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롯데ㆍCJ 등 기업비자금 수상한 정황 집중추적

박 전 대통령-총수 연루 겨냥…대선판 흔드는 핵심 변수 되나

박근혜 정권 핵심 인사들 줄줄이 수사대상 가능성도

삼성ㆍ롯데ㆍCJ 등 대기업 뇌물죄 수사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위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 종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이어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재단에 출연한 대기업 수사를 이 주 중으로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우선 박 전 대통령 수사에 가장 많은 인력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기업수사와 박 전 대통령 수사가 연결고리를 가짐에 따라 전담팀 간 교차수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수사를 담당해온 특수1부는 삼성 CJ 롯데 등 대기업 뇌물 수사도 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수사는 기존 검찰의 공소사실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검찰 수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기업비리 수사로 확대할 수도

지난해 10∼11월 수사를 담당한 1기 특수본은 박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61ㆍ구속기소) 등이 강압적으로 대기업들의 출연을 성사시켰다고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특검은 청와대·삼성 부당거래 의혹을 수사하면서 삼성의 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대가성 뇌물이라고 보고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는 대가성 뇌물 공여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우 전 수석의 수사를 전담할 첨단범죄수사2부(이근수 부장검사)는 개인비리 의혹, 국정농단 추가 의혹 등에 대해 동시다발적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 전 수석이 국정농단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우 전 수석과 최순실씨 그리고 대기업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검은 최순실씨 단골 성형외과 김영재의원의 김영재 원장 부인 박채윤(47ㆍ구속기소)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가 지난해 초 우 전 수석의 부인 이모(49)씨와 수차례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 주변에서는 우 전 수석-최순실-대기업 연결을 입증할 상당한 증거가 이미 확보된 것 아니냐고 추측한다.

검찰이 대기업 뇌물 혐의 수사에도 본격 착수함에 따라 박 전 대통령 조사와 더불어 기업수사가 ‘투 트랙’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삼성을 제외한 대기업 수사에 집중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삼성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혐의와는 별도로 지원자금 출처를 분석한 뒤 비자금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내부 관계자는 “현재 삼성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지만 이 부회장의 재판 중에 추가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며 “특검수사에서 삼성과 관련된 여러 자료가 넘어온 상황인데,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자금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첩보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은 최근 면세점 인허가를 담당하는 관세청 직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을 상대로 지난해 상반기 대기업에 유리하게 면세점 제도 개선안이 마련된 경위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관세청 직원들을 소환 조사한 것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뇌물공여 의혹을 받는 롯데그룹 등 대기업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대기업 수사 예의주시

재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후폭풍이 주요 대기업 수사로 이어질지 촉각을 곧추세우고 있다. 특히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물론 SK와 롯데 등이 긴장하고 있다.

최근 재계에서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 후폭풍이 검찰의 대기업 수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청와대-기업 간 커넥션을 인정해 검찰의 기업수사 확대 소문은 점점 힘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 등이 ‘강요에 의한 출연’을 주장하고 있지만 강요에 의한 출연이더라도 반대급부를 기대해 출연금을 낸 것으로 인정되면 형사법적으로는 강요에 의한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검찰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기업들에 대해 수사를 느슨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총수 사면, 면세점 특혜 등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일부 기업의 경우 검찰의 칼날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법조계에서 지배적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지난 6일 출범한 검찰 2기 특수본이 본격적인 대기업 뇌물 수사에 속도를 내 대선 정국 전에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하지만 기업수사의 특성상 한 달을 넘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과 그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 증언 등에 롯데, CJ 등에 대한 검찰 뇌물 수사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대기업에 대한 조사는 박 전 대통령 조사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양자가 뇌물수수자와 뇌물공여자로 묶여있는 관계인 까닭이다.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전후로 대기업에 대한 조사는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조사도 이미 시작됐다. 검찰은 우 전 수석과 관련된 5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으며 14일에는 자문료 의혹이 있는 투자자문업체 M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이후에도 자문료 형식으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M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위해 단행됐다.

정경유착 연결고리 추적

검찰은 아직 소환은 하지 않았지만 롯데 관련 수사도 상당 부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두고 면세점 특허 재획득과 총수 사면 등에 대한 ‘청탁-대가 관계’를 입증하려는 조처로 보인다.

