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ㆍ안희정ㆍ이재명 치열한 의원 영입 혈투 중…文 우세 속 非文 캐스팅보트

문재인, 지역ㆍ계파 넘어 전방위 영입으로 대세론 굳히기

안희정, 소수 정예로 정면 돌파…이재명, 우군 확보에 전력

의원 절반 이상 미정…캐스팅 보트는 김종인 등 비문 세력 손에

헌법재판소가 오는 24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마지막 변론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 이전 탄핵심판 선고가 유력해져 4월 말·5월 초 대선 가능성도 커졌다.

벚꽃 대선이 가시화됨에 따라 유력 대권 후보들은 캠프 인적 구성 다지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를 비롯해 이재명 성남시장 등 민주당 3인방은 세 불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 캠프에 합류하는 원외인사들은 주로 정책 등 후보에게 부족한 면을 보완하기 위해 영입한다. 반면 원내인사(전ㆍ현직), 특히 현역 국회의원들은 후보를 대신해 지지 여론을 확산시키고 민심을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역별 선거 전략을 세워 후보에게 도움을 준다. 공천 과정에서 측근을 원내에 진출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가 원내 지지기반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궤를 같이 한다.

현재 민주당 내 친문(親文) 의원은 35~40명, 친안(親安) 의원은 5~6명, 친이(親李) 의원은 5~6명 정도가 명확하게 지지하는 후보를 돕고 있다. 민주당 총 121석 가운데 반 이상의 의원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 정하지 않은 셈이다. 그 이유에 대해 안민석 의원은 “탄핵이 돼야 대선이 있는 것이다. 지금은 탄핵이다. 대선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SNS에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고 대선 일정이 확정된다면 의원들의 후보 지지선언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드러난 캠프별 민주당 의원들의 합류 상황과 그들의 역할에 대해 알아봤다.

문재인, 지역ㆍ계파 초월한 전방위적 영입

문 전 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시작으로 인재영입을 줄이어 발표하면서 총선 초반 분위기를 민주당으로 끌어왔다. 당시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한 점도 있지만 ‘친노 패권’ 청산 의지와 함께 새로운 정치 인재들을 영입한 참신한 전략이었다는 평가였다.

본격 대선 레이스에 들어서자 문 전 대표는 국회로 눈을 돌려 ‘의원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8일, 선거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임명한 송영길 의원이 대표적이다. 인천시장을 역임한 4선 중진인 송 의원은 문 전 대표와 가깝지 않았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수행비서였던 송 의원은 참여정부 말기 노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친노와 멀어졌기 때문이다. 작년 8·27 전당대회에서 컷오프당할 당시에는 친문 세력의 전략적 선택에 따른 희생양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문 전 대표에게 송 의원은 다목적 카드다. 먼저 전남 고흥 출신인 송 의원을 영입함으로써 호남 홀대론을 다시금 불식시키려는 의도다. 또한 비문 세력의 가교 역할을 송 의원에게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 송 의원 역시 문재인 캠프 합류 기자회견에서 “제가 당 지도부와 당의 소위 말하는 비문, 비주류 의원들과도 잘 소통이 되고 있는 상태"라며 "저희가 경선캠프를 이끌었을 때 승리하게 되면 다른 후보 (진영)에 계신 분들이 소외되지 않고 정말 신명나게 참여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제가 선발대로서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5일에는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5선의 박병석(대전 서구갑) 의원을 영입했다. 정세균계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옅은 인물인 박 의원은 “국가 운영이 잘 되려면 준비된 후보를 뽑아야 한다. 문재인 후보는 여러 가지로 검증된 후보다. 가장 준비가 잘 된 후보라고 판단했다”며 캠프 합류 이유를 밝혔다. 박 의원은 또 “문 후보와 보다 개방적이고 폭넓은 인재 등용과 활용에 뜻을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계파를 달리하는 추가 인재 영입을 시사하는 바다. 당내 대표적인 충청 중진인 박 의원 영입은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안 지사와의 충청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문 전 대표의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문 전 대표가 취약한 호남ㆍ강원 현역들도 합류를 앞뒀다. 호남 유일의 3선인 손학규계 이춘석(익산갑) 의원과 재선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 안호영(완주·진안·무주·장수) 의원, 강원 유일의 민주당 의원인 송기헌(원주) 의원도 문 전 대표를 돕기로 한 것이다.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광주 출신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도 캠프에 합류했다.

