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되는 삼성그룹 이재용 후계구도 이상징후설 무성

사라지는 삼성家 가신들 미래전략실 후속 조직 운용계획 소문도

검찰 삼성 정경유착비리 추가 수사 여부 주목, 삼성 핵심 수사대상

재판에 주력 전략 삼성, 이재용 부회장 신변 이상 시 대응 시나리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해온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공식수사 만료날인 지난달 28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수뇌부 4명을 포함한 총 17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기고 활동을 마무리 했다.

특검이 결국 수사기간을 연장하지 못하고 수사를 끝내자 특검의 공소유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향후 이재용 부회장의 운명과 삼성의 미래 행보에 대해 정ㆍ관ㆍ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검은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일가 특혜지원을 공모한 삼성의 핵심 인사들도 불구속기소했다.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최지성(66)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장충기(63)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황성수(54) 삼성전자 전무 등 4명이 그들이다. 이들에게는 이 부회장의 위증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가 공통적으로 적용됐다.

또 특검은 삼성합병 특혜와 관련해 홍완선(61)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외에도 특검은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수사 당시 직권남용ㆍ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알선수재 등 혐의를 적용해 이날 추가기소했다. 뇌물 부분에는 단순뇌물과 제3자 뇌물 혐의가 모두 적용됐다. 최씨는 삼성으로부터 430억원대 뇌물을 받고, 미얀마 공적개발원조사업(ODA) 참여를 대가로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와 이 부회장의 검은 거래 의혹이 재판을 통해 인정될 경우 이 부회장의 삼성 내 입지와 삼성의 후계구도가 복잡하게 뒤엉킬 것으로 보인다. 삼성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후계 구도를 놓고 여러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 오너일가 내부에서 이미 이 부회장의 유고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세우고 있다”는 말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한다.

특검 수사 이은 검찰

특검은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그간 작성한 참고인 진술서, 피의자 신문조서, 분석자료 등 모든 자료를 검찰에 넘겨 검찰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검 출범 때 검찰 특별수사본부로부터 받은 자료는 1톤 트럭 한 대 분량이었지만 특검이 검찰에 넘길 자료는 그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 수사자료만 3만쪽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씨와 공모해 이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과 최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박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입건할 방침이며 박 대통령 수사 여부는 검찰이 판단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선고하느냐가 검찰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특검의 수사기간 종료로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다시 검찰로 넘어가면서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 처리가 주목된다.

특검은 지난달 공식활동 종료 전 법원에 최씨에 대한 뇌물 수수 혐의 사건 병합신청을 냈다. 병합은 두 개의 사건을 함께 묶어서 심리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은 최씨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했지만, 특검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뇌물 부분에는 단순 뇌물과 제3자 뇌물혐의가 모두 적용됐고, 이밖에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도 적용됐다.

말하자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통해 거액의 대기업 출연금을 거둔 사안에서 돈을 뜯긴 피해자였던 삼성이 뇌물 공여자라는 이야기다. 똑같은 행위를 놓고 검찰과 특검의 해석이 다른 것이다.

특검은 검찰과 협의해 공소장을 변경하는 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특검 관계자는 “혐의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공소장 변경 절차를 못 거칠 경우 모든 죄의 숫자, 상상적 경합 부분은 법원의 권한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상적 경합이란, 한 개의 행위가 여러 범죄 혐의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상상적 경합이 인정된다면 ‘뇌물수수혐의’라는 큰 죄 안에 직권남용 등 이외에 부속되는 죄가 흡수된다.

형법상 직권남용은 형 상한이 징역 5년이고, 경우에 따라 벌금형도 선고되는 반면 뇌물혐의는 특가법이 적용되면 하한이 징역 10년 이상이다. 이 때문에 적용 혐의가 어떻게 되느냐는 박 대통령에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공소장에 대통령 독대 내용을 상세하게 기술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이 내용이 뇌물 혐의 적용을 좌우할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에 이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를 담당한 재판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은 서울중앙지법의 새로 설치된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일 “신속히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 이 부회장 등 사건을 지난달 신설돼 현재 심리 중인 사건이 거의 없는 형사합의33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들 사건은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에 배당됐으나 재판장의 요청으로 재판부가 변경됐다.

법원은 “재판장인 조의연 부장판사(51ㆍ사법연수원 24기)가 과거 이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했다는 이유로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14조 제4호에 따라 재배당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조 부장판사는 지난 1월 이 부회장의 첫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맡아 기각 결정을 내렸다.

