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싱크탱크에서 만난 원조 친노 기반…충남지사 만든 일꾼, 원외 중진 버팀목

노무현 대통령 만든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출신 ‘금강팀’ 주축…이광재 서갑원 윤태영 등

안희정 충남지사 탄생 조력자…김종민ㆍ조승래ㆍ박완주ㆍ정재호 의원, 박수현 전 의원 외

참여정부 핵심 이병완ㆍ강금실ㆍ이헌재 등 원외 중진… 1호 후원회장 이세돌 9단도 지원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퇴 이후 10% 지지율을 넘어 15%의 벽까지 깼다. 약 한달 만에 5배가 오른 수치다. 안 지사 측근인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지지율은 20%이상 갈 것이다. 20%를 넘어서면 새로운 변곡점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자신 있게 예상했다.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은 표면적으로 반 전 총장의 사퇴로 인한 반사이익 측면이 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희정 캠프의 전략이 서서히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안희정 캠프의 참모 구성은 참여정부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특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을 이끈 금강팀 멤버들이 주축이다. 여기에 안 지사와 함께 도정을 운영했던 인사들도 다수 합류해있다. 금강팀 출신들은 노 전 대통령 당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고 충남도청에서 안 지사를 보좌한 인사들은 그의 생각과 스타일을 잘 파악하고 있다. 한 마디로 ‘안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그에게 맞는 맞춤형 전략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안 지사의 캠프 구성 상황과 안 지사와의 인연, 그리고 각 조직에 어떤 인물이 참여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안희정 캠프의 산실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지난 2002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 배경에는 ‘금강팀’, ‘부산팀’, ‘노사모’가 있었다. ‘부산팀’과 ‘노사모’가 대선 레이스에서 노풍(盧風)을 주도했다면 ‘금강팀’은 사실상의 베이스캠프로 전략과 공약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으며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금강팀’ 멤버들은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동지 관계에 있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이상 노 전 대통령 정치인생의 생사고락을 함께 한 인물들이었다. ‘금강팀’의 시초는 1994년 노 전 대통령이 만든 사단법인 ‘지방자치실무연구소’다. 안 지사는 당시 연구소 사무국장이었다.

앞서 안 지사는 대학 2년 선배 김영춘 의원(부산 진구갑)의 소개로 1989년 당시 통일민주당 김덕룡 의원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 무렵 당시 노무현 의원 비서관이었던 이광재 전 강원지사를 만나 친분을 쌓았고 3당 합당에 반대해 탄생한 꼬마 민주당에서 함께 활동하게 된다.

꼬마 민주당에서 이철 전 의원 비서를 맡았던 안 지사는 이 전 지사의 권유로 1993년 노 전 대통령이 만든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 합류한다. 연구원으로 들어간 안 지사가 받은 월급은 70만원.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안 지사는 평소 존경하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념으로 버텼고, 노 전 대통령 또한 안 지사의 능력을 높이 사 사무국장이란 중책을 맡겼다. 당시 기획실장이 이 전 지사다.

이후 이 둘은 노 전 대통령이 선거를 치를 때마다 모여서 보좌하다 낙선하면 일자리를 구하러 떠나는 일이 반복됐다. 노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결심하자 안 지사는 정무팀장, 이 전 지사는 기획팀장으로 당선을 도왔다. 노 전 대통령은 이들을 두고 “정치적 동지 관계이며, 수족처럼 아낀다”며 ‘좌희정 우광재’에 대한 애정을 표한 바 있다.

이 전 지사는 타고난 전략가다. 1995년 조순 전 서울시장 선대위 기획실장을 역임한 그는 2002년 노무현 캠프 기획팀장으로 ‘노무현의 눈물’, ‘기타 치는 대통령’ 등 홍보전을 비롯해 전반적인 선거 기획을 도맡아 승리로 이끌었다. 치밀한 분석력, 정확한 여론 파악을 토대로 기획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두 사람은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우호적 경쟁관계이자 공생관계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서로를 발전시켰다.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을 지낸 강금실 변호사는 “이광재가 구름처럼 바람을 몰고 와 대지에 비를 내리는 사나이라면 안희정은 뿌리를 깊게 내리고 태풍을 이겨내며 잎을 피워내는 사나이”로 비유했다. 각기 다른 성격과 스타일을 갖고 있지만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한 사람을 위해 일했던 두 사람이 이제는 ‘나무’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구름’이 도울 준비를 하고 있다.

