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대선과 맞물려 수사 시기ㆍ범위 신경전…관련 기업 긴장

검찰 내 김기춘 우병우 라인 수사방향 놓고 딜레마

SKㆍ롯데ㆍCJ등 기업수사 통해 박 전 대통령 비리 조사 확대 가능성

김수남 검찰 총장 이미 신뢰 잃었다 관측도 제기돼

이번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 특별수사본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직접 조사가 수사의 핵심으로 꼽히는 만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 때문에 강제수사를 벌일 수 없었다. 검찰과 특검팀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만 13가지에 이른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검찰청사로 직접 불러 조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만큼 보호막 뒤에 더 이상 숨기 힘들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기존에 하지 못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벌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생활 이익을 공유하는 사이’라 보고 최씨의 재산 형성과정 규명에 힘써온 만큼 검찰이 이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의 금융거래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미완에 그쳤다. 하지만 검찰이 박 전 대통령 강제수사에 착수할 경우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체포 또는 구속영장이 청구를 통해 이를 입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선과 맞물린 朴 수사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야권 등에서는 증거 인멸 등을 우려하며 검찰에 즉각적 수사 착수와 대선전 수사 마무리를 촉구하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박근혜씨는 사인(私人)”이라며 “검찰은 즉각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여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박씨와 청와대 비서진들이 증거를 인멸했다면, 그 역시 수사, 기소해야 한다”며 증거 인멸을 우려했다.

또 그는 “박씨는 검찰과 특검의 대면조사를 모두 거부했다”면서 “뇌물죄의 성질상 수수자의 불법이 공여자의 불법보다 무겁다. 공여자 이재용은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다. 박 씨의 불법에 합당한 수사가 필요하다. 삼성의 주장대로 이재용이 강요죄의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박씨는 강요죄의 가해자이다. 역시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검찰의 신속한 수사 착수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지난 10일 트위터를 통해 “검찰이 대통령선거라는 이유로 수사를 미봉에 그치게 하거나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법행위에 대해서 철저히 수사해서 다음 정부로 미루지 말고 대통령선거 전에 명백하게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성명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핵심 피의자”라면서 “검찰은 즉각 출국금지명령을 내리고 소환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특검으로부터 인계받은 모든 수사 내용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심 대표는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더 이상 현직 대통령에게 보장된 형사불소추 특권을 갖지 않는다. 형사불소추 특권이란 현직 대통령이 내란·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도록 보장한 헌법상 권리다. 검찰은 이날부터 박 전 대통령을 강제조사할 수 있고 재판에 넘길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이전 검찰과 특검 수사에서처럼 조사를 거부한다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할 수도 있다.

이에 검찰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 파면으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박근혜ㆍ최순실게이트’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검찰은 ‘대통령 대면조사’라는 벽을 깰 수 있게 됐다”며 “이렇게 된 이상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다음 정부에서 부담을 안게 될 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검찰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과 특검은 박 대통령 측의 계속된 거부에 가로막혀 피의자로 입건된 박 대통령을 조사하지 못했다. 핵심 피의자인 박 대통령의 조서를 받아야 사건이 완결된다. 형사상 불소추특권이 사라진 만큼 검찰이 대통령 대면조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됐지만 청와대 압수수색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비서실장과 경호실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상황은 탄핵이 된다 해도 압수수색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비리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탄핵 이후 ‘대선 국면’을 변수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검찰이 정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오는 5월 대선이 끝날 때까지 대통령 대면조사를 유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7년 대선 직전 김대중 당시 후보의 비자금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법무부 장관이 ‘대선 후까지 수사 유보’를 발표했던 전례가 있다.

미묘한 시점 놓고 고민

검찰은 6만페이지에 달하는 기록검토를 최대한 빨리 마치고 이르면 이달 중순경부터 본격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특검으로부터 ▦CJㆍ롯데ㆍSK 등 대기업 수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수사 ▦박 대통령 수사라는 세 가지 과제를 넘겨받은 상태다. 검찰은 특검이 현행법상 한계에 부딪혀 성사시키지 못한 청와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절차를 다시 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검찰은 지난해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예우를 따지는 대신 현직 대통령 신분인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특정한 바 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속 음성파일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등 혐의를 입증할 만한 상당한 분량의 ‘물증’도 확보했다.

