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安과 더블스코어 지지율 격차 벌려 … ‘반문 단일화’ 없이는 역전 어려워

安 단설유치원 발언으로 여성표 날려…TV토론 부진 지지율 추락 빌미돼

판세 뒤집을 비책은 단일화, 현실화 가능성은? …홍준표ㆍ유승민 ‘마이웨이’

安, 김종인 지원 받아낼까…파급력은?

문재인-안철수 양강 체제가 무너졌다. 선거를 10여일 앞둔 4월 4주차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격차가 20%p 이상 벌어지는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2,876명에 통화를 시도해 최종 1,520명이 응답을 완료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지난주 조사(19일~21일) 대비 2.3%p 하락한 44.4%로 지난 4주 동안의 상승세를 마감했으나, 안철수 후보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며 격차를 18.3%p에서 21.6%p로 20% 이상 벌리며 17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문 후보는 호남에서 55%를 넘어서는 등 강원을 제외한 모든 지역과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선두를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난 15일부터 11일 연속 지지율이 하락해 22.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13.0%,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7.5%, 바른정당 유승민 5.4%의 지지율을 얻었다.

프레시안과 리서치뷰가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후보는 지난주 대비 2.2%p 오른 45.5%를, 안철수 후보는 전주 대비 7.6%p 하락한 23.7%를 얻는 데 그쳐 문 후보와의 격차가 21.8%p로 벌어졌다. 4월 들어 가장 큰 격차다. 홍준표 후보는 15.3%, 심상정 후보는 6.8%, 유승민 후보는 3.9%를 얻었다.

비슷한 기간 실시된 여론조사의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4월 4주차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중 1곳(조원씨앤아이)을 제외하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격차는 10~15%p 차이를 보이며 양강 체제에서 1강 2중 2약 구도로 재편됐다. 5자 대결에서도 안 후보가 앞서는 결과를 나왔던 2주 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문 후보가 40%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자 민주당 측은 ‘무사고 선거운동’을 대선일까지 남은 기간 전략기조로 정했다. ‘동성애’와 같은 논쟁적인 사안은 피하면서 국민 통합 메시지를 던지며 선거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김민석 선대위 종합상황본부장은 “선거는 상대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보는 것"이라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지향해 나가는 후보의 마음가짐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무사고로 선거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어디에 가서 이야기하거나 유세할 때 국민 눈높이에서 오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방향으로 남은 후반부를 이끌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까지 지지율 45%선 다지기가 1차 목표다. 이후 대선에서는 지난 대선 문 후보가 획득한 표(1469만2632표·득표율 48.0%)를 넘어서는 결과를 만들어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철희 선대위 전략부본부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앞으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력으로 당선될 수 있는 매직넘버를 넘어설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현재 지지율 40%를 넘겼는데 45%만 안정적으로 넘어가면 어떤 경우에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가 지지율 45%를 넘보면서 다른 후보들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지지율 하락폭이 큰 안 후보는 연일 문 후보 아들 문준용씨 특혜 취업 의혹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가 커지지 않자 안 후보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 지지를 부탁했다. 김 전 대표도 크게 반대하지 않는 기류가 읽혀진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 영입 시도를 두고 단일화를 위한 교두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의 5자 구도로는 문 후보를 이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단일화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정당은 바른정당이다. 바른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당 후보인 유승민 후보가 의총을 열어 단일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 후보는 완주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 무소속 남재준 후보 등과 함께 보수 대연합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후보가 판세를 뒤집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단일화뿐이다. 하지만 각 후보와 각 당이 처해있는 복잡한 상황 탓에 단일화 논의는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지하지 않을 명분’ 제공한 安 단설유치원 발언ㆍ토론회 부진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4월 11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안 후보는 ‘2017 사립유치원 유아교육자대회’에서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고 사립유치원의 독립 운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발언이 보도되자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젊은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안 후보 측은 “단설이 병설로 잘못 보도됐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이는 성난 논란에 기름을 끼얹는 대응이었다. 안 후보가 신설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 ‘단설’은 ‘병설’과 다름 없는 공립 유치원이고, 오히려 학부모 입장에서는 단설이 독립교육기관으로 장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병설이든 단설이든 늘려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신설을 자제하겠다는 안 후보의 해명성 발언은 지지율 하락의 전조였다.

