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예선전 文-安 승자 대권 유리… ‘文 대세론’ -‘安 대안론’ 정면 충돌

문재인 지지율 1위 유지…안희정 가파른 상승세, ‘2강’ 구도 형성

대선 핵심 요소 지역ㆍ세대ㆍ이념 文-安 지지율 차이 보여

文, 충청 외 전지역 1위…安, 충청 거점으로 다른 지역 세 확산

20∼40대 文 압도적 지지…50대 이상 安에 우호적

安, 중도ㆍ보수 껴안기 효과…진보ㆍ호남 반발 과제

박 대통령 탄핵 여부와 시기 文-安 대결구도에 직접 영향 현재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60%에 육박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도 꾸준히 45% 이상 기록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내 주자들의 지지율을 고스란히 본선으로 가져간다면 정권교체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을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이 가운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집안싸움이 본격화됐다. 안 지사가 마의 지지율 ‘20%’를 넘기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후발주자가 선두주자와 대등한 대결을 펼칠 수 있는 기준점으로 보고 있다.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와 싸울 수 있는 덩치가 커졌다는 의미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의 상승세는 민주당 발전을 보여주는 것이다. 너무 좋은 일”이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세론 주인공의 여유다. 안 지사는 연일 상승하는 지지율에 고무된 모습이다. 안 지사는 지난 22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많은 언론인과 국민 여러분들께서 지난 2주 정도 저의 급부상에 대해 매우 흥미진진할 것”이라며 “저는 그것 자체로 (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 구조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문 전 대표는 불안한 선두, 안 지사는 지지부진한 지지율로 고심했다. 하지만 지난 2월 1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전격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반 전 총장 불출마를 기점으로 문 전 대표는 지지율 30%를 넘어서며 대세론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안 지사는 10%를 가볍게 넘기고 20%까지 치고 올라왔다. 두 사람에게 반 전 총장 사퇴는 호재였던 셈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자ㆍ다자 할 것 없이 5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문 전 대표는 대세론을 넓혀 확고한 굳히기에 들어갈 시동을 걸고 있다. 반면 안 지사는 중도ㆍ보수까지 끌어안을 진보 후보를 표방하며 전국 지지율을 최대로 끌어올려 경선에 임한다는 자세다.

최근 머니투데이 더리더-조원씨앤아이가 조사한 민주당 경선 가상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가 결선투표에서 이기는 결과도 나왔다.(문재인 42.8% vs 안희정 45.0%) 싱겁게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민주당 경선이 ‘안희정 뒤집기’ 가능성에 요동치는 이유다.

문재인은 ‘대세론’을 확장시켜 대권의 꿈을 이룰 것인가, 안희정이 ‘뒤집기’로 대역전승을 일궈낼 것인 가 지역ㆍ세대ㆍ이념 등 대선의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다각적 측면에서 살펴봤다.

文 “지역주의 타파” VS 安 “충청 거점으로 세 확산”

문재인 전 대표는 현재 ‘영ㆍ호남 통합 대통령론’을 주창하고 있다. 영남과 호남 모두에서 지지받는 첫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다. 그는 “지금까지 헌정 사상 영ㆍ호남 모두 지지받은 유례가 없었다.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영ㆍ호남 모두에서 지지받는 대통령이 돼서 우리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망국적 지역 구도를 타파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첫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의 소망대로 그는 현재 전국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2월 4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서울 36.4%, 광주ㆍ전라 38.6%, 경기ㆍ인천 34.1%, 부산ㆍ경남ㆍ울산 30.9%, 대전ㆍ충청ㆍ세종 28.3% 등을 기록했다. 대구ㆍ경북은 24.2%의 지지율을 얻었다.

반면 안 지사는 대전ㆍ충청ㆍ세종 31.1%에서만 30%대를 기록했을 뿐 부산ㆍ경남ㆍ울산 22.6%, 서울 16.9%, 광주ㆍ전라 14.2%, 대구ㆍ경북 15.7% 등 나머지 지역에서 10~20%대 지지율을 얻었다.

