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둘러싼 여러 비리 수사 향배 안갯속

남은 수사과제 검찰로 넘어가…수사 전망 놓고 회의론도 나와

SK, 롯데, CJ 등 대기업의 뇌물 의혹 수사 본격화 전망

박영수 특별검사팀 종료 이후 향후 정국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을 시한부로 기소중지 결정해 탄핵심판 결론 후 또는 퇴임 후 기소 여지를 남겨뒀다.

특검은 남은 미완의 숙제를 검찰로 모두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 수사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검찰 주변에서는 특검팀에서 수사한 내용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을 경우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희석시킬 수 없다고 보고 최순실게이트 비리 수사에 전력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수사 기간 종료 시점에 그때까지 조사된 박 대통령의 혐의와 관련해 박 대통령을 조건부 기소중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시한부 기소 중지는 범죄 혐의가 있지만 당장 기소가 어려울 때 특정 시기까지 기소를 중지하는 조치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고려하는 동시에 특검 종료 뒤 검찰이 확실히 수사를 이어가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되거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해 전직 대통령 신분이 될 때까지 시한부로 기소중지하겠다는 의미로 이는 박 대통령에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줄 수도 있다.

기소중지는 통상 소재 불명이나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유 등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내리는 처분이다. 일단 불기소 결정이지만 잠정적인 처분의 성격이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수사 받고 처벌 받을 수 있어 부담이 적지 않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이 현직에서 전직으로 신분이 바뀐 후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따라 그 시기는 올해 3월 이후 또는 내년 2월 이후로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수사를 비롯해 특검이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담당한다.

대통령은 헌법 84조에 따라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가 아니면 재직 중에는 형사소추되지 않으며 특검은 이달 28일 수사 기간이 종료하면 추가 수사를 할 수 없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는 박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

특검 후폭풍 청와대 칼바람

청와대는 지난 24일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시한부(조건부) 기소 중지’ 처분 방침을 놓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는 헌법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들어 해당 방침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특검은 법리적으로 타당하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청와대은 “특검에서 시한부 기소 중지라고 했는데 이것은 법 이론상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에 대해선 (형사상) 소추권이 없어서 기소를 할 수가 없다”며 “기소권이 있으면 기소중지가 되지만 기소권이 없는 사람(대통령)에 대해서 무슨 기소중지를 하느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 공개와 관련해 유출 책임과 조율 재개 등을 놓고 한 차례 특검과 장외 공방전을 펼친데 이어 다시 특검을 향해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박 대통령 대면조사 문제를 놓고 지지부진한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에서 특검의 ‘시한부 기소중지 방침’의 당위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여론전을 펼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라는 성역을 부각시킴으로써 지지층의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시한부 기소 중지는 일단 수사를 계속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있을 때 그 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중지하는 것으로 다분히 악의적 조치가 아닐 수 없다는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특검보는 “(박 대통령에 대해) 소추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소추할 수) 있을 때 다시 재개한다는 개념으로 법리에 큰 문제가 없다”며 “새로 수사 결과가 나올 때 중지를 할지 등은 특검에서도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막바지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한부 기소 중지의 포석을 깔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이른바 박 대통령 ‘비선진료’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영선(38) 청와대 행정관을 지난 24일 체포해 조사했다.

앞서 특검팀은 이 행정관에게 여러 차례 출석을 통보했으나 응하지 않자 22일 체포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 출석을 요구했다. 전날 영장 발부 사실이 알려진 뒤 이 행정관은 출석 의사를 밝히고 이날 실제로 나왔지만, 특검팀은 조사 시간을 확보하고자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이 행정관의 진술 태도는 전체적으로 비협조적이라고 들었다”다며 “이 행정관에 대한 수사가 끝나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이 행정관은 주치의나 자문의가 아닌 이들이 이른바 ‘보안 손님’ 자격으로 청와대에 출입하며 박 대통령을 진료할 수 있게 도와줬다는 의혹을 샀다.

비선실세 실체 규명 한계

이 행정관은‘비선 실세’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단골 병원인 ‘김영재의원’의 김영재 원장을 청와대 경내로 안내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박 대통령과 측근들이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 있어 특검은 이 부분도 확인할 방침이다.

