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정유라 임신 이야기에 침묵 깨는 최순실, 이유는?

특검 측의 정유라 과거 임신 관련 이야기에 최씨 변호인단 적극 이의 제기

이경재 변호사, 특검 측에 “피고인 딸의 임신 이야기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 주장

정유라 임신 기점으로 삼성 지원 본격화… 최씨 혐의 적용에 민감한 이야기

한민철 기자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기소된 최순실(61)씨가 재판정에서 딸 정유라의 과거 임신 사실이 언급되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서원(최순실) 뇌물수수 혐의 제3회 공판’에서 특검 측 김영철 검사(44ㆍ사법연수원 33기)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신문했다.

특검 측은 김종 전 차관에게 지난 2015년 2월경, 주변사람들로부터 ‘정유라가 임신했다’는 소문을 들었고, 이어 김 전 차관이 최씨의 조카 장시호에게 정유라 임신 소문이 사실인지 물어본 적이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종 전 차관은 “당시 장시호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김 전 차관은 승마협회 전무를 통해서도 두 번이나 정유라 임신 사실에 대해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최순실씨가 변호인단 이경재(68ㆍ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에게 무언가를 다급하게 말하는 모습이 본지에 의해 포착됐다.

특검 측이 당시 정유라 임신에 대한 김종 전 차관의 사실 확인 과정에 대한 신문을 이어가자, 이경재 변호사는 “피고인 딸의 임신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물론 특검 측은 “적절한 범위 내에서 신문하고 있다”며 변호인 측 이의제기에 즉각 반박을 했지만, 최씨가 소리 내어 이에 반발하며 검사 측 신문이 잠시 중단됐다.


재판부 측은 정유라의 임신 이야기가 신문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이며 관련 내용이 한 문장밖에 남지 않아 마저 듣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최씨를 포함한 변호인단 측은 계속해서 정유라의 임신 이야기가 적절하지 않다며 민감한 태도를 취했다.

사실 최씨가 정유라의 임신에 대해 원래부터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별도로, 그의 임신을 기점으로 삼성전자 측으로부터 승마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씨 입장에서 정유라의 임신 이야기는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혐의에 대해 본격화하는 과정으로 보다 민감하게 반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재판에서 정유라의 임신 내용 관련 신문은 김종 전 차관이 지난 2015년 6월 24일 당시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맡고 있던 박상진 삼성전자 전 사장으로부터 “정유라 선수가 출산으로 훈련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지원을 못하고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정유라의 임신이 소문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진 채 마무리됐다.

최순실씨가 유독 정유라의 임신 이야기에 민감한 반응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최순실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7차 공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적이 있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장시호씨는 2014년 12월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정유라의 임신 사실을 전했고, 박 전 대통령이 정유라 임신에 대한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자 최씨가 많이 화를 냈다고 증언했다.


이에 재판 내내 침묵을 지키고 있던 최순실씨는 증인 신문이 끝날 무렵, 장시호씨의 해당 증언에 대해 반박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당시 최씨는 “자식 얘기만큼은 대통령에게 얘기할 것도 아니고 진실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딸의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이야기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한편, 덴마크 법원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정유라를 한국으로 송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정유라 측은 곧바로 항소장을 제출하며, 실제 송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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