계파별로 따져보면 정세균계와 손학규계의 합류가 눈에 띈다. 박병석 의원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김진표 의원(수원무)은 정세균계로 분류된다. 지난 연말에 합류한 전현희(강남을) 의원과 호남의 이춘석·이개호·안호영 의원은 손학규계로 볼 수 있다. 정세균계 의원들은 계파 수장이 국회의장을 맡고 있고 정세균계가 범친노 진영에 속하기 때문에 문재인 혹은 안희정 캠프로 합류하는 형국이다. 반면 손학규계의 경우 탈당을 하면서까지 손 의장을 지지 선언하기에는 정치적 부담감이 커 당내 후보들을 돕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서 탈당해 손 의장을 돕는 인사는 이찬열 의원이 유일하다.

현재까지 문 전 대표는 주로 중량감 있는 비문 의원들을 위주로 영입하고 있다. 이름값을 통해 외연 확장의 파급력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앞으로 더 많은 비문 의원들이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로,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지지율 1위인 문 전 대표 지지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캠프 측은 “뚜렷하게 문 전 대표 지지 의사를 밝히는 의원들은 40명 정도다.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당내 지지 의원들의 수가 70명은 넘길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당내 지지 기반이 중요한 이유는 1차 관문인 경선 과정에서 조직력이 당락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도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완전국민경선제도를 도입했지만 ‘조직’이 탄탄하게 구축된다면 계산이 서는 선거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안희정, 소수 의원들로 각개전투 전략

문 전 대표에 비하면 안 지사의 원내 인사들은 소수 정예다. 하지만 19대 국회 당시 안 지사 측근으로 박수현 전 의원이 유일했던 점에 비하면 많은 인사들이 20대 국회에 포진해있다. 현재 안 지사를 돕고 있는 의원들은 백재현(광명갑), 조승래(대전 유성갑), 김종민(논산계룡금산), 정재호(고양 덕양을), 박완주(천안을) 의원 등 총 5명이다.

정세균계로 3선의 백재현 의원은 1993년 고 노무현 대통령이 만든 ‘지방자치실무연구소’의 초대 감사를 역임하며 안 지사와 인연을 맺게 됐다. 현재 백 의원은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아 경선 준비 및 실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백 의원도 조직 측면에서 문 전 대표에게 밀린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최근 지지율 상승세만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 국민들만 믿고 가겠다. 본선에게 누가 더 경쟁력이 있을지 국민들이 잘 판단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비서실장으로 안 지사와 함께 충남도 민선 5기 도정을 이끈 초선의 조승래 의원은 현재 캠프에서 정책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도정에서 성공한 정책들을 밑바탕으로 공약 수립에 몰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학생운동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왔던 김종민 의원(초선)은 기자 이력을 살려 현재 홍보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현재 각종 프로그램에 나와 안 지사의 정치 철학을 비롯해 대연정 등 정책 방향에 대해 여론을 대응하고 있다. 조승래 의원과 김종민 의원은 경선을 대비해 대전과 충남을 각각 전담해 최대한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고 캠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2010ㆍ2014년 지방선거에서 총괄특보와 총괄본부장을 맡아 안 지사를 도왔던 정재호(초선) 의원은 조직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충남지사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재선의 박완주 의원도 충청이라는 지역기반을 연결고리로 함께 뛰고 있다.

백재현, 김종민, 조승래 의원은 지난 15일에는 국회에서 ‘국가대개혁―독일처럼 연정ㆍ협치 성공하자’ 토론회를 열어 안 지사가 주장한 대연정을 지원사격하기도 했다.