한국갤럽 2월 4주차 여론조사를 보면 서울은 문 33% 안 24%, 경기ㆍ인천은 문 32% 안 20%, 부산ㆍ경남ㆍ울산 문 32% 안 20%, 광주ㆍ전라 문 43% 안 18%, 대전ㆍ충청ㆍ세종 문 33% 안 26%, 대구ㆍ경북 문 19% 안 23%를 얻었다. 두 기관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문 전 대표는 전 지역에서 20~30%의 고른 지지율을 얻고 있는 반면, 안 지사는 10~20%를 기록하며 충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반 전 총장 사퇴 전후 안 지사 지역별 지지율 상승세다. 한국갤럽 2월 1주차 지역별 지지율을 보면 대전ㆍ충청ㆍ세종(21%)을 제외하고 지역별 지지율은 한 자릿수 혹은 10%대에 겨우 턱걸이한 정도였다.(서울 10%, 경기ㆍ인천 10%, 광주ㆍ전라 9%, 대구ㆍ경북 4%, 부산ㆍ경남ㆍ울산 2%)

하지만 2월 2주차에는 상황이 급변했다. 전 지역에서 지지율이 2배가량 올랐고 특히 대구ㆍ경북은 17%, 부산ㆍ경남ㆍ울산은 19%를 기록하며 반기문 불출마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그리고 상승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역별 지지율은 이념과 연관시켜 설명할 수 있다. 민주당 지지층의 60%, 정의당 지지층의 35%가 문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주 지지층이 민주당과 정의당으로 대표되는 진보 진영이다.

이에 반해 안 지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지지정당은 민주당 20%, 국민의당 20%, 바른정당 30% 정도의 분포도를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지지자 10% 정도도 안 지사를 지지하고 있다. 중도ㆍ보수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친노에 민주당적을 갖고 있음에도 지지층 외연 확장에 성공한 모습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 합이 40%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탄핵정국이 시작될 시점하고 큰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진보 진영이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지지율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두 후보 확장성의 한계점이라고도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중도ㆍ보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안 지사의 지지율이 오를 가능성이 더 높다. 현재 여권 후보로 분류되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 60%가 높은 지지를 받고 있고, 바른정당 지지층에서도 10% 후반대의 지지율이 나온다. 만약 황 대행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여권에서 확실한 후보가 출현하지 않는다면 갈 곳 잃은 보수 민심이 안 지사 쪽으로 쏠릴 수 있다. 문 전 대표보다 외연 확장에 유리한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는 안 지사의 지지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민주당 내에서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을 내는 분위기는 문 전 대표가 선점하고 있다. 보다 진보적인 의제는 실질적으로 이재명 시장이 다 가져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당내 구도 상 보수 진영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발언이 안 지사의 ‘대연정’이다. 중도ㆍ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유화적인 신호를 보낸 ‘대연정’ 발언은 주효했다. ‘선의’ 발언 역시 안 지사가 “마음을 다치고 아파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그 점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지만 “소신을 사과한 것은 아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많은 분들이 가슴 아파해서 위로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이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안 지사의 현재 기조는 지역 기반을 다지려는 또 다른 포석일 가능성도 있다. 정치는 고정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이 필요하다. 중앙정치는 물론 뚜렷한 지지기반이 없는 안 지사에게 고향이자 도지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충청은 최적의 장소다. 현재 안 지사는 충청에서 30% 초반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문 전 대표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는 상태다. 황 대행은 충청에서 10% 중반의 지지를 얻고 있다. 황 대행이 대선 출마를 포기한다면 전통적 보수 색채를 띠고 있는 충청은 보수 후보 대신 안 지사를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반 전 총장 불출마 이후 사라진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필 유일한 충청 후보가 안 지사이기 때문이다.

지역 기반 정치는 전통적인 한국 정치의 모습이다. 김영삼(PK)ㆍ김대중(호남)ㆍ박근혜(TK) 대통령 모두 확실한 지역 기반을 토대로 점점 세력을 확장시켜 대통령에 당선됐다. 30년 정당 정치인 안희정이 이를 모를리 없다. 설령 이번 당내 경선에서 떨어지더라도 김종필 전 총리처럼 충청의 맹주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문 전 대표의 ‘영ㆍ호남 통합 대통령론’과는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선은 총선보다 표 결집 현상이 심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대구 정당 득표율 66.48%를 기록했다. 8개월 뒤 열린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박근혜 후보는 80.14%를 득표했다. 광주에서도 민주통합당이 총선 정당 득표 68.91%였지만, 대통령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는 91.97%로 득표율이 크게 올랐다.