특수본에 따르면 1기 특수본이 수사하던 것과 특별히 차별된 건 없다. 다만 지난 조사 때와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필요하면 롯데와 CJ 관계자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롯데와 CJ 등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열어두면서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검찰은 롯데와 CJ에 대해 “필요하다면 소환해서 조사를 할 것"이라며 수사 확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신동빈 회장, 손경식 회장 등에 대한 소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 ‘필요하다면’에 방점 둔 것”이라며 “특정인 누구 소환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안 전 수석과 관련한 청와대의 중소기업제품 납품주선 의혹도 수사대상이다. 이날 소환된 이형희 대표는 2015년 SKT 부사장으로 있던 시절 중소기업제품 납품과 관련해 안 전 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데이터 전송기술업체 P사가 SKT, KT, 포스코 등에 기술을 납품할 수 있도록 주선했는데, SKT는 P사를 만나본 뒤 기술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다만 특수본 관계자는 이 대표의 소환이 SKT 시절의 혐의와 관련된 것이냐는 질문에 “조사내용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검찰은 특히 롯데의 재단 출연금의 대가성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설치 계획이 발표되기 전 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지난해 말 현대, 신세계와 함께 추가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

대통령 독대 이후 롯데는 최순실씨 소유의 하남시 복합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출연하기도 했다. 최순실씨 측은 이 돈을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의 압수수색이 있기 직전 롯데 측에 되돌려줘 오히려 대가성 의혹을 더욱 짙게 했다. 롯데그룹 경영비리와 관련한 신동빈 회장 등 총수일가의 재판이 시작되는 것도 검찰 수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검찰이 이들 기업의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할 경우, 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한 범죄사실은 더 늘어나게 된다. 앞서 1기 특수본은 미르ㆍ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 강요죄의 피해자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검찰 대기업수사 종착역은 우병우 전 수석?


박 전 대통령-대기업 관련 수사에 비중…우병우 구속 의지 강해


검찰이 수사 방향을 놓고 여러 갈래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전반적인 수사대상을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당장 시급한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수사자료를 넘겨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수사 방향과 관련해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대기업 수사 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먼저 수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검찰에 따르면 특수본은 특검 수사자료를 토대로 대기업들의 수사일정을 검토하면서 대기업 수사는 일괄적으로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 전 수석 조사와 대기업 수사를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수사팀 내부적으로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살펴본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그랬던 것처럼 수사 효율을 위해 우선순위를 정해 수사하겠다는 뜻이다.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 조사와 함께 여론의 요구가 높은 우 전 수석 수사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 수사는 검찰 최정예인 특수1부가 담당하기로 했지만 전반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수본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의 성격을 뇌물로 볼지,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낸 자금으로 볼지도 확실히 정하지 않은 상태다. 특검은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면서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규정했지만 특수본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특수본은 일단 관련 정황을 살피면서 수사시기를 조율한다는 입장이다.

특수본은 최근 면세점 인허가를 담당하는 관세청 직원 2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출연 대기업 중 일부가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뇌물 성격의 출연금을 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수본이 이를 토대로 대기업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과 관련된 보완수사 형태로 진행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편 삼성 등 주요 대기업들이 작년 10월 말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조사 대상에 오른 이후 국회의 국정조사,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를 받은 데 이어 최근에는 다시 2차 검찰 특수본 수사를 받게 되자 재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은 지난 5개월간 대규모 압수수색과 총수의 출국금지, 소환 조사 등에 시달리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의혹을 해명하는데 상당한 에너지를 쏟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은 총수인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부회장 등 전ㆍ현직 수뇌부가 한꺼번에 재판에 넘겨진 상태여서 경영공백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장기 부재는 삼성전자에 큰 부담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SK그룹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 판도를 바꿀 정도의 파급력이 있는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최태원 회장이 출금으로 발이 묶여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특히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20조 원대 빅딜’로 불리는 도시바 인수를 위해 SK하이닉스와 대만 훙하이 그룹이 손을 잡을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추진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롯데그룹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지의 롯데마트 점포(99개) 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국내에서는 2차 검찰 수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동빈 회장도 출금 상태에 있어 재계에서는 하루빨리 이 시국이 끝나기만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