변화 앞둔 삼성 이재용 기소 변수

일단 삼성은 이 부회장의 재판에 대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앞으로 이 부회장이 재판에 삼성 법무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가운데 삼성가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유고시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재계 일부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이 그룹을 해체하고 계열사의 독립적인 운영형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룹 회장이 전체를 아우르는 중앙집권 형태가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른 관측도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을 해체하더라도 오너일가가 삼성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어 전문경영인 체제는 임시적일 뿐 사실상 오너 직접 운영 형태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최근에는 이 부회장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의 행보에 세간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심지어 자매가 공동경영을 하거나 이들 중 한 명이 핵심 계열사로 지배영역을 확대ㆍ구축할 것이라는 분석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이번 특검 수사의 충격으로 뒷수습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계 소식통에 따르면 호텔신라와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 부회장과 관련해 돌발적인 상황을 대비한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으로 이부진 사장이나 이서현 사장의 그룹 내 입지 강화작업이 본격화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식통은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가 발표됐고, 이를 진두지휘하는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등에 대한 수사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어 삼성은 오너일가 등 최고결정권자의 지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10년 12월 호텔신라 사장으로 취임한 후 7년간 그룹의 호텔 사업 부문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점이 주목된다. 이부진 사장은 외모나 경영 스타일 승부사 기질 등이 부친을 그대로 닮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재계에서는 ‘리틀 이건희'라고 불릴 정도다.

호텔신라 측에서는 이 부회장이 구속됐지만 이부진 사장의 그룹 내 입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동시에 그동안 추진해왔던 호텔ㆍ면세점 사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또 이부진 사장은 대외 활동보다는 내실에 더 충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당분간 이부진 사장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에 점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반면 삼성물산 패선부문은 실적 악화에 직면하면서 이서현 사장의 행보는 다소 불투명하다. 장기 불황으로 패션사업부문이 지난해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구조조정 등 경영효율화 작업이 단행된 만큼 올해는 국내외 사업부문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이런 적자경영에도 불구하고 이서현 사장은 공격적인 경영을 밀고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국내외 유통 사업을 보다 확대해 나갈 방침을 세웠다.

이 부회장의 어머니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역할 변화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홍 관장이 실질적으로 경영에 뛰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시작되자 블룸버그는 삼성의 후계구도가 혼란에 빠졌다는 분석과 함께 이부진 사장이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쳤다. 가부장적인 풍토의 기업에서 (여성 오너가)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이 사장의 역할 가능성에 대해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부진 사장이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지 않고, 삼성이 과거 비슷한 경우에 대처한 전례를 미루어 짐작컨대 이부진 사장의 전체 경영은 없다는 게 삼성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미래전략실 해체, 사업재편은 삼남매 후계구도 영향



삼성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삼남매의 후계 구도에 변화가 일 것이라는 분석은 시간이 갈수록 힘을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용 부회장은 전자ㆍ금융,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호텔ㆍ유통,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패션ㆍ광고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경영전면에 나선 지 3년차에 들어선 이 부회장은 선단식 경영보다는 실용주의를 앞세워 핵심사업의 역량을 집중하는 사업재편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이 같은 계획은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결국 삼성의 전방위적인 계열사 재편은 현실화 되고 있다.

지난해 면세점 사업에서 경영리더십을 발휘한 이부진 사장은 최근 별다른 대외활동이 없는 상황이고, 이서현 사장은 지난해 12월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총괄하면서 사실상 제일기획 경영에서 손을 뗐다.

반면 이 부회장은 지난해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성공적인 합병성사 이후 통합 삼성물산의 대주주로서 삼성전자는 물론 바이오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삼성생명 주식 12만주를 취득해 주요 주주에 등재되며 금융계열사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도 이미 상당부분 진행시킨 상황이다. 대부분의 금융 계열사를 자회사로 소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이 최근 삼성카드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면서 향후 1~2년 내 지주회사 전환 등 후계구도와 신사업을 위한 지배구조 변화가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편 삼성이 그룹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가운데 삼성전자ㆍ삼성물산ㆍ삼성생명 등 핵심 계열사들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중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 이사회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해 낼지 주목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이사회에서 미래전략실 해체 후 향후 해법을 논의하고 미래전략실의 기능을 일부 살려 이를 위한 별도의 조직 구성 여부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사회에서 이 부회장 구속과 미전실 해체 등으로 급변하고 있는 삼성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진단과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