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검찰 수사 이제부터 시작, 대선 앞둔 숨고르기

신동빈 소환… 대기업 ‘뇌물 수사’ 마무리 후 2라운드

검찰, 삼성 등 정치유착 기업 전면 재수사 할 수도

대선 후 새정부 재벌 손보기 피할 수 없는 과제 관측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50ㆍ사법연수원 19기)이 지난 6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데 이어 다음날인 지난 7일 오전 9시 30분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 주변에서는 우 전 수석이 ‘최순실 게이트’ 사건의 주요 관련자 중 사실상 마지막 조사 대상이라는 점을 근거로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국정농단’사건 관련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기업에 대한 ‘검찰수사 제 2라운드’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기업의 불분명한 자금집행이 드러난 만큼 해당 자금의 용처와 함께 비자금 수사 등이 진행될 것이라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우병우 수사…힘겨운 검찰의 선택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받는 우 전 수석을 지난 6일 오전 10시부터 7일 새벽 2시40분까지 조사했다.

우 전 수석은 검찰에 출석해 16시간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상대로 세월호 사건 수사에 외압을 넣고, 공무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을 집중 확인했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사건 발생 이후 해경 수사를 전담했던 광주지검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청와대와의 통화내역이 담긴)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는 압수수색 하지 말라”며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대진 부산지검 차장검사, 당시 광주지검장이었던 변찬우 변호사를 최근 소환해 조사했다. 이들은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알면서도 눈 감아주거나 도운 혐의, 이석수(54) 전 특별감찰관의 내사를 방해한 혐의 등도 받는다. 최씨가 이권을 챙기려 한 K스포츠클럽에 대한 현장 감사를 막고,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ㆍ운영과 관련한 진상을 숨기려 한 혐의 등도 있다.

가족회사 ‘정강’의 돈을 유용한 혐의,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임명된 이후에도 한 업체에서 부당한 자문료를 챙긴 혐의 등 개인 비리 전반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았다.

우 전 수석이 수사기관에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는 건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검찰은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이날 우 전 수석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최씨의 국정 개입을 알고도 묵인·방조했는지 조사했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 관련 검찰 수사에 외압을 넣고, 청와대 요구에 응하지 않은 공무원을 표적 감찰한 혐의(직권남용)도 받고 있다.

검찰은 조사 중인 혐의 외에 지난해 특별수사팀이 수사한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 혐의도 일괄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우 전 수석의 각종 비위 의혹을 파헤친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 경기 화성 땅 차명보유 등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우 전 수석과 부인 이모씨, 장모 김장자(77) 삼남개발 회장, 재산관리인 격인 이모 삼남개발 전무 등을 일괄 기소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 전 수석 가족이 정강의 접대비와 통신비 등 회사 비용 8600만원을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외제차 마세라티를 회사 명의로 리스해 개인적 용도로 몰고 다닌 것도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검찰 수사 결과 우 전 수석 부인 자매들은 1995년 이후부터 모친인 김 회장이 운영하는 골프장 기흥컨트클럽 안팎의 땅 1만4000㎡(약 4230평)를 이 전무 동생 명의로 보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검찰은 우 전 수석 일가에게 횡령ㆍ조세포탈 등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지난 2월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ㆍ직무유기 혐의에 초점을 맞춰 수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특검 수사결과에 지난해 검찰 수사결과까지 더해 우 전 수석을 상대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검찰은 향후 우 전 수석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그를 재판에 넘길 때 개인비리 혐의까지 얹는다는 방침이다. 우 전 수석은 물론 부인과 장모 등 일가족 역시 기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검찰 안팎에서 우세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법꾸라지’로 불리는 우 전 수석 소환을 앞두고 한달 여에 걸쳐 50여명의 참고인을 조사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특히 우 전 수석이 2014년 광주지검의 세월호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수사 책임자들을 잇달아 불러 조사하는 등 진술확보에 주력했다.

앞서 박영수 특검도 검찰에 사건을 넘기면서 “정강 비리나 세월호 수사외압은 솔직히 (혐의가) 인정된다”며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주문한 바 있다. 여기에 검찰이 특검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의혹을 추가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 전 수석 혐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8월 처음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가족회사 ‘정강’ 자금 유용 의혹과 의경 복무 중인 아들의 보직변경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대상이 됐다.