서갑원 전 의원 역시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출신이다. 1992년 노무현 의원 비서였던 서 전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연구소를 만들자 주저 없이 무급에 가까운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안 지사와 인연을 맺게 된다. 안 지사, 이 전 지사처럼 서 전 의원도 노 전 대통령의 숱한 낙선에도 곁을 지켰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안 지사와 동지의식을 형성하게 됐다. 서 전 의원은 이 전 지사와 카페를 차린 경험도 있다. 돈 없던 노 전 대통령에게 돈이라도 실컷 모아 드리겠다는 생각으로 1996년 이 전 지사와 함께 종로구 청진동에 ‘소꿉친구와 불알친구’라는 카페를 연 것이다. 하지만 외상 술을 먹는 선후배들이 많아 2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안희정 대선캠프 합류 인사 중 적잖은 파장을 몰고 왔던 인물은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윤 전 대변인은 18대 대선에 이어 19대 대선 과정에서도 문 전 대표를 도울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로 작년까지 문재인 캠프에서 메시지 담당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안 지사의 지속적인 러브콜에 안 지사 캠프로 옮기게 된 것이다.

1988년 당시 통일민주당 최정석 의원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한 윤 전 대변인은 의원회관에서 안 지사를 처음 만났다. 이후 꼬마 민주당에서 함께 일하며 친분을 쌓은 둘은 당시 꿈과 이상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2000년 금강팀이 본격 가동되자 윤 전 대변인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 이가 바로 안 지사다. 윤 전 대변인은 당시를 회상할 때 “새로운 일은 안희정으로부터 시작됐고, 오래된 일은 안희정의 손을 통해 마무리됐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 절친한 선ㆍ후배 관계인데다 안 지사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 전부터 많은 일을 했던 사람이어서 인간적으로 거절할 수 없었다”며 캠프 합류 이유를 밝혔다. 안 지사의 대표 메시지인 ‘세대 교체가 아닌 시대 교체’는 캠프 합류 후 윤 전 대변인의 첫 작품이다. 그는 현재 캠프 실무총괄실장을 맡고 있다.

이밖에 캠프에 합류한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은 안 지사, 이 전 지사와 함께 ‘지방자치실무연구소’ 3인방이었다. 문용욱 전 청와대 부속실장, 황이수 전 행사기획비서관, 여택수 전 행정관도 연구소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안 지사와 함께 가난한 연구소에서 시작해 노 전 대통령 당선을 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안 지사를 제외하고 모두 청와대 생활을 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대권 도전 발판된 충남지사직 조력자들

젊은 시절부터 정치권에서 활동한 안 지사에게 약점은 행정 경험이었다. 하지만 6년간의 충남도정 노하우는 안 지사의 약점을 강점으로 변모시켰고 대권 도전에 가장 큰 발판이 됐다. 안 지사 역시 지난 달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지방정부 경험을 토대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도전한다”고 밝혔다.

사실 안희정의 충남지사 도전은 쉽지 않았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안 후보는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에게 약 2%p 차이의 신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도 여권이 분열돼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출마해 가능했던 일이었다. 초선으로 끝났다면 안 지사 대권도전은 차기ㆍ차차기로 미뤄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4년간의 도정 능력을 인정받아 당시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를 8%p 이상 앞선 52%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하며 일약 대권 후보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안희정 캠프에는 대권을 꿈꿀 수 있도록 만든 두 번의 지방선거를 함께 치룬 국회의원들이 속속 합류했다. 현재 원내에서 안 지사 캠프에 합류한 인사는 김종민, 조승래, 박완주, 정재호 의원이 있다.

김종민(초선, 논산·계룡·금산) 의원은 안 지사의 학생운동 동지로 오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참여정부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김 의원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캠프 대변인 겸 공보본부장으로 선거를 도왔다. 안 지사 당선 이후 김 의원은 충청남도 초대 정무부지사로 활동하며 민선5기 충남도 정무ㆍ행정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일조했다. 2014년 재선 도전 당시에는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 출사표로 “민주주의와 국민통합, 서민정치의 아이콘인 안희정 충남지사를 반드시 대통령으로 만들어 김대중ㆍ노무현 대통령이 마저 이루지 못한 새로운 정치의 깃발을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자 출신인 김 의원은 캠프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다.

