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대통령에서 첫 탄핵 대통령으로 …’‘자연인 박근혜’ 검찰 수사 불가피

박근혜 대통령 헌정 사상 첫 파면 … ‘최순실 덫’에 희생

‘8:0’ 만장일치의 의미…중대하고 분명한 위법 행위

‘자연인 박근혜’ 수사 탄력…청와대 압수수색도 가능?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박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 탄핵소추 의결 이후 92일 만의 결과다. 이에 따라 당분간 국정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끌며, 차기 대선은 5월초에 실시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탄핵 심판 최종 선고는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재판장이 전체 결정 요지를 낭독하는 데 26분이 걸렸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2004년 탄핵심판보다 소추사유가 방대하고 복잡해 최소 30분에서 1시간 넘게 소요될 것이란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당초 예상을 뒤집고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이 나올 때까지 단 2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주문을 읽고 효력이 즉시 생기는 점을 고려해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은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시각이 됐다.

헌재 “朴, 헌법 수호 의지 없다” 헌재가 판단한 박 대통령 파면사유는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의 위배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여 공무원의 공익실현의무를 천명하고 있고, 이 의무는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며 “피청구인(박근혜)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권한대행은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 최서원의 이권 개입에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문건 유출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를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위헌, 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권한대행은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며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파면을 선고했다.

헌재는 국회 소추위측이 제출한 기존 법률 위반 8개와 헌법 위반 5개 등 13개 탄핵 사유를 5개 핵심 쟁점사안 ▲비선조직에 따른 인치주의로 국민주권주의·법치국가주의 위배 ▲대통령으로서 권한 남용 ▲언론에 대한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각종 형사법 위반 등 5개로 압축했다. 그 중 국민주권주의 및 법치주의 위반과 형사법 위반 및 법률위배 행위를 직접적인 탄핵 사유로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또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마땅한 의무인 헌법수호 의지조차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며 "탄핵소추사유와 관련한 대통령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헌재는 ▲언론에 대한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공무원 임면권 남용 등에 대해서는 탄핵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무원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했다는 국회 측 주장에 대해 헌재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면직하고 1급 공무원 6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수리하는 등 대통령이 임면권을 남용하였다는 소추 사안에 대하여, 사실은 인정되나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이익 추구에 방해가 되어 이들을 면직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특검은 박 대통령이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을 부당하게 퇴임시키는 데 개입한 것으로 결론 짓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헌재가 특검이 아닌 검찰수사 자료만을 토대로 심판을 진행해 이 같은 내용은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언론 자유 침해에 대해서는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 문건 외부 유출은 국기 문란 행위이고, 문건 유출을 비난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세계일보에 누가 구체적으로 압력을 행사하였는지 분명하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이 관여한 사실이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관련 생명권 보호 의무와 직책 성실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탄핵심판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세월호 침몰사건은 모든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안겨 준 참사라는 점에서 어떠한 말로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면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하여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한 직책 성실의무에 대해서는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며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는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세월호 사태에 대해 탄핵심판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헌재는 결론 냈지만 보충 의견도 있었다.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은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세월호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을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세월호 참사 관련 탄핵사유에 대해 “대통령의 불성실 때문에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상실되고 안전이 위협받아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면 안된다”고 일갈했다.

헌재는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및 법률위배 행위에 대해서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이권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뇌물죄’와 같은 언급은 없었다. 형사법 위반 사안이 법원 판결과 어긋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 판단보다는 해당 사안에서 박 대통령이 어떻게 헌법을 위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헌재는 선고 초반 절차상 위법을 문제 삼는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주장에 반박하기도 했다. 헌재는 “아홉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와 같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결국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이라며 “여덟 명의 재판관으로 이 사건을 심리하여 결정하는 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상 헌법재판소로서는 헌정위기 상황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 탄핵소추가결 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위법이 없으며, 다른 적법요건에 어떠한 흠결도 없다”며 대통령 대리인단 측이 주장했던 절차적 문제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8:0’ 만장일치의 의미

지난 2월 초·중순부터 여의도 정가에서는 재판관 한 명, 혹은 두 명이 기각을 할 것이라는 찌라시가 돌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만장일치로 나타났다. 이견이 없었던 셈이다. 그만큼 박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가 중대하고 분명했기 때문이다.

국론 분열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있다. 탄핵 찬성 여론은 탄핵 전부터 꾸준히 70~80%를 유지했다. 하지만 탄핵 심판이 이어지면서 탄핵 반대 여론이 점차 광장으로 나오고 동시에 과격한 발언과 행동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검 수사와 탄핵 심판이 계속 될수록 수위도 높아지는 모습을 띄었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관 중 일부가 소수 의견을 내놓았다면 박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력이 이를 명분으로 삼아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었다. 탄핵 심판이 종료되더라도 사회 분열이 계속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재판관 전원일치 결정이 나옴으로써 그런 우려는 줄어들게 됐다.

이념이 아닌 법리에 충실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 재판관 다수가 보수적 판결을 내렸다는 점에 비춰 기각 혹은 소수의견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재판관 8인 중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지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재판관 8인의 만장일치 결정 이유에는 결정문 마지막에 언급된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안 재판관은 “이 사건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라며 “대통령의 파면 여부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이 지향할 헌법적 가치와 질서의 규범적 표준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반으로 한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와 우리 자손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고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정경유착과 같은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안 재판관은 ▲사건의 근원을 ‘제왕적 대통령제’로 진단하고 ▲권력구조 개편 논의를 포함한 헌법개정의 방향을 제시했다.