검찰은 수사의 정점이자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직접 조사를 위해 3차례나 대면조사를 통보했고, 특검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특수본 2기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로서는 현직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라는 비판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 더 자유로운 수사가 가능하다. 이에 검찰은 대면조사 전 추가적인 물증 확보를 위해 청와대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를 시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지난 특수본 1기 수사 때 이미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칼을 휘둘렀기 때문에 수사가 급속히 진전될 것이라는 말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당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영렬 본부장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등과) 상당부분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러나 헌법 제84조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구속수사’는 미지수다. 아직 검찰 내 현 정권과 가까운 이들이 적지 않고 김수남 검찰 총장 역시 현 정권에 의해 임명됐기 때문에 냉정한 수사는 다소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대검 중수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야권의 ‘타깃’이 됐다는 점 때문에 누가 대통령을 조사하느냐를 놓고도 검찰 내 보이지 않는 눈치가 서로 오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오는 5월 대선이 실시될 예정인 만큼 정치권에서 ‘대선에 영향을 주는 수사’라는 의혹을 얻지 않으려면 적어도 한 달 내에 ‘만족할만한 수사’가 이뤄져야만 하는 점도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선거 정국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검찰 수사에 대한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찰로서는 정치적 논란은 피하면서 수사를 이어가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실제 검찰은 선거를 앞두고는 관련 수사를 미뤄왔다. 지난 1997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 후보의 비자금 의혹이 있었지만, 대선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를 선거 이후로 미룬 바 있다.

이에 “현재로서는 대선정국에 돌입하게 되면 검찰 수사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린다. 실제로 국회의원 총선이나 대선 때 검찰은 특정 정당을 겨냥해 수사하지 않는 관례가 있어 이 가능성에 힘이 조금씩 실리고 있다.

칼끝 어디부터 겨누나

박 대통령이 버티기에 돌입할 경우 검찰 수사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검찰이 구속수사 방침을 세운다고 해도 박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 들어가 칩거에 들어가고 지지자들과 항의 농성에 돌입하며 수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수사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예컨대 자유한국당 이인제 의원은 2004년 자민련 시절 불법 정치자금 혐의를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았지만, 이 의원은 “표적수사”라고 반발하며 충남 논산 지구당에서 칩거에 들어갔다. 당시 이 의원은 지지자들과 항의 농성을 벌였다.

이런 관측을 의식한 듯 검찰은 박 대통령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수사를 해도 안 해도 정치적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 수사를 안 할 수는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승권 검찰 특수본 본부장은 지난 8일 기자들을 만나 “이 사건을 누가 또 다시 수사할 수는 없다"며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잘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넘어온 사건을 안 할 수는 없다”며 법대로 수사에 나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기업수사를 먼저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들을 규명하며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향후 삼성 외 수사대상이었던 SK와 롯데, CJ 등 다른 기업들의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특검 수사 종료 이후 검찰이 나머지 기업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검은 당초 롯데의 경우 서울 시내면세점 선정으로, SK와 CJ의 경우 최태원ㆍ이재현 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뇌물을 수수한 것이 아니냐는 혐의를 두고 수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이 불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특검에 의한 기업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에 검찰이 특검이 미완의 숙제로 남긴 기업수사의 바통을 이어 받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특검법은 ‘기간 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한 경우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사건을 인계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와 SK, CJ는 향후 검찰에게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렇게 될 경우 경영공백 상황이 심화될 수 있어 관련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수사 과정에서 사실 여부를 떠나 그룹의 이미지 악화 등도 예상돼 해당 기업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수사 결과에 따라 그룹 수뇌부들의 사법처리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아울러 롯데의 경우 천신만고 끝에 되찾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면허가 다시 취소될 수도 있다.

향후 검찰의 수사 주체와 방식 등에 대해서는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순실 특검’ 출범 전까지 수사했던 기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다시 넘겨받는 방안, 사건을 쪼개 처리하는 방안, 다른 주체에 맡기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특검이 기업별로 혐의를 둔 점은 이들이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지원하고 특정한 대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SK그룹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의 자금을 출연해 그 대가로 최태원 회장이 사면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금 출연을 전후한 2015년 8ㆍ15 사면으로 출소한 최 회장이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한 점이 의혹을 받아왔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박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K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을 기부한 뒤 돌려받았다. 이 과정에서 면세점 특허권을 두고 대가성 거래가 있다는 의혹이 있었다. 검찰 역시 지난해 11월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와 관련해 의혹을 받고 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2015년 11월 27일 박 대통령과 독대에서 사면을 청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좌파 성향의 영화를 만든다”는 지적을 받곤, 현 정부 성향에 맞춘 영화 제작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