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연대’ 승부수 통할까… 연대 불확실, 한국ㆍ바른ㆍ국민 ‘동반 필패론’도

“대선판 흔들 히든카드 나올 수도” 정치권 소문 무성

문재인 캠프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 연대여부 예의주시

‘5월 대선’을 놓고 정치권이 일제히 대선 경쟁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일정을 확정짓고 치밀하고 복잡한 정치셈법을 세우고 있다. 이번 대선은 60일 이내에 진행되는 탓에 대선 레이스는 예측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문 전 대표를 꺾기 위한 묘수 찾기다. 현재 유일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은 ‘반문연대’ 성사 여부다.

현재까지의 흐름을 살펴보면 민주당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상황이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막판까지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역전시키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보수 진보 영역 구분없이 ‘뭉쳐야 산다’는 의식이 짙어지고 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보수층이 대반전을 이뤄낼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개헌을 고리로 한 반(反)패권주의 연대 결성 여부가 향후 대선레이스에서 주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힘겨운 승리와 눈물의 역전패

문 전 대표가 30% 안팎의 지지율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고 같은 민주당의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까지 합하면 60% 내외를 기록 중이다.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은 대선 때까지 이러한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박근혜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정권교체의 불가피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진보진영의 표심을 최대한 흡수해 판세 굳히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탄핵 정국으로 큰 상처를 입은 여권은 힘든 레이스를 치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무엇보다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아 대안 찾기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보수대결집’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과 진보진영에 정권을 내줄 경우 안보에 위기가 온다는 의식이 보수결집을 이끌어 줄 경우 막판 뒤집기가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 여권 내부에서 나온다.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는 ‘반문연대의 결성’이다. 반문연대의 핵심키워드는 ‘개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을 제외하고는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개헌이라는 지붕아래 모두 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헌을 고리로 한 ‘반(反)패권주의’ 연대가 성사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을 제외하고 ‘개헌’과 ‘반패권주의’를 고리로 연대에 극적으로 합의하고 단일 후보를 배출할 경우 ‘개헌 대 반개헌’ ‘패권주의 대 반패권주의’의 프레임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양자구도를 형성한 뒤 대접전을 벌이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개헌세력과 반문세력이 연대를 한 ‘제3지대 빅텐트’가 대선 판도를 뒤흔들 최대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가장 주시하고 있은 인물은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다. 문 전 대표 캠프는 최근 그의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주요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새판짜기 행보에 나선 상태여서 “그가 반문연대 구성 합의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가 개헌을 고리로 한 반패권주의 연대구성을 추진 중이라는 말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누가, 얼마나 참여할 것인지가 미지수다. 대선 전 연대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감해도 방관세력 많아

김 전 대표는 범보수 진영 인사들과 계속 접촉하며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헌을 고리로 한 사실상 ‘반문연대’의 핵심키로 대선에서 중요역할을 할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그의 독자 출마 가능성도 여전히 높게 보고 있다.

김 전 대표는 개헌론을 중심으로 한 자신의 개혁 구상에 동참할 세력들을 찾는 등 힘을 키우고 있다. 특정 당에 입당하거나 창당을 하기보다 자신을 중심으로 ‘개헌 연대’에 공감대를 이룬 세력을 모아 ‘제3지대’ 형성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김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이 결정된 다음날인 지난 11일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만나 개헌과 향후 대선 정국에 대해 논의했다. 탈당 선언 직후에도 국민의당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과 연쇄 회동하며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기존에 친박(친박근혜), 친문 진영을 ‘패권세력’으로 규정한 만큼 자유한국당과는 손을 잡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전 대표가 결국 독자 대선 출마를 할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된다. 김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입당이나 창당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뚜렷하게 나타냈지만 출마에 대해서는 뜻을 숨기고 있다. 김 전 대표의 출마할 수도 있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독자출마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현재 선거구도에 독자노선을 걸을 경우 큰 영향력을 갖기 힘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탈당 이후에도 김 전 대표를 따라 동반 탈당한 의원이 없고 두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안에 세력을 키우는 것도 물리적으로 어렵다.