11일 이후 안 후보에 대한 여성지지율과 가정주부 지지율은 모두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단설 유치원 논란’이 있었던 4월 둘째 주 안 후보 여성지지율은 34%였다. 하지만 4월 셋째 주 25%, 넷째 주 21%로 2주 만에 13%p가 빠져버렸다. 가정주부 지지율도 4월 둘째 주 42%에서 셋째 주 31%, 넷째 주 30%로 12%p가 사라졌다. 안 후보에 대한 여성들의 비호감 수치도 늘었다. 4월 첫 주 37%였던 여성 응답자 비호감도는 셋째 주 45%로, 가정주부 응답자 비호감도는 첫 주 33%에서 셋째 주 42%로 늘어났다.

여성 유권자들은 단순히 안 후보의 말실수 한 번 때문에 지지를 철회했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다. 3살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김수진(34) 씨는 “안 후보는 단설이 무엇인지 병설이 무엇인지 모르고 참모들이 써준 것만 보고 읽은 것이다. 보육 체계에 대한 이해가 없다”라며 “써준 것만 읽는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하나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가정주부 한 모(46)씨는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의사로, 기업가로 어려움 없이 성공했으니 아이 유치원을 사립 보내야 하는지 공립 보내야 하는지 고민이나 해봤겠나. 서민의 삶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 자제’ 발언으로 호되게 당한 안 후보에게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왔다. 4월 셋째 주부터 시작된 TV토론회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적표는 썩 좋지 않다.

지난 17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후 27일까지 4차례 토론회가 진행됐다. 당초 선거 전문가들은 “토론회를 통해 기존의 지지했던 후보를 바꾸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가 더 크다”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토론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컸다. 28일 한국갤럽의 4월 4주 자체 정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TV토론회 시청 여부를 물은 결과 41%가 ‘토론회를 거의 다 시청했다’고 답했다. 43%는 ‘일부를 시청했다’, 6%는 ‘직접 시청하지는 않았지만 내용은 알고 있다’고 밝혔다.

‘TV토론회를 시청했거나 내용을 알고 있다’는 사람 909명에게 ‘지금까지의 토론회에서 가장 잘한 후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한 결과 30%가 심상정 후보를 꼽았다. 이어 문재인(18%), 유승민(14%), 홍준표(9%), 안철수(6%)의 순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후보가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선거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토론을 잘한 후보로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TV토론회를 시청했거나 내용을 알고 있는 심상정 지지자의 70%가 심상정 후보를, 유승민 지지자의 64%가 유승민 후보를, 홍준표 지지자의 57%가 홍준표 후보를 꼽은 것이다. 다만 문재인 지지자 중에서는 문재인(39%)·심상정(37%) 후보가 각각 비슷하게 나타났다. 반면 안철수 지지자 중에서 안철수 후보로 답한 비율이 20%에 그쳤다.

안 후보는 TV토론회를 통해 이미지 개선에도 실패했다. ‘TV토론회 이후 대선후보들에 대한 이미지가 전보다 나빠졌다’는 질문에 안철수 후보가 44%로 홍준표 후보(42%)를 제치고 가장 높게 나온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30%, 유승민 후보는 16%, 심상정 후보는 10% 순이었다.

반대로 ‘TV토론회 이후 대선후보들에 대한 이미지가 전보다 좋아졌다’는 응답에서 안 후보는 문재인(17%) 후보와 함께 가장 낮게 나왔다.