조승래(초선, 대전 유성갑) 의원은 참여정부 사회조정비서관 출신이다. 조 의원은 민선 5기 4년 동안 비서실장을 하며 안 지사를 보좌했다. 당초 그는 총선 출마에 부정적이었지만 원내에서 안 지사 대권가도에 힘을 보태기 위해 선거에 뛰어들었고, 당선됐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0대 총선 유세 현장에 나타나 당시 조 후보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조 후보와는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했고, 안 지사의 비서실장으로 일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며 "대전·충남의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성갑 선거구 조승래 후보를 뽑아줘야 안희정 충남지사가 내년 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점도 눈길을 끈다. 조 의원은 안 지사의 정책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정재호(초선, 덕양을) 의원은 안 지사의 대학동창으로 함께 학생운동을 한 30년 지기다. 정 의원은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당시 노무현 후보 정무보좌역으로 정계에 입문, 참여정부 사회조정비서관과 국무총리실 민정수석을 거쳤다. 2010ㆍ2012년 지방선거에서는 안 지사 총괄특보와 총괄본부장을 맡아 승리로 이끌었다. 캠프에서 안 지사의 조직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박완주(재선, 천안을) 의원은 86운동권 출신이지만 안 지사와는 참여정부 시절 17대 국회 보좌관시절 처음 인연을 가졌다. 이후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 다시 만났고, 안 지사가 2008년 민주당 최고위원이자 논산계롱금산 지역위원장을 맡으며 충남도당 상무위원으로 함께 일했다. 이 인연으로 2010년 안 지사가 충남지사 출마 당시 직접 캠프 대변인을 제의했고 선거에서 함께 뛰었다. 원내수석부대표인 박 의원은 당내 안희정 지지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지난 두 번의 지방선거에서 안 지사의 총괄선대본부장, 공동선대위원장을 각각 맡은 박수현 전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사실상 당내 유일한 '안희정계'였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박 전 의원은 작년 10월부터 안 지사 대변인으로 나서 언론과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김종인 전 대표로 인해 박 전 의원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설 연휴 직후 불거진 ‘김 전 대표의 안 지사 탈당 권유설’ 보도 때문이다. 박 전 의원은 김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양측 모두 보도를 부인했지만 ‘박수현’이라는 연결고리로 인해 안 지사와 김 전 대표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백재현(3선, 광명갑) 의원은 뒤늦게 캠프에 합류한 케이스다. 범 친노인 정세균계에 속했던 백 의원은 문재인 캠프가 아닌 안희정 캠프를 선택했다. 백 의원은 ‘지방자치실무연구소’의 초대 감사를 역임한 이력이 있다. 안 지사와는 이 당시부터 인연을 맺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 경선 준비를 비롯해 실무를 총괄하는 좌장을 맡고 있다.

이름값으로 지원사격하는 원외인사들

참여정부 시절 홍보수석, 정무특보를 거쳐 비서실장으로 노 전 대통령을 보필해 온 이병완 전 실장은 참여정부 내 대표적 호남인사였다. 2007년에는 안 지사를 포함한 노 전 대통령 측근들과 '참여정부평가포럼'을 창립하고 대표를 맡았다. 안희정 캠프 고문을 담당하고 있는 이병완 전 비서실장은 지난해부터 10차례에 걸쳐 자신의 SNS에 '왜 안희정지사를 지지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싣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안 지사의 ‘정치적 동지’다. 안 지사는 고민이 있을 때 강 전 장관에게 연락해 조언을 구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강 전 장관은 참여정부 이후 2008년 안 지사가 주도해 설립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에 동참해 활동했다. 현재 안 지사는 연구소 상임고문으로, 강 전 장관은 고문이다. 안 지사 캠프에 합류한 윤태영 전 대변인과 여택수 전 행정관은 이사에 올라있다. 강 전 장관은 이병완 전 실장과 함께 지난 달 안 지사 대선 출정식에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참여정부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이헌재 전 부총리는 안 지사의 경제멘토다. 이 전 부총리는 안 지사에게 "고령화와 내수불황, 가계부채 증가로 한국 경제가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은 우리나라에 위기이자 기회"라며 4차 산업에 주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전 부총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여시재’에는 이광재 전 지사가 부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안 지사는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에게도 정책 조언을 구하고 있다.

4선의 김성곤 전 의원은 최근 안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안 지사 측 요청은 전혀 없었고, 안 지사와 나는 일면식도 없다”며 “개혁과 통합, 바로 제가 안희정을 선택한 이유”라며 협치를 강조한 안 지사를 돕기로 했다.

대선출정식에 모습을 드러낸 안 지사 고등학교 후배 연예인 홍석천, 안 지사 1호 후원회장을 맡은 이세돌 9단 역시 안 지사의 든든한 지원군들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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