헌법학자들 “큰 의미, 헌재 판결 승복해야”

박 대통령 탄핵을 지켜본 헌법학자들은 입을 모아 환영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결과에 국민 모두가 승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 헌법재판소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관계에 따른 법적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여기에는 보수냐 진보냐 정치적 의미를 담을 일이 아니고 결국 이 걸로 마무리 짓고 앞으로는 더 이상의 대립과 갈등 보다는 어떻게 국민과 국가를 통합해서 새롭게 대한민국을 발전시켜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최종적 결정에 모두가 승복해야 한다"며 "민주적 다수에 의해 일차적으로 걸러지고 그 다수의 결정이 혹시라도 다수의 횡포가 아닌지 법적으로 따지기 위해 사법절차를 거치고 그런 후에 확인된 올바른 판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관들이 전원일치로 잘 판단한 것 같다”며 "헌법을 무시하고 법률에 안 맞게 정치를 운영하는 데 대한 준엄한 하나의 기준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국정농단 부분 등 워낙 중대한 위반 사항이라 다른 의견을 제기해 탄핵을 기각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사실 판단이나 법리적용에 이견이 있어도 (전원일치 결정이) 결정의 권위나 결정 이후 헌정유지에 끼치는 영향에 바람직하다고 재판관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의 승리이자 헌법 정신의 승리"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상기시켜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송 교수는 "일부 별개의견이 있기는 하지만 만장일치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그렇게 나와서 다행"이라며 "다섯가지 범죄 중 세가지를 부정적으로 판단한 것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일부 사유를 가지고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고 그 이유로 대통령 직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인정한 것은 잘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법의 기능은 국민을 통합하는 기능이 있는 만큼, 헌법재판의 기능역시 갈라진 국론을 통합시키는 것”이라며 “소수의견이 나왔을 때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에서 이를 근거로 헌재 결정을 승복하지 못하고 시빗거리를 삼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국회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이 헌재가 파면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 근거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탄핵소추 의결 이후 대통령의 거짓말과 말바꾸기·사실은폐를 탄핵 인용 근거로 삼았으며 이를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헌재가 ‘파면할 만한 사유’ 가운데 하나로 언급했던 ‘국민 신임을 배신한 경우’를 그대로 인용했다”며 “이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의 해석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검찰과 특검 수사를 받지 않은 박 대통령의 태도를 지적한 것과 일맥상통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에서 재판관들 사이에 논란되는 부분을 털어버리고 전원일치로 가자고 결정한 것 같다"면서 "판결 내용이 간결한 것도 사회적 분란 여지를 없애려는 노력이고 재판관 모두가 합의할 수준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한 교수는 "삼성 뇌물수수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건 두고두고 비판받을 부분"이라면서 "정경유착을 통해 국가가 부당하게 개입한 부분은 삼성이 가장 두드려졌는데 삼성 이재용 문제를 적시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형법학자인 조국 교수는 "헌법재판소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형법적 절차가 남아있다"면서 " 파면된 박근혜 대통령이 피의자로 확정돼 엄격한 검찰 수사와 처벌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자연인 박근혜’ 수사 탄력

박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자연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결 수월하게 됐다.

헌재의 박 대통령 파면 직후 김수남 검찰총장은 긴급간부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장은 “전국의 검찰공무원들은 흔들림 없이 법질서를 훼손하는 각종 범죄에 대해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공직자로서 언행에 신중을 기하고 근무기강을 엄정히 유지하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갈등과 분쟁도 법치주의 토대 위에서 전개돼야 하며, 법이 정한 절차와 틀 안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과 특검팀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만 13가지에 이른다. 원칙적으로 검찰은 당장 자연인 박근혜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 박 전 대통령이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 발부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현직 대통령에게는 불가능했던 계좌추적, 통신조회,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 등 다양한 강제수사 수단을 동원해 그간의 수사 결과를 한층 보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검찰 조사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통령 현직에서 전직으로 신분으로 바뀌게 됨에 따라 현직 대통령 예우와 경호상의 문제를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간 검찰과 특검팀은 현직 대통령 신분을 고려해 청와대에서 방문 조사하는 방식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조차 박 대통령 측과의 협의가 난항에 휩싸이면서 모두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피의자 신분인 박 전 대통령을 여타 피의자와 마찬가지로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하게 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 관심사는 검찰이 언제 박 전 대통령 수사에 돌입하느냐다. 기준은 ‘5월 조기 대선’이다. 대선 정국을 본격 돌입한 가운데 검찰 수사가 대선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쪽과 헌재가 인정했듯이 구체적 혐의가 드러난 상황에서 신속수사가 필요하다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김수남 총장은 “탄핵 결정에 상관없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탄핵 선고 전에 밝혀 이르면 3월 중으로 박 전 대통령이 소환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수사를 마무리하자는 검찰 내부 의견도 박 전 대통령 신속 수사에 힘을 싣고 있다.

한편, 사상 초유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가능할지도 주목되고 있다. 앞서 박영수 특검은 수사 종료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압수수색에 성공했다면 우 전 수석이 어떻게 권리남용했는지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다"며 "대통령 기록물에 속한 것만 보더라도 그것을 유추해서 밝혀낼 수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 특검의 발언대로 청와대 압수수색은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의 마지막 판도라로 볼 수 있다. 우 전 수석 뿐 아니라 최순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명확하게 드러날 증거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열쇠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쥐고 있다. 기자와 통화한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청와대 관리책임의 결정권을 황 권한대행이 쥐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파면된 상황에서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한다고 황 대행 자신이 힘들어 질 것”으로 예상했다. 장 교수는 또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오기 전이라도 압수수색은 가능하다. 검찰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발 빠르게 행동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밝혔다.



허인회기자 hmhs18@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