다소 어려운 여건이지만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가 구축될 경우 김 전 대표의 효과는 그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개 당이 이미 ‘분권형 대통령제’ ‘대선 전 개헌’을 매개로 한 공동 개헌안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어 결과에 따라 문 전 대표 캠프를 위협할 수도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촉박한 시간 탓에 이미 정치권 곳곳에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늘고 있다.

각 세력 간 물밑 접촉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지만, 서로 자신을 중심으로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어 시간만 덧없이 흘러가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14일 조찬회동을 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때 제3지대 연대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회동 내용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 회동에서 의미있는 공감이나 합의는 없었다는 점이다.

차기 대선에서 1위인 민주당 문 전 대표에 맞설 이른바 ‘3지대 반문 연대’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김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 등을 묶는 구상을 비롯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자유한국당까지를 포함하는 범보수 후보론이지만 갈수록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반문연대가 성사되더라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 현실적 상황에서 서로 계산이 맞지 않는다”며 “손 전 대표나 유 의원 등 연대의 주체들이 합의를 통해 얻게 되는 정치적 이익이 과연 무엇인지 분명치가 않다. 누군가 그것을 속 시원히 제시해줘야 하는데 그게 지금 구도에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박주선 국회 부의장이 경선에 가세할 태세지만 안 전 대표의 ‘독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국민당의 선택 연대론 운명

최근에는 반문연대가 사실상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관측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문연대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국민의당이 반문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국민의당 대선 주자인 안 전 대표는 지난 21일 “무원칙한 연대론은 국민의당을 약화시킨다”며 김 전 비대위원장의 행보를 겨냥한 듯한 발언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광주지역 당원간담회에서 “당을 믿고 당원을 믿고 더 큰 국민의 당으로 성장하는 것이 대선 승리의 유일한 동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치인에 의한 공학적 연대는 이미 시효가 다했다”며 “오직 국민을 믿고 국민의당을 믿고 단결해서 전진할 때 당을 믿고 단결해서 전진할 때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탄핵 반대 세력에 대한 면죄부 부여 ▦특정인 반대를 위한 연대 ▦정치인만을 위한 무원칙한 연대에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원칙이 있는 연대라면 대선 전이라도 할 수 있나’라고 묻자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다”며 “지금 나오는 연대론들에 대한 반대를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차후 합의 여부에 따라 연대가 가능하다는 속내를 내비쳐 연대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더 강경한 모습이다. 그는 지난 17일 자유한국당내 비박계 및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바른정당과 비박계의 탄핵 가결 공로는 인정하지만 어떤 공조나 연합, 연대 이런 것은 없다”고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는 우리 당의 경선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개헌을 고리로 한 ‘반문연대’ 신호탄으로 해석됐던 자유한국당ㆍ바른정당과의 개헌 합의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 일부는 헌법을 파괴한 세력이다. 지금도 헌법을 파괴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한다)”며 “이런 분들과 같이 개헌한다고 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연대설에 대해 (당장은) 어떤 공조나 연대는 없다면서도 “대선에 임박한 시점의 일을 지금 어떻게 알겠느냐”며 “정치는 생물”이라고 해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

김영환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국민의 동의와 명령이 없는 선거연대, 정당의 이합집산은 국민의 역풍을 맞는다”며 “제3지대 후보는 없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국민의당의 경쟁으로 좁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병호 최고위원은 연합정권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를 책임지고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라”고 요구, 바른정당과 동등선상에서의 대선 전 연대에 선을 그어 김 전 비대위원장의 반문연대구축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선 여전히 반문연대 형성 고리로 평가되는 자유한국당ㆍ바른정당과의 개헌 합의 이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 분위기 반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호남의 한 중진 의원은 “경선을 통해 각 당의 후보가 누구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며 “우리 당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와 바른정당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가 영호남 화합을 위해 이미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보수진영’이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보수후보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또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등 보수진영의 후보가 결정되는 4월 이후 보수후보단일화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대선레이스 막판 보수진영에서 진보진영에 맞설 대표주자를 세울 것으로 보는 분석도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역대 대선은 ‘1강 2중’의 형태를 보여왔는데 2중의 연대가 1강을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 대선도 문재인 후보 대 범보수 단일 후보의 대결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결과를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대선 시기와 관련해 반문연대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에 대해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도 대선 25일을 앞두고 이뤄졌다”며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