지역보다 세대별 지지율 차이 확연… 50대가 캐스팅 보터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간의 지지율 차이는 세대별 지지에서 확연히 갈린다. 한국갤럽 2월 4주차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19~29세 41%, 30대 52%, 40대 39%의 지지율로 2위 후보를 넉넉하게 따돌렸다. 50대는 26%, 60대 이상에서는 11%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안 지사는 19~29세 12%, 30대 20%, 40대 22%, 50대 31%, 60대 이상 20%의 지지율을 얻었다. 문 전 대표가 2040세대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50대는 호각세, 60대 이상은 안 지사가 앞섰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대별로 민심의 차이가 크다”며 “TK에서도 젊은 사람들은 야권 후보에 대해 별 거부감이 없는 반면, 장년층 이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연민 정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선거가 지역구도가 아닌 세대구도로 전개될 조짐은 지난 4ㆍ13 총선부터 시작됐다. 호남에서 2040세대는 더민주를 지지했고, 5060세대는 국민의당을 지지했다. 대구ㆍ경북에서도 5060세대는 새누리당을 지지했지만 2040세대는 더민주와 무소속을 지지했다.

한국정치에서 세대구도가 주요 균열이 되었고, 지역구도는 부차적인 균열로 밀려났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2040세대의 정권교체 욕구는 70~80%를 넘나들고 있다. 박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외치며 선명성을 보여준 문 전 대표에게 2040세대의 지지가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반면 안 지사는 그간 언론의 노출이 적었고 탄핵 국면에서도 강성 발언을 자제하는 입장을 취했다. 여기에 최근의 ‘우향우’ 행보가 2040보다 5060에게 더 많이 어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대별 지지율 차이는 두 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연령별 인구분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행정자치부가 지난 1월에 발표한 연령별 인구 분포를 보면 40대가 17%로 제일 많고, 50대 16.3%, 30대 14.6%, 20대 13.1%, 10대 10.6% 순이다. 만65세 이상 인구는 699만5652명으로 전체 인구의 13.5%이며, '15년 말 677만5101명에 비해 22만551명(3.26%) 증가했다. 2040세대는 전체 인구의 약 44%, 5060세대는 약 40% 수준이다. 절대적 숫자로는 2040세대가 5060세대를 앞서지만 투표율을 따져보면 내용이 달라진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2040 투표율은 각각 49.4%, 49.5%, 53.4%였다. 반면 50대는 65.0%, 60대 이상은 70.6%를 기록했다. 실제 투표 인원은 5060세대가 월등히 앞선다. 5060세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좌우 내지 여야의 균형추가 50대로 이동하면서 2040세대와 60 이상세대로 양분되는 지형도가 새로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2월 4주차 조사에서 문재인 26%, 안희정 31%를 기록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박성민 민 컨설팅 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 때만 해도 2030과 5060의 세대전쟁이었다”면서 “이후 무상급식 파동과 세월호 사태 등을 거치면서 40세대가 2030으로 편입됐으며 2012년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던 50대마저 이탈해 지금은 50대 절반이 야권으로 넘어갔다”고 진단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50대는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다. 과거의 50대처럼 정서적으로 무조건적인 특정 이념 성향을 갖는 층이 아니라 상당히 학력 수준이 높아졌고 사회비판 의식도 높다. 그러면서 은퇴 이후에 대한 경제적 부분 등 현실적인 고민들을 하고 있어 실리적인 특성을 많이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윤 센터장은 이어 “과거 40대가 갖고 있는 특성을 50대가 갖고 있다. 과거에는 20~30대 젊은층, 50~60대 고령층, 40대가 중간층이라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40대는 2, 30대와 연동성이 강해져서 2040세대라고 하고 60세 이상의 고령층 그다음에 50대를 별도로 굉장히 중간적 성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과거 40대 중도층이 캐스팅 보터 역할을 했다면 50대가 손을 들어주는 인물 내지는 정치세력이 선거에서 이긴다는 분석이다.