TV토론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심상정 후보는 23일 3차 토론회를 기점으로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했다. 3~4%에서 머물던 심 후보는 현재 7~8% 지지율을 받고 있다. 심상정 캠프 노회찬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10%를 넘어 15%를 넘겨 선거 비용도 보전받겠다”며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반면, 안 후보는 토론회가 거듭될수록 지지율이 하락하는 모습이다. 조선일보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2차 토론회 직전인 14~15일 조사한 결과에서는 문 후보 36.3%, 안 후보 31.0%, 홍 후보 7.2%, 심 후보 2.7%, 유 후보 2.1%로 나타났다. 하지만 21~22일까지 조사한 결과에서는 문 후보 37.5%, 안 후보 26.4%, 홍 후보 7.6%, 심 후보 3.3%, 유 후보 2.9%로 문 후보는 2차 토론회 이후 1%p 이상 지지율이 올랐지만 안 후보는 4%p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열린 3차 토론회 전후 실시한 한국일보·코리아타임즈-한국리서치의 24~25일 조사결과에 따르면 문 후보 40.4%, 안 후보 26.4%, 홍 후보 10.8%, 심 후보 8.0%, 유 후보 5.1%로 나타났다.

안 후보 캠프의 토론회 준비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유시민 작가는 JTBC ‘썰전’에서 안 후보가 민주당 네거티브 문건을 문제 삼자 “그런 걸 공식적으로 만드는 당이 어디 있냐”면서 “모든 당이 네거티브 내용을 만든다. 구전조가 동네에서 이야기를 퍼트려야 되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거기에는 우리 당과 후보정책을 알리는 것도 있지만 경쟁후보를 헐뜯는 내용도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런 걸 다 만들어서 쪽지로 돌리는데 국민의당 쪽에서 민주당에서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를 입수한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유 작가는 “오히려 모르던 사람들이 그 프레임에 대해 알게 돼 버렸다. 안철수 후보가 토론담당 참모를 경질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정말 자해적인 네거티브”라며 “정치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갑철수'라는 표현이나 'MB아바타'를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후보 자신이 자기 입으로 상대방이 덮어씌우려는 프레임, 부정적인 프레임을 피해자 스스로가 경쟁자에게 질문하면서 자신에게 덮어씌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군도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다 국민의당에 입당한 최명길 의원은 “3차 토론을 보면서 뭔가 도움을 줘야겠다 생각했다”며 “스스로 가진 역량과 콘텐츠가 있어도 그걸 현시해 보이는 것은 경험이 필요하고 담대함이 필요한데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많이 해봐서 익숙해지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최 의원은 이어 “정치 연륜이 길지 않아 어쩔 수 없는데 제가 안타까운 것은 (토론회에서) 그 사람 결함으로 몰아붙이는 게 안타깝다”며 “그걸 고치고 수습하는 건 아주 심플하다. 작은 심리적 요인만 보완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과연 남은 두 번의 TV 토론에서 안 후보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판세 뒤집을 비책은 단일화, 현실화 가능성은?

대선과 관련한 징크스 중 대선후보 등록 직전 여론조사에서 앞선 후보가 승리하는 징크스가 있다. 이 징크스는 투표일 한 달 전에 대세, 앞서 가고 있는 후보가 그대로 당선되고 있는 사례로 역대 6번의 대통령 선거 중 다섯 번이나 있었다. 더구나 현 상황에서 대선판을 뒤흔들만한 이슈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2위와 격차를 더욱 벌이고 있는 문 후보의 기세를 꺾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여의도 정가의 중론이다.