이재명,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이 시장은 중앙정치 무대에 머물러 있던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탓에 당내 우군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초단체장 출신의 이 시장이 자신의 세력을 확장시키기는 더더욱 힘들었다. 그럼에도 이 시장 특유의 추진력과 일관된 노선에 함께 하는 의원들은 현재 김영진(수원병)ㆍ유승희(성북갑)ㆍ정성호(경기 양주)ㆍ김병욱(경기 분당을)ㆍ제윤경(비례) 의원 등 총 5명이다. 특히 지난 8일 합류한 유승희, 김병욱 의원은 이 시장에게는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다.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계 3선의 유승희 의원은 새정치연합 시절 여성위원장을 지냈고, 2015년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바 있다. 유 의원은 중앙정치 무대에 익숙지 않은 이 시장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고 여성정책 관련해 도움을 주고 있다.

초선의 김병욱 의원은 손학규계로 분류된 인물이다. 작년 총선 당시 칩거 중이던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직접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지지를 부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이 시장을 돕고 있다. 2010년 재선에 도전하던 이 시장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인연이 있다. 지역구가 성남시 분당구인 점도 고려됐다.

이밖에 대변인 격을 맡고 있는 제윤경 의원은 부채 탕감 사회운동단체 ‘주빌리은행’에서 이 시장과 함께 일했다. 김진표 의원 보좌관 출신인 김영진 의원은 이 시장 자문 그룹과 협의해 정책 공약을 다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시장과 사시 28회 동기인 정성호 의원은 선대본부장을 맡아 캠프를 꾸려나가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한 캠프에 5명의 의원이 들어간 것은 당내 세력확장 차원에서 볼 때 결코 적지 않은 숫자”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선 캠프에 합류한 의원들은 이 시장 공약인 ‘기본소득’ 토론회 등을 개최하며 이 시장 띄우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비문 의원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현재 공식적으로 50~60명의 의원들이 각 후보들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상당수 당내 중진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세균계, 손학규계 의원들이 각자의 선택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그룹은 김종인계, 민평련 등 비문 세력이다.

이 가운데 지난 14일, 김부겸, 노웅래, 변재일, 박영선, 이종걸, 진영 의원 등 중진 의원들과 이언주, 김두관, 김성수, 박경미, 박용진, 정재호, 정춘숙, 최명길, 최운열 의원 등이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안 지사를 돕고 있는 정재호 의원과 이 시장 캠프에 합류한 유승희 의원도 참석했다.

이언주 의원에 따르면 이들은 이 자리에서 후보 검증을 제대로 하고 당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김종인 전 대표 등이 주축이 돼 민주당 대선주자 토론회를 열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비문계 인사로 김종인계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김 전 대표는 “안 지사에게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 모습이 보이고, 문 전 대표에게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부분이 보인다”며 안 지사에게 조금 더 점수를 주는 듯한 발언이 하기도 했다.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그리고 앞으로 합류할 의원들이 당내 절반 가량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문’을 내세워 나머지 의원들이 힘을 합치는, ‘비문 밴드왜건 효과’로 경선 과정에서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경선과정에서 무게감 있는 중진 의원들이 문 전 대표가 아닌 안 지사나 이 시장을 지원할 경우 판세는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나아가 결선이 친문 대 비문 구도로 전개될 경우 결과는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된다. 이들은 수차례 대선을 치렀고 당의 요직을 맡은 경험이 많은 정치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문 전 대표 측은 유은혜 의원 등 민평련계 의원들과 범친노 신경민 의원 등에게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 측은 세력을 확장시키기 위해 민평련을 비롯해 86그룹 의원들을 계속 접촉해 합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안 지사 측은 이른바 ‘20∼20’전략을 구사 중이다. 지지율 20% 돌파와 지지 의원 20명 확보다. 이정도 수준의 민심과 당심을 확보한다면 2002년 노무현 돌풍을 재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키는 김종인 전 대표가 쥐고 있다. ‘탈당설’, ‘대선 출마설’을 부인하고 있는 김 전 대표를 구심점으로 특정 비문 인사를 밀어준다면 그 파괴력은 민주당 경선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16일 독일 ‘뮌헨 안보회의’ 참석차 출국한 김 전 대표는 오는 21일 귀국 후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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