이런 측면에서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50대 지지율이 호각지세를 이룬다는 점은 두 사람 중 어느 한 명에게도 유ㆍ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황교안 대행의 50대 지지율은 10%,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9%다. 50대 민심이 2040세대나 60대 이상과 같이 특정 후보가 쏠림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50대 여론의 향방에 따라 지지율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내포하고 있다. (이상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관건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 시기

반기문 전 총장 불출마라는 변수가 발생하고 대선판은 요동쳤다. 아직 대형 이벤트가 하나 남아있다. 대통령 탄핵이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대선 일정은 물론 정국은 또다시 소용돌이에 빠질 확률이 크다. 또한 대선은 예정대로 12월에 실시하게 돼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중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 당장은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는 문 전 대표에게 불리한 반면, 상승 기류를 타고 있는 안 지사에겐 ‘역전’ 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대로 3월 초에 탄핵이 인용된다면 4월 말이나 5월 초 대선은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시간이 짧다는 것은 모든 후보에게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대세론을 주장하는 문 전 대표는 득과 실의 가능성이 다른 후보보다 더 높다.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한 점은 대세론만 유지한다면 청와대로 가는 길이 수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문 전 대표는 대중에게 대세론을 각인시켜 경선 승리 후 굳히기를 들어갈 확률이 크다. 이 경우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이 더 오를 공산이다.

불리한 면도 있다. 예기치 않은 내ㆍ외부 변수가 나타났을 때 이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불안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후보를 갈아탈 가능성이 있다.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할 시간도 없이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두 번의 실수가 5년의 기다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치 수십 킬로의 갑옷을 입은 장수가 살얼음판을 걷듯이 방어적 전략을 갖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반면 문 전 대표를 추격하는 후보들은 한결 마음이 편하다. 문재인 때리기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가 실수를 하거나 위기가 찾아왔을 때 빈틈을 공략해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한다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2017년 대선판이다.

이는 지난 4개월 동안 잘 알 수 있다. 탄핵정국이 본격 시작된 11월부터 군소후보로 분류됐던 이재명 시장은 강성 발언으로 여론을 흔들었다. 2~3%의 지지율은 마의 10%를 뚫고 15%이상을 기록했다. 안 지사도 마찬가지다. 한 달 여전만 하더라도 그의 지지율은 3~4%를 맴돌았다. 탄핵정국을 발판삼아 지지율 상승을 꾀하고 있던 이 시장을 두고 안 지사는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며 냉정을 유지했지만 초조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선 출마 이후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지지율 20%에 안착하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여줬다. ‘탄핵’과 ‘유력후보 불출마’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가 갖고 있는 파급력을 눈으로 목격했다. 사상 초유의 조기 대선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자의든 타의든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안 지사 입장에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지지율 상승이 도중에 꺾일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는 3월 초 탄핵 인용 시 늦어도 3월 말 민주당 경선이 시작해야 한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벼락치기 경선’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수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단시간에 오른 지지율이 순식간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선 과정에 쉽게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짧다는 점은 안 지사에게 큰 기회로 작용할 확률도 있다. 이슈를 선점하고 문 전 대표의 실수에 적절히 대응한다면 대세론의 대안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다. 안풍(安風)이 태풍으로 변하는 순간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일궈낸 경선 승리를 재현할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안 지사 캠프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시나리오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여론의 흐름도 변수다. 탄핵에 따라 국민 여론이 진보와 보수로 극명하게 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박 대통령 탄핵에 초점을 맞춰온 진보는 물론, 중도와 일부 보수층의 향배도 관건이다. 즉, 탄핵의 목표가 이뤄질 경우 중도ㆍ보수는 제자리로 돌아가 냉정하게 대선을 바라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론이 재편된 상황에서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민주당 경선은 또 다른 국면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지지층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참여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민주당 후보 경선 선거인단이 급격히 증가한다면 이는 중도ㆍ보수층의 참여가 높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문 전 대표에겐 불리하고 안 지사에겐 유리하다. 실제 선거인단 규모가 150만 명을 넘는다면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는 문 전 대표를 긴장시킬 수 있고, 200만 명을 넘으면 ‘당심(黨心)’을 넘어서는 것으로 안 지사에게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

문 전 대표가 대세론 굳히기를 통해 대권 재수의 꿈을 이룰지 안 지사의 대역전으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드라마를 쓸지 결정할 박 대통령 탄핵 결정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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