현직 민정수석이라는 신분을 방패삼아 검찰의 조사를 피해갔던 우 전 수석은 청와대에서 나온 직후인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의 첫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특별수사팀은 ‘황제조사’ 논란만 불러온 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4개월 만에 해체됐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사법처리는 계속 미뤄졌다. 그 사이 ‘비선실세’ 최씨의 국정농단 실체가 연일 드러나면서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개인 비위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우 전 수석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거치면서 최 씨의 국정농단을 묵인하고 비호한 조력자로 지목됐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박근혜 정부 내내 민정수석으로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며 국정을 농단했다고 판단했다. 2014년 5월 청와대에 입성한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교체될 때까지 사정ㆍ감찰ㆍ인사검증 권한을 가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다.

이 기간 우 전 수석이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외교통상부,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부처를 가리지 않고 정책과 인사에 불법으로 관여했다고 특검은 결론내렸다.

끝나지 않은 기업수사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수감 후 두 번째 조사를 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날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음 조사 일정은 추후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은 삼성 외 나머지 대기업에 대해서도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등을 통한 뇌물 공여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2016년 3월 14일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과 독대한 뒤 정부가 면세점을 추가로 허가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탈락했지만 이듬해 4월 정부가 대기업 3곳에 추가로 면세점을 내주기로 하면서 특허권을 찾아왔다. 이와 관련해 이달 2일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67·사장), 지난달 19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59·사장)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또 검찰은 지난달 1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57)을 불러 그가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것이 뇌물의 대가였는지를 조사했다.

신 회장 소환은 롯데를 둘러싼 뇌물 의혹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왔음을 의미한다. 이에 검찰 주변에서는 대선을 앞둔 수사 일정을 고려할 때 대기업 뇌물 의혹 수사가 SK와 롯데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검찰은 신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지난해 박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에 오간 대화 내용과 이후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2015년 11월 면세점 갱신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가 출연금 등을 낸 후 정부의 신규 사업자 공고를 통해 면세점 사업자로 추가 선정된 게 아닌지를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특혜를 받기는커녕 잠실면세점이 특허 경쟁에서 탈락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지난 2일 재단 출연 과정 등에 책임을 지고 관여한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재단 출연 경위 등을 캐묻는 등 관련자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후 신 회장 출석 일정을 조율해왔기 때문에 사실상 막바지 확인 작업으로 보는 것이다.

롯데 수사를 매듭짓기 위해선 작년 3월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신 회장을 불러 조사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게 그동안 검찰 입장이었다.

검찰은 당시 독대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와 관련해 신 회장으로부터 직접 진술을 들은 뒤 다음 박 전 대통령 조사에서 이를 확인하는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SK그룹과 관련한 수사도 마무리 수순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18일 검찰에 출석해 13시간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최 회장이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 등 여러 경영 현안에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자금 지원을 한 게 아닌지 캐물었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 뇌물 의혹과 관련한 대기업 수사가 SK와 롯데 선에서 사실상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 후보자 등록이 15일 시작하는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이 추가수사에 나서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삼성, SK, 롯데 이외에 뇌물 의혹이 제기됐던 CJ의 경우 손경식 회장의 조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재현 CJ 회장 사면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재단에 출연했다는 '사면거래'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의 추가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의혹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검찰은 2014년 11월 당시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손 회장을 상대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서 SK와 롯데가 낸 출연금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만 적용했지만 추가 조사 과정에 정황이 드러날 경우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SK, 롯데 수사 결과에서 삼성처럼 대가성 정황이 드러나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에 이들 대기업이 건넨 지원금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롯데와 SK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은 ‘참고인’ 신분이지만, 조사 과정에서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대한 수 십억 원 출연, 잠실면세점(월드타워점) 특허 부활 등의 사건들 사이에 청탁과 대가성 등이 확인되면 언제라도 ‘피의자’로 바뀔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기소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말도 재계와 법조계에서 동시에 나오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