추진 과정에서 파행을 거듭하며 직무대행 체제로 유지되던 재향군인회(향군)가 마침내 회장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16일 향군 대의원 234명이 신청한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을 허가한다고 판결했다.

이에따라 향군은 이르면 2월 대의원 임시총회를 열어 새 회장을 뽑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향군은 2015년 말 조남풍 당시 회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 되자 작년 1월 대의원 임시총회를 열어 그를 해임하고 그해 4월 새 회장을 뽑는 선거를 추진했다. 하지만 향군 관리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는 선거를 이틀 앞두고 선거 중단 지시를 내렸다.

조남풍 회장을 선출했던 2015년 4월 제35대 회장 선거 당시 조 회장과 마찬가지로 금품 살포 주장이 제기됐던 일부 입후보자들이 다시 출마하자 이에 제동을 건 것이다.

대의원들은 작년 6월에도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박성국 향군 회장 직무대행이 응하지 않자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번에 받아들여진 것이다.

새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총회가 조만간 소집될 것으로 보이지만 향군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향군정상화모임’ 등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회장 선거에서는 출마한 후보 5명이 자격 박탈이나 자진 사퇴로 모두 물러나 선거가 무산됐다. 이번에도 이 같은 그림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향군회 측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4월 15일로 예정됐던 회장 선거에는 5명이 출마했으나 일부 입후보자들이 조 전 회장의 비리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향군 관리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는 선거를 이틀 앞두고 선거 중단 지시를 내렸다.

향군 관계자는 당시 “향군 회장 선거 입후보자로 남아있던 박용옥 전 회장 직무대행과 송영근 전 국회의장이 최근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를 치를 수 없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향군은 선거관리위원회를 해산하고 새로 선관위를 구성해 다시 선거 일정을 시작해 향군 창설 기념일인 10월 8일까지는 새 집행부가 들어서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이 마저도 실행되지 못하는 그야말로 파행의 연속이었다.

한편 향군 안팎에서는 이 같은 향군회 선거 파행에 배후에 박승춘 보훈처장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 처장이 자기가 원하는 특정 라인 인사를 밀어주기 위해 향군회장 선거를 파행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훈처 측은 터무니없는 음해라는 입장이다. 조 전 회장 구속 이후 내부적인 자리다툼으로 내부자들이 선거를 파행으로 몰아 보훈처가 제재를 가했다는 것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