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너 공백 위기…홍 여사‘안주인 역할론’ 부상

이건희ㆍ이재용 부자 공백…홍 여사 삼성 영향력 강화‘솔솔’

“이재용과 갈등설, 이부진 승계설, 홍씨 삼성장악설은 허구”

삼성 전문 경영인 체제 가능성…홍 여사 막후 역할론 나와

홍석현(68) 전 중앙일보ㆍJTBC 회장이 지난 18일 중앙일보와 JTBC 회장에서 물러나 정치행보에 나서 세간의 관심을 받는 가운데 홍 전 회장의 누나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72) 여사의 거취가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홍 여사는 지난 6일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리움과 호암미술관의 관장직을 내려놓았다. 홍 여사는 이건희 회장과 함께하며 이 회장이 병석에 누운 뒤에 공식 외부활동을 삼가면서도 미술관 운영에는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던 터라 미술계는 물론, 재계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때문에 홍 여사가 미술관 운영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 여러 해석과 억측이 나오고 있다. 홍석현 전 회장이 오너인 JTBC의 최순실 게이트 보도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데 따른 부담설, 홍 여사와 이재용 부회장 불화설, 홍 여사의 오너 공백에 따른 삼성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결행설 등 다양한 해석과 소문이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는 홍 여사의 거취와 향후 행보 가능성을 짚어봤다.

홍라희 여사가 삼성그룹에서 맡고 있던 유일한 공식직함인 리움과 호암미술관 관장직을 을 내려놓은데 대해 삼성 측은 “일신상의 이유”라고만 밝혔다.

홍 여사가 급작스럽게 사퇴한 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심리적 충격이 컸 던 탓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2월 17일 뇌물 혐의로 구속된 뒤 홍 여사는 주위에 “참담한 심경”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홍 여사가 삼성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미술관 관장직 사퇴를 결정한 것을 삼성그룹의 대대적인 이미지 쇄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관측한다. 전문경영인체제에 홍 여사가 오너일가의 최고 어른으로서 실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재계 일각의 시선을 차단하려는 조처란 뜻이다.

반면 재계 일각에선 ‘이재용-홍라희 불화설’ ‘승계 다툼설’등 삼성가(家) 문제로 보기도 한다. 이는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난 내용으로 인해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것이 사실이 아니냐는 의문을 증폭시켰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 내용에 따르면 최순실(61ㆍ구속기소)이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1년 전인 2014년에 홍 여사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막으려는 것을 제지했다는 것이다. 최순실의 최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홍라희 관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하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밀어주고 있다”며 “동생인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과 실권을 잡으려 계획하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박원오 전 전무는 “최순실도 홍라희 관장의 계획을 알고 이재용 부회장을 삼성그룹 후계자로 밀어주자고 했다”며 “최순실은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해야 국가 경제가 발전한다’고 수시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특검 관계자는 또 “삼성이 유독 정유라에게 지원을 하는 등 특혜를 준 것은 홍 여사와 최순실의 얽힌 비화 때문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검 관계자 등의 견해를 종합하면 이재용 부회장도 홍 여사의 의도를 간파하고 어떻게든 승계권 확보를 조속히 매듭짓고자 최순실-박근혜 대통령까지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을 처리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삼성 측은 “소설 같은 허황한 얘기”라며 일축?다. 미래전략실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온 한 고위 임원은 “홍 여사와 이 부회장 간 불화설은 말 그대로 소문일 뿐”이라며 “두 분 사이는 서로 위하는 어머니와 아들 관계”라고 강조했다.

삼성 측은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홍라희-이재용 갈등설’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겨레신문은 3월 18일자 ‘리움 홍라희 퇴진은 이재용의 찍어내기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홍 여사 집안인 JTBC의 최순실 게이트 보도로 피해를 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미술관과 리움이 속한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홍 여사와 그의 여동생까지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이 일종의 보복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 측은 “전혀 근거 없는 허위”라며 공개적인 반박을 했다.

최근에는 삼성가(家)를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 홍 여사가 미술관 관장직을 그만둔 것이 삼성그룹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위한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으로 삼성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삼성 경영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부업(?)과도 같은 미술관 관장직을 내려놓았다는 것이다.

삼성가와 인연이 깊은 관계자들은 ‘홍라희 역할론’을 거론한다.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 뒤에는 홍 여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회장이 교통사고 후유증과 몸 이상으로 그룹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때 홍 여사가 직간접으로 경영에 관여했다”면서 “이 회장의 몸 상태가 악화될수록 홍 여사의 역할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홍 여사가 수렴청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건희 회장 뒤에서 직간접으로 삼성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증언도 있다. 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다는 삼성 출신 고위 관계자는 “한 때 삼성 내에서 ‘이건희 라인’과 ‘홍라희 라인’에 관한 얘기가 무성했고 실제 인사에도 반영되기도 했다”면서 “홍 여사는 단순히 이 회장의 부인에 머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관계자를 포함해 삼성가 속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삼성에서 홍 여사의 숨겨진 영향력을 인정했다. 이들은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부재한 삼성의 위기 상황에서 홍 여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삼성 경영에 관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 여사가 미술관 관장직에서 물러난 것이 그 신호탄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해석이다.

이들은 삼성이 오너 공백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체제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 범주에서 홍 여사의 역할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즉, 이재용 부회장이 복귀하기까지 전문 경영인들에게 회사 운영을 맡겨두고 홍 여사는 인사권 등을 통해 삼성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추론이다.

이들에 따르면 홍 여사의 ‘안주인 역할론’과 위기의 삼성을 구할 잔다르크적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장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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