그래서 거론되고 있는 것이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3자 단일화다.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곳은 후보가 아닌 바른정당이다. 지난 28일 바른정당 소속 의원 20명은 ‘3자 후보 단일화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유승민 후보에 대한 단일화 압박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양강 구도를 통해 국민적 여망을 결집시키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일화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선거가 불과 11일 밖에 남지 않았다”며 “일촉즉발의 국가적 위기 속에 후보 개인의 입지와 정치 셈법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나만 옳다는 식의 오만과 독선에 빠져있는 좌파 패권세력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넘겨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진정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도자라면 국민의 뜻을 받들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진정성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3자 후보 단일화는 중도ㆍ보수 대통합을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마지막 길”이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유승민ㆍ안철수ㆍ홍준표 후보는 즉각 단일화 논의에 착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안보 불안세력, 좌파세력의 집권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것이 나라를 걱정하는 다수 국민들의 시대적 명령”이라며 “단일화에 응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며, 좌파 집권의 길을 열어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남기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설상가상 성명에 동참한 이은재 의원은 28일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입당하며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유 후보는 “후보 등에 칼 꽂는 행위”라며 “앞으로 다가온 선거를 치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지난 의원총회에서 분명히 마지막 의총이라고 했기에 더 이상 (의총 소집 요구에도) 응할 수 없다”며 “흔들기 그만하고 도와주기 싫으면 최소한 가만히 있으라고 경고한다”고 불쾌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3자 단일화를 의식해서인지 문 후보는 TV토론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5일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가 주최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단일화에 거론되는 세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단일화)하실 겁니까”라고 질문했다. 이에 유 후보는 “무슨 이유로 물으시는지 모르지만, 저는 단일화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어 “문 후보님이 왜 그렇게 그 문제에 관심이 많나. 뭐 잘못될까 봐 그러나”라고 반문했다. 안 후보도 “그럴 일 없다”며 “선거 전 그런 연대는 (없다고) 거짓말하지 않고 백 번도 넘게 말했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국민의당도 바른정당과는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한 것 같다”고 지적했지만, 안 후보는 이에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홍 후보는 “그런 걸 왜 물어요. 나는 생각도 없는데”라며 “바른정당 존립이 문제 되니까 한번 살아보려고 하는 건데”라고 이번 단일화 논란이 바른정당의 ‘궁여지책’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여론조사상 산술적으로 3자 단일화는 대선 판세를 뒤집을 유일한 비책이다. 하지만 3자 단일화로 인해 감수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 세 후보에게 모두 있다. 안 후보 입장에서 3자 단일화는 호남 지역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중도보수 외연 확장에 일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의 단일화는 정권교체의 열망이 높은 호남 민심을 이반하는 선택으로 자칫 국민의당의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무리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문 후보 지지층 집결로 인해 당선에 실패할 경우 그 후폭풍은 국민의당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보수 세력과의 연대를 고려해 볼 여지는 유권자 수의 차이에 있다. 영남지역의 유권자가 호남지역보다 2배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TK를 중심으로 보수층이 집결하는 분위기에 민심 저변에 깔려있는 ‘반문정서’를 활용한다면 영남지역에서의 높은 득표율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정치공학적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화 세력에게는 ‘야합’으로 불렸지만 3당 합당으로 인해 결국 대권을 차지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례가 본보기다.

당 내 의원들로부터 단일화를 요구받고 있는 유 후보는 곤혹스런 입장이다. 대선 완주를 포기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까지 당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바른정당 소속 지역 단체장과 시의원, 구의원 일부는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장제원 의원은 “저와 생사고락을 함께 해 온 분들이지만 함께 하자고 말할 염치가 없다”며 참담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 레이스를 포기할 경우 유 후보의 정치 인생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친박 세력이 잔존하는 자유한국당과의 연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유 후보가 대선 이후 자유한국당으로의 복당, 혹은 합당이 이뤄진다면 개혁보수의 이미지는 퇴색되기 때문이다.

안철수, 유승민 후보와 달리 홍준표 후보는 단일화에 전향적인 입장이다. 이미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와 무소속 남재준 후보와 단일화 창구를 열어놓고 있으며, 같은 보수 세력인 유 후보에게도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홍 후보의 여유로운 모습의 이면에는 TK라는 지지기반이 있다. 설령 이번 대선에서 당선이 되지 못하더라도 TK를 기반으로 다시금 보수 세력의 부활을 꾀할 수 있으며 내년 지방선거를 그 부활의 무대로 보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조선일보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유 후보를 제외할 경우 문 후보 38.4%, 안 후보 30.6%, 홍 후보 8.1% 순으로 조사됐고 홍 후보를 뺀 구도에서는 문 후보 38.3%, 안 후보 31.3%, 유 후보 5.7%로 나타났다. 다만 문재인·안철수 양자 대결이 현실화했을 경우에는 문 후보(41.4%)와 안 후보(41.0%)가 0.4%포인트 차이의 초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가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도 문 후보와 안 후보 간 맞대결에선 문 후보(48.4%)와 안 후보(45.7%)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安, 김종인 지원 받아낼까…파급력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점점 격차가 벌어지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다급히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 후보는 지난 27일 오후 늦게 김 전 대표와 긴급 회동을 갖고 ‘통합 정부’ 구성에 합류할 것을 부탁했다. 김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통합정부준비위에 전권을 부여해줄 것, 개헌을 통해 2020년 제7공화국을 출범시키겠다고 밝힐 것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이튿날인 28일 안 후보의 긴급 기자회견에서는 직접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개혁은 대통령의 권력과 청와대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의 무소불위 권한을 완전히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개혁의 첫 대상으로 청와대를 꼽으며 청와대 비서실 축소·민정수석실 폐지·대통령 집무실 비서동 이관 등을 善覃杉?