정호성 전 비서관과 이 행정관 등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한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 또는 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이들이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청와대에서 사용된 차명 휴대전화가 이 행정관 군대 후임이 운영하는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개설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특검은 이와 관련해 대리점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 특검보는 “이전에 밝힌 박 대통령이 사용한 차명 휴대전화에 이 행정관이 관여한 것으로 안다. 그와 관련해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다른 차명 휴대전화가 또 있는지는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특검팀은 최씨가 차명 등의 방식으로 은닉한 재산 규모가 최소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냈다.

특검은 그동안 최씨 재산추적 전담팀을 구성해 최씨의 부친인 최태민 일가 등 국내외 인맥을 조사하는 것은 물론, 국세청ㆍ금융감독원ㆍ법원 등 관련 기관의 자료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최씨가 숨겨놓은 재산은 100억원대 이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씨의 은닉 재산은 수천억원대로 알려진 바 있다. 최씨의 재산은 서울 신사동 빌딩과 강원도 땅 20만여㎡ 등 3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특검팀이 결정적인 한방을 거두지 못하고 물러나 아쉬움이 남는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을 둘러싼 특검과 청와대의 협의가 수사 시한을 닷새 남겨두고도 별다른 진척 없이 지지부진했다. 특검 안팎에서는 애초 대면조사 자체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는 말이 적지 않다.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이 불투명해지면서 검찰이 특검 수사자료를 넘겨받아 수사를 이어나갈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검팀의 사건을 넘겨받게 될 검찰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 수사 직전에 국정농단 수사를 책임졌던 검찰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는 특검수사 종료와 함께 검사와 수사관들을 대거 충원 받을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한웅재)는 현재 검사 6명으로 공소유지만 맡고 있지만, 수사팀 규모를 확대해 향후 특검이 넘기게 될 대부분의 사건을 맡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특검에 파견된 검사 서너 명도 수사 연속성 차원에서 충원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이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롯데, SK, CJ 등 대기업의 뇌물 의혹 수사는 전적으로 검찰의 판단에 따라 진행된다. 특검법 수사 대상으로 명시됐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은 의혹 수사도 다시 검찰이 맡게 된다.

검찰의 결단 대선흐름 결정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최순실 국정 농단 묵인 및 비호 의혹 수사도 검찰 손으로 넘어간다. 앞서 특검수사 전 우 전 수석 등에 식구 감싸기의 전형을 보여줬던 검찰이 특검이 넘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다시 수사를 진행할 수도 있고 아니면 사건을 여러 곳으로 분산해 수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작년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이원석ㆍ한웅재 부장검사를 주축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첨단범죄수사2부, 형사8부를 투입해 전국에서 차출한 검사들을 추가 투입한 역대 최대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꾸렸지만 부실수사 논란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작년 11월 20일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의 공범으로 입건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 전 수석 사건은 그의 개인 비리 의혹을 수사하다 특검으로 넘어갔다. 이에 검찰이 이를 어떻게 처리할 지도 관심사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검찰 개혁 요구가 하늘을 찌르고 있어 검찰이 이번에는 국민적 요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대신 직속 특수수사조직인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 재배당할 가능성, 새로운 형태로 팀을 재편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헌법재판소가 3월 박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 속에 ‘벚꽃 대선’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박 대통령을 조사하게 될지 여부에 여러 견해가 나온다.

만일 탄핵이 인용돼 박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올 경우 검찰 수사는 복잡한 정치함수관계 속에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대선을 앞두고 선거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롯데, SK 등 뇌물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주요 기업들도 형사8부에서 수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삼성그룹 뇌물수사는 사건의 비중을 감안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에서 전담할 예정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는 기존 우병우ㆍ이석수 특별수사팀 인력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특검 수사가 끝나면 국정농단 수사가 흐지부지될 수도 있지만, 검찰 수사는 기간과 범위의 제한이 없어 특검이 손대지 못했던 곳까지 오히려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 뇌물수사가 확대될 여지가 있고,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통령 대면조사 불발로 진실규명에 실패한 ‘세월호 7시간’ 수사, 최순실 일가의 은닉재산 및 유사종교 부분도 검찰의 수사대상으로 거론된다.

일부에서는 3월 초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재가 파면 결정을 내릴 경우 대통령 수사를 마냥 늦추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검찰의 수사팀 확대 개편 움직임도 결국 ‘피의자’ 대통령 조사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