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검찰 수사 급물살 예상

특수본 수사 1순위에 CJ, 롯데 올라

‘피해자’가 아닌 ‘뇌물 공여자’로 바뀔 가능성 농후


박영수 특별수사팀의 바통을 이어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특검 수사기록 검토에 여념이 없다. 지난 10~11월 꾸려졌던 1기 특수본에 비해 10명가량 줄어든 검사 30여명 규모로 재편된 2기 특수본은 구체적 수사 대상과 업무 배당을 이번 주 내로 끝내고 다음 주 본격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2기 특수본에서 수사 갈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우병우 전 민정수석, 특검에서 손대지 못한 대기업 등 총 3가지가 나눌 수 있다.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자연인 박근혜’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기업 수사 역시 검찰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으로 보인다. 헌재가 최순실 사익 추구를 위해 대기업을 동원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고 했을 뿐 ‘뇌물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헌재의 탄핵 선고 과정에서 언급된 기업은 KT, 현대차그룹, 롯데, 포스코다. KT의 경우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은 안종범을 통해 KT에 특정인 2명을 채용하게 한 뒤 광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요구했다. 그 뒤 플레이그라운드(최순실 소유 광고회사)는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돼 KT로부터 68억여 원에 이르는 광고를 수주했다”고 헌재는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KD코퍼레이션 납품 부탁 과정과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수주 과정에서, 포스코는 스포츠팀 창단 과정에서 언급됐다. 롯데는 체육시설 건립 과정에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의 자금 지원을 했다고 헌재는 봤다.

하지만 미묘한 부분이 있다. 헌재는 “두 재단법인(미르·K스포츠)의 임직원 임면, 사업 추진, 자금 집행, 업무 지시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피청구인(박근혜)과 최서원이 하였고, 재단법인에 출연한 기업들은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 “미르와 K스포츠 설립은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업에 책임이 없고 오히려 피해자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특수본 수사 결과와 유사하다.

그러나 헌재의 이 같은 표현은 탄핵 심판이 형사소송법을 준용하기는 하지만 기업의 뇌물공여 여부보다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그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 뇌물 부분을 고의적으로 피해갔다는 분석이다. 헌재 판결문을 자세히 보면 ‘이익을 취했다’, ‘독대’ 등의 단어가 나온다. 헌재도 박 전 대통령과 기업 간의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검으로부터 수사기록을 이첩한 검찰에게는 딜레마가 있다. ‘피해자’로 규정한 검찰과는 달리 특검은 기업의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규정해 이재용 삼성전자를 구속했다. 검찰이 대기업을 강요와 직권남용 피해자로 본 반면 특검팀은 뇌물공여자로 법리를 구성했기 때문에 공소장 변경이 불가피하다. 자신들의 수사 결과를 뒤집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검찰은 공소 사실 변경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공소장 변경이 받아들여지면 출연금을 낸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도 뇌물공여 혐의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박 전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면서 삼성을 제외한 대기업들에 대해서도 뇌물죄를 적용할 가능성도 커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은 롯데, CJ다. 특수본 관계자는 “롯데·CJ를 1차 수사 대상으로 정했다. 다음 주 중 본격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각 기업 당 3~4명의 검사를 배치한 상태다.

이 기업들이 수사대상에 우선적으로 오른 이유는 독대와 출연 전후로 총수나 그룹이 추진이 하는 사업에 대해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돈을 강탈한 ‘일해재단’과는 달리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롯데는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출연했다가 돌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J는 K컬쳐밸리 사업에 1조 4000억원을 지원했던 이유가 이재현 회장의 특별사면 대사로 의심받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재단 출연금 및 정부사업 지원과 기업 현안과는 대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허인회 기자 hmhs18@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