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연명 집권여당 ‘제 2의 열린우리당’ 될 것” 관측

보수진영 황교안 띄우기 새누리당 공중분해 자초할 수도

여권 대선후보 단일화 실패 땐 검찰수사 후폭풍 조짐

새누리당이 당명과 강령 등 상징적인 요소들을 바꿔 여권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9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새 강령을 의결했다. 전날 의원 연찬회에서 당명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들은 모두 5년 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지우기’에 나선 게 아니냐고 이를 해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다시 교체하게 된 새누리당은 이날 정강ㆍ정책 가운데 강령의 제목부터 ‘국민과의 약속’을 ‘우리의 사명’으로 바꿨다. 국민 행복은 박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슬로건이었다. 대선 캠프의 정책 공약을 마련하는 기구도 ‘국민행복추진위원회’였다.

강령에서 ‘국민행복’이 지워진 대신 ‘국민통합’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또 “권력이 남용되거나 자의적으로 행사되지 않도록 한다”고 명시, 최순실 사태를 의식한 쇄신 노력을 반영했다.

새누리당은 2012년 2월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한나라당 간판을 떼고 새누리당 간판으로 바꿔 달았다. 이때 현판식은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주관했다.

다만 이번 강령 수정이 반드시 박 대통령 같은 특정 개인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새누리당은 설명했다.

새 강령은 당이 추구하는 7가지 핵심 가치를 제시함으로써 ‘어떤 개념의 국가와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지향점을 밝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7대 핵심 가치는 ▦헌법가치와 법치주의 존중 ▦국가안보와 국민안전 우선 ▦자유와 책임의 조화 ▦공동체 정신과 국민통합 지향 ▦긍정의 역사관과 국가 자긍심 고취 ▦지속가능성 중시 ▦열린 자세로 변화ㆍ혁신 추구다.

새누리당 해체 막기 총력전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의 당명 바꾸기는 일종의 신분세탁이라고 지적한다. ‘친박’이라는 주홍글씨를 지우기 위해 당명을 교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체적으로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바꾸기로 나선 것은 대통령과 당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등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만든 당명과 정강ㆍ정책을 유지할 경우 여러 면에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노무현 정부 때 노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이명박 정부의 전 정권 비리수사가 시작되면서 열린우리당이 해체수순을 밟았던 전례를 피하려는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현재 ‘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가 종결되고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박근혜 정부에 대한 검찰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의식한 것 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그러나 이 같은 새누리당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탄핵이 현실화 될 경우 어차피 친박계가 주축인 현 새누리당의 이미지를 벗기 힘들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발 더 나아가 탄핵이 실현되면 친박 인사에 대한 검찰의 비리 수사가 진행될 것이고 이것이 대선정국을 뒤흔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렇게 되면 당명을 바꾼다 해도 큰 의미는 없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심지어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해체수순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후보를 내는 과정에서 혼선을 거듭하거나 새누리당 후보가 보수진영 규합에 실패하는 것을 넘어 보수진영의 분열을 촉발할 경우 대선 참패 중심에 설 것이라는 분석이다.이후 새누리당은 연이은 박근혜 정권 비리 검찰 수사로 공중분해 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같은 관측은 특검 주변에서도 나온다. 특검 안팎에서 특검이 정권유착형 기업비리와 박근혜 정권 핵심측근 비리 등을 검찰에 넘길 것이며 정권이 교체되거나 교체 과정에서 검찰이 이를 수사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파다하다.

새누리당 벌써 분열조짐

새누리당 대선주자들은 지난 9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였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원유철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대선 출마시기를 저울질 중인 정우택 원내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날 오후 한 방송에 출연, 황 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원 의원과 정 원내대표, 이 전 최고위원은 “황 대행이 선택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원 의원은 “황 대행은 여러 가지 법적 문제가 해소되면 출마를 해도 된다. 우리 당에 와서 경쟁했으면 좋겠다”며 “새누리당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황 대행이 일을 잘 마무리하고 기회가 되면 같이 경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도 “황 대행이 출마하면 정치 용어로 ‘흥행’이 잘 될 수도 있고,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져 좋은 후보를 뽑을 수 있다”며 “모든 국민은 누구나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김 전 지사는 “대통령이 직무 정지돼 권한대행을 하고 있고, 국가가 위기에 빠져있는데 대통령 권한대행이 출마한다고 하면 나라는 어떻게 하느냐”며 “황 대행이 후보자가 되기보다는 현재의 막중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좋다”고 출마를 반대했다.

그러면서도 대선주자들은 바른정당, 국민의당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새누리당 탈당파 국회의원들은 반대의 뜻을 키워가고 있다.

최근 바른정당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새누리당과 다시 합칠 경우 국민적 지탄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가 탈당한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당명을 고치고 새롭게 태어난다고 해도 뿌리는 어차피 친박정당”이라며 “황교안 총리를 후보로 내세우고 우리가 그것에 동참할 경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