안 후보는 국회와의 협치도 주장했다. 그는 “집권하면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겠다.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국민의당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라며 “탄핵 반대 세력과 계파 패권주의 세력을 제외한 모든 합리적인 개혁 세력과 힘을 합쳐 나라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는 대통령 안철수의 정부가 아니다. 새 정부 주인은 국민”이라며 “새로운 정부는 대통합 정부, 개혁공동정부가 될 것이다. 기득권 양당 체제에 막혀 수 십 년간 해결 못했던 문제들을 과감하게 풀겠다”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김 전 대표가 요구했던 사안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안 후보는 “김 전 대표에 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회를 맡아달라고 부탁드렸다. 함께 개혁공동정부에 대한 부분을 의논하고 싶다”고 말하며 통합정부 구성 과정에서 김 전 대표의 역할론을 부각시켰다. 안 후보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실시도 또 다시 언급했지만 김 전 대표가 주장한 ‘2020년 제7공화국 출범’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기자들은 ‘개헌에 3년 임기단축이 포함되느냐’라고 물었고 안 후보는 “국회에서 국민들 의사를 반영해 합의하면 저는 전적으로 거기 따르겠다. 저는 국회에서 논의하고 결정되는 대로 모두 수용하고 받아들이겠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국회에서 합의할 경우를 전제로 임기단축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안 후보 기자회견에 대해 김 전 대표는 살짝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그는 “개헌안을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은 의미가 없고 본인이 2020년에 반드시 제7공화국을 출범시킨다는 의지가 피력돼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김 전 대표의 측근으로 최근 국민의당에 입당한 최명길 의원은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서 미흡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김 전 대표가 큰 틀에서는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또 “다음 정부가 통합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과정만 합치가 되면 내가 수용할 수 있다고 한 거다. 다음 정부에서 나라가 정상적으로 발전할 터전을 만드는 데 내가 기여를 하겠다는 얘기지 다른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안 후보가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김 전 대표의 안 후보 지지가 가시화됨에 따라 김 전 대표가 선거 막판 어떤 역할을 맡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28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받은 감으로는 입당은 하지 않고, 외곽에서 안철수를 지원한다고 보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를 고리를 단일화 혹은 연대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표의 중재를 통해 반문 연대 구성을 추진한다는 뜻이다. 물론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후보가 모두 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문재인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 후보의 독주를 막기 위해 막판 대타협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단일화가 진행되지 않더라도 김 전 대표와의 동행은 안 후보 입장에서는 국가 원로인 김 전 대표를 위시한 통합 정부를 내세워 세 불리기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파급력이 크지 않을 전망도 많다. 김 전 대표는 작년 총선 이후 “안철수당은 대표가 박지원, 천정배, 안철수 등 세 사람인데 그 사람이 따로따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날이 곧 돌아올 것”이라며 “안 대표는 억지를 쓰더라도, 어떤 논리를 갖다 붙여대도 내년에 대권 출마해야겠다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초에도 안 후보의 “이번 대선은 결국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지금 현재 전개되고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봤을 적에 과연 문재인 전 대표하고 안철수 전 대표가 단둘이서 경쟁하는 결과가 본인으로서는 희망사항일는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 현실적으로 나타날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던 안 후보와 손을 잡는다는 것이 과연 국민들에게 얼마나 호응을 이끌어낼지 미지수라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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