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ㆍMB계 주축…캠프 구성ㆍ역량 한계, 친이계 중심 비판 거세

‘마포 실무팀’ 공식 캠프…김숙ㆍ김봉현 전 대사, 이상일ㆍ최형두ㆍ김장수 MB맨 주축

‘광화문팀’ ‘강남팀’ 알려져…MB정부 핵심 곽승준 하차로 파워게임 등 소문 무성

‘충청’출신 전현직 의원 합류 이후 대선 캠프 본격 가동할 듯…노선ㆍ불협화음 과제

현재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캠프는 ‘마포 실무팀’이 유일하다. 김숙 전 유엔 대사와 이상일 전 의원, 김봉현 전 호주대사, 최형두 전 국회 대변인, 김장수 전 이명박(MB)정부 청와대 행정관 등 11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 실무팀’을 이끌어 있는 인물은 김숙 전 유엔대사다. ‘외무고시 12회 5인방’(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 김숙 전 유엔대사, 박인국ㆍ오준 전 유엔대사와 박준우 전 정무수석) 중 한 명인 김 전 대사는 외교부 북미국장으로 근무하던 2004년부터 반 전 총장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외교부 장관이 반 전 총장이다. MB정부에서 국정원 1차장을 지낸 김 전 대사는 사석에서 반 전 총장을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한 사이다. 그는 지난달 반 전 총장의 ‘23만 달러 수수설’이 보도됐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해당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인물이 김 전 대사다. 김 전 대사는 지난 6일 미국으로 출국해 반 전 총장의 귀국 준비를 옆에서 돕기도 했다.

김 전 대사는 광화문 개인 사무실을 근거지로 외교관 및 정치인 출신 인사들과 모여 작년 연말부터 ‘마포 실무팀’을 구성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김 전 대사 사무실을 두고 ‘광화문팀’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김봉현 전 대사는 반 전 총장이 외교부 유엔과장 시절 부하 직원으로 인연을 쌓았고, 2001년 반 전 총장이 유엔총회 의장 비서실장 시절 보좌관을 지냈다. 김 전 대사는 반 전 총장의 마포 개인 사무실과 광화문에 330㎡(100평) 규모 사무실 계약을 도맡아서 진행했다.

김원수 전 차장은 2006년 반 전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에 출마했을 때 선거운동을 총괄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김 전 차장은 2007년 반 전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하자 외교부에서 유엔으로 적(籍)을 옮겨 비서실 차장, 특별보좌관 등을 지냈다.

박인국 전 대사는 반 전 총장 재선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오준 전 대사는유엔에서 반 전 총장과 수시로 만나며 함께 활동해왔다. 박준우 세종재단 이사장은 반 전 총장이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낼 때 특별보좌관을 맡은 외교 라인 ‘반기문 사단’의 핵심 멤버다.

‘마포 실무팀’의 또 다른 축은 MB계 인사들이다. MB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ㆍ정무수석을 지낸 이동관 전 수석과 김두우 전 정무수석,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반 전 총장 측에 섰다. 대통령직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를 맡았던 박진 전 의원도 반 전 총장 쪽에 합류했다.

이런 가운데 반 전 총장은 지난 19일 귀국 후 첫 정치권 인사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이 전 대통령에게 “녹색성장 어젠다를 이어받겠다”고 말했고, 이 전 대통령은 반 전 총장의 10년간 활동 내용을 청취한 뒤 “그 경험을 살려 대한민국을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만남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생존한 전직 대통령 가운데 정치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이 전 대통령이며 MB계 인사 일부가 반 전 총장의 캠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면담으로 MB계 인사들의 반 전 총장의 돕기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마포 실무팀’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귀국 후 반 전 총장은 전국을 돌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1일 1실수’를 하며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가 계속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10년간의 해외생활로 적응이 필요한 반 전 총장을 보좌하는 실무팀이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 전 총장의 심기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18일 대구를 방문해 한일위안부 합의를 높게 평가했던 과거 발언을 두고 비판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취재진을 겨냥해 “나쁜놈들”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 전 총장은 특히 ‘삼겹살 토크’를 끝낸 후 식당에서 나오면서 이도운 대변인에게 "이 사람들이 와서 그것만 물어보니까 내가 마치 역사에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몰아붙인다.) 나쁜 놈들이에요"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언론이 물어도 이 문제에 제가 답변하지 않겠다. 저를 계속 따라다니면서 위안부 문제를 (질문)하지 마시라”고도 했다.

이튿날 카이스트를 찾은 반 전 총장에게 한 학생이 위안부 관련 질문을 하자 “어제 내가 한 답변을 들어보라”며 짜증 섞인 대답을 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의 말 바꾸기도 논란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귀국 직후 “지금 당장은 기존 정당에 합류할 생각이 없다”던 반 전 총장이 나흘 만에 ‘설 연휴 이후 입당’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반 전 총장은 “지금까지 대통령이 된 사람 중에 당이 없었던 사람이 없었다”며 소속 당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의도의 한 인사는 “조직과 자금 측면에서 정리가 되지 않아 반 전 총장이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과 야당의 공격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독자 행보에 회의를 느낀 것이 아닐까 싶다. 바른정당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던 만큼 반 전 총장이 정당에 속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 측도 캠프 교통정리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반 전 총장 쪽 복수의 인사는 “캠프를 틀어쥐고 정리할 중심인물이 필요하다. 설 전후를 기점으로 조만간 캠프를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캠프에 MB정부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센 만큼 이들에 대한 조치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MB정부에서 국정기획수석비서관, 미래기획위원장을 역임한 MB맨 곽승준 고려대 교수가 하차한 것을 두고 캠프내 외교관 출신과 MB계의 갈등설, MB계 정리설 등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캠프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충청 의원들이 전면으로 나설 가능성도 예측된다. 현재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20~30여 명으로 대표적 인물이 정진적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다. 정 전 원내대표를 필두로 경대수, 박덕흠, 이종배, 성일종 등 충청 의원들과 함께 나경원 의원 등 중도성향 의원들이 예상보다 일찍 반 전 총장의 방패막으로 등판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허인회 기자

사진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김숙 전 유엔대사

마포팀 이도윤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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